[기후위기시대] 111. 탄소중립 교육 등 내세우곤 취업통계도 없어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중립 실천 교육 등을 활성화한다는 목적으로 환경교육사 국가전문자격증 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나, 각급학교 교육 연결 등 사후관리를 하지 않아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29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보전원 소속 국가환경교육센터에 따르면 2015년 사회환경교육지도사라는 이름으로 자격제도가 시범 운영된 후 2022년 명칭 변경된 환경교육사는 지난해 12월까지 모두 2580명 배출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등 수도권 1186명, 영남권 616명, 충청권 330명, 호남권 272명, 강원권 106명, 제주권 70명이다. 환경부 장관 명의의 자격증을 받은 이들은 환경교육프로그램을 기획·진행·분석·평가하거나 환경교육을 수행할 수 있다. 지난해 2월 환경부가 낸 ‘탄소중립 실천 이끌 환경교육사 양성 박차’ 보도자료에서 장기복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관은 “기후위기로 인해 환경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고, 특히 올해부터 초·중학교 환경교육이 의무화될 예정으로 환경교육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정책 취지를 설명했다.
초·중학교 환경교육 의무화로 수요 증가 기대했으나
그러나 환경교육사 자격증 취득자 중 실제 환경교육 관련 일자리를 얻어 활동하고 있는 인원은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환경교육센터가 운영하는 국가환경교육 통합플랫폼에는 “환경 관련 교육기관, 전시·체험시설, 유치원 및 학교 등에서 전문 강사, 해설사, 교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설명은 있지만, 구체적인 인원에 관한 정보는 없다. 환경교육 전문가 섭외를 위해 정보를 공개한 인원이 환경교육사와 환경 관련 교수, 교사, 국가환경교육지원단을 합쳐 643명이 있을 뿐이다.
국가환경교육센터는 “지난해 ‘환경교육사 인력 및 활용 현황조사’를 통해 환경교육사 자격증 관련 업무(환경교육) 수행 여부, 환경교육사 자격증 취득 후 관련 업무(경교육) 수행기간 및 미수행 이유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수행하였으며, 향후 자격제도 보완·개선을 위해 활용할 예정이다”라며,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환경교육사는 학력 등의 제한이 없는 3급 자격증과 3급 취득 후 3년 이상 경력자나 석사학위 소지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2급 자격증, 박사학위 소지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1급 자격증이 있다.
다만 정부가 자격제도를 운영하면서도 취업 등 사후관리는 하지 않는 것에 관해 환경교육사들은 불만스러워했다. 3급 환경교육사 백장흠(60) 씨는 지난달 28일 단비뉴스 화상 인터뷰에서 “환경교육사 선발은 정부가 하고 진로는 지금처럼 각자도생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사의 역량 강화나 일자리를 찾는 데 있어서 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백 씨는 민간기업에서 환경 관련 업무를 하다가 정년퇴직한 후 2022년 환경교육사 자격증을 받았으며 현재 경기도 구리시 자원순환교육센터에서 대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 바로 현장으로 나갈 수 없어서 서초50플러스센터 등에서 중장년 시니어를 위한 강사 양성과정을 추가로 수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관에 들어가면 고정 수입원이 될 수 있겠지만, 개인 프리랜서는 일자리 양이 극히 제한적”이라며 “작년에는 (강사 수입이) 시간당 5~10만 원이었는데, 올해는 최저 3만 원으로 더 낮아졌다”고 말했다.
자격증 취득자보다 일자리 크게 부족
2급 환경교육사인 오병호(36) 씨는 지난달 27일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환경교육사 자격증은 있어 봐야 잘 되긴 어려운데, 없으면 안 되는 자격증”이라고 말했다. 학교나 지역환경센터 등 환경교육기관에서 채용 공고를 낼 때 환경교육사 자격증을 요건으로 하니 강의를 하려면 필요하지만, 자격증 취득자보다 강의할 기회와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오 씨는 “환경교육 학위나 교원자격증 등을 가진 사람들이 선호되어 환경교육사 자격증만으로는 갈 곳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환경교육사 양성과정 수강료를 지원하고 환경교육사 인턴십도 운영하고 있지만, 그 이후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올해 3급 필기 과정에 합격한 후 지난달 말부터 실무 과정에 참여 중인 예비 환경교육사 김양희(38) 씨는 협동조합과 유치원, 초등학교 등에서 보조강사로 일하면서 일이 규칙적이지 않고, 시급이 적어 주 수입원이 되긴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래서 전에 하던 영양사 일을 다시 구한 뒤 환경교육 강의를 겸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교육사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환경교육사랑해’에서 ‘취업’을 열쇠 말로 2022년 이후 3년 동안의 게시글을 검색한 결과, 비슷한 내용의 의견이 많았다. ‘경력 없이 자격증만으로는 취업이 어렵다’ ‘계약직이나 시간강사 일자리가 많아 프리랜서로 봐야 한다’ ‘필요시 뽑는 경우가 많아 채용 인원이 적다’ ‘급여가 적다’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학교 등 현장과 연결해 주는 정부 역할 필요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탄소중립 실천에 박차를 가하면서 일자리도 창출하기 위해 환경교육사들과 각급학교 학생, 시민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연결해 주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재영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는 지난 28일 단비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환경교육사 양성 후) 사후관리는 당연히 필요하다”며 “국가 차원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정책을 추진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환경부가 제공하는) 인턴십을 넘어서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스스로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 기업(협동조합) 등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초기 지원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조성한 기후대응기금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또 환경부가 교육부와 협력해서 초중고 교육에 환경교육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환경교육이 의무화된 초등학교와 중학교 외에 고등학교 융합선택 과목으로 환경 과목을 만들거나 자율 시간을 활용하는 등 수업 시수를 충분히 늘려 환경교사가 담당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2년 5월 국회에서 ‘환경교육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지난해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환경교육이 의무화됐다. 교과, 창의적 체험활동, 범교과학습 등 교육과정과 연계한 생태전환교육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범교과에 이미 환경 주제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에 현재 별도의 환경 수업을 진행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각급학교에서 환경 수업은 환경 전담 교사가 아닌 타 교과 교사가 추가로 담당하거나 외부 강사를 일시적으로 초빙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교수는 “환경 과목이 주당 수업 시수인 17시간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많은 학교가 환경 교사를 뽑지 않는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한편 환경부는 2021년부터 ‘환경교육사 자격취득 지원사업’을 통해 저소득층, 미취업청년, 자립준비청년, 일반인 등에게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비를 지원해 왔다. 또 지난해부터 ‘환경교육사 인턴십’을 통해 환경교육 강의, 프로그램 운영·개발, 사무행정 등의 업무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1차 인턴십 참여자(56명)와 2차 인턴십 모집 인원(20명 내외)이 환경교육사로 이미 배출된 2580명과 올해 모집한 910명에 비해서는 매우 적다.
백장흠 환경교육사는 “자격취득 후 현장에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강사 양성과정은 선발이 아니라 희망자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횟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환경부가 진행하는 환경교육사 인턴제도에 참여하면 채용 과정에서 가점을 주는데, 인턴 자리를 늘리고 가점 이외에 더 직접적인 일자리 연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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