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소리뉴스] 기후위기시대 55. 후쿠시마 오염수 전문가 토론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원전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한 가운데, 해외 과학자들이 ‘오염수가 안전하게 처리됐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2023년 1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 소회의실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해외전문가 초청 토론회’에서 페렝 달노키-베레스 미국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교수는 도쿄전력의 원전 오염수 처리 관련 자료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성에 대한 10가지 문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도쿄전력이 데이터를 제공한 4년 3개월 동안 전체 1천 개가 넘는 오염수 저장 탱크 중 불과 몇 개의 수조에서만 샘플링(표본 추출)을 진행했으며, 그것도 전체 64개 방사성 핵종 중 9개만 샘플링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도쿄전력이 매우 제한적인 표본조사만 해놓고 전체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강변했다는 것입니다.
“불완전하고, 부정확하며, 일관성 없는 데이터”
핵물리학자인 달노키-베레스 교수는 호주, 뉴질랜드, 피지 등 18개 나라로 구성된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의 과학자 자문단으로 활동하면서 도쿄전력의 오염수 데이터를 받아 분석해 왔습니다.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의 초빙교수로서 소형원자로(SMR) 관련 연구도 했던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도쿄전력이 확인한 9개의 방사성 핵종은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입증할 대표성이나 인과성이 없습니다. 샘플링한 오염수 역시 저장 탱크의 4분의 1 수준만 측정해, 방사성 슬러지 폐기물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불완전하고, 부정확하며, 일관성 없는 데이터 표본 추출입니다.”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원전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을 대부분 걸러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달노키-베레스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데이터 결과값을 보면 방사성 물질 제거의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고준위 방사성 슬러지 폐기물을 ALPS가 처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듭니다.”
특히 그는 ALPS로 처리한 후에는 몇 배 차이 나지 않는 것이 정상인 일부 핵종의 비율이 1만 6000배 이상 차이가 나는 등 도쿄전력의 데이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그는 켄 부에슬러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WHOI) 연구원의 말을 인용하며, 사고가 난 원전의 오염수를 바다에 쏟아내는 것은 '방류'가 아닌 '투기'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도쿄전력은 방사성 물질이 해양에 방류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희석되고 농도가 낮아져 해롭지 않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달노키-베레스 교수는 부에슬러 연구원의 데이터 분석 결과를 들어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방사성 물질이 강이나 지하수로 계속 스며들고 해양생물에 누적될 가능성이 있어, 완전히 희석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부에슬러 연구원이 후쿠시마원전 근처 바다 밑 진흙을 분석한 결과, 세슘 농도가 해양에서 떠온 지표수와 비교했을 때 1만 배 정도 높았다는 것입니다. 또 달노키-베레스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해저에 있는 방사성 물질은 해류를 통해 떠다니지 않아서 계속 농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결국 해저가 장기적인 방사능 저장소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어류에 누적된 방사성 물질, 최종 포식자인 인간에 영향
이날 화상 연결을 통해 참석한 로버트 리치먼드 하와이대 케왈로연구소장은 ‘방사성 물질의 생물학적 흡수와 건강문제’ 발표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방사성 핵종은 식물성 플랑크톤을 시작으로 어류와 최종 포식자인 인간에게까지 생물학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방사성 물질이 어류의 체내에 유입될 경우 생물학적 반감기는 수개월에서 수년에 이르며, 오염수 방류 기간이 장기화할수록 방사성 물질이 축적되면서 피폭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역시 화상으로 참여한 아르준 마키자니 미국 에너지환경연구원장은 ‘오염수 데이터 적정성 문제와 대안’ 발표에서 도쿄전력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이어 PIF 과학자들이 제시한 세 가지 대안을 소개했습니다. 첫째, 지진 위험 요소가 제거된 안전한 오염수 저장 탱크를 확보하고 삼중수소가 충분한 반감기를 거칠 때까지 저장할 것, 둘째, 62개 방사성 핵종에 대한 철저한 ALPS 제염 처리 후, 삼중수소와 탄소-14가 남은 오염수는 인간의 접촉이 적은 곳의 콘크리트 구조물 건설에 활용할 것, 셋째,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는 굴 양식 등 생물학적 정화 방법을 고려할 것 등입니다.
발표 후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변호사는 오염수 문제에 대응하는 한국 정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2021년 4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을 결정한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보여준 태도는 우리의 국제법적 권리 행사를 포기하고 사실상 일본의 방출에 동조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어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본의 오염수 방출은 다른 대안이 있음에도 막대한 양의 오염수를 고의로 방출하는 유례없는 참사이자, 동시에 ‘기후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전 인류적 과제에 역행하는 중대한 사태라고 생각합니다."
안전장치 없는 오염수 방류는 인류 전체에 큰 위험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오염수해양방출대응단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 시대전환 조정훈 국회의원(현 국민의힘 소속) 등이 함께 주최했습니다. 위성곤 민주당 후쿠시마오염수해양방출대응단장은 태평양 연안국들의 대응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철저한 과학기술적 검증과 안전장치가 없는 후쿠시마 원전수 해양 방출은 인류 전체에 큰 위험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는 정부가 유엔 해양협약에 의한 잠정조처 등 국제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양이원영 민주당 후쿠시마오염수해양방출대응단 간사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동안 삼중수소 등 약한 방사성 물질에 대해서는 물리학적 관점에서 평가가 이루어진 측면이 있는데 해양 생명,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많은 조사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일본 정부에 적극적으로 자료를 요구하고 관련 자료에 대한 검증을 우선해야 합니다.”
