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소리뉴스] 기후위기시대 ㉚ 제2회 연구산악대 디브리핑 콘퍼런스


“인류의 역사에서 수많은 고난이 있었을 때, 그 문제를 넘는 흐름에는 항상 연구자가 있었습니다. 빈곤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 지금의 복지 시스템을 만든 것처럼,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집요하게 분석하고 고민할 때 우리는 그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2022년 3월 30일 오후 7시 30분, 줌(Zoom) 화상회의로 열린 제2회 연구산악대 디브리핑(임무보고) 콘퍼런스에서 운영진 가운데 한 명인 심보은 씨가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연구자의 역할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2021년 10월 결성된 연구산악대는 사회문제의 근원을 연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학자, 대학원생, 일반인 등이 일주일에 논문을 한 편씩 읽고 교류하는 공동체입니다. 이날 컨퍼런스는 2기 연구산악대 활동을 마친 대원들이 그동안 읽은 논문 중 일부를 도슨트(전시회 등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사람)처럼 대중에게 소개하자는 취지로 마련됐습니다.

기후위기 논문 읽고 ‘도슨트’처럼 대중에게 소개

연구산악대 기획운영을 총괄하는 하윤상 나이오트(주) 대표는 2기 연구주제를 1기에 이어 기후위기로 정한 것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회문제들 중 가장 시급하게 해결이 필요한 주제이며, 가장 많은 연구자들이 모일 수 있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2기에서는 연구자, 학생, 일반인 등 71명이 관련 논문 245편을 함께 살펴봤다고 하 대표는 말했습니다.

컨퍼런스 첫 순서로 김다영 대원이 ‘기관투자가 포트폴리오의 탈탄소화’(2020) 논문을 소개했습니다. 2002년부터 2017년까지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지표가 공개된 5669개 기업 주식 데이터를 분석한 이 논문은 2006년 이후 기관투자가들이 ‘탈탄소화’(화석연료 관련 기업 투자 회피) 경향을 뚜렷하게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한 직후에는 이런 추세가 일시 둔화하는 경향을 보여, 기관투자가들이 규제환경 변화에 반응하는 것을 보여줬다고 논문은 지적했습니다.

이어 백송이 대원은 ‘대체에너지 정책에서 지방정부와 비정부기구(NGO)의 파트너십에 관한 연구’(2004)를 소개했습니다. 대구광역시와 광주광역시의 솔라시티 사업을 비교한 이 논문은 대구시의 솔라시티 사업이 과장 홍보로 행정 불신을 낳았으며 단기적 성과가 드러나는 사업에만 주력하면서 시민사회, 시의회 등의 합의를 끌어낼 기회를 잃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논문은 “기술과 정책 방향도 중요하지만, 시민이 얼마나 공감하고 자치단체, 산업체, 연구소, 지역 비정부기구 등이 얼마나 유기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협력하느냐가 (사업 성공에)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기후위기와 인문학의 연결고리를 다룬 논문 ‘인류세를 복수화하라’(2019)를 소개한 손정아 대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후위기의 영향은 계급, 젠더(성별), 인종, 지역 등에 따라 다르게 도달되며 이러한 불평등은 축적됩니다. 인문학은 이러한 부조리에 대해 비판적 태도와 실천을 요구합니다.”

국내 130만 ‘에너지빈곤가구’ 주거개선 등 시급

이어진 세션에서는 '에너지빈곤가구의 주택에너지 효율향상을 위한 디지털 혁신모델 개발'을 주제로 이종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에너지연구소 수석연구원이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2018년 7월 한 여성 노인이 무더위 속에 체온이 42도까지 올라 사망했다는 보도를 계기로 에너지빈곤가구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에너지빈곤가구를 ‘에너지에 쓰는 비용이 소득의 10%를 넘는 가구’로 정의하고, 전국적으로 약 130만 가구가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대부분이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라고 합니다. 이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에너지빈곤가구는 자연재해에 더 노출되지만, 정치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약해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입니다.”

