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74.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전문가 기자회견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국내 과학자들이 일본을 편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해양 방류 대신 육상 저장 등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안을 모색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후쿠시마 오염수에 재처리핵연료(MOX)에서 나오는 치명적 핵종들이 포함되어 있다며 방사성 물질을 거르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운영에 주변국이 인정하는 제3자가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자력 관련 민간 전문가 단체인 ‘원자력 안전과 미래’ ‘핵과 에너지의 안전과 환경을 우려하는 과학자 모임’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에너지전환포럼 회의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재처리핵연료에서 나오는 치명적 핵종도 오염수에 포함

이정윤 원전안전과미래 대표 등 원자력 전문가들이 21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고 해양 방류 대신 환경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추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현지 기자
이정윤 원전안전과미래 대표 등 원자력 전문가들이 21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고 해양 방류 대신 환경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추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현지 기자

이정윤 원전안전과미래 대표가 낭독한 입장문은 IAEA가 이달 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의 4차 보고서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IAEA는 사전에 결론을 정해놓고 있다는 것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IAEA는 곧 해양 방류에 관한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입장문은 IAEA 보고서가 2011년 3월 원전 사고 당시 일시 배출된 방사능과 2013년 ALPS 작동 전까지 배출된 방사능의 해양 생태계 영향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오염수 방류가 장기적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객관적이고 보수적인 심층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장문은 특히 “환경영향평가에는 장기적 방사능 배출에 따른 해저 국부적인 농축과 생물학적 농축을 감안한 푸드체인(먹이사슬) 평가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장문은 또 “후쿠시마 원전에서 재처리핵연료가 사용돼 미세량으로도 치명적인 핵종들이 많다”며 “그럼에도 (오염수를 보관한) 1000여 개의 탱크에 핵종 분포 조사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염수 배출 시 이러한 성분은 ALPS 제거를 통해 장기적으로 환경의 위험 증가에 영향을 주지 말아야 하며 ALPS 설비운영과 측정 감시는 도쿄전력이 아닌 주변국이 동의하는 제3자가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입장문은 “지금이라도 해양 방출보다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해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을 것을 권고한다”며 “이를 위해 한국과 일본, 중국, 그리고 태평양도서국포럼(PIF) 등 국내외 과학자들이 연대해 동참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이어진 ‘후쿠시마 원전사고 3차원 시뮬레이션’ 발표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방류’가 아닌 ‘투기’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원전 외부 탱크에 보관하고 있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대략 137만 톤(t)인데, 같이 흘러나오는 지하수와 오염된 바닷물로 희석하는 양을 포함하면 실제 버리는 양은 200배나 된다는 설명이다. 서 교수는 “IAEA가 일본 정부에 ‘해양 방류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언급을 한 이상, 투기를 멈출 만한 어떠한 동기부여가 없다”라며 “이미 마지막 결정은 벌써 내려졌기에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우리가 탄원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로 부족하다면 호주, 뉴질랜드 등 태평양 국가들과 함께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3차원 시뮬레이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혜민 기자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3차원 시뮬레이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혜민 기자

IAEA 사무총장 일본인이 10년 동안 맡아

"IAEA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해 환경영향평가를 해보니 아무 문제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생물학적 농축이 거의 일어나지 않고, 상대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은 삼중수소만 언급하고 있고 나머지 더 위험한 핵종들에 대한 언급은 빠져 있습니다. 주변국에 영향이 없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억지를 쓰는 거예요.“

한병섭 한국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장은 일본이 해양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경영향평가는 푸드체인, 바닷물 흐름, 사람한테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까지 다 모델링(모형화)해야하므로 불확실성이 매우 많은 영역”이라며, “내가 알기로는 일본이 이걸 평가할 수 있는 도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슘, 플루토늄, 스트론튬, 아메리슘 등은 몇 그램(g)만 있어도 수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위험한 핵종인데 제대로 된 검사도 하지 않고 방류한다면 한국보다 일본 앞바다부터 큰일이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병섭 한국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장이 ‘환경 방사능의 생태학적 시뮬레이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우현지 기자
한병섭 한국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장이 ‘환경 방사능의 생태학적 시뮬레이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우현지 기자

