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90. 기상·기후 관측하는 첨단 기업들

베트남의 사회적기업 맹그러브(MangLub)는 수도 하노이시 남쪽 짜빈시에서 새우 양식으로 파괴되는 맹그로브숲을 복원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등 글로벌 기업의 후원을 받는다. 지난 26일 <단비뉴스>와 화상으로 만난 맹그러브 최고운영책임자(COO) 티 팜(38) 씨는 “(업자들이 인근 꼬찌엔강에) 새우 양식장을 만들기 위해 맹그로브숲을 개간하면서 토양 침식이 늘었다”며 “그곳에 살던 주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 주로 자라는 맹그로브는 단단한 뿌리로 토양 침식을 막을 뿐 아니라 탄소흡수력이 높아 기후위기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수종으로 꼽힌다.

맹그로브숲 손실 등 환경 파괴 실상 구체적으로 확인

베트남 짜빈시 꼬찌엔강에 조성된 새우 양식장. 탄소흡수원 역할을 하는 맹그로브숲을 베어내고 물웅덩이들을 만들어 블랙타이거 새우를 키우고 있다. 맹그러브 제공
베트남 짜빈시 꼬찌엔강에 조성된 새우 양식장. 탄소흡수원 역할을 하는 맹그로브숲을 베어내고 물웅덩이들을 만들어 블랙타이거 새우를 키우고 있다. 맹그러브 제공

인공위성 제작 및 위성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인 나라스페이스는 지난 4월 꼬찌엔강의 맹그로브숲 면적 변화를 계산해서 회사 누리집에 공개했다. 꼬찌엔강 일대를 촬영한 1990년과 2023년의 위성영상을 비교한 결과, 총 3만 7900헥타르(ha)의 맹그로브숲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절반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박재필(36) 나라스페이스 대표는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위성영상으로 봤을 때 시간에 따른 변화가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인공위성 사진으로 분석한 베트남 꼬찌엔강 유역의 식생 변화 모습. 푸른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맹그로브숲인데, 1990년에 비해 2023년에 크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나라스페이스 누리집 갈무리
인공위성 사진으로 분석한 베트남 꼬찌엔강 유역의 식생 변화 모습. 푸른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맹그로브숲인데, 1990년에 비해 2023년에 크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나라스페이스 누리집 갈무리

나라스페이스는 누리집의 ‘인사이트 콘텐츠’에서 시사 현안과 관련한 위성데이터를 다양하게 소개한다. 맹그로브숲 손실 면적 외에 충남 홍성과 강원도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의 피해 면적 추산, 전남의 가뭄 정도 측정 등 기후 관련 게시물이 자주 등장한다. 이 회사는 현재 <조선비즈>와 합작으로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화재 등을 다룬 ‘스페이스 저널리즘’ 시리즈를 연재해 기후환경 관련 관심을 환기하고 있다. 박 대표는 앞으로 기업 등에 유료로 위성분석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막사 테크놀로지’ 등의 전문 기업이 비슷한 위성분석 정보를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런 위성데이터 서비스는 기후위기로 인한 환경 파괴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기후재난 대응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언론사 조선비즈가 나라스페이스 제공 자료를 토대로 보도한 기후환경 관련 기사들. 조선비즈 누리집 갈무리
언론사 조선비즈가 나라스페이스 제공 자료를 토대로 보도한 기후환경 관련 기사들. 조선비즈 누리집 갈무리

위성데이터에 인공지능 더해 재난 전후 피해 분석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위성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업 에스아이에이(SIA)는 자체 플랫폼 오비전(Ovision)에 ‘변화탐지’ 기술을 탑재해 재난·재해의 피해 전후 상황을 분석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원래 국방 분야에서 비행기·배 등의 움직임을 탐지하고 도로·건물을 식별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왔으나, 환경 분야로 사업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SIA의 최예지 지구정보사업부문장(40)은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올해 하반기 중 오비전에 탑재될 변화탐지 기술은 특정 지역 재난 재해의 피해 전후를 인공지능을 통해 빠르게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미국 일리노이에서 발생한 토네이도 피해 등을 시범 분석해 기술의 유용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또 인공지능 ‘딥러닝’ 기법을 적용한 슈퍼엑스(Super X)라는 기술로 위성 영상의 데이터 정확도를 높이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예지 부문장은 “슈퍼엑스를 이용하면 영상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며 “산불의 경우 피해지 면적을 정밀하게 평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 유성구의 SIA연구소에서 인공지능 기술로 재난·재해 전후 피해 상황을 신속하게 분석하는 서비스에 관해 설명하는 최예지 지구정보사업부문장. 조재호 기자
대전시 유성구의 SIA연구소에서 인공지능 기술로 재난·재해 전후 피해 상황을 신속하게 분석하는 서비스에 관해 설명하는 최예지 지구정보사업부문장. 조재호 기자

