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88. 기후환경 뉴스레터를 만드는 사람들

구글코리아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년 올해의 검색어' 종합부문 1위는 ‘기후변화’였다. 폭염, 홍수, 산불 등 기후위기의 징후가 본격화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사회적 관심에 부응해 기후환경 소식을 전문적으로 전하는 뉴스레터도 늘어나고 있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그린펄스의 '그리니엄'과 <서울경제>의 '지구용'이 대표적이다. 환경재단,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환경단체가 발행하는 수십 종의 친환경 소식지들과는 다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두 뉴스레터의 제작진을 <단비뉴스>가 만났다.

"모든 기업은 기후테크 기업이 돼야"

그리니엄은 '그린+프리미엄'의 합성어다. 순환경제를 지향하며 2021년 3월부터 발행되고 있다. 순환경제란 제조-소비-폐기로 이어지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재활용·재사용 등을 통해 에너지 손실과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하태상(40) 대표는 "모든 기업은 기후테크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인터넷 신문사 그리니엄을 설립하고, 주요 콘텐츠를 골라 주 1회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테크는 기후위기를 막는 데 도움이 되는 혁신 기술을 말한다. 각국이 추진 중인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모든 기업이 나서야 한다는 뜻이라고 하 대표는 설명했다.

하태상 그리니엄 대표가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의 사무실에서 친환경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취지와 성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 정호원 기자
하태상 그리니엄 대표가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의 사무실에서 친환경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취지와 성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 정호원 기자

그리니엄은 기후금융과 기후테크 동향, 에너지법제 등의 소식을 다룬다. 뉴스레터는 매주 월요일 정오에 발송되며, 5200여 명이 무료 구독한다. 지난 2년 반 동안 하 대표와 에디터, 인턴 등 네 명이 100건 조금 넘는 뉴스레터를 발행했다. 구독자는 주로 기업 내 실무진으로, 58%가 대기업 재직자다. 한국전력 등 에너지 다소비 기업 직원들이 그리니엄 뉴스레터를 보면서 기후테크 관련 정보 등을 얻는다고 한다. 하 대표는 "기후 관련 투자를 하는 벤처캐피털(VC)에서도 그리니엄을 보면서 이슈를 파악한다"고 소개했다.

하 대표는 2020년 대학원에서 녹색건축·녹색채권을 주제로 논문을 준비하면서 글로벌 자금이 재생에너지, 전기차, 녹색건물 등으로 몰리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자연히 기후·에너지 지식산업의 수요도 높아질 것이라 보고, 뉴스레터 사업을 기획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에 앞서 2012년부터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개발·중개·자산운용을 하는 에코아이에서 자산운용사로 일하며 강원도 태백시 풍력발전, 중국 흑룡강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 등을 유엔(UN) 청정개발체제사업(CDM)으로 개발하고 탄소배출권을 만드는 업무를 했다. 그는 2019년 그린펄스를 창업해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탄소배출권,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 등과 관련한 자문업을 하고 있다.

기후관련 해외 산업 동향과 기술적 해법 소개

김지연 에디터(왼쪽 앞) 등 그리니엄의 직원들이 뉴스레터 제작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정호원 기자
김지연 에디터(왼쪽 앞) 등 그리니엄의 직원들이 뉴스레터 제작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정호원 기자

그리니엄 제작진은 해외 전문지 등이 소개하는 기후 산업 동향을 많이 참고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미국 경제지 <패스트컴퍼니>가 미래 유망 산업으로 순환경제 관련 사업을 다룬 것, 영국의 기후전문매체 <클라이밋홈뉴스>가 최신 기후테크 기업을 소개한 것 등을 뉴스레터에 활용했다. 지난 5일 자 뉴스레터는 배양육(동물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만든 고기) 등장 10년을 기념해 미국의 업사이드푸드와 네덜란드의 미터블 등 선구적인 배양육 기업을 소개하고, 업계 전반의 성과와 과제를 짚기도 했다.

