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 정책과 예산을 통해 살펴본 한국 비건의 현주소

전편: ② 코로나19가 바꾼 삶이 빵으로 이어지다

지난 5월 31일부터 지난달 2일까지 서울 성동구 세텍(SETEC) 전시관에서 ‘제9회 베지노믹스페어 서울&그린 페스타’라는 전시회가 열렸다. 식생활은 물론 동물보호, 지속 가능한 삶에 초점을 맞춘 국내 최대의 비건 전문 전시회다. 환경의 날 주간을 맞이해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된 올해 행사에는 모두 183개의 비건 식품 회사들이 참여했다.

지난 5월 31일부터 열린 ‘제9회 베지노믹스페어 서울&그린 페스타’에 참여한 비건 식품 기업들이 전시관 입구에 각 기업을 대표하는 식품을 전시했다. 이채현 기자
지난 5월 31일부터 열린 ‘제9회 베지노믹스페어 서울&그린 페스타’에 참여한 비건 식품 기업들이 전시관 입구에 각 기업을 대표하는 식품을 전시했다. 이채현 기자

2019년 처음 비건 전문 전시회가 열릴 때까지만 해도 한국의 비건 식품 시장은 막 형성된 초기 시장 수준이었다. 가공식품 현황을 조사해 발표하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021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비건 시장’을 통계에 별도 항목으로 표시했다. 비건 식품 유통은 소규모에 그쳐 비건 시장 규모를 산정할 때도 어려움이 많았다. 대체육 식품 시장만으로 전체 비건 시장 규모를 추산하는 방식을 썼다. 하지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이 보고서에서 앞으로 지속가능한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 226억 원 규모였던 식물성 대체육 시장 규모도 점차 커져, 2025년에는 약 293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봤다. 실제로 3년 만인 지난해 이 수치는 252억 원으로 늘었다. 또 4년이 지난 지금 백여 개가 넘는 식품 회사가 비건 전문 전시회에 참여할 만큼 비건 식품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비건 시장 규모는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 비건 인구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21년 7700만 명이던 전 세계 비건 인구는 2023년 8800만 명으로 늘었다. 인도의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레이트 리서치는 지난달 전 세계 비건 시장이 8년 동안 연평균 약 9%의 성장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의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지난 2022년 약 19조 원이던 전 세계 비건 음식 시장 규모가 내년에는 약 26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건강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증가해, 농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태도가 변화한 것이 비건 시장에도 영향을 끼쳤다. 2020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건강한 식품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봤다. 매년 발간하는 ‘식품소비행태조사’를 통해, 2022년에는 2018년과 비교했을 때 ‘식품소비행태조사’에서 건강에 나쁜 것을 안 먹으려는 가구의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채식을 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60% 이상이 그 이유로 건강을 꼽기도 했다.

이런 식품 소비의 변화가 단순히 건강에 대한 관심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은 건강을 이유로 시작했더라도, 채식을 지속한 사람들은 기후위기와 동물권에 관한 이해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리서치가 내놓은 ‘2023년 비거니즘 인식조사'를 보면, 비건이 환경을 보호하는 식생활 방식인지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가운데 52%가 그렇다고 밝혔다.

“육류 소비 줄이는 것만으로도 환경 오염 막는다”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절반은 식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지난해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17년 기준으로 전 세계 식품 폐기물로 인해 배출된 온실가스가 이산화탄소 93억 톤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이산화탄소는 100년 동안 온실가스로 인해 발생하는 온난화의 양을 치환한 수치다. 이 양은 같은 해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합친 것과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단비뉴스는 지난 4월 24일 육류 소비와 기후위기 간의 상관관계에 관해 연구한 피터 스카버러 교수가 단비뉴스와 화상 인터뷰하고 있다. 화상 인터뷰 장면 갈무리
단비뉴스는 지난 4월 24일 육류 소비와 기후위기 간의 상관관계에 관해 연구한 피터 스카버러 교수가 단비뉴스와 화상 인터뷰하고 있다. 화상 인터뷰 장면 갈무리

