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소리뉴스] 72. 기상·기후 관측하는 첨단 기업들
베트남의 사회적기업 맹그러브(MangLub)는 수도 하노이시 남쪽 짜빈시에서 새우 양식으로 파괴되는 맹그로브숲을 복원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등 글로벌 기업의 후원을 받습니다. 2023년 9월 26일 <단비뉴스>와 화상으로 만난 맹그러브 최고운영책임자(COO) 티 팜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업자들이 인근 꼬찌엔강에 새우 양식장을 만들기 위해 맹그로브숲을 개간하면서 토양 침식이 늘었습니다. 그곳에 살던 주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 주로 자라는 맹그로브는 단단한 뿌리로 토양 침식을 막을 뿐 아니라 탄소 흡수력이 커, 기후위기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수종으로 꼽힙니다.
인공위성 제작 및 위성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인 나라스페이스는 2023년 4월 꼬찌엔강의 맹그로브숲 면적 변화를 계산해서 회사 누리집에 공개했습니다. 꼬찌엔강 일대를 촬영한 1990년과 2023년의 위성영상을 비교한 결과, 총 3만 7900헥타르(ha)의 맹그로브숲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의 절반에 해당하는 면적입니다. 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는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위성영상으로 봤을 때 시간에 따른 변화가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나라스페이스는 누리집의 ‘인사이트 콘텐츠’에서 시사 현안과 관련한 위성데이터를 다양하게 소개합니다. 맹그로브숲 손실 면적 외에 충남 홍성과 강원도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의 피해 면적 추산, 전남의 가뭄 정도 측정 등 기후 관련 게시물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 회사는 현재 <조선비즈>와 합작으로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화재 등을 다룬 ‘스페이스 저널리즘’ 시리즈를 연재해 기후환경 관련 관심을 환기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기업 등의 의뢰를 받아 유료로 위성분석 정보도 제공합니다. 미국에서는 ‘막사 테크놀로지’ 등의 전문 기업이 비슷한 위성분석 정보를 유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위성데이터 서비스는 기후위기로 인한 환경 파괴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기후재난 대응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변화탐지 기술로 재난·재해 전후의 피해 분석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위성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업 에스아이에이(SIA)는 자체 플랫폼 오비전(Ovision)에 ‘변화탐지’ 기술을 탑재해 재난·재해의 피해 전후 상황을 분석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원래 국방 분야에서 비행기·배 등의 움직임을 탐지하고 도로·건물을 식별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왔으나, 환경 분야로 사업 확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2023년 9월 만난 SIA의 최예지 지구정보사업부문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올해 하반기 중 오비전에 탑재될 변화탐지 기술은 특정 지역 재난 재해의 피해 전후를 인공지능을 통해 빠르게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는 2013년 미국 일리노이에서 발생한 토네이도 피해 등을 시범 분석해 기술의 유용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회사는 또 인공지능 ‘딥러닝’ 기법을 적용한 슈퍼엑스(Super X)라는 기술로 위성 영상의 데이터 정확도를 높이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예지 부문장은 이렇게 전했습니다.
“슈퍼엑스를 이용하면 영상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산불의 경우 피해지 면적을 정밀하게 평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SIA는 2023년 하반기 위성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상 정보를 제공하는 지오레인(Georain)과 지오클라우드(GeoCloud)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SIA는 2023년 12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개최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열린 ‘기후변화를 위한 인공지능(AI)·머신러닝 솔루션 챌린지’에서 우승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지오레인은 위성 영상을 통해 강수량이 얼마나 되는지 산출하는 서비스고, 지오클라우드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구름의 이동경로를 예측합니다. 최 부문장은 이 서비스의 대상 지역이 주로 동남아 국가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동남아 지역은 홍수에 취약한 탓에 강수에 관심이 많습니다. 기후위기는 불평등과 밀접하게 관련된 만큼 이러한 지역에 강수 정보를 빠르게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상 관측 시스템이 잘 구축된 한국과 달리 동남아 지역은 기상레이더와 관측장비를 촘촘히 설치할 만한 여건이 되지 않아 서비스 보강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국지성 호우 등 예측해 피해 막는 기술도 개발 중
디아이랩(DI Lab)은 침수 위험성이 높은 지역의 기상을 미리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원래 미세먼지, 온도와 습도 등 기후 환경과 관련한 이상 현상을 감지하고 예측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왔습니다. 2023년 9월 명광민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술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특정 지역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는 국지성 호우를 예측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기상 관측을 하고자 하는 지점의 과거 데이터와 위성영상 등을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예측하는 것입니다. 명 대표는 2022년 9월 경북 포항시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침수로 7명이 숨진 사고를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상 관측망이 촘촘하지 못해 비가 얼마나 올지 정확히 알 수 없었던 것이 사고의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디아이랩이 개발하는 기술은 이러한 사고를 막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창업초기회사) 알체라(대표 황영규)는 인공지능이 적용된 ‘파이어스카우트’ 기술을 미국에 수출해 실시간 산불 감지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 누리집과 정보기술(IT)매체 <엔가젯> 등에 따르면 파이어스카우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소노마 카운티에 분포한 1000여 개 카메라로 산불 위험을 99% 정확하게 판단합니다. 24시간 365일 상황을 조기 감지하며,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산악 지역을 탐지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2022년 9월 캘리포니아 시스키유 카운티에서 발생한 코요테 산불을 911 신고보다 2시간가량 먼저 감지한 일이 대표적입니다.