이 연구원은 그동안 에너지빈곤가구에 관한 체계적 조사와 통계가 미비했다며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특히 주택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창문이라며 그린 리모델링 사업에서도 창문이 가장 많은 공사 비중을 차지한다고 소개했습니다. 창문의 에너지 효율 개선 효과가 주택 전체의 30%를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창문 사진을 이용해 주거 상태를 진단하고 사각지대를 찾아내는 데이터 기반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에너지빈곤가구 실태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전국 에너지빈곤가구 지도를 구축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의로운 전환’ 통해 불평등 줄여야

홍덕화 충북대 교수는 ‘기후정의 담론의 확장과 체제전환’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후정의의 맥락에서 볼 때 선진 산업국이라고 불리는 국가들의 역사적인 책임을 고려해 탄소감축을 실행해야 합니다. 한국의 경우는 이미 탄소 배출량이 많기 때문에 기후정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가려면 2050년이 아니라 2030년에 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기후정의는 누가 피해에 많이 노출되느냐 하는 ‘취약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기후위기에 적응하고 대비할 수 있는 능력, 나아가 복구할 수 있는 능력의 편차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퇴출산업 노동자 등에게도 대책을 마련해주는 것)은 좁게 보면 일자리 문제지만, 넓게 보면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비용을 누가 얼마나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환경을 넘어 노동, 사회, 복지 정책을 통합해서 풀어나가야 합니다.”

하윤상 대표는 콘퍼런스 마무리 발언에서 ‘파란하늘 빨간지구’의 저자 조천호 박사를 인용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후변화 지식은 축적될수록 위기의 순간에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고,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 나갈 깊은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연구 생태계를 계속 구축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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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시대 소리뉴스]
① '석탄 퇴장' 급한데 신규발전소 더 짓는 한국
② '나만 지구 지켜?’ 불안과 실망을 넘어서
③ 정부·기업의 기후 대응, 시민이 압박해야
④ 석탄발전소 ‘질서 있는 퇴장’을 서둘러야
⑤ 썩은 당근 쏟으며 ‘위험’ 호소한 청소년들
⑥ 탄소중립 외치며 석탄발전·공항 짓는 위선
⑦ 기후과학자가 소형원자로 개발에 반대하는 이유
⑧ 개발도 안 된 핵융합 대신 자연 태양광 투자를
⑨ 기후와 생물다양성 위기 극복을 국가의 의무로
⑩ 떠오르는 '소형모듈원전' 조목조목 따져보니
⑪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은 파이로프로세싱
⑫ 더 큰 재난 막으려면 원전 아닌 자연에너지로
⑬ ‘탄소감축 과정에서 피해 떠안는 노동자 없도록
⑭ 소고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두부의 20배
⑮ '각자도생' 대신 서로 돌봐야 재난 이긴다
⑯ 쓰레기 여러 트럭 나오는 전시회는 '이제 그만' 
⑰ 지구가 깨끗해질 때까지 달리기로 했다
⑱ 화석연료에 여전히 돈 쏟아붓는 공적금융
 소송으로 입 막는 기업, 굴하지 않는 기후행동
⑳'기후재난 당사자가 애타게 전하는 위험 신호
㉑유행 따라 사고 버리니 지구가 열받았네
㉒‘온난화 주범’ 대기업에 ‘기후정의’를 압박하다
㉓‘신공항’ 대신 ‘정의로운 전환’에 집중 투자를
㉔먹거리 전환이 에너지 전환만큼 중요하다
㉕주민협동조합 이익공유로 ‘무석탄·무원전’ 확대

주요 정당 지도자들, 탄소중립 로드맵 제각각
㉗청년의 미래를 빼앗은 것에 용서를 구합니다
㉘20대 대선, 기후정의, 탈핵’ 포럼”

㉙‘태양광 괴담’ 가고 나니 ‘이격거리’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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