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소리뉴스] 기후위기시대 ⑩ 국회 그린뉴딜연구회 석광훈 발표

"전 세계의 사례를 다 뒤져봐도 SMR(소형모듈원전)을 상용화시킬 수 있는 근거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2021년 7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내외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논리의 배경과 실상' 세미나에서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날 세미나는 국회 기후위기그린뉴딜위원회에서 주최했습니다. 줌(Zoom) 화상회의를 통해 윤준병,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장, 일반 시민 등 30여 명이 함께 했고, 무소속(현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사회를 맡았습니다.

재생에너지 늘면서 대형원전 유지 어려워져

석 위원은 세계적으로 태양광ㆍ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증하면서 대형원전 유지가 어려워지자 소형원전의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태양광이 낮 시간대에 폭발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게 되자 전력계통 과부하를 막기 위해 나머지 발전원의 공급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됐는데, 대형원전이 이를 어렵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가동과 정지, 출력 조절에 긴 시간이 걸리는 원전을 대표적인 ‘경직성 전원’으로 꼽았습니다.

석 위원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사례를 들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원전은 유일하게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따른 신축적 공급조절이 불가능합니다. 결국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제일 비싼 원전인 '디아블로 1ㆍ2'를 수명 연장 없이 조기 폐쇄하기로 했습니다. 한국도 연휴 등 전력 수요가 떨어지는 시기에 원전의 발전량을 줄여 운영하면서 출력량을 조절하고 있지만, 앞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나면 일상적이고 탄력적인 출력량 감소가 요구될 것이기 때문에 난감해질 수 있습니다."

경제적이지도, 안전하지도 않은 SMR

석 위원은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대형원전이 더 이상 세계 전력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자 비상이 걸린 원자력업계는 소형모듈원전의 상용화를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SMR은 경제성과 안전성에 모두 문제가 있습니다."

그는 먼저 주요 SMR 중 하나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이 설립한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소듐냉각 고속로를 들었습니다. 소듐냉각 고속로에 잉여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용융염 저장탱크를 설치하면 전기공급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용융염은 고온에서 녹는 성질을 이용해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소금입니다. 석 위원은 그러나 "용융염 저장탱크를 사용하고 있는 집중형 태양열 발전의 전력생산 비용이 태양광 발전보다 4배 비싸다"며 소듐냉각 고속로의 경제성을 비관적으로 전망했습니다. 용융염을 이용한 태양열 발전이 태양광 발전에 비해 비싼 것처럼, 용융염을 쓰는 소듐냉각 고속로의 전기생산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석 위원은 동시에 소듐냉각 고속로의 안전성에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소듐냉각 고속로는 냉각재로 소듐을 쓰는데, 이는 영국ㆍ프랑스 등 주요국들이 개발하던 중 화재폭발로 막대한 비용을 치른 소듐냉각 고속증식로와 비슷합니다. 그는 과거 이 원자로 개발단계에서 소듐이 배관 파이프 온도계 틈으로 새거나 원자료 내부에서 연료봉 교환장치가 떨어지는 등 여러 안전 문제가 발생해 중도 폐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를 포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은 1950년대에 고속증식로 연구를 시작했지만, 1980~1990년대에 모두 중단했습니다.

일본도 고속증식로 몬주를 2018년 폐기했습니다. 몬주는 전력생산 시작 3개월 만에 냉각재로 쓰이는 나트륨이 유출돼 화재가 발생하는 등 각종 사고로 22년간 250일밖에 가동하지 못했습니다. 몬주는 건설비, 유지비, 폐로 비용을 합쳐 약 31조 원이 소요돼 경제성 측면에서도 많은 질타를 받았습니다.

'스마트원전'도 2007년 이미 폐기된 설계

석 위원은 문재인 당시 정부가 수출용으로 밀고 있던 스마트원전 역시 2000년대 노무현 정부가 도입을 시도했지만, 2007년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타당성 부족 판결을 받아 공식적으로 폐기된 정책이라고 환기했습니다. 스마트원전은 원자로, 증기발생기, 가압기, 냉각재 펌프가 하나의 용기에 집약된 일체형 원자로입니다. 그는 "이미 14년 전 폐기된 설계를 계속 회생하려는 시도가 적절한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앞서 우리나라 원자력계와 보수언론 등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을 대체할 발전원으로 SMR을 추진해야 한다고 잇달아 주장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꾸준히 비판하던 주한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2021년 7월 5일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나눈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SMR이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처의 유효한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SMR 등 원자력발전이 탄소중립 실현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SMR의 장점에 관해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원자력시스템연구소장은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현재 100만 년에 한 번꼴인 원전 노심 손상 중대 사고를 10억 년에 한 번꼴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불확실한 기술 대신 재생에너지 투자 집중을"

이날 세미나에서 기후위기그린뉴딜연구회 공동대표인 우원식 의원은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SMR은 기술 및 경제성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전혀 없습니다. 의심할 바 없이 재생에너지가 세계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는 이 순간에, 언제 상용화될지도 미지수인 기술에 투자하고 있을 여유는 없습니다."

공동대표인 같은 당 김성환 의원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SMR을 대량 건설한 후에 생길 사용후핵연료 문제도 난제입니다. 대형원전의 사용후핵연료 문제도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SMR을 짓자는 건 찬성하기 어려운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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