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소리뉴스] 기후위기시대 ㉔ 한국환경회의 축산업 포럼

2021년 10월 2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경운동 불교환경연대 그린담마홀 강당에서 ‘축산업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과 대안’을 주제로 포럼이 열렸습니다. 이 포럼은 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40여 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가 주최했습니다. 참석자들은 농식품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이 기후위기 대처에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논의했습니다.

“축산업이 전체 온실가스 20% 가까이 배출”

포럼에서 ‘국제사회에서 축산업이 기후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한 조길예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먹거리 전환이 에너지 전환만큼 중요합니다. 에너지 분야의 탈탄소가 성공해도 식품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늘어나고 있다면 기후위기 극복이 어렵습니다. 축산업이 전체 온실가스의 18~20%를 배출하는데, 아산화질소, 메탄, 블랙카본, 오존의 주 배출원입니다.”

조 대표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에서 나온 쟁점 가운데 남미의 열대우림 아마존의 황폐화를 거론하며, “탄소 흡수원이었던 아마존이 탄소 배출원이 됐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축산을 위해 아마존의 숲을 개간하는 과정에서 불을 질러 나무를 태우기 때문에, 블랙카본이라는 강력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2023년 11월 20일 발표한 2023년 배출 격차 보고서(Emissions Gap Report)에 따르면, 총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국가는 중국, 미국, 인도, 유럽연합(EU) 순입니다. 그러나 토지이용 변화 및 임업 분야 온실가스의 순 배출량은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열대 지역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조 대표는 생태계 회복을 위해 채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통계에 따르면, 식품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50년 11.4기가톤(Gt)으로 예측됩니다. 주 요리를 육류가 아닌 채소로 하고 제철음식을 섭취하는 세계보건기구(WHO) 권장식단(HGD)을 따르면 8.1Gt으로, 29%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 채소만 섭취하는 비건(완전채식) 식단은 식품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70%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축산 사료 생산과 유통시스템 모두 ‘석유 범벅’

수의사인 박종무 생명윤리학 박사는 ‘국내 축산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공동체가 고민해야 할 과제들’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정부에서 발표한 축산부문 온실가스 저감 대책에 따라 가축 장내 발효를 억제하거나 분뇨를 줄이는 것만으로 기후위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그는 소의 장내 미생물 발효와 분뇨 처리 과정에서 메탄과 아산화질소가 많이 발생한다며, 이를 어떻게 감축할 것인지가 화두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산지가 대부분이라 축산업에 활용될 초지가 없고, 사료도 생산되지 않는다”며 공장식 축산으로 많은 소를 사육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현재까지 축산은 전적으로 외국에서 수입된 사료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곡물은 친환경 농법이 아닌, 농약과 화학비료에 의존하는 관행농법으로 지어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비료부터 영농장비, 제초제와 살충제, 급수시설, 유통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석유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관행용 곡물 재배 시 1에이커(Acre)에 302리터(L)의 석유가 필요합니다. 박 박사는 무상 원조된 옥수수를 소비하기 위해 공장식 축산이 강요됐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는 풀을 먹고 되새김질하면서 서서히 흡수하는 동물인데, 공장식 축산에서는 값싼 GMO(유전자조작) 옥수수나 대두 사료를 먹이고 있습니다. 음식의 선택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의 영역입니다. 소비윤리와 음식윤리에 대한 숙고와 교육이 필요합니다.”

한국인 1인당 육류소비 40년 만에 5배로 증가

이어진 토론에서 이근행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장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평균 육류소비량은 1980년 11.3킬로그램(kg)에서 2018년에는 53.9kg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교통수단의 온실가스 배출이 (전체의) 13% 수준인 것에 비해 축산업을 통해서는 16.5%의 온실가스가 배출됩니다. 기후정의, 먹거리 정의를 이루는 탄소중립 농식체계로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어 박일진 농어촌특별위원회 축산분과장은 축산기업의 분뇨처리책임이나 방역 살처분에 관한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생계형 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합니다. 중소 축산농가의 경영안정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박재현 신대승네트워크 협업미래센터 소장은 이렇게 발언했습니다.

“유네스코 산하 물교육기관(IHE)에 따르면 1kg의 쇠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1만 5000L의 물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는 쌀을 1kg 생산하는데 필요한 물의 4.4배나 됩니다. 채식 위주 식단으로 꾸려진 ‘생태식’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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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시대 소리뉴스]
① '석탄 퇴장' 급한데 신규발전소 더 짓는 한국
② '나만 지구 지켜?’ 불안과 실망을 넘어서
③ 정부·기업의 기후 대응, 시민이 압박해야
④ 석탄발전소 ‘질서 있는 퇴장’을 서둘러야
⑤ 썩은 당근 쏟으며 ‘위험’ 호소한 청소년들
⑥ 탄소중립 외치며 석탄발전·공항 짓는 위선
⑦ 기후과학자가 소형원자로 개발에 반대하는 이유
⑧ 개발도 안 된 핵융합 대신 자연 태양광 투자를
⑨ 기후와 생물다양성 위기 극복을 국가의 의무로
⑩ 떠오르는 '소형모듈원전' 조목조목 따져보니
⑪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은 파이로프로세싱
⑫ 더 큰 재난 막으려면 원전 아닌 자연에너지로
⑬ ‘탄소감축 과정에서 피해 떠안는 노동자 없도록
⑭ 소고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두부의 20배
⑮ '각자도생' 대신 서로 돌봐야 재난 이긴다
⑯ 쓰레기 여러 트럭 나오는 전시회는 '이제 그만' 
⑰ 지구가 깨끗해질 때까지 달리기로 했다
⑱ 화석연료에 여전히 돈 쏟아붓는 공적금융
 소송으로 입 막는 기업, 굴하지 않는 기후행동
⑳'기후재난 당사자가 애타게 전하는 위험 신호
㉑유행 따라 사고 버리니 지구가 열받았네
㉒‘온난화 주범’ 대기업에 ‘기후정의’를 압박하다
㉓‘신공항’ 대신 ‘정의로운 전환’에 집중 투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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