알체라는 현재 산타클라라 카운티 화재안전위원회, 천연가스업체 네바다에너지, 미국 서부최대 전력회사인 퍼시픽개스앤일렉트릭(PG&E)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미국의 정부기관 및 에너지 회사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후 관련 재난을 탐지하고 대응하는 기술은 미국, 브라질 등 세계 각국에서 앞다퉈 개발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2023년 7월 캘리포니아주 당국이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와 협력해 AI 화재 감시 시스템인 ‘얼러트 캘리포니아 AI’를 도입했습니다. 얼러트는 화재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고해상도 카메라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24시간 감시하는 방식으로 작동됩니다. 카메라가 불씨나 연기를 포착한 후,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화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소방 당국에 즉시 보고해 진화 작업을 벌입니다.
엔가젯은 현지시간 2023년 9월 11일 오전 3시쯤 얼러트 캘리포니아 AI가 클리블랜드 국유림에서 갓 타오르는 불을 포착했고, 소방대가 즉시 출동해 45분 만에 진화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브라질 상파울루시의 스타트업 시프레모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기후변화 탓에 광산에서 발생하는 위기에 대처하는 방안을 알려주는 앱을 개발했습니다.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관련 공공기관으로 상세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기능이 포함됐다고 합니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 가브리엘 사비오 씨는 2023년 9월 단비뉴스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예측 정확도가 상승한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산업계가 기후의 영향력을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시프레모의 기술은 정부와 기업이 이러한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멀티미디어 실험에 앞장서는 <단비뉴스>가 ‘소리뉴스’ 2탄을 시작합니다. 2021년 4월 시작된 ‘기후위기시대’ 연재 기사를 단비뉴스 환경부 기자들이 목소리와 영상으로 전합니다. 이 연재 기사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의 현황과 대안, 그리고 기후정의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소리뉴스 1탄 ‘마지막 비상구’와 마찬가지로,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엄중한 기후위기 현실을 깨닫고 함께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소리뉴스는 단비뉴스 홈페이지와 유튜브, 팟빵 채널에 실립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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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시대 소리뉴스]
① '석탄 퇴장' 급한데 신규발전소 더 짓는 한국
② '나만 지구 지켜?’ 불안과 실망을 넘어서
③ 정부·기업의 기후 대응, 시민이 압박해야