피터 스카버러(Peter Scarborough) 영국 옥스퍼드대학 인구보건학 교수는 지난 4월 <단비뉴스>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육류 소비를 줄이는 식습관이 실제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온실가스와 메테인 등의 배출로 환경 오염에 미치는 영향을 30% 정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를 포함해 9명의 연구진이 ‘영국 채식주의자, 생선 소비자, 육류 소비자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차이’를 연구한 결과는 지난해 저명한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지에 실렸다. 대표 저자인 스카버러 교수는 “모든 데이터를 살펴봤을 때, 어떤 종류의 식품을 먹는지가 환경에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비건인 사람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육류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30% 수준으로 나타난 것에 주목했다. 특히 육류를 어느 만큼 소비하는지에 따라 배출 수준이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이 차이는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는 메테인 배출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은 비건 식단을 유지하는 사람들보다 15.3배 더 많은 메테인을 배출했다.

식품 소비가 이산화탄소 배출, 토지 이용, 물 사용, 부영양화 가능성,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표. 오른쪽으로 갈수록 기후 위기의 지표들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을 의미한다. 육류 소비를 많이 할수록 기후위기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영국 채식주의자, 생선 소비자, 육류 소비자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차이’ 갈무리
식품 소비가 이산화탄소 배출, 토지 이용, 물 사용, 부영양화 가능성,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표. 오른쪽으로 갈수록 기후 위기의 지표들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을 의미한다. 육류 소비를 많이 할수록 기후위기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영국 채식주의자, 생선 소비자, 육류 소비자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차이’ 갈무리

연구진은 식품의 생산, 조달, 소비를 포함하는 식품 시스템이 온실가스 배출뿐만 아니라 담수 사용으로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전 세계 담수의 70%가 식품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된다. 스카버러 교수는 “육류의 생산과 유통 과정 전반이 환경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부영양화를 예로 들었는데, 부영양화는 화학 비료나 오수의 유입으로 인해 생물이 죽는 것을 뜻한다. 하루에 100그램(g)의 육류를 섭취하는 사람이 부영양화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봤을 때 채식주의자의 식단으로 인한 부영양화 가능성은 육류 소비자의 27%에 불과했다. 스카버러 교수는 인터뷰에서 “사람에게 지속가능한 식단일수록 지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중요한 것은 당장 육류를 중단하는 일이 아니라, 식단에서 육류와 유제품의 소비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영국의 식품 시스템을 중점으로 다뤘지만, 상황은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2년에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19년 기준, 식품 시스템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모두 1억 1210만 톤으로, 이는 우리나라 총배출량의 약 16%에 달한다. 같은 연구자료를 보면 2018년 농식품 분야에서 240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음식점업, 식품 유통, 가축 사육 분야의 비중이 높았다.

연구진이 지적한 대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한국 식품 구조의 변화만으로 온실감축 달성 목표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대체육 소비가 30% 증가할 경우 171만 4000톤까지 배출량 감축이 가능하고, 제한적 육식을 실천하는 것으로도 60.7만 톤의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류 소비 권장하면서 온실가스 감축도 하겠다는 정부

한국 정부는 지난해,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농축수산 부문에서는 2018년 2470만 톤에서 2030년 1800만 톤으로 27.1%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정책이 산업과 에너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이 도입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2030년까지 유기농업 면적을 전체 농지의 25%로 확대하고, 화학 살충제 사용량 50% 감소, 비료 사용량 20% 감소, 동물약품 사용량 50% 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반 농업과 달리 친환경 농업은 기후 위기 극복과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데 중점을 둔다.

