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소리뉴스] 기후위기시대 ⑧ 국회 기후위기그린뉴딜연구회 세미나

“기후위기로 인해 ‘2050 탄소중립’이 시대적 화두가 되자, 이런 조류에 편승해 국내 원자력계 인사들이 2050 탄소중립을 위한 대안으로 핵융합발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핵융합계조차 핵융합발전의 상용화가 2050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는 상황입니다. 아직 기술개발이 되지 않은 핵융합은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없습니다.”

2021년 7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후위기그린뉴딜연구회(공동대표 우원식·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핵융합 기술의 현주소: 핵융합, 과연 미래에너지인가’ 세미나에서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이렇게 단언했습니다. 줌(Zoom) 화상회의로 연결한 외부 참석자 등 20여 명이 함께한 이번 세미나는 연구회 책임연구의원인 양이원영 당시 무소속(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회로 진행됐습니다.

빨라도 2050년 상용화 예상되는 미개발 기술

서울대 원자력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 천연자원보호협회(NRDC) 선임연구위원 등으로 일한 강 전 위원장은 핵융합계와 일부 정치인 등이 핵융합발전에 관해 잘못된 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핵융합계와 일부 정치인은 핵융합발전이 이산화탄소 발생이 거의 없는, 무궁무진한 친환경 에너지원이고 방사성 물질도 중저준위로 소량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저준위 폐기물이 대규모로 발생하는 등 문제가 많습니다.”

강 전 위원장은 ‘핵융합이 탄소중립의 대안’이라는 주장, 즉 핵융합에너지를 이용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임으로써 탄소배출을 영에 가깝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을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1차 핵융합에너지개발계획에서 2030년에 핵융합발전소 건설 능력을 확보한다고 했다가 3차 계획에서는 2040년으로 연기했습니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국내 핵융합발전 상용화가 2050년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신문 지상에서 핵융합이 2050 탄소중립의 궁극적 대안이라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송영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2021년 6월 1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렇게 말한 일이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만으로 완전한 탄소중립을 이루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핵융합발전을 세계적으로 선도해 나가야 합니다.”

핵융합발전은 핵분열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기존 원전과 달리, 태양의 원리와 같은 핵융합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현재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20조 원 이상이 투입되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강 전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아직 과학이 해결해야 할 수많은 난제를 안고 있습니다. EU가 추진하는 핵융합발전의 상용화 시기는 2070~2080년으로 예상됩니다.”

그는 또 핵융합발전에 삼중수소가 투입되는데, 발전 과정에서 인체에 해로운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누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제성·효율성도 의문...재생에너지가 경쟁력 더 높아

강 전 위원장은 이런 점도 짚었습니다.

“핵융합에너지는 가격경쟁력이 없습니다. 왜 비싼 돈을 들여가며 핵융합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핵융합을 지지하는 학자가 쓴 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핵융합로 건설비용은 약 9조 원입니다. 발전비용은 킬로와트시(kWh)당 약 180원으로 추정됐습니다.

강 전 위원장은 강조했습니다.

“핵융합에너지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계산된 것을 기준으로 해도 이미 석탄, 가스, 원자력, 재생에너지 등 기존 발전원들보다 비쌉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가 경쟁력이 훨씬 높습니다.”

핵융합이 비효율적인 이유는 또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곳 주변의 부품들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1~2년 운전 후 6개월 정도 발전소 가동을 중단해야 합니다. 그 기간 동안 시설 유지 보수를 위해 상당량의 전력을 외부로부터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입니다.”

핵융합발전의 경제성을 높이려면 발전 용량을 대규모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출력 조절이 가능한 소규모 분산형 전원이 갈수록 더 필요해지기 때문에, 핵융합발전은 적합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강 전 위원장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미래에 핵융합발전이 성공한다 해도 경쟁력 있는 에너지원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기술에 향후 수십 년간 매년 1500억 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3년 6월 핵융합, 합성생물학 등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딥사이언스 창업’에 2027년까지 7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환경운동가 출신인 양이원영 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핵융합은 기초과학 지원 대상으로 연구가 필요한 학문입니다. 하지만 당장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지 않으면 지원이 어려우니 탄소중립의 대안으로 무리하게 포장되는 것 같습니다.”

김성환 의원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하자고 말했습니다.

“지구는 이미 태양이라고 하는 핵융합에너지를 받고 있는데, 지구에 쏟아지는 태양에너지를 1시간만큼만 제대로 활용해도 인류가 1년간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충당한다고 합니다. 인공 핵융합 대신 태양광 등 자연에너지 활용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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