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106. 제22대 총선 주요 정당 기후위기 공약 분석
“최근 사과, 대파 가격이 오른 것은 기후위기 때문에 생산이 안 돼서 그런 건데 정부는 계속 어떻게 하면 가격을 낮출까만 얘기하고 있으니까 관점이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후정치바람, 녹색전환연구소, 지역에너지전환전국네트워크가 지난 25일 공동 주최한 포럼 ‘22대 기후총선, 전국은 지금’에서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은 ‘22대 기후총선 농업공약 분석' 발표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기후위기와 생태위기 완화에 기여할 수 있는 농업과 먹거리 시스템의 전환에 관한 공약들이 나와야 한다”며 “농업 정책을 만드는 시스템에 농민이 직접 참여해서 당사자로서 말하고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과·대파 가격 폭등은 예고된 기후변화의 결과
오는 4월 10일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29일 단비뉴스가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 등 6개 정당의 기후 관련 공약을 분야별로 분석한 결과 식량안보와 농업 관련 공약은 녹색정의당이 가장 상세히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정의당은 친환경 쌀 100% 생산, 친환경 농업 50%로 확대, 직거래 공공도매시장 운영으로 농민과 소비자에게 농산물 적정가격 보장, 기후생태직불금(농촌환경 보존을 위한 보조금) 지급과 농어업 재해보상 등을 공약했다. 특히 식량자급률을 2021년 기준 약 45%에서 60%로 올리고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과 농민 권리 보장을 담은 식량주권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녹색정의당은 김옥임 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을 비례대표 후보 5번에 배치해 각 정당 중 유일하게 농민 대표를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은 농촌을 재생에너지 거점사업으로 육성하고, 태양광·풍력·바이오에너지 전기 생산 수익을 주민에게 나눠주는 ’햇빛·바람·바이오 연금‘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소멸지역 농어촌 주민에게 연간 120만 원의 수당을 단계적으로 지급하고, 산림공익가치보전지불제 등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농업 분야 재해복구비 현실화 수준을 80% 이상으로 올리고, 쌀값 안정을 위해 선제적으로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공약했다. 새로운미래는 먹거리기본법을 제정하고 권역별 공공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각 당 농업공약과 관련해 김정열 위원은 토론회에서 “농민에게 중요한 것은 적정한 농산물 가격이 보장되는 시스템인데, 이를 이행하기 위한 (정당들의) 구체적인 수단은 부족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기후재난 관련 공약은 새로운미래가 가장 촘촘
기후재난 관련 공약을 제시한 4개 정당 중 가장 상세하게 정책을 제시한 당은 새로운미래였다. 새로운미래는 침수 우려 가구 전수조사, 침수 우려 전 가구에 차수판 설치, 재난 피해 국민에 안정적인 생활 지원 체계 마련, 재난 피해자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등을 공약했다. 또 대규모 재난 상시 조사 시스템 구축, 재난조사에 관한 법률 제정, 법정재난구호기금 신설 등을 약속했다.
국민의힘은 무더위, 한파로부터 기후취약계층 보호, 이상기상과 기후재난에 대비하는 시스템 마련 등을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은 재해위험 지역 주민 이주지원, 광역도시 빗물터널 및 방수로 설치 지원 강화, 농어업재해 국가책임제 등을 공약했다. 녹색정의당은 기후재난 시 아동 안전과 보호를 위한 체계 구축, 기후재난에 취약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하는 경우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 등을 약속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난 22일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각 당 공약과 관련해 “기후재난이 무더위와 한파만의 문제는 아니다”며 “지난해 침수로 많은 농업인이 피해를 봤는데, 이상 기후에 대응하는 농업재해 국가 책임제 도입 등 다양한 대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한목소리, 발걸음은 ‘RE100’과 ‘CF100’으로 갈려
에너지 전환은 6개 정당이 모두 공약을 발표했지만, 방향은 달랐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새로운미래, 녹색정의당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원전을 중시하는 정책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2035년까지 전력생산 중 재생에너지 비중을 4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적인 접근법은 재생에너지 전기 100%, 즉 알이백(RE100)이다. 공공기관 건물과 도로부터 RE100을 추진하고, 기업들의 RE100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조국혁신당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30%, 2050년까지 8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미래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40%로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녹색정의당은 탈원전을 명시하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50%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힘은 원전을 중심으로 다양한 에너지원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동시에 활용’을 내세우며 수열, 조력, 바이오가스 등을 통해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인 ‘2018년 대비 탄소 배출량 40% 감축’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무탄소 100%를 뜻하는 시에프백(CF100)의 국제표준화를 이루겠다는 계획도 명시했다. 개혁신당도 CF100의 기반을 마련하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건립해 친환경 원전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관해 윤순진 교수는 “국민의힘 공약이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안일하다”며 “기후위기는 임박한 위기인데 SMR이나 탄소포집기술 상용화를 언제 기다리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또 “원전과 재생에너지는 모두 경직적이어서 발전 용량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병행하면 전력 공급이 과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종률 고려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난 25일 단비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원전이 경직적이라는 건 오해”라며 과도기의 공존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원전의 최소 출력을 조절해 전력망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더불어민주당이나 녹색정의당의 공약이 다소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한국은 땅이 좁고 세로로 길기 때문에 태양광을 충분히 받지 못한다”며 “대규모 발전이 어려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경제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난 25일 단비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보다 일사량이 훨씬 적은 독일도 태양광 발전 비율이 높다”며 한국의 지리적 입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은 55.02%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9.25%에 불과하다.
