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㊴ 2022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화제작 (하)

2021년 5월 서울에서 열린 녹색미래(P4G) 정상회의에서 롤프 파옛 바젤·로테르담·스톡홀름협약 사무총장은 “지금의 생산소비 유형을 유지한다면 2050년에는 바닷속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앨런 맥아더 재단과 맥킨지 경영·환경센터가 2016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최소 8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분마다 15톤 트럭 1대 분량보다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셈이다. 바다에서 잘게 쪼개진 미세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타고 결국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올해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는 기후위기시대의 플라스틱과 바다를 다룬 영화가 7편 상영됐다. 그중 마이크 와퍼 감독의 영국 영화 <플라스틱 파도>(Plastic Pioneers)와 슈테펀 크로네스 감독의 독일 영화 <플라스틱 표류기>(The North Drift)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해양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인류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의 발생과정을 추적하는 과학자들

<플라스틱 표류기>는 영상감독인 슈테펀 크로네스가 업무차 방문한 북극에서 30대 노르웨이 청년 크리스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들은 카약을 타고 방문했던 북극해 한가운데 섬에서 우연히 독일 맥주병을 발견한다. 물 위에 떠도는 폐기물의 여정이 궁금해진 이들은 위성항법장치(GPS)가 달린 부표를 만들어 바다에 띄운다. 이들은 폐기물을 추적하며 환경과학자 등 여러 생태계 전문가를 만난다.

다큐멘터리 에서 자신이 만든 GPS 추적장치가 그물과 엉켜있는 것을 발견한 슈테펀 크로네스 감독. ⓒ 서울국제환경영화제
다큐멘터리 에서 자신이 만든 GPS 추적장치가 그물과 엉켜있는 것을 발견한 슈테펀 크로네스 감독. ⓒ 서울국제환경영화제

독일 드레스덴 응용과학기술대학의 스벤 슈이르마이스터는 퇴적물 속 미세플라스틱을 탐지할 방법을 연구한다. 채취한 퇴적물 표본을 실험실에 가져가 고분자와 퇴적물로 분리하면 어떤 고분자인지에 대한 정보가 생기고 양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정보를 활용하면 미세플라스틱 발생 경로를 알아내 미세플라스틱 위험성 이해에 기여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의 해양생물학자 라스 그토우 박사는 해양 동물과 생태계가 환경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한다. 그는 미세플라스틱이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는데, 다양한 동물의 몸속에 나노플라스틱이 들어가면 조직에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노플라스틱은 생물의 유전정보인 게놈을 망가뜨리기도 하고 염증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 기후 물리학자이자 해양학자인 에릭 반 시빌 박사는 조류(해수의 흐름)에 따라 플라스틱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연구한다. 그는 해수면을 떠도는 플라스틱 양이 지금까지 바다로 흘러 들어간 전체 플라스틱 양의 1% 미만이라고 분석했다. 나머지 99%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그의 연구실은 이를 찾아내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 그는 “플라스틱이 망칠 곳 중 걱정할 장소를 선택하라고 하면 북극을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극은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생태계가 존재하는 곳이다. 최근 급격한 환경변화와 미세플라스틱 유입으로 북극 해양 생태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물성 플랑크톤이 식이장애를 일으킨 까닭은

<플라스틱 파도>는 과학자, 환경운동가, 혁신가, 디자이너 등 글로벌위기 해결에 힘쓰는 ‘플라스틱 개척자들’의 활동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영국 플리머스 해양연구소의 매튜 콜 박사는 동물성 플랑크톤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뒤 식사 메커니즘에 장애가 생겨 일상 기능을 수행할 에너지가 줄어드는 현상을 발견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비닐봉지, 바다 깊은 곳에 잠겨있는 폐어구 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잘게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이 되는데 이것이 동물성 플랑크톤의 먹이가 되면서 생태계 먹이사슬에 들어간다.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동물성 플랑크톤을 현미경으로 확대한 모습. ⓒ 서울국제환경영화제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동물성 플랑크톤을 현미경으로 확대한 모습. ⓒ 서울국제환경영화제

동물성 플랑크톤은 원래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살면서 바다 동물의 가장 기본적인 먹이가 된다. 그런데 식물성 플랑크톤 대신 플라스틱을 섭취하면서 동물성 플랑크톤은 부화가 어려운 크기가 작은 알을 낳았다. 이는 식물성 플랑크톤에서 동물성 플랑크톤, 작은 물고기에서 큰 물고기로 이어지는 해양 생물 먹이사슬의 잠재적 붕괴를 뜻한다고 콜 박사는 설명했다.

알고 보면 섬유도 대부분 플라스틱

전 세계적으로 인류는 약 9200만 톤의 직물 폐기물을 매립지로 보낸다. 영화는 앞으로 10년 동안 의류 소비가 지금보다 63%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한다. 또 미래 섬유의 98%가 합성섬유가 될 것이며, 그중 폴리에스테르가 95%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영국 옥스퍼드 브룩스 대학에서 패션 및 직물을 전공한 에이미 해리스는 “섬유 산업은 슈퍼마켓이 받는 혹평을 비껴갔다”고 말했다. 슈퍼마켓의 플라스틱 쓰레기는 눈에 띄지만 패션과 직물은 플라스틱이 아닌 천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합성섬유는 자연분해되지 않고 다른 모든 플라스틱처럼 아주 작은 입자로 분해된다.