한 소장은 또 “IAEA는 처음에 안전 관리가 아닌 핵사찰을 위해 만들어진 국제기구로, 본질적으로 원자력 진흥을 추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IAEA가 지금껏 해양 방출을 정당화해 왔고, 특히 2013년 일본을 방문한 조사단이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검토하라는 보고서까지 제시했다”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IAEA 사무총장은 일본인인 아마노 유키야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재직했다. 일본이 IAEA 운영을 위해 내는 분담금은 2021년 기준 8.32%로 미국(25.25%), 중국(11.15%) 다음으로 많다.

한 소장은 “토목이나 생물학, 해양학 등 다양한 전문가들 (오염수 방출과 관련해)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데, IAEA는 원자력 관련 종사자들로만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만 해도 원자력연구원,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자력 사업 종사자들이 (IAEA 참여 인력의)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원전 부지에 오염수 탱크 증설해서 보관하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전문가 기자회견에서 발표자들이 취재진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우현지 기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전문가 기자회견에서 발표자들이 취재진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우현지 기자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취재진이 일본 선박이 평형수를 싣고 와 국내 항구에 버리는 문제를 묻자, 서균렬 교수는 “해류와 상관없이 직접 오는 것이라 우리나라 해녀들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사선 중) 알파선이나 베타선은 괜찮을지 몰라도 감마선은 그냥 뚫고 들어와서 직접적으로 피부에 닿는다”며 “그게 정말 시급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의 역할에 관한 질문에 한병섭 소장은 “정부는 몸에 더 치명적인 세슘이나 요오드는 제외하고 영향이 가장 미미한 삼중수소만 언급하면서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일본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채, 안전성 확보도 못 하고 있으므로 잘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취재진이 해양 방류 외의 대안을 묻자, 서균렬 교수는 “방류하는 것 외에 증발시키거나 매립하는 방법도 있다”며 “(저장)탱크를 1000개 더 지어 18년만 버티면 세슘, 플루토늄 등 위험한 핵종이 많이 약화할 것이고 여과하는 기술도 더 발전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정윤 대표 등 발표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 대사관 앞으로 장소를 옮겨 입장문을 다시 한번 낭독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가 주일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국내 전문가들의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 우현지 기자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가 주일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국내 전문가들의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 우현지 기자

[기후위기시대]

① 온실가스 주범 석탄발전소 ‘더 짓는 중’

② '기후우울' 떨치고 '어벤져스'로 나서다

③ 탄소세 부과로 ‘신호’ 줘야 기업 바뀐다

④ 노동·지역경제 배려 ‘정의로운 전환’을

⑤ "석탄발전소 짓는 한국, 리더 아닌 꼰대"

⑥ ‘그린워싱 대신 행동을’ 거센 녹색 함성

⑦ "SMR 등 원전은 기후위기 대안 못 돼"

⑧ “상용화 먼 핵융합, 탄소중립 도움 안 돼”

⑨ “기후위기 극복 의무를 헌법에 넣자”

⑩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 가망 없다

⑪ “파이로프로세싱은 과학 아닌 소설”

⑫ 기후재난으로 원전 위험성 더 커진다

⑬ ‘기후 일자리’ ‘탄소국민배당’ 추진을

⑭ 고기 즐기는 너, 기후변화 공범 아니니

⑮ 청소년은 ‘미래’ 아닌 기후재난 ‘당사자’

⑯ 기후 미술관, ‘제로 웨이스트’로 가다

⑰ 쓰레기 줍다 보니 삶이 바뀌더라

⑱ “한국 공적금융이 에너지 전환 걸림돌”

⑲ ‘ESG 경영’ 뒤로 ‘기후행동 봉쇄 소송’

