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소리뉴스] 기후위기시대 ㉖ 20대 대통령 후보 기후정책

‘기후위기 대응’이 지구적 과제로 부상했지만, 2022년 3월 대선을 목표로 한 국내 정당의 선거운동에서 기후정책은 핵심 쟁점이 되지 못했습니다. 특히 정의당과 녹색당을 제외한 주요 정당은 기후관련 공약을 세부적으로 내놓는 일에 소홀했습니다. <단비뉴스>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 녹색당에서 입수한 자료와 관계자 인터뷰 등을 2021년 12월 19일 종합한 결과,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030년 탄소배출 감축목표를 정부안보다 높이는 등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약속했습니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산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2030 감축목표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소극적인 자세였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구체적 정책발표를 유보한 가운데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의 상호보완을 강조했습니다. 단비뉴스는 4개 정당 후보의 기후정책을 당시 수준에서 정리하고, 가장 적극적인 녹색당의 기후위기 당론을 함께 비교했습니다.

2030 감축 목표, 민주·정의·녹색당 ‘상향 제시’

이재명 후보는 2021년 11월 16일 청년기후활동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간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50% 감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설정한 ‘40% 감축안’에 비해 진전된 것입니다. 이 후보의 기후에너지특보인 양이원영 의원실 관계자는 “이 후보가 기후위기 공약을 앞으로 하나둘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심상정 후보는 2021년 11월 6일 기후정의 세계공동행동의날 기자회견에서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5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는 2030년 탄소배출량을 3억 2815만 톤(t)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뜻으로, 이재명 후보의 3억 6380만t보다 3000만t가량 더 줄여야 하는 양입니다. 특히 심 후보는 현재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를 멈추고 경유 차 운행을 금지하면 목표치의 79.2%인 약 2억 6000만t가량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2021년 11월 8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탄소감축 목표를 26%에서 40%로 강화한 것이 산업계와 논의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런 목표가 산업계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고 지적하며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뜻을 시사했습니다. 윤 후보 캠프는 또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을 지원하는 등 원전을 중심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탄소중립 실현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감축 목표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현재 청년 공약을 먼저 내고 있으며, 환경 공약은 앞으로 하나둘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녹색당은 2018년 배출량 대비 50~70%를 2030년 감축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이재명 ‘에너지 고속도로’ ‘햇빛 연금’ 개념 제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가장 구체적으로 제시한 후보는 심상정 후보입니다. 심 후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2030년까지 전력의 50%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20대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7년 6월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규모를 현재의 20기가와트(GW) 내외에서 100GW 이상으로 확대하겠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2030년까지 연평균 20GW 규모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에너지 고속도로'라는 이름으로 분산형 에너지 생산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일반 가정을 포함해 누구나 어디서든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고, 이를 다른 사람 또는 지역이 구매할 수 있는 체계입니다. 이 후보는 특히 농어촌 주민들이 발전 사업에 참여하며, ‘햇빛 연금’ ‘바람 연금’ 등 재생에너지 수익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윤석열 후보도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 후보는 2021년 11월 18일 ‘에스비에스 디포럼’(SDF)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재생에너지 특구를 신설하고,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와 차세대 배터리(전면 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미래 청정에너지 산업이 꽃피울 수 있도록 규제개혁과 시장 확대에도 힘쓰겠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재생에너지 발전이 필요하다고 발언했지만, 구체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확대할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특히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형모듈원자로 등 보완책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색당은 재생에너지 확충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밝혔습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2030년까지 에너지 소비량을 50%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이를 위해 생산 단가보다 저렴한 수준인 현재의 전기료 등 에너지 가격구조를 개편하고 에너지 효율화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윤석열·안철수, “탈원전-탄소중립 양립 불가”

윤 후보와 안 후보는 원자력 발전과 관련해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안 후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원전 없이 신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안 후보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믹스’가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행보로 2021년 7월 탈원전 반대 목소리를 청취했던 윤 후보는 2021년 11월 8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탈원전을 하며 탄소중립을 외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2021년 11월 18일 SDF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규정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다 안전하고 스마트한 미래형 원전을 개발해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탄소중립 실현 가능성을 높여야 합니다.”

원전을 지지하는 윤 후보가 원전의 안전성에 관한 인식은 부족하다는 논란도 있었습니다. 윤 후보는 2021년 8월 4일 <부산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습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은 노심용융(meltdown)에 이어 수소폭발이 일어나 일본 전역에 방사성 물질이 확산했고, 지금도 원전에서 하루 수백t의 방사능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탈원전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후보는 대선 예비후보였던 2021년 7월 21일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겠습니다. 위험성과 비용 때문에 원전은 결코 싼 에너지가 아닙니다. 다만 있는 걸 다 없앨 수는 없고, 가동 가능한 기간에는 충분히 활용해야 합니다.”