한국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제5차 친환경 농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환경과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농업 확산’이라는 비전 아래 탄소 감축 농업 기반 구축, 지속 가능한 친환경 농업 모델 확산, 소비가 생산을 견인하는 체계 구축 등을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녹림축산식품부 예산을 보면 축산을 제외한 농업에 배정된 자조금에 비해 축산에 배정된 자조금이 90억 원이나 더 많았다. 농업 중에서 친환경 농업 단체에 분배되는 자조금은 7억 원을 조금 넘었다. 그래픽 이채현
올해 녹림축산식품부 예산을 보면 축산을 제외한 농업에 배정된 자조금에 비해 축산에 배정된 자조금이 90억 원이나 더 많았다. 농업 중에서 친환경 농업 단체에 분배되는 자조금은 7억 원을 조금 넘었다. 그래픽 이채현

하지만 한국의 식품 정책은 여전히 육류와 축산업 지원에 집중돼 있다. 정부는 선거철마다 친환경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공약을 내세웠지만 올해 예산을 보면 친환경 농업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정체돼 있거나 오히려 줄었다. 올해 친환경 농업 관련 예산은 705억 7700만 원으로 지난해 821억 200만 원보다 오히려 115억 2500만 원이나 줄었다. 무려 14% 줄어든 액수다. 예산 항목을 뜯어보면 비건에 관한 명확한 예산 항목은 아예 없다. 축산 관련 예산 중에서도 친환경축산 예산은 15억 4900만 원으로 8300만 원 줄었다.

업계 종사자가 납부하는 돈에 정부 지원금을 합쳐서 수급 조절과 소비 촉진을 위해 사용하는 자조금 규모에서도 축산 위주의 한국 농업 구조가 드러난다. 올해 축산자조금은 222억 3000만 원인데, 축산을 제외한 농업 자조금은 131억 1000만 원에 불과하다. 축산자조금은 한우와 한돈 등 7가지 축산업계에 배분된다.

일반 농업 자조금은 20개 단체에 나눠지는데, 그 중에서 한국친환경농업협회에 분배되는 금액은 7억 2600만 원에 불과하다. 김상기 협회장은 “시장 규모에 따라 자조금이 결정되기도 하지만, 자조금 액수에 시장 성장이 달려 있다”며 자조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협회장은 “지금 자조금 총액이 농산물 수급 조절을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비건 장려 정책 없는 기후위기 대응 정책

정부 예산을 뜯어보면 전반적으로 육류 생산을 줄여나가려는 정책은 없다. 다만 육류 생산에서 최대한 탄소를 적게 배출하도록 장려할 뿐이다. 스마트팜 확산, 저탄소 생산기술과 기계, 시설 개발을 위주로 정책을 마련했다. 정작 친환경 농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려는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더구나 근본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비건 식단을 장려하는 정책도 빠져있다.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달성과 녹색성장 실현’은 육류 소비를 줄이는 정책보다는 축산과 수산 산업은 유지하되 생산 방식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2050 탄소중립 달성과 녹색성장 실현’ 발표 자료 갈무리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달성과 녹색성장 실현’은 육류 소비를 줄이는 정책보다는 축산과 수산 산업은 유지하되 생산 방식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2050 탄소중립 달성과 녹색성장 실현’ 발표 자료 갈무리

정책에 비건과 관련된 지원 항목이 있더라도 푸드테크와 같은 큰 규모의 산업 지원을 위주로 한다. 하지만 지난달 2일까지 열린 ‘제9회 베지노믹스페어 서울&그린 페스타’ 전시회에 참여한 비건 식품 기업들은 대체식품 활성화를 위해 대체식품을 중점으로 하는 연구개발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건 시장 규모가 작아 영세 기업이 많은 시장 특성상 정책적인 지원 없이는 적절한 규모의 시장을 확보하기 어려워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김영신 베지푸드 주임은 “비건 시장이 지금 유통망 활성화가 비교적 잘 되어있지 않아, 시작 단계부터 가격경쟁력이 좋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체육 생산업체인 넥스트밀의 정다혜 대표도 “비건 기업만이 받을 수 있는 연구개발 지원 자체가 없어 육류 산업과 출발선이 다르다”고 말했다.

