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101. 기후정치 원년 시민선언 선포식 및 집담회
“2024년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상 최초로 기후정치가 시작되는 원년이 되어야 한다. 4.10 총선은 이제까지의 총선과는 사뭇 달라야만 한다. 출마자들의 공약도, 유권자들의 선택 기준도 과거와는 현격히 달라져야 한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1층 카페에서 ‘기후정치 원년 시민선언 선포식 및 집담회’가 열렸다. 안병진 경희대 교수는 선언문 낭독을 통해 4월 10일 총선에 이어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를 ‘인류가 기후파국을 막을 수 있을지가 결정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기후위기 대응에 의지가 있는 정당, 정치인에게 투표하자”며 유권자의 각성을 촉구했다.
연구자, 법조인 등 70여 명 ‘기후정치시민물결’ 결성
기후정치시민물결이 주최한 이 행사에는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김병권 기후디지털전환 정책연구자,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 등 40여 명의 연구자, 법조인, 기후활동가 등이 참여했다. 기후정치시민물결은 이번 총선을 기후정치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각계 인사 73명이 결성한 모임이다. 이 모임 준비위원인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이번 ‘기후정치 원년 시민 선언’을 시작으로 4.10 총선 전까지 기후정치, 기후총선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물 권력’을 저술한 남종영 작가는 ‘첫 기후국회를 위한 시민의 요구’를 발표하면서 “(각 정당은) 구색 맞추기 식으로 한두 명의 기후전문가를 영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이 기후대응 의지를 밝히면서도 탄소세, 녹색금융, 취약계층 재난 대응 등에 관한 법안을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2월 ‘22대 총선 1호 영입 인재’로 박지혜 기후위기 전문 변호사를 영입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위원장 수락 연설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균형 있는 대응 정책을 국민께 보여드리겠다”고 말했으나 뚜렷한 실천이 따르지 않고 있다.
남 작가는 “국회의원 후보 공천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전환, 탈탄소 산업전환, 생태사회 건설이라는 목표를 제도화하기에 충분한 역량을 갖춘 후보들이 당선되어 적극적인 국회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공약은 전면 철회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공약으로 발표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기후위기 대응과 생태전환을 위한 헌법 개정 논의를 시작하고, 기후위기 문제를 전담할 국회 상설위원회와 행정부처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유럽에선 기후 언급 없이 정치 못 하지만, 한국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1부 ‘여는 발언’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시민과 정치권의 관심도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중 환경 문제를 다룬 게 조회수가 잘 나온다”며 “한국 지식인들의 마음속에는 환경이 가장 중요한 이슈인데, 정치권만 그걸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유럽에서는 소위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 기후 문제를 언급하지 않으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기도 힘든데, 이 나라에서는 정치인 중에 기후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야생초 편지’를 쓴 황대권 작가는 2부 발언에서 “한국은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 수준은 높지만, 대응 수준은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10년 동안 탈핵 운동을 하며 정치인들에게 요구하는 선언을 하고 공약을 받아냈지만, 아무것도 이뤄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이 자리에 있는 지식인, 활동가들이 직접 정치권에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성웅 녹색당 청년 활동가는 “과거 낙관적인 생각으로 기후 활동을 처음 시작한 때와 달리, 지금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병호 민들레출판사 발행인은 교육계에서 일하며 아이들이 기후위기에 관해 너무 걱정해 우울증에 걸릴 정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어른들이 저지른 결과에 대해 아이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력감을 느낀다”며 “아이들에게 노력하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소년과 취약계층의 인권 침해하는 기후변화
청소년 19명을 대리해서 기후 헌법 소송을 하고 있는 윤세종 플랜1.5 변호사는 유권자로서 시민들이 모여 기후정치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변호사는 “기후 헌법 소송을 제기한 2020년 21대 총선 후 22대 총선이 돌아왔다”며 “기후변화는 정치 실패, 시장 실패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청소년들과 취약계층의 인권은 계속해서 침해받고 있다”며 “기후 소송은 정치가 뒤로 가서도 안 되고, 제자리에 멈춰서 아무것도 안 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후정치시민물결은 이번 총선에서 기후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헌석 위원은 “오늘 참가자 발언을 녹화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필요하다면 순회강연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참가자들에게 “오늘 선언의 내용을 포함해 기후정치가 필요한 이유를 총선 전까지 칼럼, 영상 등의 여러 방식으로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다른 시민환경단체와 연대할 계획도 밝혔다.
한편 녹색전환연구소와 로컬에너지랩 등이 전국 17개 시도 1만 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후위기 인식 여론조사에서 ‘기후위기 대응 공약이 마음에 드는 후보가 있다면 지지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응답자의 62.5%가 “평소 정치적 견해와 달라도 투표를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24.6%만이 “평소 지지하던 정당에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기후문제를 고려하는 유권자가 그렇지 않은 유권자보다 2배가량 많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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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환경부, 시사현안팀 박정은입니다.
보이지 않는 사실,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집중해 진실에 다가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