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소리뉴스] 기후위기시대 ㉘ ‘20대 대선, 기후정의, 탈핵’ 포럼

“핵발전은 갈수록 전기 생산비용이 높아지고 전력 계통 불안정을 초래할 것입니다. 경제성 논리가 반박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022년 1월 21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과 탈핵대선연대 공동 주최로 ‘20대 대선, 기후정의의 눈으로 탈핵을 말하라’ 포럼이 열렸습니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포럼에서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재생에너지와 핵발전, 공존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해결하려면 원자력 발전이 필수’라는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면 원전은 전기 생산을 줄여야 하는데, 경직성이 큰 원전의 가동률을 낮추면 생산 단가가 높아져 경제성을 잃는다는 것입니다. 그는 “실제로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에선 원전의 경직성 때문에 원전을 일부만 가동하다 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수익은 줄어 원전 회사들이 면허를 도중에 반납했다”고 말했습니다.

탄소중립 시간 싸움에서 핵발전은 ‘아둔한 방식’

김현우 탈핵신문 운영위원장은 ‘탄소중립, 핵발전으로 가능한가?’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원전을 늘려야 한다는 핵산업계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그는 탄소예산(기후재앙 임계점까지 추가 배출될 수 있는 탄소량)이 고갈되는 게 7~8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건설 기간이 긴 원전으로 대처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풍력은 2~3년, 태양광은 2~3개월이면 되는데, 탄소예산 고갈을 막기 위한 비용과 시간 싸움에서 핵발전은 너무 아둔하고 너무 비싼 수단입니다.”

김 위원장은 핵산업계가 연구 중인 소형모듈원자로(SMR)나 핵융합에 대해서도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현실적으로 대량 생산 보급이 언제 되는지 알 수가 없고, 경제성 위험성 모두 물음표입니다. 그래서 원자력산업 진영에서도 몇 년까지 얼마만큼 온실가스 감축을 하기 위해 SMR을 얼마만큼 투입하느냐는 시나리오 이야기가 전혀 없습니다.”

핵발전소 인근 주민으로서 방사능 피해보상 소송을 냈던 이진섭 <우리 균도> 저자는 ‘우리에겐 피폭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원전이 주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호소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암 판정을 받았을 때 원전이 안전하다는 주장이 진실인지 궁금했고 굉장히 억울했습니다.”

그는 원전을 들인 대가로 지역이 받는 지원금에 관해서도 “지역에 뿌려지는 것과 비교해 그만큼 지역민에게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원전이 가족의 암 발병에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한국수력원자력 고리 본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냈지만, 최종적으로 패소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원전 지역 주민들은 2015년 갑상샘암 발병 책임을 한수원에 묻는 공동소송을 제기했지만, 2022년 1심에서 패소했습니다. 재판부는 2023년 8월 30일 열린 2심에서도 주민 암 발병 원인을 방사선으로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주민들은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책 없이 쌓이는 핵폐기물에 주민 불안

용석록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핵폐기물, 해결되지 않는 숙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사용후핵연료 처리와 관련한 주민 불안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고준위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고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각 원전이 규정된 간격보다 훨씬 좁혀서 보관하고 있다며 사고 위험성을 우려했습니다. 그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핵폐기물 관리 계획을 재검토해 공론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용 위원장은 2021년 9월 더불어민주당 의원 24명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을 공동 발의해 원전 부지 내에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을 운영하려 한 것에 관해 ‘사고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비판하며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핵폐기물 처리를 논의할 때 국민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탈핵 과정이 성숙해질 수 있습니다.”