지금 인류는 해마다 1000억 벌의 새 의류를 생산한다. 이런 의류 대부분은 합성섬유로 만들어진다. 합성섬유의 원료는 석유다. 매년 패션업계가 합성섬유를 생산하기 위해 소비하는 석유가 3억 4200만 배럴이나 된다. 요즘 소비자는 15년 전보다 옷을 60% 많이 구매한다. 그리고 평균적으로 7번만 입고 버린다.

지속가능한 디자인 전문가인 클레어 포터는 “패스트패션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4주 전 옷은 최선이 아니고 패션이 아니다”고 말했다.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폐기율이 매우 높다. 의류를 만들기 위해 물 등 매우 많은 자원이 쓰이는데도 말이다.

영국 디자이너 클레어 포터는 패션업계가 지속가능한 생산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영국 디자이너 클레어 포터는 패션업계가 지속가능한 생산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영국 디자이너 클레어 포터는 “플라스틱은 신세대의 석면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호흡기나 소화기로 흡입돼 암 등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는 석면처럼 플라스틱의 부작용도 심각하다는 뜻이다. 그는 “유행이 지난 제품이라고 재고를 다 태워 없애는 건 안 된다”며 “낭비는 큰 죄이므로 그런 행위를 하는 브랜드들은 기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클레어 포터의 브랜드는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량을 4분의 1로 줄이기로 했다고 한다.


환경을 주제로 하는 영화제 가운데 아시아 최대로 꼽히는 서울국제환경영화제(SIEEF)가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19회 행사를 열었다. ‘에코버스’(Ecoverse), 즉 '환경에 가치를 둔 세계'를 구호로 내건 이번 영화제에서는 각국에서 출품된 3578편 중 엄선된 73편이 서울 메가박스 성수점과 온라인 영화관에서 관객과 만났다. <단비뉴스>는 이 가운데 기후위기와 물 부족, 플라스틱 공해 등을 다룬 화제작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영화제 상영작은 환경재단이 곧 개설하는 ‘그린아카이브’에서 다시 볼 수 있다. (편집자)

 

[기후위기시대]

① 온실가스 주범 석탄발전소 ‘더 짓는 중’

② '기후우울' 떨치고 '어벤져스'로 나서다

③ 탄소세 부과로 ‘신호’ 줘야 기업 바뀐다

④ 노동·지역경제 배려 ‘정의로운 전환’을

⑤ "석탄발전소 짓는 한국, 리더 아닌 꼰대"

⑥ ‘그린워싱 대신 행동을’ 거센 녹색 함성

⑦ "SMR 등 원전은 기후위기 대안 못 돼"

⑧ “상용화 먼 핵융합, 탄소중립 도움 안 돼”

⑨ “기후위기 극복 의무를 헌법에 넣자”

⑩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 가망 없다

⑪ “파이로프로세싱은 과학 아닌 소설”

⑫ 기후재난으로 원전 위험성 더 커진다

⑬ ‘기후 일자리’ ‘탄소국민배당’ 추진을

⑭ 고기 즐기는 너, 기후변화 공범 아니니

⑮ 청소년은 ‘미래’ 아닌 기후재난 ‘당사자’

⑯ 기후 미술관, ‘제로 웨이스트’로 가다

⑰ 쓰레기 줍다 보니 삶이 바뀌더라

⑱ “한국 공적금융이 에너지 전환 걸림돌”

⑲ ‘ESG 경영’ 뒤로 ‘기후행동 봉쇄 소송’

⑳ ‘국민이 처한 위험’ 알리려 당근 쏟았다

㉑ 나는 오늘 옷을 샀다, 기후위기를 샀다

㉒ 시민이 일어나 정부·기업을 움직이자

㉓ 탄소 줄이는 갯벌 메워 공항을 짓다니

㉔ 공장식 축산 줄이고 채식 늘려야 생존

㉕ 경작과 에너지 생산을 ‘하이브리드’로

㉖ 이재명 ‘재생에너지’, 윤석열 ‘원전’ 강조

㉗ 이재명·윤석열도 ‘기후대선’ 동참해야

㉘ ‘할머니가 지킬게, 초록지구’ 119 출동

㉙ 기후변화만큼 핵발전도 위험하다

㉚ ‘주차장 태양광’ 시급한데 조례로 막아

㉛ 채식 급식 확대, 환경교육과 병행 필요

㉜ 지구는 우리가 지킨다, 연구의 힘으로

㉝ 낡은 단독주택이 제로에너지 건물로 깜짝 변신

㉞ 개발에 밀린 무허가 정착민의 ‘생존 연료’

㉟ 난청·진폐 앓아도 떠날 곳 없는 노동자들

㊱ 실종된 ‘기후정치’를 찾습니다

㊲ ‘막장’에서 땀 흘린 이들의 희망은 어디에

㊳ 물 부족은 아프리카에서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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