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73. ‘지구의 날’ 기후위기 대응 전문가 심포지엄

기후위기가 일상의 안전과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시대, 한국 사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19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에서 열린 ‘지구의 날 기념 기후위기 대응 전문가 초청 심포지엄’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정부, 기업, 개인이 해야 할 일과 ‘기후테크’ 등 기술적 대응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지구의 날은 4월 22일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세계 자연보호운동가들이 제정했다. 이날 행사는 법무법인 원과 사단법인 선(인권·환경운동 단체)이 공동 주최했으며 발표자와 청중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탄소중립’ 선언했는데 온실가스는 더 늘어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지구의 날 기념 기후위기 대응 심포지엄’에서 청중이 발표자의 설명에 귀 기울이고 있다. 이혜민 기자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지구의 날 기념 기후위기 대응 심포지엄’에서 청중이 발표자의 설명에 귀 기울이고 있다. 이혜민 기자

임재민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이사는 ‘기후위기 실태와 대한민국 기후운동의 현주소’ 발표에서 “정부가 바뀔 때마다 기후변화 관련 대책이 계속 발표됐지만 정작 온실가스배출은 IMF(1997년 외환위기), 경제위기(2008년), 코로나(2020)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늘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20년 정부가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 전략’을 발표했지만, 이듬해 한국은 전년 대비 3.5% 늘어난 6억 7960만 톤(t)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고 덧붙였다. 임 이사는 “보여주기 정책이 아닌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대표는 같은 주제의 발표에서 “시민들이 직접행동의 정당성을 호소하고 기존 법질서의 실패를 폭로하는 데 그치거나, 하나의 기업을 상대로 특정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데 머무르면 기후위기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동물권을 포함한 생태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목소리를 낼 것을 촉구했다.

포이엔(4EN)의 이호철 대표는 ‘기후테크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사례’ 발표에서 바이오매스(생물연료) 재활용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방안으로 커피박(커피 찌꺼기)을 소개했다. 카페에서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커피 찌꺼기를 따로 모아 연료전지, 화분, 타일, 저탄소 비료, 친환경 농약, 가구 등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1인용 의자 하나에 커피 찌꺼기 2.3킬로그램(kg)이 들어가는데, 이는 약 2.6kg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커피 찌꺼기는 폐기물 중 소비자의 거부감이 덜하고, 효율도 좋아 사업적 요소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실용적 요소를 모두 갖췄다”고 설명했다.

빅웨이브 임재민 이사, 청년기후긴급행동 강은빈 대표, 4EN 이호철 대표가 각각 기후위기 대응 현황과 기술적 대응 방안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이혜민 기자
빅웨이브 임재민 이사, 청년기후긴급행동 강은빈 대표, 4EN 이호철 대표가 각각 기후위기 대응 현황과 기술적 대응 방안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이혜민 기자

‘안 입는 옷 바꿔입기’ ‘채식 실천’으로 탄소 감축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는 같은 주제의 발표에서 “유엔(UN)에 따르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10%가 패션업에서 나오며, 생산된 의류 중 매립과 소각 비율이 73%”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만들어진 옷을 최대한 오래 입는 것이 환경보호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며 다시입다연구소가 2020년부터 열고 있는 ‘21% 파티’를 소개했다. 21%는 소비자가 구매해 놓고 입지 않는 옷의 비율인데, 참가자들은 안 입는 옷에 ‘연인의 선물’ 등 사연을 붙여 교환한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서 17번의 파티가 열렸고, 1135명이 옷과 액세서리 1997종을 나누었다고 한다. 올해는 오는 24일부터 30일 동안 천안문화도시센터, 서울숲, 제주 지구별가게 등 전국 16곳에서 열린다. 정 대표는 또 국내에서 패션 기업들이 (상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재고와 반품을 소각, 폐기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법 제정을 목표로 서명운동 등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상진 비욘드넥스트(채식한끼) 대표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탄소배출량 중 18%가 축산업에서 나오며, 산업계의 에너지 규모인 16%보다 많은 수치”라며 고기를 덜 먹고 채식을 하는 것이 기후위기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한 끼라도 채식을 지향하는 식사를 하거나 채식 반찬의 빈도를 높이기만 해도 개인이 기후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 박상진 채식한끼 대표, 박시원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영주 법무법인 원 변호사가 각각 기후테크, 기후소송, ESG 흐름 등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이혜민 기자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 박상진 채식한끼 대표, 박시원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영주 법무법인 원 변호사가 각각 기후테크, 기후소송, ESG 흐름 등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이혜민 기자

