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소리뉴스] 기후위기시대 ㉕ ‘독일 농촌의 재생가능에너지’ 강연


“독일 농촌에서는 이익을 공유하는 등 지역주민들이 재생에너지 도입에 참여하고, 농지를 경작과 에너지 생산 두 용도에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법으로 지원하는 것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한국탈핵에너지학회가 2021년 12월 1일 ‘독일 농촌의 재생가능에너지’를 주제로 연 온라인 강연회에서 문기덕 독일 브란덴부르크주 클라인마흐노우시 기후보호담당관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독일의 사례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독일 농촌에서는 주민들이 에너지 협동조합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에 참여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또 그늘이 져도 작물 성장에 문제가 없는 경작지 위에 태양광 지붕을 설치하는 아그로포토볼타익(agrophotovoltaik) 등 ‘하이브리드’ 방식이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문 담당관은 이와 함께 쇠나우시민전력회사(EWS)와 징엔(Signen)의 솔라콤플렉스(Solarcomplex)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핵 없는 전기’ 위해 에너지협동조합 설립

문 담당관에 따르면 쇠나우시민전력회사는 소형 열병합발전기(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열로 난방하는 발전기)와 소수력발전(1만 킬로와트(kW) 미만의 소규모 수력발전기) 등을 통해 전기를 직접 생산하는 에너지 협동조합입니다. 프라이부르크시 인근에 있는 쇠나우는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 ‘핵 없는 전기생산’을 고민하다 협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역 의회 지원과 모금운동 등으로 원자력 발전회사가 소유했던 지역 전력망을 공공화했습니다.

‘무원전·무석탄’ 전기생산을 목표로 한 쇠나우시민전력회사는 1998년 유럽 전력시장 자율화 이후 자체 생산한 전기와 인근 지역에서 구매한 ‘생태 전기’를 판매했습니다. 2019년에는 매출 612만 유로(약 81억 원), 당기순익 426만 유로(약 57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문 담당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앞으로 화석연료 제품에 탄소세(탄소배출량에 따라 누진적으로 많이 물리는 세금) 부과가 시작되면 탄소세가 붙지 않는 쇠나우 전기를 점점 더 많이 쓰게 될 것입니다."

쇠나우시민전력회사는 또 솔라센트(Sonnencent) 제도를 도입해, 고객들이 1kW당 1센트씩 낸 기금으로 다른 에너지협동조합을 돕거나 재생에너지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씁니다. 또 에너지협동조합으로서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쇠나우 전기반란군상’(Schönauer Stromrebellen)을 탈핵운동가, 학자 등 에너지 전환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합니다.

바이오에너지 마을 확산 위해 전문 서비스

솔라콤플렉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환을 이루자’는 목표로 모인 시민 20여 명이 지난 2000년에 설립했습니다. 태양광, 태양열, 수력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가 태양에 의존해 생산된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솔라콤플렉스로 정했습니다.

문 담당관은 솔라콤플렉스에 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솔라콤플렉스는 특히 동식물의 부산물로 에너지를 만드는 ‘바이오에너지 마을’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솔라콤플레스는 사용자들이 재생에너지에 친숙해지도록 자문해 주는 컨트랙팅(Contracting) 제도를 운용합니다. 문 담당관은 컨트랙팅 제도에 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우드칩 같은 바이오매스로 난방을 하도록 개인 집에서부터 아파트, 학교까지 30~700kW 규모로 화목 난방을 계획하고 설치와 사후관리까지 해 줍니다.”

문 담당관은 태양열과 지하실 열병합발전을 연계하는 시스템, 단열재와 단열창 등 패시브 에너지 기술(건축물의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기술), 열회수 공조설비 등 에너지 이용량을 줄이는 건물 리모델링 기술도 소개했습니다.

재생에너지 주민 참여 법적 기반 마련해야

문 담당관은 재생에너지에 관한 주민 참여를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역주민과 함께 갈 수 있는 농촌 태양광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농토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는 데 반대 여론이 많은 한국의 현실에 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독일에서도 투자가들이 큰 태양광 단지를 설치하자 농가협회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프로젝트만 받으라’고 성명을 냈습니다. 이에 브란덴부르크주는 조례를 제정해 주민 합작의 법적 근거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사례가 한국에서도 가능할 것입니다.”

문 담당관은 이어 독일의 탈원전 관련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독일은 탈핵을 고수할 것이라고 포지션(입장)을 정했습니다. 다만 보상금 지급 등 탈핵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습니다. 핵폐기물 처리장을 건설해야 하는데, 모든 주 정부들이 기피하고 있는 것이 그 예입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핵폐기물 처리 문제도 있기에, 앞으로 원자력 발전을 더 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문 담당관은 독일의 에너지 정책에 관해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천연가스 활용이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게 사회적 인식입니다.”

바람과 일조량이 일정하지 않아 재생에너지 전기가 불안정하다는 단점을 아직은 천연가스가 보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게 문 담당관의 설명입니다. 한편 2014년 25.8%였던 독일의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2023년에 52.6%로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같은 기간 석탄의 비중은 25.6%에서 18%로 하락했습니다. 원자력은 2023년 4월 남아있던 원전 3곳이 가동을 완전히 중단하면서 2014년 15.9%였던 비중이 0%가 됐습니다. 다만 가스 발전은 9.6%에서 17%로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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