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84. 한·일 녹색당 공동선언문 발표

“하나, 우리는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서 나온 133만 톤(t) 오염수의 태평양 투기 계획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둘, 우리는 삼중수소 추정량 이외 방사성 물질의 종류와 총량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한다. 셋, 우리는 해양 투기 계획을 취소하고 오염수의 육지 저장을 지속할 것을 요구한다. 넷, 우리는 태평양에 방사성 폐기물 및 기타 방사성 물질의 투기를 금지하는 국제 조약을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

한국과 일본의 녹색당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한국 녹색당은 지난달 30일 정오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7일 일본 녹색당과 온라인 간담회를 거쳐 작성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은 청년녹색당 김서연(24) 운영위원과 기후정의위원회 김미화(50) 위원이 낭독했다. 현장에서 녹색당원 20여 명이 함께 구호를 외쳤고, 김찬휘(58) 대표 등 네 명이 돌아가며 발언했다. 일본 녹색당도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도쿄전력의 결단을 촉구했다.

한국 녹색당,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

청년녹색당 김서연 운영위원과 기후정의위원회 김미화 위원이 ‘핵 오염수 육상에 보관하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한·일 녹색당 공동선언문을 읽고 있다. 박동주 기자
청년녹색당 김서연 운영위원과 기후정의위원회 김미화 위원이 ‘핵 오염수 육상에 보관하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한·일 녹색당 공동선언문을 읽고 있다. 박동주 기자

김찬휘 녹색당 대표는 발언을 통해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처리한 핵 오염수는 인체에 해가 없다’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정부 일일 브리핑에서 한 발언을 인용해 알프스 처리된 오염수에서 배출기준을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음을 환기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일본 정부 제공 자료를 검토한 결과 알프스를 거친 오염수의 70%에서 삼중수소 외에도 세슘 등 6개 핵종이 배출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는 것이다. 도쿄전력은 방사성 물질이 초과 검출된 오염수를 알프스로 다시 걸러 바다에 방류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국내외 환경단체 등은 알프스의 성능과 도쿄전력의 정직성을 믿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녹색당 탈핵위원회 공시형(33) 위원은 ‘고준위 핵물질이 기준 이상 오염수에 포함됐더라도 바다에 방류되면 희석돼 무해할 것’이라는 도쿄전력과 국내 원자력계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기준치를 넘은 고준위 방사성 물질이 해양에 균일하게 확산한다는 실증적인 근거가 충분하냐”고 물었다. 공 위원은 또 ‘세슘과 스트론튬 등 물보다 무거운 핵종이 심해류를 타고 한국 근해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는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 교수의 가설도 소개했다.

그는 “(원자력계가) 해양생물학의 상식인 생물 농축은 애써 생각하지도 않으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바다에 방류된 방사성 물질이 플랑크톤, 물고기 등 먹이사슬을 통해 농축돼 인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공 위원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충분한 설명을 요구하며 “상대방의 합리적 의심을 괴담이라고 몰아세우는 것에 어떤 과학이 있느냐”고 물었다.

다핵종제거설비 믿기 어렵고, 핵물질 ‘생물 농축’ 가능성

한국 녹색당 탈핵위원회 공시형 위원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국내 원자력계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공 위원은 “연구 결과가 충분하지 않으면 ‘아직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과학자”라고 말했다. 박동주 기자
한국 녹색당 탈핵위원회 공시형 위원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국내 원자력계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공 위원은 “연구 결과가 충분하지 않으면 ‘아직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과학자”라고 말했다. 박동주 기자

핵 오염수 해양 방류의 대안으로 ‘육상 보관’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공 위원은 ‘모르타르(mortar) 고형화 처리’나 ‘대형 탱크 저장’이 현실성 있다고 설명했다. 모르타르 고형화 처리는 알프스로 거른 원전 오염수를 시멘트, 모래 등과 섞은 뒤 사람과 접촉할 가능성이 낮은 교량 등의 건축 자재로 쓰거나 땅에 묻는 것을 말한다. 미국 등의 일부 원전에서 오염수 처리를 위해 활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대형 탱크 저장은 석유 비축 등에 쓰는 초대형 탱크를 건설한 후 오염수 속 주요 핵종이 반감기(방사성 물질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기간)를 충분히 넘길 때까지 수십 년 이상 보관하는 방법이다. 공 위원은 “일본 정부가 오염수 저장시설이 곧 포화한다고 했지만, 최근 포화 시점이 1년 이상 미뤄졌다”고 지적했다. 추가 탱크 건설을 통해 육상 보관하는 것이 시간 면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뜻이다.

공 위원은 “일본 정부는 돈이 들기 때문에 육상 저장을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핵 폐수 투기는 과학적 결정이 아니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가장 싸게 골칫거리를 해결하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2016년 일본 경제산업성 대책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비용은 약 366억 원으로 육상 저장 등 다른 대안에 비해 가장 싼 것으로 나타났다. 김유리(37)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한국 정부도, 일본 정부도 더 안전한 방법을 모르지 않는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더 안전한 육상 저장 방식을 촉구하라”고 말했다.

