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㊾ 사회적기업 모어댄의 업사이클링
경기도 파주시 송학막길. 푸른 잔디마당에 커다란 지구모형이 놓인 집 ‘하우스 오브 컨티뉴’가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다. 이 건물은 사회적기업 모어댄의 주력제품을 전시 판매하는 매장과 이 제품들을 친환경적으로 만들어 내는 생태공장, 고객들이 쉬어갈 수 있는 카페 등으로 구성됐다.
“모어댄이 추구하는 가치는 ‘쓸모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지난달 21일 하우스 오브 컨티뷰의 지하 매장에서 <단비뉴스>와 만난 최이현(41) 대표는 모어댄의 기업 이념을 이렇게 설명했다. 2015년 설립된 모어댄은 버려지는 자동차의 가죽 시트와 그물 등 폐어구로 고급 가방과 지갑 등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회사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창의적 디자인 등으로 새로운 가치를 덧붙여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쓸모없어진 것을 쓸모 있게 재탄생시키는 회사
최 대표는 10여 년 전 영국 리즈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할 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전공했다. 유학 시절 중고차 ‘미니’를 타던 그는 사고로 폐차를 하게 되면서 자동차에 담긴 추억을 간직하고 싶어 운전석을 분리해 집에 갖고 갔다. 언제까지 집에 의자를 둘 수 없어 고심하던 그는 패션을 전공한 친구와 함께 의자 가죽으로 가방을 만들었다. 이때 그는 가죽 시트가 자동차에서 재활용되지 않는 주요 폐기물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석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뒤 모어댄을 창업한 그는 2016년 폐자동차의 가죽 시트로 만든 네모난 백팩 ‘엘카’를 시장에 선보였다. 그리고 생산 규모를 키운 후 이듬해 새로운 브랜드 ‘컨티뉴’(continew)를 내놓았다. 컨티뉴는 ‘지속하다’(continue)와 ‘새롭다’(new)를 합성한 단어로, 지속 가능한 패션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담은 이름이다. 컨티뉴의 업사이클링 백팩은 방탄소년단(BTS)의 알엠(RM) 등 유명인사들이 메고 다니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폐기물 줄이면 탄소배출과 대기·토양오염 감소
모어댄은 처음에 폐차에서 얻은 가죽 시트를 주로 가공했지만, 지금은 신차 생산단계에서 나오는 자투리 가죽도 활용하고 에어백과 안전벨트, 폐그물 등으로 숄더백, 토트백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든다. 최 대표는 “폐기물로 제품을 생산하면 환경적 측면에서 여러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기와 가죽을 얻기 위해 소, 양 등을 대량 사육할 때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가 많이 발생한다. 또 동물 가죽은 상품성을 갖추기 위해 무두질(부드럽게 다듬기)을 거치는데, 그 과정에서 6가크롬, 시안화물, 알데하이드, 아연 등 발암성 물질이 발생하고 이를 함유한 폐수도 나온다. 폐기물을 태우거나 땅에 묻으면 대기와 토양이 오염된다. 업사이클링으로 폐기물을 줄이면 이렇게 여러 단계에서 발생하는 공해를 막을 수 있다.
모어댄에서 재료로 쓰는 가죽 시트는 폐차업체와 완성차 생산업체 등에서 운반비용 정도만 들여 무상으로 받아온다. 또 그물 등 폐어구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제주도에서 받아온다. 대체로 5인승 기준 차량 한 대에서 나온 가죽으로 가방, 지갑 등 제품 4개 정도를 생산할 수 있다. 가죽은 주로 뒷좌석 부분을 사용하는데, 면적이 넓고 손상이 적은 편이어서다. 최 대표는 “지금까지 수거해 업사이클링한 폐기물의 양을 자동차로 환산하면 7만 3841대 분량”이라고 말했다.
가죽을 수거해오면 오염을 확인하고 냄새와 오염을 제거한다. 염색 등 다른 가공은 하지 않는다. 세척, 건조, 열코팅, 보습, 분류 등 7단계 과정을 거쳐 제품을 만든다. 자투리 가죽은 오염물이 거의 묻어있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처리 과정 없이 사용할 수 있어 상품성도 좋고 환경에도 좋다고 최 대표는 덧붙였다. 디자이너가 가방 샘플(표본)을 만들면 생태공장 안에 있는 테스트 기계에서 내구성 점검을 한 후 대량생산으로 넘긴다.
‘공짜 재료 쓰고 왜 돈 받아’ 곱지 않은 시선도
업사이클링 제품을 처음 내놓았을 때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고 한다. 버려지는 폐기물로 제품을 만들었다는 말에 ‘공짜 재료로 만들고선 왜 돈을 받아?’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사람도 있었다.
“재료비가 얼마라고 해서 돈이 많이 남고 적게 남고는 아니거든요. 얼마만큼 우리가 힘을 쏟았느냐가 되게 중요하거든요.”
최 대표는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폐기물을 사용하는 것이 업체로선 비용이 더 드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재료는 구매해서 그냥 사용할 수 있지만, 폐기물은 오염제거 등의 과정에서 인건비가 꽤 들어간다. 경제적으로는 크게 유리하지 않지만 폐기물을 줄인다는 면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최근에는 그런 관점에서 컨티뉴 제품에 호의적인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환경에 가치를 두는 소비가 늘고 있는 것이다. 페라리나 벤틀리 같은 고급 승용차의 시트를 업사이클링한 가방은 220만 원가량의 고가인데도 인기가 있다. 덕분에 4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이제 직원 20명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매년 10~20가지 가방과 지갑 등 신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기후환경위기, 모든 책임은 기업에 있다
“모든 책임은 기업에게 있다가 제 철학이에요.”
최 대표는 가속화하는 기후위기에 대응해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물과 폐기물 중립’도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품 생산에 쓰는 물을 최대한 재사용하고 폐기물의 양을 줄여 실질적 사용량을 영(0)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모어댄의 생태공장이 물과 전기를 100% 자급한다고 말했다.
생태공장에서 가죽 세척 등을 위해 세탁기를 돌리는 데 하루 평균 500리터(ℓ)의 물이 필요하다. 그 물은 뒷마당에 있는 3만ℓ의 저수탱크를 이용해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모아두었다가 쓴다. 세탁 후 발생한 폐수도 여과기를 이용해 정수해서 다시 쓰기 때문에 버려지는 물이 없다고 한다. 최 대표는 “지금까지 제품을 생산하면서 약 14억ℓ의 물을 절약했다”고 말했다.
공장 가동 등에 필요한 전기는 공장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에서 자체 생산한다. 월평균 2600킬로와트시(kWh)의 전기를 만들어 내는데, 전체 시설에서 충분히 사용하고 남을 정도다. 국내외 패션업체 중 자체적으로 물과 전기를 100% 해결하는 기업은 모어댄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생태공장을 사람들이 와서 견학할 수 있도록 개방했는데, 기업이 노력하면 ‘재생에너지 전기 100%’(RE100)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기업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환경경영을 실천해야 한다”며 모어댄의 비즈니스 모델이 모범사례가 돼 많은 기업들이 벤치마킹하기를 희망했다. 그는 기업들이 그린워싱(친환경을 표방하면서 실천하지 않는 것)을 지양하고, 친환경 경영에 진심으로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시대]
단비뉴스 유튜쁘랜딩팀, 환경부 안재훈입니다.
부지런한 발로 뉴스를 만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