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70.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안’ 국회 공청회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을 평가하는 공청회가 열렸다. 국회기후변화포럼이 주최한 이 공청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지난달 21일 정부가 발표한 기본계획안이 산업계의 혁신을 저해하고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미래 세대에 전가하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은 지난해 3월 제정된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수립하는 법정 계획으로, 국제사회에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문별·연도별 감축 목표와 수단 등을 제시한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계획안은 산업부문의 탄소 감축 목표를 기존의 14.5%에서 11.4%로 줄이는 등 실천 의지가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는 국회기후변화포럼 대표인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토론자인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을 포함해 40여 명이 참석했다.

산업부문 감축 목표 낮추고 현 정부 부담 줄였다

6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안’ 공청회에서 국회기후변화포럼 소속 의원과 발표자들이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재호 기자
6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안’ 공청회에서 국회기후변화포럼 소속 의원과 발표자들이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재호 기자

한정애 의원은 개회사에서 “20년의 청사진을 그리는 탄소중립 기본계획안이 나오길 굉장히 기대 많이 했지만, 유감스럽고 아쉬움이 크다”며 “기본계획안 수립에 있어 많은 분의 목소리가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청회에서 좋은 안들이 도출되어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정인 교수는 “정부의 부문별·연도별 탄소 감축 목표를 보면 상당히 우려된다”며 “정부는 탄소를 2029년까진 조금씩 감축하다가 2029년에서 2030년 사이(1년 동안) 약 1억 톤(t)을 줄인다”고 말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2023~2025년 국가적으로 연평균 약 800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2025~2027년은 연평균 약 1600만t, 2027~2029년은 연평균 약 2700만t을 감축한 뒤 2030년은 전년에 비해 약 1억t을 줄이게 돼 있다. 김 교수는 “정부가 (2029년에서 2030년 사이에) 그러한 감축을 달성할지 의문이며 (향후) 5년 동안 정부와 기업의 역할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업부문의 감축 목표를 완화하는 것이 현재 사람들에게 좋을지 모르나 과연 미래의 경쟁력에는 도움이 되는지 의심스럽다”며 “속담 ‘매는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산업계가 명심할 말”이라고 덧붙였다.

강예리 국회기후변화포럼 청년위원장은 “현재 기본계획안에는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의 중장기 목표설정 및 계획이 부재하다”고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기존 국가 기본계획은 2023년부터 2042년까지 20년을 계획기간으로 정하고 5년마다 연동계획으로 수립·시행하게 되어 있지만, 이번 기본계획은 20년의 계획이 아닌 2030년까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는 데 초점을 둔 계획으로, 약 7년의 계획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30년까지 약 7년도 남지 않은 시점”이라며 “더 이상 현재세대가 져야 할 책임을 미래세대에 전가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한정애 국회기후변화포럼 대표의원, 김정인 중앙대 교수, 강예리 국회기후변화포럼 청년위원장이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조재호 기자
한정애 국회기후변화포럼 대표의원, 김정인 중앙대 교수, 강예리 국회기후변화포럼 청년위원장이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조재호 기자

퇴출 산업 노동자 등 배려하는 ‘정의로운 전환’ 필요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탄소 산업생태계 육성 및 기술개발만으로 정부는 2030년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며 “산업부문의 구조적 혁신을 동반한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부문의 구조적 혁신이란 에너지 다소비 기업이 많은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자는 뜻이다. 임 연구위원은 “전체 산업구조에서 철강·석유화학·시멘트·정유는 부가가치의 8% 정도 차지하지만, 탄소배출 비중은 76.1%나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이들 분야의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는 “새로 나온 산업부문 11.4% 감축 계획도 지금 상황에서는 달성하기 쉽지 않다”며 “대기업들이야 국제적인 흐름에 맞춰 준비하겠지만, 돈·기술·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 기술개발에도 세금을 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남태섭 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설립준비위 총괄팀장은 “석탄과 ‘헤어질 결심’을 할 때 누구도 상처 주지 말아야 한다”며 “최소한 업계 노동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탄소중립사회로 정의로운 전환을 하기 위해서 정부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의사결정과정에 동등하고 실질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담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현 정부는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77명 중 1명 있던 노동계 몫을 없애 비판받았다.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남태섭 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설립준비위 총괄팀장이 탄소 감축을 위한 산업계와 정부의 대응 방안 등을 제언하고 있다. 조재호 기자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남태섭 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설립준비위 총괄팀장이 탄소 감축을 위한 산업계와 정부의 대응 방안 등을 제언하고 있다. 조재호 기자

[기후위기시대]

① 온실가스 주범 석탄발전소 ‘더 짓는 중’

② '기후우울' 떨치고 '어벤져스'로 나서다

③ 탄소세 부과로 ‘신호’ 줘야 기업 바뀐다

④ 노동·지역경제 배려 ‘정의로운 전환’을

⑤ "석탄발전소 짓는 한국, 리더 아닌 꼰대"