한국도 방류하는 삼중수소...원전 자체를 줄여야

알프스로 전혀 걸러지지 않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와 관련, 김찬휘 대표는 “사고 핵발전소만이 아니라 모든 핵발전소에서 방류되고 있다”며 “문제의 근원인 핵발전 자체를 폐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녹색당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지난 4월 기준 18개 핵발전소가 정상 운전 중이며, 1년에 약 157테라베크렐(TBq)의 삼중수소가 방출된다. 현재 일본 정부가 밝힌 방류 대상 오염수의 삼중수소 총량은 780TBq로, 한국 핵발전소가 5년 동안 방류하는 양이다.

공시형 위원은 도쿄전력 등이 ‘삼중수소는 인체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암 등 치명적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체의 유전자 물질인 디엔에이(DNA)에 수소 대신 삼중수소가 결합하면 핵종 전환을 일으켜 암 등 중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의학계의 설명이라고 그는 말했다.

청소년녹색당 김태현(19) 비상대책위원장도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계획 철회와 함께 한국 사회의 탈핵을 요구했다. 그는 “핵 오염수는 우리의 식탁과 삼면의 바다가 안전하지 못한 환경을 만들어 청소년과 앞으로 살아갈 모든 생명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미래를 위협하는 일본 정부의 핵 오염수 투기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며 우리 사회가 탈핵의 길로 나아가길 요구한다”고 밝혔다.

청소년녹색당 김태현 위원장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계획 철회와 한국 사회의 탈핵을 요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박동주 기자
청소년녹색당 김태현 위원장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계획 철회와 한국 사회의 탈핵을 요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박동주 기자

한편 한국과 일본, 방글라데시, 호주 등 9개국이 함께하는 아시아태평양 녹색당은 오는 9일 온라인 회의를 열고, 향후 공동행동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본 녹색당은 2007년 창당한 녹색미래당이 2012년 이름을 바꾼 조직으로, 지금까지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중의원 24명, 참의원 14명과 시·도 등 지역 대표 79명을 배출했다. 2012년 창당한 한국 녹색당은 당원 약 1만 명이 활동하고 있으나 시의원 1명 외에는 아직 대표를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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⑲ ‘ESG 경영’ 뒤로 ‘기후행동 봉쇄 소송’

⑳ ‘국민이 처한 위험’ 알리려 당근 쏟았다

㉑ 나는 오늘 옷을 샀다, 기후위기를 샀다

㉒ 시민이 일어나 정부·기업을 움직이자

㉓ 탄소 줄이는 갯벌 메워 공항을 짓다니

㉔ 공장식 축산 줄이고 채식 늘려야 생존

㉕ 경작과 에너지 생산을 ‘하이브리드’로

㉖ 이재명 ‘재생에너지’, 윤석열 ‘원전’ 강조

㉗ 이재명·윤석열도 ‘기후대선’ 동참해야

㉘ ‘할머니가 지킬게, 초록지구’ 119 출동

㉙ 기후변화만큼 핵발전도 위험하다

㉚ ‘주차장 태양광’ 시급한데 조례로 막아

㉛ 채식 급식 확대, 환경교육과 병행 필요

㉜ 지구는 우리가 지킨다, 연구의 힘으로

㉝ 낡은 단독주택이 제로에너지 건물로 깜짝 변신

㉞ 개발에 밀린 무허가 정착민의 ‘생존 연료’

㉟ 난청·진폐 앓아도 떠날 곳 없는 노동자들

㊱ 실종된 ‘기후정치’를 찾습니다

㊲ ‘막장’에서 땀 흘린 이들의 희망은 어디에

㊳ 물 부족은 아프리카에서 끝나지 않는다

㊴ 돌고 돌아 사람 몸속에 쌓이는 플라스틱

㊵ 바이오연료, 전기차로 가는 징검다리 될까

㊶ 왕우렁이가 돕는 쌀농사, 도시농부도 보람

㊷ 취약층 ‘쪄 죽는 사회’ 막으려면

㊸ 속 썩은 배추에 농부 마음도 썩어들어가고

㊹ 탄소흡수 ‘바다숲’ 228곳 조성 후 관리 미흡

㊺ 중·고교 5600여 곳에 환경담당 교사는 41명

㊻ ‘탈석탄법’으로 신규발전소 건설 중단 길 터야

㊼ 강력한 탈탄소 정책과 기후정의 함께 가야

㊽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역대 최대 인파

㊾ BTS RM의 그 가방, 폐시트와 빗물로 제작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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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그린워싱’ 고발하다 법정에 선 활동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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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과학자들, '엉터리 근거로 오염수 투기 강행' 비판

58. 농지에서는 농사를, 유휴부지에는 태양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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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기업 ‘친환경 경영’ 속도 높일 단일법 추진

66. 오염수 방류 임박, 후쿠시마 참사는 ‘진행 중’

67. 쓰레기 안 만드는 생산·유통·소비에 도전하다

68. ‘소·돼지·닭의 복지’도 인간에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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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미래세대에 전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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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자본 아닌 인간 편에서 탄소중립을’ 거센 함성

73. 커피 찌꺼기도 ‘기후테크’로 저탄소 자원 변신

74. "원전 진흥 기구 IAEA, 결론 정해놓고 조사"

75. 소비자는 ‘불편’ 점주는 ‘고객 이탈’ 불만

76. 공장식 축산 줄이고 동물권도 지키는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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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녹아내리는 빙하' 춤으로 알리는 사람들

80. ‘그린수소’ ‘멀티콥터 드론’ 아직은 기술개발 중

81. 수산물 타격에 주민 떠나 ‘유령마을’ 될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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