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104. 폐식용유 처리와 바이오연료 현황
지난 24일 오후 4시쯤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의 수제 맥줏집 크래프트수2015. 임석수(56) 대표는 손님의 주문이 들어오자 능숙한 손놀림으로 닭고기 조각에 밀가루옷을 입힌 뒤 뜨거운 기름에 넣었다.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먹음직스러운 닭튀김이 만들어지는 동안, 부스러기 등과 뒤섞인 기름은 조금씩 더 탁한 색으로 변해갔다. 이 가게에서는 이렇게 닭고기 등을 여러 번 튀긴 뒤 폐기되는 식용유가 매주 18리터(L) 용량으로 1~3통 정도 나온다고 한다. 식품산업통계(FIS)에 따르면 음식 및 주점업에 종사하는 국내 사업체가 2021년 기준 80만 648곳이니, 폐식용유를 배출하는 가게가 전국적으로 수십만 곳에 이르는 셈이다.
전국 수십만 외식업체 등에서 연간 25만 톤 배출
그 많은 외식업체에서 배출하는 폐식용유는 어디로 갈까. ‘폐유맨’은 이런 폐식용유를 수거하는 업체 중 하나다. 세종시 조치원읍에 있는 이 회사는 2017년부터 대전시, 보령시, 천안시 등 충청도 지역의 폐식용유를 수거하고 있다. 폐유맨과 계약 관계인 소사장들이 트럭을 몰고 충청도 전역을 돌며 식당에서 폐식용유를 사고 새 식용유를 판매한다. 폐식용유를 사들이는 가격은 18리터(L) 1통에 1만 2000~1만 6000원 정도이고, 새 식용유는 시중 가격보다 몇천 원 싼 3만 5000원에서 5만 원 수준에 판다. 수거된 폐식용유는 여러 단계를 거쳐 바이오디젤 등 친환경 바이오연료로 바뀐다. 폐유맨 임해영(60) 대표는 지난달 24일 조치원 공장에서 <단비뉴스>와 만나 “지구온난화 완화를 위해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는 신재생 재활용 에너지”라고 폐식용유 수거에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배출되는 폐식용유는 대략 연 25만 톤(t)이다. 이 중 20만t은 식품 공장과 식당 등 사업체에서 배출되며, 나머지 5만t은 가정에서 나온다. 식용유는 분리배출하지 않으면 심각한 환경오염과 자원 낭비로 이어질 수가 있다. 하수구로 흘려보낸 식용유는 물과 산소의 접촉을 차단해 수중 생태계를 망치고, 땅속에 들어가면 토양의 공기 통로를 막아 토양을 썩게 하고 미생물을 죽인다. 식용유를 정화하기 위해서는 식용유의 약 20만 배나 되는 물이 필요하다. 반면 폐식용유를 잘 처리하면 친환경 에너지인 바이오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폐식용유 수거업은 이렇게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을 막는 데 기여하는 사업이지만, 약 300곳으로 추정되는 수거업체끼리 가격 경쟁이 심해 ‘돈은 벌기 어렵고 일은 힘든’ 상황이라고 임 대표는 말했다.
수거업체가 모은 폐식용유로 바이오연료 생산
업체를 통해 수거된 폐식용유는 바이오디젤사로 이동하게 된다. 야자 과육에서 나온 팜유와 콩으로 만든 대두유 등 식물유는 메탄올을 섞어 화학반응을 하면 바이오연료로 바뀌는데, 폐식용유도 같은 과정을 거쳐 바이오연료 제조에 활용된다. 폐식용유를 바이오연료 제조에 사용하려면 많은 양의 물에 섞어 유체를 안정화하는 전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내에서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기업은 애경케미칼 등 7곳이다. 각국은 지구 온난화 원흉의 하나인 석유 대신 바이오연료를 많이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경유 차량의 연료에 바이오연료를 일정 비율 섞어 쓰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3.5% 혼합을 의무화하고 있다. 애경케미칼 홍보팀 관계자는 “정부가 2030년까지 혼합비율을 8%대로 확대하겠다는 기조를 밝히고 있어, 바이오연료 시장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이오연료 애널리스트 코넬리우스 클레이스에 따르면 유럽은 바이오연료의 약 5분의 1을 폐식용유로 만들고 있다. 애경케미칼 관계자는 “유럽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바이오연료 사업 시장을 지속가능항공연료(SAF)로까지 넓히고 있다”며 “최근에는 산림을 훼손하는 식물유는 친환경이 아니라는 인식으로 SAF에서 폐식용유를 이용한 것만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인식 때문에 유럽에서는 폐식용유 공급망이 일찍이 형성돼, 우리나라에 비해 수급이 원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유럽 각국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지원을 받는 리코일(RecOil) 이니셔티브를 통해 식당, 학교 등은 물론 일반 가정에서도 폐식용유를 수거한다.