한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2023년 8월 시작돼, 2025년 1월 현재 10차 방류까지 진행됐습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오염수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 농도가 기준치보다 낮다며, 후쿠시마 원전 폐로가 진행되는 수십 년 동안 계속 방류한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멀티미디어 실험에 앞장서는 <단비뉴스>가 ‘소리뉴스’ 2탄을 시작합니다. 2021년 4월 시작된 ‘기후위기시대’ 연재 기사를 단비뉴스 환경부 기자들이 목소리와 영상으로 전합니다. 이 연재 기사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의 현황과 대안, 그리고 기후정의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소리뉴스 1탄 ‘마지막 비상구’와 마찬가지로,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엄중한 기후위기 현실을 깨닫고 함께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소리뉴스는 단비뉴스 홈페이지와 유튜브, 팟빵 채널에 실립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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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시대 소리뉴스]
① '석탄 퇴장' 급한데 신규발전소 더 짓는 한국
② '나만 지구 지켜?’ 불안과 실망을 넘어서
③ 정부·기업의 기후 대응, 시민이 압박해야
④ 석탄발전소 ‘질서 있는 퇴장’을 서둘러야
⑤ 썩은 당근 쏟으며 ‘위험’ 호소한 청소년들
⑥ 탄소중립 외치며 석탄발전·공항 짓는 위선
⑦ 기후과학자가 소형원자로 개발에 반대하는 이유
⑧ 개발도 안 된 핵융합 대신 자연 태양광 투자를
⑨ 기후와 생물다양성 위기 극복을 국가의 의무로
⑩ 떠오르는 '소형모듈원전' 조목조목 따져보니
⑪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은 파이로프로세싱
⑫ 더 큰 재난 막으려면 원전 아닌 자연에너지로
⑬ ‘탄소감축 과정에서 피해 떠안는 노동자 없도록
⑭ 소고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두부의 20배
⑮ '각자도생' 대신 서로 돌봐야 재난 이긴다
⑯ 쓰레기 여러 트럭 나오는 전시회는 '이제 그만'
⑰ 지구가 깨끗해질 때까지 달리기로 했다
⑱ 화석연료에 여전히 돈 쏟아붓는 공적금융
⑲ 소송으로 입 막는 기업, 굴하지 않는 기후행동
⑳ '기후재난 당사자가 애타게 전하는 위험 신호
㉑ 유행 따라 사고 버리니 지구가 열받았네
㉒ ‘온난화 주범’ 대기업에 ‘기후정의’를 압박하다
㉓ ‘신공항’ 대신 ‘정의로운 전환’에 집중 투자를
㉔ 먹거리 전환이 에너지 전환만큼 중요하다
㉕ 주민협동조합 이익공유로 ‘무석탄·무원전’ 확대
㉖ 주요 정당 지도자들, 탄소중립 로드맵 제각각
㉗ 청년의 미래를 빼앗은 것에 용서를 구합니다
㉘ 원전으로 탄소중립이 가능하다는 착각
㉙ ‘태양광 괴담’ 가고 나니 ‘이격거리’가 남았다
㉚ 위기 해결의 열쇠 함께 찾는 인문·과학 연구자들
㉛ 지구 살리는 채식, 학교가 가르치고 선택권 줘야
㉜ 에너지 자급자족 건물, 이제 선택에서 의무로
㉝ 전국 8만여 가구가 아직은 버릴 수 없는 연료
㉞ 소음과 분진에도 생계형 노동 못 떠나는 노인들
㉟ 예정된 폐광, 대안 없는 노동자와 지역주민
㊱ 강이 위험에 처하면 인류 문명도 위험하다
㊲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아질 수도"
㊳ 미국곡물협회가 부산 모터쇼를 찾은 까닭은
㊴ 무농약으로 ‘땅심’ 키우는 공유농업의 현장
㊵ 건설·택배 노동자 목숨 위협하는 폭염이 온다
㊶ 아열대로 가는 한국, 농민도 작물도 적응 난조
㊷ 바다숲과 갯벌은 기후위기 막는 천군만마
㊸ ‘기후 한계점’ 코앞인데 환경 수업은 ‘자습 시간’
㊹ 기후위기 대응 첫걸음은 '석탄발전소 안 짓기'
㊺ 퇴출 산업 노동자와 지역주민은 누가 챙기나
㊻ "탄소중독 기업과 국가, 기후위기 책임져야"
㊼ 페라리·벤틀리 가죽 시트도 가방으로 재탄생
㊽ 약초 대신 매미나방이 그득한 산에서 상심
㊾ 벌금 물더라도 판결문에 ‘기후위기 공감’ 기대
50. ‘나와 지구에 이로운 공간’에서 뭉치는 청년들
51. 기후 시민은 요구한다, "공항 말고 갯벌"
52. 아이들에게 기후 부담을 떠넘기지 않는 사회로
53. 법원도 ‘기후불복종’ 명분에 공감, 벌금 줄여줘
54. ‘우리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해 거리에 선 신앙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