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소리뉴스] 기후위기시대 ㊵ 녹색당 주최 폭염 정책 세미나
기후위기로 극단적 날씨가 잦아지면서 온열질환 등 폭염에 희생되는 취약계층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녹색당 정책위원회는 2022년 8월 10일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폭염 정책 토론회’를 열고 건설노동자, 노숙인, 이주민, 쪽방주민 등 사회적 약자 보호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는 지현영 변호사, 전재희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실장, 정동헌 민주노총 쿠팡물류센터지회 동탄분회장,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김이찬 지구인의정류장 상임활동가, 하상목 전 응급의료센터 간호사, 이치선 녹색당 정책위원장 등이 발제자로 참여했습니다. 청중 40여 명이 3시간가량 진행된 토론회에 함께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덮치는 무더위와 물난리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는 토론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2022년 8월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발달장애인 가족이 물난리로 숨진 사고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폭우, 폭염 등으로 나타나는 기후위기는 불평등의 구조와 닮아있습니다. 오늘 토론회가 현장에서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함께 대안을 찾아가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토론회 1부 발제를 맡은 지현영 변호사는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기후위기와 인권’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 1500명 가운데 93.7%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기후변화 체감 계기는 ‘폭염 강도 및 일수 증가’가 약 40%로 가장 많았다고 소개했습니다.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소득 양극화 등 사회경제구조 변화에 적응 능력이 낮은 약자에게 폭염 위험이 집중될 수 있습니다.”
그는 미국 시카고시가 1995년 7월 무더위로 한 달 동안 700여 명이 사망하는 사태를 겪은 후 폭염에 고립된 노인을 추적해 연락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것을 모범적인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지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특히 중앙정부 중심의 하향식 폭염 대책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현장 모니터링과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토론회 2부에서 전재희 실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폭염은 건설노동자를 사망 재해로 몰아넣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휴게실, 화장실의 개수와 크기, 위치에 대한 규정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폭염 대책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법제화해야 돼요.”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여름철 폭염으로 숨진 노동자 29명 중 20명이 건설 현장에서 나왔습니다. 전 실장은 시간에 쫓기는 작업 환경, 부족한 휴식시간 및 편의시설 등을 취약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정동헌 분회장은 건축법상 창고에 해당하는 물류센터 건물은 단열이 안 돼 폭염에 취약하고, 택배 물건과 선반에 둘러싸여 환풍이나 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류센터 구조상 환기와 환풍에 취약합니다. 7월에는 33도까지 올라가요. 습도는 60~70% 정도 되니까 푹푹 찌죠. 회사가 선풍기, 에어 서큘레이터, 얼음물, 아이스크림 같은 걸 제공하기는 하는데, 큰 도움은 되지 않아요. 정말 필요한 건 에어컨 설치, 유급 휴게시간, 휴게 공간, 이런 거죠.”
노숙인·쪽방주민·이주노동자에게 잔인한 여름
“노숙인에게 폭염 나기는 ‘머물기 위한 사투’입니다.”
이동현 활동가는 여름이 특히 노숙인에게 잔인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주요 전철역을 관리하는 철도공사에서 그늘 같은 공간을 노숙인이 이용할 수 없게 통제하고 있어 이들이 폭염 더위에 그대로 방치된다는 것입니다. 서울역의 경우 2011년 노숙인 퇴거 조처 이후 노숙인이 역사를 이용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서울 중구청은 코로나19 이후 노숙인이 나무 그늘의 긴 의자에 누울 수 없도록 서울역 인근 나무와 화단을 없애기도 했습니다.
서울시는 ‘여름철 노숙인·쪽방주민 특별보호대책’으로 에어컨을 설치한 ‘무더위 쉼터’를 제공하고 있으나 이는 노숙인 시설 10개소, 전체 쪽방 주민의 6%에 해당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이 활동가는 말했습니다.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식 당일 ‘노숙인·쪽방주민을 위한 3대 지원방안’으로 건물별·층별 에어컨 150대 설치와 추가 전기요금 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전체 쪽방촌 주민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량이라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프로그램식 폭염 대책으로는 홈리스들이 겪는 고통을 해소할 수 없습니다. 임대주택과 같은 주거 대안이 함께 마련돼야 합니다.”
김이찬 활동가는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영상을 청중에게 보여주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국내 농촌에서 이주여성노동자가 겪는 노동권 침해, 성폭력 피해, 열악한 주거 환경 등을 고발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는 비닐하우스 등 사람이 살기 힘든 곳을 임시주거시설로 인정하는 정부의 이주노동자 대책을 비판했습니다.
하상목 전 응급의료센터 근무 간호사는 더위에 취약한 노인을 걱정했습니다. 질병관리청이 2022년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온열질환 응급실 사망자의 70% 이상이 70대 노인이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얼어 죽는 사회에서 쪄 죽는 사회로 변하고 있습니다. 80대가 고독사로 발견되는 사례가 있어요. 지역사회에서 커뮤니티를 통한 돌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적 개입이 중요합니다.”