대중교통 이용 확대 위해 ‘기후패스’ 등 도입
대중교통의 편의성을 높여 자가용 운행 수요를 줄이기 위한 정책은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이 구체적으로 내놓았다. 기후패스 도입, 취약 지역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대중교통 서비스 확대 등 공약의 내용은 비슷하고, 지원 대상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광역권별로 대중교통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월 3만 원 청년패스, 5만 원 국민패스와 노인을 위한 무상 어르신패스를 제시했다.
녹색정의당은 전국 지하철·버스·공공자전거 등 공공교통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월1만 원 기후패스를 약속했다. 대중교통 확대 항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교통 소외지역의 대중교통 확대를, 녹색정의당은 노인, 청소년, 장애인, 농어촌 지방정부 무상교통 우선 도입을 제시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지난 28일 단비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대중교통을 확충하면 시민의 이동권이 향상될 뿐 아니라, 자가용 이용 감소로 인해 1인당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어 기후위기 대응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의로운 전환’은 민주당과 녹색정의당만 관심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피해자를 배려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전면에 내건 당은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구조를 탄소중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과 전통산업 등이 소외되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탈석탄발전법을 제정해 ‘정의로운 전환 특구’를 지정하고 총괄 컨트롤타워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25일 토론회에서 이태성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는 “녹색성장법이 지금 제정이 됐고 제7장에 정의로운 전환이, 48조에 특별지구 지정에 대한 것들이 있지만 이 법을 통과시킨 후 어떤 정책도 마련하지 못했다”며 민주당 공약이 재탕임을 비판했다.
녹색정의당은 ‘기후를 살리는 5대 약속’을 내걸면서 노동자, 농어민, 중소상공인들과 함께 정의로운 전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특별법’을 제정해 폐쇄되는 석탄화력발전소와 광산 노동자들을 재생에너지 등 신설 사업에 우선 고용할 것을 명문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먼 거리에 재고용되면 해당 노동자에게 5년간 주거와 교통비를 지원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태성 씨는 이와 관련해 “현장 노동자들의 요구 조건은 첫 번째가 총고용(폐쇄되는 발전소의 노동자 전체를 고용 전환)이고 두 번째가 당사자가 참여하는 위원회 구성”이라고 말했다. 현재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통틀어 노동자 위원은 한 명뿐이다.
국민의힘은 석탄발전소 폐쇄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계획은 없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지난 25일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도태되는 산업이 생기고 그만큼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다”며 “그 사람들을 어떻게 재취업시키고 시장에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걸 만들 것인지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사회적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탄소세·기후배당 공약도
각 정당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독립부처와 국회 상설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국장은 “환경부와 산업부가 따로 맡고 있는 기후 관련 업무를 통합해 담당할 기후에너지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녹색정의당은 국회에 기후위기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회에 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회가 설치됐지만 한시적 기구이고 입법 권한이 없어 성과가 미흡했기 때문에 기후위기특위를 상설화해 입법과 예산심의도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녹색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은 탄소 배출에 세금을 매겨 기업이 자발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게 유도하도록 탄소세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녹색정의당은 특히 탄소세를 걷어 국민들에게 기후배당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시급한 환경교육, 국민의힘과 녹색정의당만 관심
올바른 환경교육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공약에 포함한 정당은 국민의힘과 녹색정의당뿐이다. 국민의힘은 ‘전 생애 기후환경교육’을 내걸고 청소년 기후동행 플랫폼 구축, 국립 기후변화홍보체험관 건립, 국민 참여형 탄소중립 실천 프로그램 개발 등을 공약했다. 녹색정의당은 아동 친화적인 환경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지원, 기후위기 극복 생태교육 등을 약속했다.