SIA는 올해 하반기 중에 위성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상 정보를 제공하는 지오레인(Georain)과 지오클라우드(GeoCloud) 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오레인은 위성 영상을 통해 강수량이 얼마나 되는지 산출하는 서비스고, 지오클라우드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구름의 이동경로를 예측한다. 최 부문장은 이 서비스의 대상 지역이 주로 동남아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 관측 시스템이 잘 구축된 한국과 달리 이 지역은 기상레이더와 관측장비를 촘촘히 설치할 만한 여건이 되지 않아 서비스 보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 부문장은 “동남아 지역은 홍수에 취약한 탓에 강수에 관심이 많다”며 “기후위기는 불평등과 밀접하게 관련된 만큼 이러한 지역에 강수 정보를 빠르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지성 호우 등 예측해 피해 막는 기술도 개발 중 

디아이랩(DI Lab)은 침수 위험성이 높은 지역의 기상을 미리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원래 미세먼지, 온도와 습도 등 기후 환경과 관련한 이상 현상을 감지하고 예측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명광민(44) 대표는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이 기술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특정 지역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는 국지성 호우를 예측하는 데 초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기상 관측을 하고자 하는 지점의 과거 데이터와 위성영상 등을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예측하는 것이다.

명 대표는 지난해 9월 경북 포항시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침수로 7명이 숨진 사고를 회고하며 “기상 관측망이 촘촘하지 못해 비가 얼마나 올지 정확히 알 수 없었던 것이 사고의 원인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는 “디아이랩이 개발하는 기술은 이러한 사고를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침수 위험성이 높은 지역의 기상을 조기에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디아이랩의 기술 소개서. 명광민 제공
침수 위험성이 높은 지역의 기상을 조기에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디아이랩의 기술 소개서. 명광민 제공

스타트업(창업초기회사) 알체라(대표 황영규)는 인공지능이 적용된 ‘파이어스카우트’ 기술을 미국에 수출해 실시간 산불 감지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회사 누리집과 정보기술(IT)매체 <엔가젯> 등에 따르면 파이어스카우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소노마 카운티에 분포한 1000여 개 카메라로 산불 위험 판단을 99% 정확도로 감지한다. 24시간 365일 상황을 조기 감지하며,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산악 지역을 탐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9월 캘리포니아 시스키유 카운티에서 발생한 코요테 산불을 911 신고보다 2시간가량 먼저 감지한 일이 대표적이다. 알체라는 현재 산타클라라 카운티 화재안전위원회, 천연가스업체 네바다에너지, 미국 서부 최대 전력회사인 퍼시픽개스앤일렉트릭(PG&E)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미국의 정부 기관 및 에너지 회사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 관련 재난을 탐지하고 대응하는 기술은 미국, 브라질 등 세계 각국에서 앞다퉈 개발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7월 캘리포니아주 당국이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와 협력해 만든 AI 화재 감시 시스템인 ‘얼러트 캘리포니아 AI’를 도입했다. 얼러트는 화재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고해상도 카메라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24시간 감시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카메라가 불씨나 연기를 포착한 후,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화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소방 당국에 즉시 보고해 진화 작업을 벌인다. 엔가젯은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오전 3시쯤 얼러트 캘리포니아 AI가 클리블랜드 국유림에서 갓 타오르는 불을 포착했고, 소방대가 즉시 출동해 45분 만에 진화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상파울루시의 스타트업 시프레모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광산에서 기후변화 탓에 발생하는 위기에 대처하는 방안을 알려주는 앱을 개발했다.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관련 공공기관으로 상세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기능이 포함됐다고 한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 가브리엘 사비오(29) 씨는 <단비뉴스>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예측 정확도가 상승한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계가 기후의 영향력을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이라며 “시프레모의 기술은 정부와 기업이 이러한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 조재호, 우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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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온실가스 주범 석탄발전소 ‘더 짓는 중’

② '기후우울' 떨치고 '어벤져스'로 나서다

③ 탄소세 부과로 ‘신호’ 줘야 기업 바뀐다

④ 노동·지역경제 배려 ‘정의로운 전환’을

⑤ "석탄발전소 짓는 한국, 리더 아닌 꼰대"

⑥ ‘그린워싱 대신 행동을’ 거센 녹색 함성

⑦ "SMR 등 원전은 기후위기 대안 못 돼"

⑧ “상용화 먼 핵융합, 탄소중립 도움 안 돼”

⑨ “기후위기 극복 의무를 헌법에 넣자”

⑩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 가망 없다

⑪ “파이로프로세싱은 과학 아닌 소설”

⑫ 기후재난으로 원전 위험성 더 커진다

⑬ ‘기후 일자리’ ‘탄소국민배당’ 추진을

⑭ 고기 즐기는 너, 기후변화 공범 아니니

⑮ 청소년은 ‘미래’ 아닌 기후재난 ‘당사자’

⑯ 기후 미술관, ‘제로 웨이스트’로 가다

⑰ 쓰레기 줍다 보니 삶이 바뀌더라

⑱ “한국 공적금융이 에너지 전환 걸림돌”

⑲ ‘ESG 경영’ 뒤로 ‘기후행동 봉쇄 소송’