오지혁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는 ‘핵발전, 미래로 떠넘기는 위험’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초점을 두다 핵발전이 초래할 문제에 소홀해지지 말자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핵발전과 기후위기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위기의 본질은 사실 같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재앙,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 쌓아 온 모든 것을 송두리째 빼앗아 갈 수 있는 재난이 일어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는 동시에 원자력 업계의 정의로운 전환(피해자를 배려하는 전환)을 고민해야 하며 세대 간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원자력 관련 학생, 연구자, 노동자 등과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밀양송전탑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정수희 부산에너지정의행동 사무국장은 ‘핵발전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송전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송전탑이 세워지는 지역의 주민 피해는 고려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전기를 주로 소비하는 지역과 발전소가 있는 지역, 그리고 송전탑 분포를 들어 “에너지 생산 지역과 소비 지역이 이원화됐기 때문에 송전탑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라늄 채굴과 정제 과정 등에서 온실가스 배출

민정희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우리가 시스템 전환을 말하는 이유’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재 경제 시스템에서는 더 많이 소비하게 해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면 에너지뿐만 아니라 물질 소비도 줄여야 합니다.”

그는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을 따지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원전도 우라늄을 채굴, 정제하고 원자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적지 않게 배출한다는 것입니다. 또 환경비용과 건강 문제를 따지면 재생에너지에 비해 60~70배 비용이 늘어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마크 제이컵슨 교수는 저서 ‘100% 청정 재생에너지와 저장장치’에서 “원전은 온실가스 배출의 기회비용을 발생시킨다”고 말했습니다.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을 시작하기까지 10~19년이 걸리는데, 이 기간에 재생에너지 등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일 기회를 잃게 된다는 것입니다.

발표가 끝난 후 20여 분간 진행된 질의 답변에서는 유럽연합(EU)의 ‘그린 택소노미’(녹색산업 분류체계)에 원전이 포함된 것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에 관해 김현우 위원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민간에선 이윤이 나는지와 지속 가능한지를 경제적 관점에서 보고 있기 때문에, 원전은 확대되지 않을 것입니다. 영국과 프랑스도 짓기 시작한 원전만 건설할 뿐입니다. 핵발전기는 세계 전체에서 1년에 2~3기밖에 늘어나지 않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원자로 정보시스템(PRIS)에 따르면 세계에서 상업적으로 가동되는 원자로의 수는 2020년에 417기, 2021년 416기, 2022년 395기였습니다. 2022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가동이 중단된 15기의 원자로까지 계산해도 총 410기인데, 2023년에는 단 2기가 늘어난 412기의 원자로가 가동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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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시대 소리뉴스]
① '석탄 퇴장' 급한데 신규발전소 더 짓는 한국
② '나만 지구 지켜?’ 불안과 실망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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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석탄발전소 ‘질서 있는 퇴장’을 서둘러야
⑤ 썩은 당근 쏟으며 ‘위험’ 호소한 청소년들
⑥ 탄소중립 외치며 석탄발전·공항 짓는 위선
⑦ 기후과학자가 소형원자로 개발에 반대하는 이유
⑧ 개발도 안 된 핵융합 대신 자연 태양광 투자를
⑨ 기후와 생물다양성 위기 극복을 국가의 의무로
⑩ 떠오르는 '소형모듈원전' 조목조목 따져보니
⑪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은 파이로프로세싱
⑫ 더 큰 재난 막으려면 원전 아닌 자연에너지로
⑬ ‘탄소감축 과정에서 피해 떠안는 노동자 없도록
⑭ 소고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두부의 20배
⑮ '각자도생' 대신 서로 돌봐야 재난 이긴다
⑯ 쓰레기 여러 트럭 나오는 전시회는 '이제 그만' 
⑰ 지구가 깨끗해질 때까지 달리기로 했다
⑱ 화석연료에 여전히 돈 쏟아붓는 공적금융
 소송으로 입 막는 기업, 굴하지 않는 기후행동
⑳'기후재난 당사자가 애타게 전하는 위험 신호
㉑유행 따라 사고 버리니 지구가 열받았네
㉒‘온난화 주범’ 대기업에 ‘기후정의’를 압박하다
㉓‘신공항’ 대신 ‘정의로운 전환’에 집중 투자를
㉔먹거리 전환이 에너지 전환만큼 중요하다
㉕주민협동조합 이익공유로 ‘무석탄·무원전’ 확대

주요 정당 지도자들, 탄소중립 로드맵 제각각
㉗“청년의 미래를 빼앗은 것에 용서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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