이재영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는 지난 25일 단비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공약에 환경교육에 관한 몇 가지 유의미한 제안이 있으나, 대체로 (개별) 사업 단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녹색정의당 공약에는 생태 친화적 학교 환경 등 교육 관련 내용이 있긴 하나 단편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개별 사업보다 환경학습권을 기본권에 포함하고 국가환경교육의 콘트롤타워를 설립하는 등 지속적 환경교육을 위한 시스템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는 제14대 총선 이후 32년 만에 최고 투표율인 67%를 기록한 가운데, 앞으로 4년간 국회를 구성할 국회의원 당선자 300명이 모두 정해졌다. <단비뉴스>는 총선을 두 달 앞둔 시점부터 본투표가 시작되기 전까지 글 기사와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형식으로 ‘2024 총선 기획’을 연속보도했다.
제22대 총선을 맞아 단비뉴스 기자·PD들은 유권자들의 의견을 듣고 각 정당과 후보들의 공약을 집중 점검했다. 먼저 충청북도 3대 도시인 청주·충주·제천시와 단양군의 역과 시장,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 총선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제천·단양 후보들을 직접 만나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현안에 대해 물었고, 정치 현수막의 개수와 문구 등을 조사해 후보들의 전략을 분석했다. 전국 차원에서는 환경 전문가와 함께 주요 6개 정당의 기후 공약을 분야별로 점검했다. (편집자주)
<기사 차례>
④ ‘재생에너지 확충’ 대 ‘원전 중시’ 다시 형성된 전선
[기후위기시대] 기사 더보기
56. ‘단 한 명이라도…’ 매주 간절하게 올리는 기도
57. 과학자들, '엉터리 근거로 오염수 투기 강행' 비판
64. 소비 중독 벗고 ‘순환 경제’로 가야 살아남는다
66. 오염수 방류 임박, 후쿠시마 참사는 ‘진행 중’
69. 늘어나는 대형 산불 '불막이 숲' 등 대책 시급
72. ‘자본 아닌 인간 편에서 탄소중립을’ 거센 함성
74. "원전 진흥 기구 IAEA, 결론 정해놓고 조사"
80. ‘그린수소’ ‘멀티콥터 드론’ 아직은 기술개발 중
81. 수산물 타격에 주민 떠나 ‘유령마을’ 될까 걱정
84. “핵 오염수 해양 투기 말고 육상 저장” 한목소리
86. ‘보기도 좋은 태양광 건물’ 한국은 아직 걸음마
88. ‘‘이런 대안 있어요’ 알리려 백 통 넘는 편지를 쓰다
94. "알프스 처리 안 한 방사능 오염수가 새고 있다"
99. '사람과 바다, 기후를 지키는 먹거리' 속속 등장
100. 암스테르담 32%, 코펜하겐 30%, 서울은 2%
101. '‘파국 막을 정치인 뽑자’ 총선 유권자 각성 촉구
102. ‘햇빛연금’으로 가는 길, 오락가락 정책에 차질
103. 유기농 재배 공들였는데 ‘농약 검출’ 청천벽력
단비뉴스 환경부, 시사현안팀 박정은입니다.
보이지 않는 사실,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집중해 진실에 다가서겠습니다.
단비뉴스 환경부, 시사현안팀장 이은별입니다.
낮은 자세로 겸손하지만 치열하게 노력하겠습니다.
단비뉴스 환경부장, 편집기획팀 전나경입니다.
사람들을 더 넓은 세상과 연결하는 통창같은 기자가 되겠습니다.
단비뉴스 환경부, 편집기획팀 전예나입니다.
작은 속삭임부터 큰 외침까지 진실하게 전하겠습니다.
단비뉴스 환경부, 소셜전략팀 최원석입니다.
과학은 사고방식이자 태도입니다. 더 과학적인 사회를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