그리니엄의 뉴스레터 오픈율(이메일을 열어본 구독자 비율)은 35%다. 뉴스레터 제작 플랫폼인 스티비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5000명 이상 1만 명 이하 구독자를 가진 뉴스레터의 평균 오픈율은 19.1%였다. 그리니엄의 오픈율이 평균의 1.8배가량 되는 셈이다. 그리니엄은 내년부터 영문판도 만들어, 장차 '아시아 최고 기후테크 미디어'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하 대표는 "지난 2년간은 그리니엄을 알리는 단계였다"며 "추후 자체 수익화 모델을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후테크, 기후금융, 에너지 법제 등을 다루는 그리니엄의 온라인 뉴스레터. 그리니엄 홈페이지 갈무리
기후테크, 기후금융, 에너지 법제 등을 다루는 그리니엄의 온라인 뉴스레터. 그리니엄 홈페이지 갈무리

독자가 ‘나와 상관있는 환경뉴스’로 느끼도록

단비뉴스가 각 언론사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서울경제의 지구용은 <경향신문> 등 국내 10대 중앙일간지와 3대 경제지 가운데 유일하게 발행되는 기후환경 전문 뉴스레터다. '지구를 지키는 용사들의 뉴스레터'를 줄여 이름 지은 지구용은 16년 차 유주희(41) 기자와 13년 차 박윤선(35) 기자가 2021년 4월부터 제작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발행해, 지난 3일까지 누적 228회를 기록했다. 주로 20∙30세대 여성 구독자를 겨냥해 '일상에서 바로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그러나 깊고 확실한 변화를 만들어 내는 지구 사랑의 방식'을 알리는 것이 목표다. 내용은 주로 기자들의 친환경 체험기와 친환경 소비 정보 등으로 구성된다. 최근 소식 가운데는 '버섯, 커피박, 파인애플로 만든 스니커즈'와 '여름의 맛, 비건 빙수 솔직 리뷰' 등이 있다.

서울경제 친환경 뉴스레터 지구용을 만드는 유주희(왼쪽), 박윤선 기자가 서울경제 사옥에서 ‘발랄한 지구용의 분위기’를 몸으로 표현하며 활짝 웃고 있다. 정호원 기자
서울경제 친환경 뉴스레터 지구용을 만드는 유주희(왼쪽), 박윤선 기자가 서울경제 사옥에서 ‘발랄한 지구용의 분위기’를 몸으로 표현하며 활짝 웃고 있다. 정호원 기자

두 기자는 환경에 관한 젊은 층의 관심을 반영하기 위해 지구용을 기획하면서 '나랑 상관있는 환경뉴스'를 지향했다고 밝혔다. 유 기자는 "이미 숲을 보는 거시적인 이야기는 너무 많은 훌륭한 사람들이 하고 있다"며 "기후위기가 큰 이야기다 보니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내년 내후년에는 우리 삶이 어떻게 될까에 대해 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환경수업을 듣는 고등학생들이 안 입는 청바지를 가방용 천으로 집단 기증한 사례 등 소소한 이야기, 전국의 구독자가 각자의 동네 부근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친환경 행사 소식 등을 알려주려 애쓴다. 유 기자는 "말투도 친근하게 하고, 언어를 선택할 때도 요즘의 감수성에 맞는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친환경 소비를 자주 다뤄 독자의 눈길을 끈 뒤, 좀 더 진지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전략을 추구한다. 예를 들어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중요한 사안이지만 이해하기 까다로운 이슈다. 지구용은 가벼운 이야기로 유입된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에너지저장시스템 이야기도 읽으면서 인식을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더 쉽고, 재미있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한다.