⑥ ‘그린워싱 대신 행동을’ 거센 녹색 함성

⑦ "SMR 등 원전은 기후위기 대안 못 돼"

⑧ “상용화 먼 핵융합, 탄소중립 도움 안 돼”

⑨ “기후위기 극복 의무를 헌법에 넣자”

⑩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 가망 없다

⑪ “파이로프로세싱은 과학 아닌 소설”

⑫ 기후재난으로 원전 위험성 더 커진다

⑬ ‘기후 일자리’ ‘탄소국민배당’ 추진을

⑭ 고기 즐기는 너, 기후변화 공범 아니니

⑮ 청소년은 ‘미래’ 아닌 기후재난 ‘당사자’

⑯ 기후 미술관, ‘제로 웨이스트’로 가다

⑰ 쓰레기 줍다 보니 삶이 바뀌더라

⑱ “한국 공적금융이 에너지 전환 걸림돌”

⑲ ‘ESG 경영’ 뒤로 ‘기후행동 봉쇄 소송’

⑳ ‘국민이 처한 위험’ 알리려 당근 쏟았다

㉑ 나는 오늘 옷을 샀다, 기후위기를 샀다

㉒ 시민이 일어나 정부·기업을 움직이자

㉓ 탄소 줄이는 갯벌 메워 공항을 짓다니

㉔ 공장식 축산 줄이고 채식 늘려야 생존

㉕ 경작과 에너지 생산을 ‘하이브리드’로

㉖ 이재명 ‘재생에너지’, 윤석열 ‘원전’ 강조

㉗ 이재명·윤석열도 ‘기후대선’ 동참해야

㉘ ‘할머니가 지킬게, 초록지구’ 119 출동

㉙ 기후변화만큼 핵발전도 위험하다

㉚ ‘주차장 태양광’ 시급한데 조례로 막아

㉛ 채식 급식 확대, 환경교육과 병행 필요

㉜ 지구는 우리가 지킨다, 연구의 힘으로

㉝ 낡은 단독주택이 제로에너지 건물로 깜짝 변신

㉞ 개발에 밀린 무허가 정착민의 ‘생존 연료’

㉟ 난청·진폐 앓아도 떠날 곳 없는 노동자들

㊱ 실종된 ‘기후정치’를 찾습니다

㊲ ‘막장’에서 땀 흘린 이들의 희망은 어디에

㊳ 물 부족은 아프리카에서 끝나지 않는다

㊴ 돌고 돌아 사람 몸속에 쌓이는 플라스틱

㊵ 바이오연료, 전기차로 가는 징검다리 될까

㊶ 왕우렁이가 돕는 쌀농사, 도시농부도 보람

㊷ 취약층 ‘쪄 죽는 사회’ 막으려면

㊸ 속 썩은 배추에 농부 마음도 썩어들어가고

㊹ 탄소흡수 ‘바다숲’ 228곳 조성 후 관리 미흡

㊺ 중·고교 5600여 곳에 환경담당 교사는 41명

㊻ ‘탈석탄법’으로 신규발전소 건설 중단 길 터야

㊼ 강력한 탈탄소 정책과 기후정의 함께 가야

㊽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역대 최대 인파

㊾ BTS RM의 그 가방, 폐시트와 빗물로 제작

㊿ 채취량 반으로 줄고 낙석에 생명의 위협도

51 ‘그린워싱’ 고발하다 법정에 선 활동가들

52 보틀클럽과 리필스테이션이 있는 마을 실험실

53 ‘블루카본’ 갯벌을 신공항으로 덮으려는 정치

54 애타는 기후 시민, 정부를 법정에 세웠다

55 기후행동 ‘목적의 정당성’ 인정한 판결에 환호

56 ‘단 한 명이라도…’ 매주 간절하게 올리는 기도

57 과학자들, '엉터리 근거로 오염수 투기 강행' 비판

58 농지에서는 농사를, 유휴부지에는 태양광을

59 호수 위에 뜬 그 꽃잎이 태양광발전소라니

60 우리 땅 농산물과 천연재료를 고집하는 가게

61 과학을 부인한 그들, 세계를 위험에 빠트리다

62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봄’을 만드는 마음

63 환경을 살리는 선택이 일자리도 만드는 시대

64 소비 중독 벗고 ‘순환 경제’로 가야 살아남는다  

65 기업 ‘친환경 경영’ 속도 높일 단일법 추진

66 오염수 방류 임박, 후쿠시마 참사는 ‘진행 중’

67 쓰레기 안 만드는 생산·유통·소비에 도전하다

68 ‘소·돼지·닭의 복지’도 인간에게 중요하다

69 늘어나는 대형 산불 '불막이 숲' 등 대책 시급

 

관련기사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