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92. 2023 대한민국 ESG·친환경 대전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2023년 대한민국 ESG·친환경 대전’이 열려 폐자원 재활용 등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기술과 제품이 다양하게 소개됐다. 환경부가 주최하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주관한 이 행사에는 엘지(LG)전자, 사단법인 그린플라스틱연합 등 200여 기업과 비영리 단체가 참가했다.
현장에서 병뚜껑 녹여 알록달록 액세서리 생산
13일 오후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요란한 기계음이 발걸음을 붙잡았다. 플라스틱 분쇄기와 사출기를 판매하는 크러텍(Crutec)의 시연 공간이었다. 여러 색깔의 플라스틱 병뚜껑이 높이 1미터(m)가량의 분쇄기에서 잘게 썰려 나오면, 직원이 모아서 주황색 사출기에 넣었다. 사출기는 이 플라스틱 조각을 녹여 반죽으로 만들고, 모형 틀에 넣어 알록달록한 굿즈(기념품)를 빚어냈다. 크러텍 마케팅부 남궁휘윤(27) 대리는 “병뚜껑 등 폐플라스틱에 디자인과 색깔을 입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러텍 인근의 리플라(Repla) 전시공간에는 플라스틱 종류를 판별해 주는 플라스캔(plaSCAN)이 놓여있었다. 이 기기로 플라스틱을 스캔하면 즉각적으로 재질을 알려준다. 리플라의 윤인선(24) 마케팅 담당자는 “장난감과같이 다양한 플라스틱이 결합한 경우 사람이 일일이 분리해야 하는데, 이 기기를 사용하면 플라스틱을 분리하면서 그 재질에 따라 분류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플라스틱에) 근적외전을 쏴서 반사된 빛의 파장을 분석하는 기술을 활용했다”며 “학습 데이터를 1만여 개 정도 넣어놓고 분석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크러텍과 리플라는 비영리 단체 그린플라스틱연합에 소속된 회사다. 이 단체의 황정준(53) 사무총장은 “ESG(환경·사회·투명경영)를 단지 말로만 아는 경우가 많는데,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이것이 무엇인지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린플라스틱연합이 2021년 3월에 설립됐으며 다양한 분야의 85개 이상 기업과 단체, 연구기관이 협력해 공동 사업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세플라스틱 줄이는 세탁기와 재생 플라스틱 슈케어
LG전자는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이는 ‘LG 트롬 오브제 콜렉션’ 세탁기와 재생 플라스틱을 활용한 슈케어(신발 관리함)로 눈길을 끌었다. 이 세탁기는 빨래끼리 부닥치는 세탁 강도를 낮추되 비비기, 주무르기 등 세정력은 높이는 ‘미세플라스틱 케어 코스’ 기술을 적용했다. LG전자에 따르면 지름 5밀리미터(mm)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은 해양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수돗물로 유입되는 경우 인체에도 해를 끼친다. 미세플라스틱의 약 35%는 세탁 과정에서 합성섬유의 마찰을 통해 발생한다.
슈케어는 신발의 살균, 건조, 탈취를 돕는 가전기기다. LG전자는 빨간색과 노란색 등 여러 색상의 슈케어를 선보였는데, 내부가 보이는 투명창 부분을 제외하고 모두 폐가전제품에서 나온 플라스틱을 재활용했다고 밝혔다. 알록달록한 외관에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함으로써 폐기물의 자원화와 순환경제(자원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경제)를 추구했다는 설명이다.
관람객 이가람(38) 씨는 LG전자 전시관을 둘러본 후 “재생이라고 하면 다들 낮은 퀄리티(품질)를 먼저 생각하는데, 이렇게 다양한 컬러와 좋은 내구성을 가진 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재생 플라스틱을 통해 앞으로 더 다양한 소비자 니즈(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커피박 섞은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머그컵 제작
커피박(커피 찌꺼기)을 재활용하는 기업 포이엔(4EN)은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만든 머그컵을 전시했다. 바이오플라스틱은 바이오매스(동식물의 부산물)가 함유된 플라스틱인데, 포이엔은 커피박을 25%가량 혼합해 제품을 만든다. 전시된 머그잔을 만져보니, 부드럽고 적당한 무게감이 느껴져 일반 플라스틱컵의 사용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포이엔의 김강(27) 매니저는 “(바이오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을 덜 쓰는 효과와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두 가지 환경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의 강점이 수거 프로세스에 있다며 “제품이 파손되면 그 제품들을 원료에 따라 분류하고 다시 분쇄해서 3~5회 정도 재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머그컵 외에 쟁반, 화분, 연필꽂이, 인테리어용 타일도 만들고 있다.