정부에 ‘기후위기 책임’ 묻는 선진국 법원

박시원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지구법학’ 발표에서 최근 달라지고 있는 선진국의 판결 흐름을 소개했다. 그는 “전에는 환경으로 인한 피해에서 인과관계의 불명확함 때문에 정부 책임이 쉽게 인정되지 않았는데 최근 10여 년 사이 그 인과성이 인정되고 있다”며 “한국 역시 이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네덜란드 환경단체 우르헨다(Urgenda)는 2015년 네덜란드 정부를 상대로 ‘기후변화 대응을 소홀히 해 국민 건강과 인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고, 네덜란드 정부는 탄소감축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심포지엄 발표자들이 질의응답에 참여한 일부 청중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혜민 기자
심포지엄 발표자들이 질의응답에 참여한 일부 청중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혜민 기자

이영주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기후위기 대응과 ESG(환경·사회·투명경영)’ 발표에서 “요즘은 기후위험이 곧 투자위험으로 인식된다”며 “투자자들이 위험 요소를 가진 회사에는 돈을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돈을 벌고 싶은 회사는 기후위기에 적절히 대처하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블랙록은 투자 대상 기업 대표에게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서한을 보냈고, 최근 한국거래소도 관련 기업에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를 배포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행사의 참가자들에게는 비건(완전채식) 다과가 제공됐다.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진 과자류였다. 박성진 채식한끼 대표는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기존 과자들은 시즈닝(양념)에 소고기가 들어가는데, 오늘 준비한 다과들은 계피 분말과 대두분말로 맛을 냈다”고 말했다.

심포지엄 참가자들에게 제공된 비건(완전채식) 다과. 포장지 성분표에서 동물성 원료를 찾을 수 없다. 이혜민 기자
심포지엄 참가자들에게 제공된 비건(완전채식) 다과. 포장지 성분표에서 동물성 원료를 찾을 수 없다. 이혜민 기자

[기후위기시대]

① 온실가스 주범 석탄발전소 ‘더 짓는 중’

② '기후우울' 떨치고 '어벤져스'로 나서다

③ 탄소세 부과로 ‘신호’ 줘야 기업 바뀐다

④ 노동·지역경제 배려 ‘정의로운 전환’을

⑤ "석탄발전소 짓는 한국, 리더 아닌 꼰대"

⑥ ‘그린워싱 대신 행동을’ 거센 녹색 함성

⑦ "SMR 등 원전은 기후위기 대안 못 돼"

⑧ “상용화 먼 핵융합, 탄소중립 도움 안 돼”

⑨ “기후위기 극복 의무를 헌법에 넣자”

⑩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 가망 없다

⑪ “파이로프로세싱은 과학 아닌 소설”

⑫ 기후재난으로 원전 위험성 더 커진다

⑬ ‘기후 일자리’ ‘탄소국민배당’ 추진을

⑭ 고기 즐기는 너, 기후변화 공범 아니니

⑮ 청소년은 ‘미래’ 아닌 기후재난 ‘당사자’

⑯ 기후 미술관, ‘제로 웨이스트’로 가다

⑰ 쓰레기 줍다 보니 삶이 바뀌더라

⑱ “한국 공적금융이 에너지 전환 걸림돌”

⑲ ‘ESG 경영’ 뒤로 ‘기후행동 봉쇄 소송’