⑳ ‘국민이 처한 위험’ 알리려 당근 쏟았다

㉑ 나는 오늘 옷을 샀다, 기후위기를 샀다

㉒ 시민이 일어나 정부·기업을 움직이자

㉓ 탄소 줄이는 갯벌 메워 공항을 짓다니

㉔ 공장식 축산 줄이고 채식 늘려야 생존

㉕ 경작과 에너지 생산을 ‘하이브리드’로

㉖ 이재명 ‘재생에너지’, 윤석열 ‘원전’ 강조

㉗ 이재명·윤석열도 ‘기후대선’ 동참해야

㉘ ‘할머니가 지킬게, 초록지구’ 119 출동

㉙ 기후변화만큼 핵발전도 위험하다

㉚ ‘주차장 태양광’ 시급한데 조례로 막아

㉛ 채식 급식 확대, 환경교육과 병행 필요

㉜ 지구는 우리가 지킨다, 연구의 힘으로

㉝ 낡은 단독주택이 제로에너지 건물로 깜짝 변신

㉞ 개발에 밀린 무허가 정착민의 ‘생존 연료’

㉟ 난청·진폐 앓아도 떠날 곳 없는 노동자들

㊱ 실종된 ‘기후정치’를 찾습니다

㊲ ‘막장’에서 땀 흘린 이들의 희망은 어디에

㊳ 물 부족은 아프리카에서 끝나지 않는다

㊴ 돌고 돌아 사람 몸속에 쌓이는 플라스틱

㊵ 바이오연료, 전기차로 가는 징검다리 될까

㊶ 왕우렁이가 돕는 쌀농사, 도시농부도 보람

㊷ 취약층 ‘쪄 죽는 사회’ 막으려면

㊸ 속 썩은 배추에 농부 마음도 썩어들어가고

㊹ 탄소흡수 ‘바다숲’ 228곳 조성 후 관리 미흡

㊺ 중·고교 5600여 곳에 환경담당 교사는 41명

㊻ ‘탈석탄법’으로 신규발전소 건설 중단 길 터야

㊼ 강력한 탈탄소 정책과 기후정의 함께 가야

㊽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역대 최대 인파

㊾ BTS RM의 그 가방, 폐시트와 빗물로 제작

㊿ 채취량 반으로 줄고 낙석에 생명의 위협도

51. ‘그린워싱’ 고발하다 법정에 선 활동가들

52. 보틀클럽과 리필스테이션이 있는 마을 실험실

53. ‘블루카본’ 갯벌을 신공항으로 덮으려는 정치

54. 애타는 기후 시민, 정부를 법정에 세웠다

55. 기후행동 ‘목적의 정당성’ 인정한 판결에 환호

56. ‘단 한 명이라도…’ 매주 간절하게 올리는 기도

57. 과학자들, '엉터리 근거로 오염수 투기 강행' 비판

58. 농지에서는 농사를, 유휴부지에는 태양광을

59. 호수 위에 뜬 그 꽃잎이 태양광발전소라니

60. 우리 땅 농산물과 천연재료를 고집하는 가게

61. 과학을 부인한 그들, 세계를 위험에 빠트리다

62.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봄’을 만드는 마음

63. 환경을 살리는 선택이 일자리도 만드는 시대

64. 소비 중독 벗고 ‘순환 경제’로 가야 살아남는다  

65. 기업 ‘친환경 경영’ 속도 높일 단일법 추진

66. 오염수 방류 임박, 후쿠시마 참사는 ‘진행 중’

67. 쓰레기 안 만드는 생산·유통·소비에 도전하다

68. ‘소·돼지·닭의 복지’도 인간에게 중요하다

69. 늘어나는 대형 산불 '불막이 숲' 등 대책 시급

70.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미래세대에 전가 말라"

71. 한국 온난화 속도는 지구 평균의 2~3배

72. ‘자본 아닌 인간 편에서 탄소중립을’ 거센 함성

73. 커피 찌꺼기도 ‘기후테크’로 저탄소 자원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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