⑳ ‘국민이 처한 위험’ 알리려 당근 쏟았다

㉑ 나는 오늘 옷을 샀다, 기후위기를 샀다

㉒ 시민이 일어나 정부·기업을 움직이자

㉓ 탄소 줄이는 갯벌 메워 공항을 짓다니

㉔ 공장식 축산 줄이고 채식 늘려야 생존

㉕ 경작과 에너지 생산을 ‘하이브리드’로

㉖ 이재명 ‘재생에너지’, 윤석열 ‘원전’ 강조

㉗ 이재명·윤석열도 ‘기후대선’ 동참해야

㉘ ‘할머니가 지킬게, 초록지구’ 119 출동

㉙ 기후변화만큼 핵발전도 위험하다

㉚ ‘주차장 태양광’ 시급한데 조례로 막아

㉛ 채식 급식 확대, 환경교육과 병행 필요

㉜ 지구는 우리가 지킨다, 연구의 힘으로

㉝ 낡은 단독주택이 제로에너지 건물로 깜짝 변신

㉞ 개발에 밀린 무허가 정착민의 ‘생존 연료’

㉟ 난청·진폐 앓아도 떠날 곳 없는 노동자들

㊱ 실종된 ‘기후정치’를 찾습니다

㊲ ‘막장’에서 땀 흘린 이들의 희망은 어디에

㊳ 물 부족은 아프리카에서 끝나지 않는다

㊴ 돌고 돌아 사람 몸속에 쌓이는 플라스틱

㊵ 바이오연료, 전기차로 가는 징검다리 될까

㊶ 왕우렁이가 돕는 쌀농사, 도시농부도 보람

㊷ 취약층 ‘쪄 죽는 사회’ 막으려면

㊸ 속 썩은 배추에 농부 마음도 썩어들어가고

㊹ 탄소흡수 ‘바다숲’ 228곳 조성 후 관리 미흡

㊺ 중·고교 5600여 곳에 환경담당 교사는 41명

㊻ ‘탈석탄법’으로 신규발전소 건설 중단 길 터야

㊼ 강력한 탈탄소 정책과 기후정의 함께 가야

㊽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역대 최대 인파

㊾ BTS RM의 그 가방, 폐시트와 빗물로 제작a

㊿ 채취량 반으로 줄고 낙석에 생명의 위협도

51. ‘그린워싱’ 고발하다 법정에 선 활동가들

52. 보틀클럽과 리필스테이션이 있는 마을 실험실

53. ‘블루카본’ 갯벌을 신공항으로 덮으려는 정치

54. 애타는 기후 시민, 정부를 법정에 세웠다

55. 기후행동 ‘목적의 정당성’ 인정한 판결에 환호

56. ‘단 한 명이라도…’ 매주 간절하게 올리는 기도

57. 과학자들, '엉터리 근거로 오염수 투기 강행' 비판

58. 농지에서는 농사를, 유휴부지에는 태양광을

59. 호수 위에 뜬 그 꽃잎이 태양광발전소라니

60. 우리 땅 농산물과 천연재료를 고집하는 가게

61. 과학을 부인한 그들, 세계를 위험에 빠트리다

62.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봄’을 만드는 마음

63. 환경을 살리는 선택이 일자리도 만드는 시대

64. 소비 중독 벗고 ‘순환 경제’로 가야 살아남는다  

65. 기업 ‘친환경 경영’ 속도 높일 단일법 추진

66. 오염수 방류 임박, 후쿠시마 참사는 ‘진행 중’

67. 쓰레기 안 만드는 생산·유통·소비에 도전하다

68. ‘소·돼지·닭의 복지’도 인간에게 중요하다

69. 늘어나는 대형 산불 '불막이 숲' 등 대책 시급

70.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미래세대에 전가 말라"

71. 한국 온난화 속도는 지구 평균의 2~3배

72. ‘자본 아닌 인간 편에서 탄소중립을’ 거센 함성

73. 커피 찌꺼기도 ‘기후테크’로 저탄소 자원 변신

74. "원전 진흥 기구 IAEA, 결론 정해놓고 조사"

75. 소비자는 ‘불편’ 점주는 ‘고객 이탈’ 불만

76. 공장식 축산 줄이고 동물권도 지키는 대안 

77. '생키호테'와 '계르반테스'는 무엇을 보았나

78. 폐스티로폼으로 지구의 위기를 말하다

79. '녹아내리는 빙하' 춤으로 알리는 사람들

80. ‘그린수소’ ‘멀티콥터 드론’ 아직은 기술개발 중

81. 수산물 타격에 주민 떠나 ‘유령마을’ 될까 걱정

82. 세계녹색당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결의

83. 지구 지키는 농사꾼, 친환경 소비자를 만나다

84. “핵 오염수 해양 투기 말고 육상 저장” 한목소리

85. '입을 옷이 없다'는 그대여

86. ‘보기도 좋은 태양광 건물’ 한국은 아직 걸음마

87. ‘탄소중립’ 질문하는 소비자, 도전하는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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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재생에너지 시대 열어가는 기후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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