⑳ ‘국민이 처한 위험’ 알리려 당근 쏟았다

㉑ 나는 오늘 옷을 샀다, 기후위기를 샀다

㉒ 시민이 일어나 정부·기업을 움직이자

㉓ 탄소 줄이는 갯벌 메워 공항을 짓다니

㉔ 공장식 축산 줄이고 채식 늘려야 생존

㉕ 경작과 에너지 생산을 ‘하이브리드’로

㉖ 이재명 ‘재생에너지’, 윤석열 ‘원전’ 강조

㉗ 이재명·윤석열도 ‘기후대선’ 동참해야

㉘ ‘할머니가 지킬게, 초록지구’ 119 출동

㉙ 기후변화만큼 핵발전도 위험하다

㉚ ‘주차장 태양광’ 시급한데 조례로 막아

㉛ 채식 급식 확대, 환경교육과 병행 필요

㉜ 지구는 우리가 지킨다, 연구의 힘으로

㉝ 낡은 단독주택이 제로에너지 건물로 깜짝 변신

㉞ 개발에 밀린 무허가 정착민의 ‘생존 연료’

㉟ 난청·진폐 앓아도 떠날 곳 없는 노동자들

㊱ 실종된 ‘기후정치’를 찾습니다

㊲ ‘막장’에서 땀 흘린 이들의 희망은 어디에

㊳ 물 부족은 아프리카에서 끝나지 않는다

㊴ 돌고 돌아 사람 몸속에 쌓이는 플라스틱

㊵ 바이오연료, 전기차로 가는 징검다리 될까

㊶ 왕우렁이가 돕는 쌀농사, 도시농부도 보람

㊷ 취약층 ‘쪄 죽는 사회’ 막으려면

㊸ 속 썩은 배추에 농부 마음도 썩어들어가고

㊹ 탄소흡수 ‘바다숲’ 228곳 조성 후 관리 미흡

㊺ 중·고교 5600여 곳에 환경담당 교사는 41명

㊻ ‘탈석탄법’으로 신규발전소 건설 중단 길 터야

㊼ 강력한 탈탄소 정책과 기후정의 함께 가야

㊽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역대 최대 인파

㊾ BTS RM의 그 가방, 폐시트와 빗물로 제작

㊿ 채취량 반으로 줄고 낙석에 생명의 위협도

51. ‘그린워싱’ 고발하다 법정에 선 활동가들

52. 보틀클럽과 리필스테이션이 있는 마을 실험실

53. ‘블루카본’ 갯벌을 신공항으로 덮으려는 정치

54. 애타는 기후 시민, 정부를 법정에 세웠다

55. 기후행동 ‘목적의 정당성’ 인정한 판결에 환호

56. ‘단 한 명이라도…’ 매주 간절하게 올리는 기도

57. 과학자들, '엉터리 근거로 오염수 투기 강행' 비판

58. 농지에서는 농사를, 유휴부지에는 태양광을

59. 호수 위에 뜬 그 꽃잎이 태양광발전소라니

60. 우리 땅 농산물과 천연재료를 고집하는 가게

61. 과학을 부인한 그들, 세계를 위험에 빠트리다

62.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봄’을 만드는 마음

63. 환경을 살리는 선택이 일자리도 만드는 시대

64. 소비 중독 벗고 ‘순환 경제’로 가야 살아남는다  

65. 기업 ‘친환경 경영’ 속도 높일 단일법 추진

66. 오염수 방류 임박, 후쿠시마 참사는 ‘진행 중’

67. 쓰레기 안 만드는 생산·유통·소비에 도전하다

68. ‘소·돼지·닭의 복지’도 인간에게 중요하다

69. 늘어나는 대형 산불 '불막이 숲' 등 대책 시급

70.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미래세대에 전가 말라"

71. 한국 온난화 속도는 지구 평균의 2~3배

72. ‘자본 아닌 인간 편에서 탄소중립을’ 거센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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