대체식품과 푸드테크 육성만으로는 근본적인 기후 식단을 위한 접근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친환경 농업 육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소현 한살림식생활센터장은 단비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요한 건 대기업 식품생산업체가 아니라 생협에서 직거래하는 작은 규모의 친환경 농가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아 농업을 원활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후위기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기상 상황에 놓인 친환경 농업인들 가운데는 정부 지원 없이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변화를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하향식 비건 지향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 달성과 녹색성장 실현’을 통해 지역이 주도하는 상향식 탄소중립 이행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일관성 있는 탄소중립 정책을 이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은 지난 2022년 ‘먹거리 생태전환교육 중기발전계획’을 내놓았다. 2021년 기준 월 2회로 권장하는 ‘그린 급식의 날’을 2024년에는 월 3~4회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린 급식의 날’은 지나친 육식 위주 식습관이 기후 위기의 주요한 원인인 만큼 육식 섭취를 줄이는 식습관을 실천하는 급식 문화를 조성하자는 취지에서 서울 시내 학교에 도입됐다. 이날 학생들에게는 채식 식단이 제공된다. 그러나 올해 현재 당초 계획과 달리 여전히 ‘그린 급식의 날’은 월 2회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덴마크는 정부 주도의 비건 지향 정책을 통해 비건 시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지속가능한 식단으로 전환하겠다는 ‘식물성 식품 계획’ 정책을 수립했다. 이 정책은 식물성 식품과 농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식단을 선택하도록 장려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학과 연계해 10년간 식물성 식품 시장 전망을 평가하고, 식물성 식품 생산 증진을 위해 기업의 기술 개발에 대한 보조금을 확대했다. 실제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덴마크에서는 단백질이 풍부한 작물 생산량이 2배 증가했다. 피터 스카버러 영국 옥스퍼드대학 인구보건학 교수도 화상 인터뷰에서 “정부가 육식을 줄이는 식단을 장려하고 정책적으로 시민들을 돕는 일이 제일 빠르고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 사상가 반다나 시바는 책 ‘누가 지구를 망치는가?’에서 생태세(Ecocene)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생태세는 생명을 형성, 유지, 지탱하는 생물권과 지구의 생태학적 과정이 존중되는 시대를 일컫는다. 모든 사람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구에 존재하는 생태환경 전부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비건’(vegan)도 생태계를 존중하는 활동에서 출발했다. 비건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건 1944년부터다. 생활 전반에 걸쳐 동물을 활용하지 않는 방식을 의미하는 단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가장 오래된 비영리 비건 단체이자 비건이라는 말을 처음 쓰기 시작한 미국의 ‘비건 협회(The Vegan Society)’는 단순한 채식주의자와 구분하기 위해 비건이라는 단어를 고안했다. 비건 지향적 삶은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을 넘어, 입는 것이나 쓰는 것 등을 만드는 재료로도 동물을 활용하지 않는다.

1972년 6월 5일 스웨덴에서 개최한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국제사회는 지구환경 보전을 위해 공동노력을 다짐하며 '세계 환경의 날'을 제정했다. 작은 실천이더라도 지구촌이 공동의 행동을 시작했을 때 진정한 환경보호로 나아갈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1996년 한국도 법정기념일로 환경의 날을 제정하고, 세계 환경의 날을 맞는 행사를 개최했다. <단비뉴스>는 환경의 날을 맞아 일상 속의 작은 실천 '비건'을 들여다봤다. 총 세 편의 기사로 처음 두 편에서는 비건을 실천하는 비건 활동가, 비건 빵을 만드는 비건 빵집의 이야기를 담았다. 마지막으로는 비건과 환경의 상관관계와 한국의 비건 정책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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