디자인 전문업체 팬지데이지(Pendsydaisy)는 옥수수 전분을 이용해 만든 비옷을 소개했다. 이 판초 우의는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일반 플라스틱과 달리 미생물에 의해 쉽게 분해된다. 권윤상(51) 대표는 “야구장 같은 곳에서 비가 오면 관객들이 퇴장할 때 (비옷으로) 쓰레기통이 가득하다”며 “그런 것들을 친환경적인 것으로 바꿔서 사회에 기여를 해보자는 취지에서 우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보냉 박스와 아이스팩을 제조하는 기업 보타쉬(Botach)는 바이오매스로 만든 플라스틱 필름으로 내부를 코팅한 종이 상자를 선보였다. 바이오매스 필름은 석유를 활용해 만든 필름보다 가공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적다. 보타쉬의 김수나(44) 상무는 “스티로폼 박스는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포장재로 오랫동안 사용됐지만 환경적인 이슈가 있다”며 보타쉬의 종이 상자가 스티로폼을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혁신기업관’에서 20여 개 기업 소개
서울시는 이 행사에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참여해 ‘서울시 ESG 에코(ECO) 혁신기업관’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소셜벤처허브에서 지원하는 20여 개 기업을 소개했다. 폐자원을 새롭게 활용하거나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친환경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었다.
에스이임파워(SEempower)는 가까운 거리에서 무선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인 엔에프시(NFC)를 적용한 다회용컵 재사용 서비스를 선보였다. 컵의 하단에 NFC 칩을 심은 뒤 컵의 생산 일자, 대여 횟수 등을 추적할 수 있다. 에스이임파워 총괄사업본부 문경혜(34) 팀장은 “충청남도 도청 내 카페와 순천향대 등에서 이 컵을 사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세진플러스는 버려지는 헌 옷과 자투리 원단, 현수막 등 폐섬유를 재활용해 건축용 패널을 만든다. 이 회사의 전시공간에는 폐섬유를 가공한 패널로 만든 벤치(의자)가 놓여있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섬유 폐기물 발생량은 2020년 기준 1억 9546만톤(t)이었다. 세진플러스와 같은 기업들의 사업 활동이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세진플러스 박장배(59) 전무는 “기존에 많이 쓰이는 건물 천장재는 석면 등 유해성 물질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아 위험하지만, 폐섬유를 재활용해 만든 건축자재는 안전하다”고 말했다. 폐섬유의 솜을 얇게 펴서 부직포를 만들고 강한 열 압착을 통해 단단히 붙이기 때문에 유해화학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 패널은 새집 증후군을 유발하는 물질이나 중금속도 전혀 배출되지 않고 딱딱한 판재보다 흡음성이 좋아 방음 효과도 탁월하다”고 덧붙였다.
관람객들은 친환경 기술, 제품, 제도 등에 관해 많이 알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지연(44) 씨는 “평소에 재활용에 관심이 많은데 박람회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제도들이 많았다”며 “예컨대 재활용품을 분리 배출해서 받게 되는 마일리지 제도가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대 신소재공학과에 재학 중인 문상윤(24) 씨는 “최근 기업들이 친환경을 많이 다루고 있으니까 미리 동향이나 중점 기술들을 알아두면 취업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와 봤다”며 “신소재를 활용한 기술들이 실제 현장에서는 이렇게 쓰일 수도 있구나 싶어서 여러모로 배우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생 박진영(26) 씨는 “기업들이 탄소배출 규제에 대응하고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어떻게 구축하고 있는지 궁금했다”며 “직접 체험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부스들도 많아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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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환경부, 유튜쁘랜딩팀 조재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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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환경부, 유튜쁘랜딩팀 강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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