귀여운 디자인으로 눈길 끌기...수익화는 고민

박윤선 기자가 직접 구상한 디자인이 반영된 서울경제의 친환경 뉴스레터 지구용. 지구용 초기화면 갈무리
박윤선 기자가 직접 구상한 디자인이 반영된 서울경제의 친환경 뉴스레터 지구용. 지구용 초기화면 갈무리

두 기자는 지구용의 구독자 수를 밝히지 않았는데, 현 단계에서는 '구독자 1만 명 달성'이 목표라고 한다. 뉴스레터 오픈율은 35% 정도다. 지구용은 네이버 뉴스에도 노출된다. 최근 소식 중 '1m 줄에 묶인 시골 개들의 삶'은 네이버에서 70만 클릭을 달성하기도 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진민정 연구위원 등이 지난해 발표한 ‘기후환경 저널리즘의 범주와 활성화 방안’ 보고서는 "기후변화와 친환경 이슈는 과학적 데이터의 기본적인 문해력을 요구하지만, 모든 독자가 이런 배경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이 분야에 전혀 문외한이거나 관심이 덜했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기사들 역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스레터는 이런 필요에 맞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뉴스레터가 지속 가능하려면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모델이 필요하다. 지구용의 유주희 기자는 "수익화에 대한 고민은 모든 언론사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지구용은 이미 출판사 등과 물품 협찬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 "아직은 수익화를 하면서 진정성 있게 뉴스레터를 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지구용이 유료화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시대] 기사 더보기

① 온실가스 주범 석탄발전소 ‘더 짓는 중’

② '기후우울' 떨치고 '어벤져스'로 나서다

③ 탄소세 부과로 ‘신호’ 줘야 기업 바뀐다

④ 노동·지역경제 배려 ‘정의로운 전환’을

⑤ "석탄발전소 짓는 한국, 리더 아닌 꼰대"

⑥ ‘그린워싱 대신 행동을’ 거센 녹색 함성

⑦ "SMR 등 원전은 기후위기 대안 못 돼"

⑧ “상용화 먼 핵융합, 탄소중립 도움 안 돼”

⑨ “기후위기 극복 의무를 헌법에 넣자”

⑩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 가망 없다

⑪ “파이로프로세싱은 과학 아닌 소설”

⑫ 기후재난으로 원전 위험성 더 커진다

⑬ ‘기후 일자리’ ‘탄소국민배당’ 추진을

⑭ 고기 즐기는 너, 기후변화 공범 아니니

⑮ 청소년은 ‘미래’ 아닌 기후재난 ‘당사자’

⑯ 기후 미술관, ‘제로 웨이스트’로 가다

⑰ 쓰레기 줍다 보니 삶이 바뀌더라

⑱ “한국 공적금융이 에너지 전환 걸림돌”

⑲ ‘ESG 경영’ 뒤로 ‘기후행동 봉쇄 소송’

⑳ ‘국민이 처한 위험’ 알리려 당근 쏟았다

㉑ 나는 오늘 옷을 샀다, 기후위기를 샀다

㉒ 시민이 일어나 정부·기업을 움직이자

㉓ 탄소 줄이는 갯벌 메워 공항을 짓다니

㉔ 공장식 축산 줄이고 채식 늘려야 생존

㉕ 경작과 에너지 생산을 ‘하이브리드’로

㉖ 이재명 ‘재생에너지’, 윤석열 ‘원전’ 강조

㉗ 이재명·윤석열도 ‘기후대선’ 동참해야

㉘ ‘할머니가 지킬게, 초록지구’ 119 출동

㉙ 기후변화만큼 핵발전도 위험하다

㉚ ‘주차장 태양광’ 시급한데 조례로 막아

㉛ 채식 급식 확대, 환경교육과 병행 필요

㉜ 지구는 우리가 지킨다, 연구의 힘으로

㉝ 낡은 단독주택이 제로에너지 건물로 깜짝 변신

㉞ 개발에 밀린 무허가 정착민의 ‘생존 연료’

