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100. ‘친환경’ 자전거 통근 어려운 한국
지난해 10월 26일 오전 6시 45분, 직장인 유모(37) 씨는 로드(도로용) 자전거를 타고 서울 송파구 가락동 자기 집에서 출발했다. 기자는 자전거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장착하고 그의 뒤를 따랐다. 오전 8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엘지(LG)트윈타워에 있는 유 씨의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약 24킬로미터(km) 구간의 동선을 촬영했다. 또 같은 날 오후 6시 30분부터 7시 50분까지, 퇴근길도 동행했다. 유 씨가 탄천과 한강 변의 자전거도로를 달린 21km가량은 주행이 대체로 순조로웠다. 그러나 여의도동 마포대교에서 LG트윈타워 입구까지 등 나머지 구간에서는 위험하거나 불편한 상황과 종종 마주쳤다.
강변 자전거도로 괜찮지만, 시내 구간은 위험하거나 불편
가락동 광평교 사거리에서 폭스바겐 송파 전시장까지 약 1.5km 구간은 자전거 전용차로가 붉은색으로 표시돼 있고 차도와 연석으로 분리돼 전반적으로 편리했지만, 도중에 자전거 전용차로가 끊기고 인도에 자전거도로가 설치된 곳이 있었다. 인도에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보다 차도의 오른쪽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편리했다. 도로를 달리다 두 자동차 사이에 끼는 상황도 발생했다. 앞에 정차한 버스 때문에 승용차가 멈춰 서있어, 승용차 왼쪽으로 지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유 씨는 “자전거가 두 차선 사이에 껴서 주행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며 “이럴 때가 정말 위험하다”고 말했다.
마포대교 사거리에서 LG트윈타워 인근의 자전거 주차장까지 약 300미터(m) 구간은 차도의 폭이 매우 좁았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로의 우측 가장자리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 구간은 그 공간이 협소해, 버스와 밀착해서 주행해야 하는 순간도 있었다. 그는 “우측 차도를 이용해 주행하다 보면 자동차가 경적을 울리며 옆을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교통체증 피하고 탄소 배출량 줄이는 자전거 통근
유 씨는 일주일에 세 번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자가용 승용차로 가면 교통체증 때문에 편도 1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출퇴근이 자전거로는 1시간이면 된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은 자전거와 비슷한 시간이 걸리지만, 사람에 치이는 것이 불편하다고 한다. 그는 또 “(이렇게) 자전거가 효율적인 교통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데,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다른 교통수단보다) 더 낫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교통포럼(ITF)이 2020년에 낸 ‘이동하기 좋은 것은? 새로운 수송 수단의 환경 성과 평가하기’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 자전거는 1km를 달릴 때 17그램(g)의 탄소를 배출하지만, 내연기관 자동차는 아홉 배가 넘는 161g을 내뿜는다. 지하철과 내연기관 버스는 각각 65g과 91g이었다. 유 씨가 자전거로 하루 출퇴근을 하면 탄소 816g이 배출되지만, 내연 자동차를 타면 7728g이 발생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유 씨가 줄인 6.9킬로그램(kg)의 탄소는 강원도의 25년 된 소나무 한 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탄소량과 같다.
"회사와 집이 자전거도로에 접근하기 좋을 뿐만 아니라 회사에 샤워실도 있는 등 좋은 환경과 인프라가 갖춰진 상황에서 이것(자전거 통근)을 안 하기에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회사 인근에 자전거를 안전하게 세워 둘 주차장이 있고, 건물 안에 샤워 시설도 있어서 편리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자신처럼 출퇴근을 위해 자전거로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변의 자전거도로보다 생활권 안에서 출퇴근 등에 자전거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안전한 길 확보 필요
서울시가 2022년 조사한 ‘서울시 자전거 이용률 통계’를 보면 자전거를 통학과 통근에 이용하는 사람은 1.8%에 그쳤다. 자전거활동단체 ‘사이클러블코리아’의 김윤정 활동가는 지난해 8월 31일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자전거가 교통수단으로 이용되려면)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그 핵심은 동선 분리”라며 “(자전거가) 차와 사람이랑 섞이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한 환경이 조성됐을 때 자전거의 수단분담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전거 수단분담률은 사람들이 출퇴근 등 일상생활에 자전거를 이용하는 비율로, ‘2021년 국가교통통계’에 따르면 서울시의 자전거 수단분담률은 1.9%이며 전국 평균은 1.88%다. 비영리단체인 유럽사이클리스트연맹(ECF)에 따르면 자전거가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자전거 수단분담률은 32%, 덴마크 코펜하겐은 30%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서울시에 설치된 자전거도로 1316km 중 자전거만 통행할 수 있도록 설치한 자전거전용도로(인도)와 자전거전용차로(도로)는 모두 253.7km로 21%에 불과하다. 나머지 79%는 보행자와 함께 쓰는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와 자동차와 함께 이용하는 자전거 우선 차로다. 자전거전용차로 등의 일부는 차량이 불법적으로 주차되어 있어 자전거가 사실상 다닐 수 없는 곳도 있다.
자전거가 널리 이용되지 못하는 데는 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원이 미흡한 탓도 있다. 서울시의 ‘2023년 예산서’를 보면 자전거 시설 확충과 관리에 배정된 예산 427억 7천만 원 가운데 공공자전거 ‘따릉이’ 운영예산이 342억 2천만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자전거도로 개선 작업 등에 배정된 예산은 연간 50억 원가량에 그친다. 반면에 인구가 서울의 4분의 1가량인 프랑스 파리시는 자전거 이용 확대를 위해 2021~2026년 6년 동안 2억 5천만 유로(약 3600억 원)를 투입하고 있다.
‘두 바퀴’의 매력 높여 주요 교통수단으로 키워야
녹색교통운동 김광일(49) 사무처장은 “자전거 관련 인프라만 잘 돼 있다고 해서 사람들이 자전거로 옮기지는 않는다”며 “이를 위해 자전거가 (다른 교통수단보다) 더 매력적이어야 한다”로 말했다. 그는 “자전거도로를 늘리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하지만, 동시에 승용차가 덜 매력적인 수단으로 느껴질 때 사람들은 자전거를 더 많이 이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 파리의 바스티유 광장에서 콩코르드 광장 사이의 리볼리 거리는 2022년 5월 자전거와 보행 중심의 거리로 바뀌었다. 대중교통 등 제한된 차량만 이용할 수 있는 한 개 차로를 제외하고 나머지 도로는 자전거와 보행자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김 사무처장은 “승용차가 쓰는 차로를 대폭 줄여 자전거가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차량에 혼잡 비용을 받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전거에 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도로교통연구본부 정경옥 선임연구위원은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를 활성화하는 정책이 힘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태”라며 “자전거를 단순히 운동용, 레저용으로 보고 교통수단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탄소중립을 위해 자전거 등의 교통수단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모두가) 동의했으면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발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2023)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수송 부문의 탄소 배출량은 전환 부문과 산업 부문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그 수치는 9800만 톤(t)으로, 전체 배출량의 약 15%를 차지한다.
한편 ‘서울에는 오르막길이 많아 자전거 타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는 것과 관련해 유 씨는 “지형적인 문제는 전기자전거 등 기술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자전거는 평지에서 일반 자전거처럼 타다가, 오르막길 등 힘든 구간에서 전기 동력을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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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환경부, 유튜쁘랜딩팀 조재호입니다.
두려움 없이 질문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