④ 석탄발전소 ‘질서 있는 퇴장’을 서둘러야
⑤ 썩은 당근 쏟으며 ‘위험’ 호소한 청소년들
⑥ 탄소중립 외치며 석탄발전·공항 짓는 위선
⑦ 기후과학자가 소형원자로 개발에 반대하는 이유
⑧ 개발도 안 된 핵융합 대신 자연 태양광 투자를
⑨ 기후와 생물다양성 위기 극복을 국가의 의무로
⑩ 떠오르는 '소형모듈원전' 조목조목 따져보니
⑪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은 파이로프로세싱
⑫ 더 큰 재난 막으려면 원전 아닌 자연에너지로
⑬ ‘탄소감축 과정에서 피해 떠안는 노동자 없도록
⑭ 소고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두부의 20배
⑮ '각자도생' 대신 서로 돌봐야 재난 이긴다
⑯ 쓰레기 여러 트럭 나오는 전시회는 '이제 그만'
⑰ 지구가 깨끗해질 때까지 달리기로 했다
⑱ 화석연료에 여전히 돈 쏟아붓는 공적금융
⑲ 소송으로 입 막는 기업, 굴하지 않는 기후행동
⑳ '기후재난 당사자가 애타게 전하는 위험 신호
㉑ 유행 따라 사고 버리니 지구가 열받았네
㉒ ‘온난화 주범’ 대기업에 ‘기후정의’를 압박하다
㉓ ‘신공항’ 대신 ‘정의로운 전환’에 집중 투자를
㉔ 먹거리 전환이 에너지 전환만큼 중요하다
㉕ 주민협동조합 이익공유로 ‘무석탄·무원전’ 확대
㉖ 주요 정당 지도자들, 탄소중립 로드맵 제각각
㉗ 청년의 미래를 빼앗은 것에 용서를 구합니다
㉘ 원전으로 탄소중립이 가능하다는 착각
㉙ ‘태양광 괴담’ 가고 나니 ‘이격거리’가 남았다
㉚ 위기 해결의 열쇠 함께 찾는 인문·과학 연구자들
㉛ 지구 살리는 채식, 학교가 가르치고 선택권 줘야
㉜ 에너지 자급자족 건물, 이제 선택에서 의무로
㉝ 전국 8만여 가구가 아직은 버릴 수 없는 연료
㉞ 소음과 분진에도 생계형 노동 못 떠나는 노인들
㉟ 예정된 폐광, 대안 없는 노동자와 지역주민
㊱ 강이 위험에 처하면 인류 문명도 위험하다
㊲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아질 수도"
㊳ 미국곡물협회가 부산 모터쇼를 찾은 까닭은
㊴ 무농약으로 ‘땅심’ 키우는 공유농업의 현장
㊵ 건설·택배 노동자 목숨 위협하는 폭염이 온다
㊶ 아열대로 가는 한국, 농민도 작물도 적응 난조
㊷ 바다숲과 갯벌은 기후위기 막는 천군만마
㊸ ‘기후 한계점’ 코앞인데 환경 수업은 ‘자습 시간’
㊹ 기후위기 대응 첫걸음은 '석탄발전소 안 짓기'
㊺ 퇴출 산업 노동자와 지역주민은 누가 챙기나
㊻ "탄소중독 기업과 국가, 기후위기 책임져야"
㊼ 페라리·벤틀리 가죽 시트도 가방으로 재탄생
㊽ 약초 대신 매미나방이 그득한 산에서 상심
㊾ 벌금 물더라도 판결문에 ‘기후위기 공감’ 기대
50. ‘나와 지구에 이로운 공간’에서 뭉치는 청년들
51. 기후 시민은 요구한다, "공항 말고 갯벌"
52. 아이들에게 기후 부담을 떠넘기지 않는 사회로
53. 법원도 ‘기후불복종’ 명분에 공감, 벌금 줄여줘
54. ‘우리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해 거리에 선 신앙인
55. 미국 핵물리학자 “도쿄전력 처리 신뢰 어렵다”
56. 고속도로 위, 방음벽에도 태양광 패널을 깔자
57. 자연 훼손, 농지 손실 없이 태양광 전기 만들죠
58. 딸 위한 채식에서 기후·환경을 위한 식당까지
59. 트럼프의 ‘기후 음모론’을 언론이 방치한다면
60. 수익 적어도 동지와 함께 가는 ‘제로웨이스트’
61. "IT 강국 한국, 재생에너지 전환에 유리"
62. "‘성장 집착’ 버리고 ‘생태 한계 속 균형’ 찾아야"
63. ESG로 기업 가치 높이기, 공시기준 등 정비 중
64. 연 1000억 톤 자원 소비, 재투입은 고작 7%
65. 실험실에서 키운 고기, 식탁에서 환영받을까
66. 그린워싱과 공장식 축산을 만화로 고발하다
67. 아빠의 마음으로 경고하는 ‘1.5도의 눈물’
68. 몸짓으로 ‘1.5도의 위험’을 절규하다
69. 태양광·수소·전기차 ‘넷제로’ 향해 업그레이드
70. 독자의 메일함으로 찾아가는 친절한 지구 소식
71. 지구 살리는 금융상품, 개인 소액 투자도 활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