이는 오는 2080년대 초반 국내 원전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가동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일치하는 것입니다. 이 후보는 그러나 나중에 ‘국민 의견’을 전제로, 문재인 정부는 짓지 않기로 한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 재검토를 시사하는 등 모호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심상정 후보는 “핵발전이 아니라 재생에너지에 미래가 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습니다. 그는 2021년 12월 1일 울산 지역 순회 유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민 안전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탈원전 정책을 중단 없이 진행하겠습니다.”

심상정, ‘탈석탄’과 ‘정의로운 전환’ 강조

석탄발전소를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엔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후보가 동의했습니다. 국내 탈석탄 연대 ‘석탄을 넘어서’가 공개한 답변 결과에 따르면, 심 후보는 2030년까지 탈석탄을 실현하고,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후보와 윤 후보도 탈석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그러나 두 후보는 구체적인 탈석탄 계획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탈석탄에 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난 19대 대선에서는 신규 석탄발전소를 더 이상 짓지 않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녹색당은 탈원전, 탈석탄이 시급하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2030년까지 핵발전소와 석탄발전소를 모두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거론한 대선후보는 심상정 후보가 유일합니다. 심 후보는 2021년 11월 6일 기후정의 세계공동행동의 날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후위기 극복의 과정은 그 자체로 불평등과 차별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정의로운 전환’의 과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는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탈탄소 사회로 전환하면서 석탄화력발전과 자동차 산업이 피해를 가장 많이 볼 것입니다. 특히 비정규직과 협력업체 노동자, 중소기업들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사회보장과 일자리 전환, 지역 녹색산업을 지원해야 합니다.”

녹색당도 탈탄소 사회로 전환하며 생길 실업자에게 지역 돌봄과 연계해 일자리를 보장하는 제도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전환 과정에서 안전망으로 ‘전환기 기본소득’을 도입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기후헌법 제정’ ‘기후정의 정부’ 공약도

이재명 후보는 기후헌법 제정과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약속했습니다. 2021년 11월 16일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 간담회에서 이 후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후위기를 헌법 전문에 넣는 개헌을 하고 싶습니다.”

또 출마 선언 초기인 2021년 7월 18일 온라인 정책 발표 자리에서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부처 간 업무를 조율, 통합하는 부처가 필요하다”며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거론했습니다.

이 후보는 또 탄소세를 신설해 탄소중립 달성을 촉진하고 기본소득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그는 2021년 11월 26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탄소세를 신설해 t당 5만∼8만 원을 부과하면 30조∼64조 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해 기본소득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심상정 후보는 ‘기후정의 정부’를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경제활동과 산업, 일상 등 모든 것이 지구 생태적 한계 안에서 재구성돼야 할 때입니다. 거대 양당 정치권이 기후위기를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신흥안보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에 두고, 미래 전략 차원에서 기후위기 의제를 다루겠다고 밝혔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국가 기후위기위원회를 설치해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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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시대 소리뉴스]
① '석탄 퇴장' 급한데 신규발전소 더 짓는 한국
② '나만 지구 지켜?’ 불안과 실망을 넘어서
③ 정부·기업의 기후 대응, 시민이 압박해야
④ 석탄발전소 ‘질서 있는 퇴장’을 서둘러야
⑤ 썩은 당근 쏟으며 ‘위험’ 호소한 청소년들
⑥ 탄소중립 외치며 석탄발전·공항 짓는 위선
⑦ 기후과학자가 소형원자로 개발에 반대하는 이유
⑧ 개발도 안 된 핵융합 대신 자연 태양광 투자를
⑨ 기후와 생물다양성 위기 극복을 국가의 의무로
⑩ 떠오르는 '소형모듈원전' 조목조목 따져보니
⑪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은 파이로프로세싱
⑫ 더 큰 재난 막으려면 원전 아닌 자연에너지로
⑬ ‘탄소감축 과정에서 피해 떠안는 노동자 없도록
⑭ 소고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두부의 20배
⑮ '각자도생' 대신 서로 돌봐야 재난 이긴다
⑯ 쓰레기 여러 트럭 나오는 전시회는 '이제 그만' 
⑰ 지구가 깨끗해질 때까지 달리기로 했다
⑱ 화석연료에 여전히 돈 쏟아붓는 공적금융
 소송으로 입 막는 기업, 굴하지 않는 기후행동
⑳'기후재난 당사자가 애타게 전하는 위험 신호
㉑유행 따라 사고 버리니 지구가 열받았네
㉒‘온난화 주범’ 대기업에 ‘기후정의’를 압박하다
㉓‘신공항’ 대신 ‘정의로운 전환’에 집중 투자를
㉔먹거리 전환이 에너지 전환만큼 중요하다
㉕주민협동조합 이익공유로 ‘무석탄·무원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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