㉟ 난청·진폐 앓아도 떠날 곳 없는 노동자들

㊱ 실종된 ‘기후정치’를 찾습니다

㊲ ‘막장’에서 땀 흘린 이들의 희망은 어디에

㊳ 물 부족은 아프리카에서 끝나지 않는다

㊴ 돌고 돌아 사람 몸속에 쌓이는 플라스틱

㊵ 바이오연료, 전기차로 가는 징검다리 될까

㊶ 왕우렁이가 돕는 쌀농사, 도시농부도 보람

㊷ 취약층 ‘쪄 죽는 사회’ 막으려면

㊸ 속 썩은 배추에 농부 마음도 썩어들어가고

㊹ 탄소흡수 ‘바다숲’ 228곳 조성 후 관리 미흡

㊺ 중·고교 5600여 곳에 환경담당 교사는 41명

㊻ ‘탈석탄법’으로 신규발전소 건설 중단 길 터야

㊼ 강력한 탈탄소 정책과 기후정의 함께 가야

㊽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역대 최대 인파

㊾ BTS RM의 그 가방, 폐시트와 빗물로 제작a

㊿ 채취량 반으로 줄고 낙석에 생명의 위협도

51. ‘그린워싱’ 고발하다 법정에 선 활동가들

52. 보틀클럽과 리필스테이션이 있는 마을 실험실

53. ‘블루카본’ 갯벌을 신공항으로 덮으려는 정치

54. 애타는 기후 시민, 정부를 법정에 세웠다

55. 기후행동 ‘목적의 정당성’ 인정한 판결에 환호

56. ‘단 한 명이라도…’ 매주 간절하게 올리는 기도

57. 과학자들, '엉터리 근거로 오염수 투기 강행' 비판

58. 농지에서는 농사를, 유휴부지에는 태양광을

59. 호수 위에 뜬 그 꽃잎이 태양광발전소라니

60. 우리 땅 농산물과 천연재료를 고집하는 가게

61. 과학을 부인한 그들, 세계를 위험에 빠트리다

62.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봄’을 만드는 마음

63. 환경을 살리는 선택이 일자리도 만드는 시대

64. 소비 중독 벗고 ‘순환 경제’로 가야 살아남는다  

65. 기업 ‘친환경 경영’ 속도 높일 단일법 추진

66. 오염수 방류 임박, 후쿠시마 참사는 ‘진행 중’

67. 쓰레기 안 만드는 생산·유통·소비에 도전하다

68. ‘소·돼지·닭의 복지’도 인간에게 중요하다

69. 늘어나는 대형 산불 '불막이 숲' 등 대책 시급

70.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미래세대에 전가 말라"

71. 한국 온난화 속도는 지구 평균의 2~3배

72. ‘자본 아닌 인간 편에서 탄소중립을’ 거센 함성

73. 커피 찌꺼기도 ‘기후테크’로 저탄소 자원 변신

74. "원전 진흥 기구 IAEA, 결론 정해놓고 조사"

75. 소비자는 ‘불편’ 점주는 ‘고객 이탈’ 불만

76. 공장식 축산 줄이고 동물권도 지키는 대안 

77. '생키호테'와 '계르반테스'는 무엇을 보았나

78. 폐스티로폼으로 지구의 위기를 말하다

79. '녹아내리는 빙하' 춤으로 알리는 사람들

80. ‘그린수소’ ‘멀티콥터 드론’ 아직은 기술개발 중

81. 수산물 타격에 주민 떠나 ‘유령마을’ 될까 걱정

82. 세계녹색당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결의

83. 지구 지키는 농사꾼, 친환경 소비자를 만나다

84. “핵 오염수 해양 투기 말고 육상 저장” 한목소리

85. '입을 옷이 없다'는 그대여

86. ‘보기도 좋은 태양광 건물’ 한국은 아직 걸음마

87. ‘탄소중립’ 질문하는 소비자, 도전하는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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