건설·물류 노동을 ‘고열작업’에 포함해야
이어진 라운드테이블에서 이치선 녹색당 정책위원장은 발제를 통해 고온 현장 노동자를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규칙을 개정해야 합니다. 건설 노동자나 물류센터 노동자가 하는 일을 ‘고열작업’에 포함시켜야 해요.”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 규칙에 따라 고열작업 노동자가 고온으로 인한 건강장해를 입지 않도록 예방해야 합니다. 고열작업은 작업 장비가 고열을 발생시키는 작업에 한정됩니다. 건설노동이나 물류센터 노동자는 무더위에 취약하지만 고열 장비를 쓰지 않기 때문에 보호받지 못합니다.
이 위원장은 폭염에는 노동자가 일하지 않을 권리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폭염 상황에서 작업중지를 법제화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제70조에 명시된 ‘태풍·홍수 등 악천후’라는 조건에 ‘폭염’을 포함시켜야 합니다. 또 적절한 온도에서 노동할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최고온도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쪽방촌 대책으로는 공공이 주도해 쪽방촌을 매입한 뒤 친환경 방식으로 리모델링하는 ‘공공주도 주거 단지 그린리모델링 사업’과 주민조직을 강화해 공동체가 돌봄의 부담을 나누는 ‘서로 돌봄 시스템’ 구축 방안을 설명했습니다. 이주노동자에 관해서는 기숙사 시설기준을 제정하고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멀티미디어 실험에 앞장서는 <단비뉴스>가 ‘소리뉴스’ 2탄을 시작합니다. 2021년 4월 시작된 ‘기후위기시대’ 연재 기사를 단비뉴스 환경부 기자들이 목소리와 영상으로 전합니다. 이 연재 기사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의 현황과 대안, 그리고 기후정의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소리뉴스 1탄 ‘마지막 비상구’와 마찬가지로,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엄중한 기후위기 현실을 깨닫고 함께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소리뉴스는 단비뉴스 홈페이지와 유튜브, 팟빵 채널에 실립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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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시대 소리뉴스]
① '석탄 퇴장' 급한데 신규발전소 더 짓는 한국
② '나만 지구 지켜?’ 불안과 실망을 넘어서
③ 정부·기업의 기후 대응, 시민이 압박해야
④ 석탄발전소 ‘질서 있는 퇴장’을 서둘러야
⑤ 썩은 당근 쏟으며 ‘위험’ 호소한 청소년들
⑥ 탄소중립 외치며 석탄발전·공항 짓는 위선
⑦ 기후과학자가 소형원자로 개발에 반대하는 이유
⑧ 개발도 안 된 핵융합 대신 자연 태양광 투자를
⑨ 기후와 생물다양성 위기 극복을 국가의 의무로
⑩ 떠오르는 '소형모듈원전' 조목조목 따져보니
⑪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은 파이로프로세싱
⑫ 더 큰 재난 막으려면 원전 아닌 자연에너지로
⑬ ‘탄소감축 과정에서 피해 떠안는 노동자 없도록
⑭ 소고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두부의 20배
⑮ '각자도생' 대신 서로 돌봐야 재난 이긴다
⑯ 쓰레기 여러 트럭 나오는 전시회는 '이제 그만'
⑰ 지구가 깨끗해질 때까지 달리기로 했다
⑱ 화석연료에 여전히 돈 쏟아붓는 공적금융
⑲ 소송으로 입 막는 기업, 굴하지 않는 기후행동
⑳ 기후재난 당사자가 애타게 전하는 위험 신호
㉑ 유행 따라 사고 버리니 지구가 열받았네
㉒ ‘온난화 주범’ 대기업에 ‘기후정의’를 압박하다
㉓ ‘신공항’ 대신 ‘정의로운 전환’에 집중 투자를
㉔ 먹거리 전환이 에너지 전환만큼 중요하다
㉕ 주민협동조합 이익공유로 ‘무석탄·무원전’ 확대
㉖ 주요 정당 지도자들, 탄소중립 로드맵 제각각
㉗ 청년의 미래를 빼앗은 것에 용서를 구합니다
㉘ 원전으로 탄소중립이 가능하다는 착각
㉙ ‘태양광 괴담’ 가고 나니 ‘이격거리’가 남았다
㉚ 위기 해결의 열쇠 함께 찾는 인문·과학 연구자들
㉛ 지구 살리는 채식, 학교가 가르치고 선택권 줘야
㉜ 에너지 자급자족 건물, 이제 선택에서 의무로
㉝ 전국 8만여 가구가 아직은 버릴 수 없는 연료
㉞ 소음과 분진에도 생계형 노동 못 떠나는 노인들
㉟ 예정된 폐광, 대안 없는 노동자와 지역주민
㊱ 강이 위험에 처하면 인류 문명도 위험하다
㊲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아질 수도"
㊳ 미국곡물협회가 부산 모터쇼를 찾은 까닭은
㊴ 무농약으로 ‘땅심’ 키우는 공유농업의 현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