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소리뉴스] 기후위기시대 ⑫ 국가위기 포럼

2021년 8월 1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제8차 국가위기포럼이 열렸습니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기후위기, 새로운 모델을 만들자’ 발제를 통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대선 예비후보들이 환경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습니까? 환경에 관한 얘기는 하나도 하지 않고 새만금에 공항을 만든다, 흑산도에 공항을 만든다, 온실가스 늘어나는 일만 벌이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대선후보 토론에서 실종된 ‘기후위기’ 의제

국가위기관리포럼 등 8개 단체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 최 이사장은 러시아 시베리아와 미국 서부의 산불, 중국과 유럽의 홍수 등 극단적 기상재해가 이어지는 것을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태양광·풍력 등 자연에너지 기반 사회로 빨리 전환해야 합니다.”

최 이사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이 2조 달러(약 2300조 원)를 들여 친환경 인프라 구축에 나선 것을 언급하며, 우리도 도시에 에너지제로빌딩을 세우고, 친환경 교통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사회 전반의 에너지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에너지제로빌딩은 건물의 에너지효율을 최대로 높이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을 자체 생산해 화석연료 사용을 제로(0)에 가깝게 줄인 건축물을 말합니다.

최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연에너지는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가격이 떨어집니다. 태양광이 환경을 파괴하는 게 아니라 태양광을 설치하는 방법이 나빴던 것입니다. 태양광 설치 기준을 잘 만들어 시행해야 합니다. 햇빛은 공유재이기 때문에, 지역 주민과 태양광 사업자 간의 교류 등 설치 단계에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필요합니다.”

패널 가격 10년 동안 90% 떨어져 태양광 경제성 향상

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의 가격은 2010년 와트(W)당 1.8달러에서 2020년 0.2달러로 약 90% 떨어졌습니다. 태양광 설비비 또한 하락 추세로, 현재 미국·중국 등에서는 태양광 발전 비용이 석탄이나 원자력보다 저렴합니다.

최 이사장은 국내 원전업계와 보수언론 등이 자연에너지 대신 원자력발전을 기후위기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도 비판했습니다. 그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현장에 다녀온 경험을 들려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후쿠시마 원전 안에는 노심이 녹아 접근할 수 없고, 로봇도 들어가면 파괴됩니다. 피해를 수습하는 비용이 500조 원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원전회사인 웨스팅하우스를 일본의 도시바가 인수한 후, 웨스팅하우스는 파산을 신청하고 도시바도 철수했습니다. 원전은 사양산업입니다.”

프랑스의 원전회사 아레바도 2016년 파산 위기를 겪은 후, 2018년 오라노로 사명을 바꾸고 원자로 해체 사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원전, 탄소 감축 기여도 낮고 사고 가능성은 증가

월성과 신고리 등 국내 원자력발전소 설계에 참여했던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이어진 토론에서 “기후위기 대응에 원전의 역할은 미미한 반면, 기상재난으로 원전 사고의 위험성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대표는 2017년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에너지기술전망보고서를 인용해, 2060년까지 원자력이 이산화탄소 감축에 기여하는 정도는 6%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40% 정도 되는 에너지효율 향상과 35%에 달하는 재생(자연)에너지의 기여도에 비해 미미하다는 것입니다.

이 대표는 원자력의 위험성에 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핵마피아’로 불리는 원자력계의 폐쇄적 네트워크 때문에 핵폐기물 관리와 원전의 안전관리가 취약합니다. 기후변화로 빈발하는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가 원전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부상했습니다. 해수면 상승, 침수가 원전을 위협합니다. 우리나라는 탈원전 계획상 2080년까지 원전을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폭넓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원전 안전을 이해집단인 원자력학회나 학교에 맡겨두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

“폐쇄적 이해집단인 원자력계에 원전 안전 맡기는 것은 문제”

오재호 나노웨더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1991년 기후변화 보고서를 작성했다가 정부 관계자로부터 수치를 줄여서 다시 반영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서른 해가 지난 지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연평균 350피피엠(ppm)에서 410ppm으로 높아졌고, 기후재난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그사이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두오균 대전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은 우리 정치와 교육에서 환경과 생태계를 살피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선 주자들이 내놓은 의제를 보면 기후나 환경에 대한 어젠다(의제)는 없습니다. 이탈리아와 멕시코는 환경교육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2020년 5월 교육부가 발표한 ‘중고등학교 환경교과목 채택 현황’을 보면 2018년 기준 중고교 5591곳 중 환경 과목을 선택해 가르치는 학교는 470곳으로 8.4%에 그쳤습니다.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편되는 국제경제 질서 속에서 기후위기는 곧 국가위기라고 내다봤습니다. 이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탄소 경제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면, 이 모든 것을 바꾸는 혁명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2050년이 채 오기도 전에 한국 경제는 위기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기후위기 정치화하지 말고 국민적 공감대 만들어야

정찬권 한국위기관리연구소장은 위정자들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정 소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치 지도자들 중심으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합니다. 그 후에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는 식으로 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박연수 충청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은 위기를 초래한 집단은 가려지고 피해를 보는 계층만 늘어나는 불평등한 구조를 지적했습니다.

“일상으로 다가온 기후위기를 온전히 감각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기후위기를 정치화하지 않고, 종으로서 인류를 보전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려면 국민 공감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뜻에서 교육과 홍보가 중요합니다.”

김연준 충청북도 환경산림국장은 박 사무처장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국민 각자가 기후위기를 ‘당면한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기후위기는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체계적인 홍보와 교육을 통해 국민들에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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