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71. ‘100년 기상 데이터로 본 기후위기’ 토론회
지난 100여 년 동안 지구 전체 평균 기온이 10년마다 0.07도(℃)씩 오른 반면 한국은 0.2도씩 올라, 기온 상승폭이 지구 평균의 3배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30년 동안 한국 주변 해역의 수온은 평균 0.21도가 올라, 상승폭이 지구 평균인 0.12도의 2배 가까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가적으로 탄소배출량을 빠르게 줄이지 못할 경우 폭염, 열대야, 산불, 전염병 등이 급증하고 흉작으로 인한 농수축산물 가격 상승과 에너지난 등 사회·경제적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100년간 기상 데이터로 본 기후위기, 대응 과제는?’ 주제의 국가현안 대토론회에서 유희동 기상청장은 2012년부터 2020년까지 기상 데이터를 근거로 이같이 발표했다. 유 청장은 “(기후변화는) 우리 세계의 어떤 종말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처럼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롯한 의원들과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신현석 부산연구원장, 장희창 국립보건연구원 국립감염병연구소장 등 발제자·토론자를 포함해 200여 명이 참석했다.
‘세계 종말’ 논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 이른 기후변화
유 청장은 ‘기후위기 극복, 국가 도약을 위한 미래 100년의 준비’라는 주제 발표에서 온난화 상황이 심각한데도 제대로 된 대응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불공정’과 ‘불감증’이라는 열쇠말로 설명했다. 불공정은 위기를 만든 자(선진공업국·대기업 등)와 고통을 받고 대응해야 하는 자(개발도상국·빈곤층 등)가 다르다는 것이고, 불감증은 ‘끓는 물 개구리 신드롬’처럼 위기를 쉽게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그는 국민 전체가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기 위해서는 우선 과학적 사실을 명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상·기후데이터 허브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기상청이 추진하고 있는 기상·기후데이터 허브는 국내외 기상·기후 데이터를 한데 모아 수요자에게 즉시 공급할 수 있는 ‘데이터 댐’을 구축하고 공개 ‘에이피아이’(API)를 통해 공공부문, 산업계, 학계, 시민 등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있도록 하는 온라인 기반 시설이다. API란 공개 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외부에서 응용서비스(앱) 등을 만들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기후재난 시대의 기후회복력 강화 방안’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자연에서는 1000년에 섭씨 1도가 상승하면 매우 빠른 속도인데, 인간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대략 100년 만에 1.1도를 상승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래의 기후도 인간의 활동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기후회복력개발'(CRD: Climate Resilient Development)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후회복력개발은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변화한 기후에 적응하며 지속 가능한 개발을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해결책을 제시하겠지만 사회 시스템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후위기로 인한 손실과 피해는 불평등하기 때문에 서로 연대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전 원장은 이어 “기후회복력개발이 유효한 것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 수치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아래로 유지한 경우”라며 “1.5도를 넘는 경우 인간은 기후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므로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경쟁에서 뒤처지는 한국 기업
이어진 토론에서 박상욱 제이티비시(JTBC) 환경전문기자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필수적인 재생에너지 전환에서 뒤처진 한국의 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석탄으로 회귀할 거라고 내다본 사람들이 많지만, 유럽연합(EU)은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 재생에너지전환에 박차를 가했고 미국도 마찬가지”라며 “반면 한국은 한화 큐셀이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짓는 등 재생에너지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기자는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3%에 이르고 에너지 수입에서 남중국해 항로 의존도가 90%에 달해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등으로) 태양광·풍력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은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신현석 부산연구원장은 “기후변화와 도시 문제를 결부시켜 바라봐야 한다”며 “2030년이 되면 노후 시설물이 전체의 45%가량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노후 시설물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후위기 시대에는 도시 자체가 바뀌어야 하므로 ‘스마트 그린 도시’(Smart Green City)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마트 그린 도시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관리하며 환경 문제를 해결하도록 설계된 도시를 말한다.
장희창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연구소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감염병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추운 지역에서 유행하던 감염병이 점차 저위도 지역으로 내려오고, 남부 지방에서 유행하던 (진드기의 일종인) 쓰쓰가무시도 수도권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장 소장은 “질병관리청에서 감염병 대비 종합대책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며 “새로 발생하는 감염병에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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