친환경 스타트업, 폐식용유 무인회수기에 도전
국내에서도 폐식용유 수거를 효율화하기 위해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이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주최한 서울기후테크컨퍼런스 기후테크 창업 챌린지에서 서울특별시장상을 수상한 써스테인어스는 자체 개발한 폐식용유 무인회수기 플랫폼을 통해 가게와 일반 가정에서 손쉽게 폐식용유를 수거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회사는 우선 식당 주인들이 폐식용유를 적절한 조건에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 매칭 서비스 ‘리유’를 운영하고 있다. 써스테인어스 채재훈(34) 대표는 “현재 방식은 수거업체가 방문해서 수거해야 하기에 정보의 불균형과 일정을 맞춰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가격에 판매하는 게 적당한지 알 수 없고, 수거업체의 일정에 맞춰 배출해야 하니 번거롭다는 것이다. 반면 리유 플랫폼에 등록하면 수거업체들이 가격과 수거일을 제시하고 식당 주인은 원하는 조건을 선택해 폐식용유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2023년 가동을 시작한 리유의 회원 수는 700여 명이다.
이 회사의 무인회수기 ‘온(On)리유’는 일반 가정에서 폐기되는 소량의 식용유를 회수하기 위해 개발됐다. 오는 4월부터 6개월 동안 서울 주택가 등에 20개 정도 설치될 예정이다. 업소용 대형 철통이 아닌 일반 페트병에 폐식용유를 넣어 수거함에 넣고 포인트를 얻는 방식이다. 과거에도 구청과 협약을 맺은 업체가 아파트나 동사무소 근처에 폐식용유 수거함을 운영한 일이 있으나 관리가 잘되지 않았다. 온리유는 무인 회수기에 폐식용유를 담은 페트병을 넣으면 나중에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한다. 채 대표는 “재활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며 “아무리 적은 양의 폐식용유일지라도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써스테인어스는 폐식용유 수거 외에 장차 바이오연료 생산 개발까지 관련 산업에 도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2006년부터 바이오연료 시범사업이 시작된 우리나라와는 달리 유럽은 1980년대 말부터 기술개발계획을 확정하고 1990년대부터 적극적인 바이오연료 정책을 시행해 왔다. EU는 특히 항공 부문에서 EU 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기에 바이오항공유를 혼합해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를 2025년 2%에서 시작해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미국의 금융서비스 기업 에스엔피(S&P)글로벌은 바이오연료를 위한 전 세계 폐식용유 공급량이 현재 1400만t에서 2030년까지 3100만t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김재훈 교수는 지난 8일 단비뉴스 이메일 인터뷰에서 “향후 바이오항공유 및 바이오선박유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기에 폐식용유에 대한 니즈(수요)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폐식용유의 발생량은 인구증가와 지역별 식습관과 연관돼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폐식용유는 현재 거의 전량 수거해서 바이오디젤 제조에 활용하고 있기에, 앞으로 폐식용유를 이용한 바이오디젤 시장이 이 이상 확대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안으로 (왕겨, 고무나무 등) 비식용 유지자원 활용 기술 개발을 제안했다. 그는 “폐식용유뿐만 아니라 비식용 저급 유지의 발생량을 확인하고 수거할 수 있는 체계가 확보된다면 현재보다 더 많은 바이오디젤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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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환경부, 유튜쁘랜딩팀장 안소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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