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에어돔 붕괴’ 제천 폐기물 매립장, 폐쇄하면 끝?

국내 폐기물의 약 90%는 폐농약, 폐섬유 등 각종 사업장에서 나오는 산업폐기물이다. 공공이 직접 관리하는 생활폐기물과 달리, 산업폐기물은 대부분 민간업체가 처리한다. 이 가운데 폐기물을 땅에 묻는 방식인 매립은 침출수가 주변 환경으로 유출되지 않게 계속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민간업체가 매립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서 매립장에 고인 침출수가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며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단비뉴스>가 이 산업폐기물 매립장 문제를 집중 취재했다. 먼저 폐쇄 공사가 끝난 충북 제천의 한 산업폐기물 매립장 주변 지하수에서 독성물질이 계속 검출되고 있는 실태를 보도했다. 경기 화성, 충남 당진 등 전국의 방치된 산업폐기물 매립장 위치와 침출수 사고 등도 조사했다. 민간업체가 폐기물관리법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유럽과 미국, 일본의 매립장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도 살펴봤다. 방치되는 산업폐기물 매립장의 사후관리 문제와 대안을 네 편의 기사에 담았다. (편집자주)

<기사 차례>

① 매립장 주변 독성물질 계속 검출…사실상 방치

폐쇄된 매립장 주변, 왜 독성물질 계속 나오나

늪지대로 변한 매립장…뒷수습은 국가 몫

수익 크고 처벌 약한 매립장…공공이 운영해야

 

[앵커]

폐쇄 조치가 내려진 충북 제천시의 한 폐기물 매립장 주변 지하수에서 독성물질이 계속 검출되고 있습니다.

안정화 작업에도 불구하고 매립장에서 침출수가 새어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데, 제천시는 안전조치는커녕 아직 피해 범위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벼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폐쇄 절차가 끝난 충북 제천시의 한 폐기물 매립장입니다.

약 26만 톤의 산업폐기물이 묻혀있습니다.

환경과 인체에 해로운 물질들이 묻혀있어 환경청이 별도로 관리해 온 곳입니다.

그런데 2006년과 2012년에 폭우와 폭설로 매립장을 덮고 있던 에어돔이 무너졌습니다.

더구나 매립장은 운영 업체가 부도가 나면서 그대로 방치됐고, 폐기물에 빗물이 흘러들어 주변 환경 오염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환경부의 폐쇄 명령에 따라 원주지방환경청과 제천시, 충청북도가 2017년부터 예산을 투입해 폐쇄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무려 5년 넘게 걸린 매립장 폐쇄 공사는 지난 2022년 12월에 마무리됐는데, 문제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매립장 주변에서 실시한 수질검사에서 독성물질이 계속 검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2년 수질검사 성적서를 보면 매립장 주변 3개의 검사 지점 가운데 한 곳에서 염소이온과 시안, 페놀이 조사 때마다 기준치를 훌쩍 넘겼습니다.

침출수의 주성분인 염소이온은 기준치의 160배에서 200배 가까이 검출됐고, 청산가리 성분으로 알려진 시안도 매달 검출됐습니다.

1급 발암물질인 페놀은 2022년 8월에는 기준치의 670배 이상 검출됐는데 5개월 후에는 기준치의 920배까지 수치가 점점 올랐습니다.

특정 위치에서 독성물질이 계속 검출되고 있는 건데, 침출수가 유출되고 있는 건지는 정밀 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3번 검사지점 주변에서 3곳을 추가로 검사했는데, 두 곳에서 염소이온과 페놀이 높은 농도로 검출됐습니다.

[김진우 / 전 제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오랫동안 침출수가 외부로 유출이 되었다. 그리고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이 문제에서 말끔하게 해결되지 못한 상태에서 안정화 작업들을 하다 보니까 현재도 침출수가 외부로 계속 유출이 되고 있지 않느냐...”

시민들과 환경단체는 매립장을 폐쇄하며 안정화 공사를 했는데도 침출수가 계속 흘러나오는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지하로는 침출수가 새어 나오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벽을 세우는 공사를 한 건데, 원래부터 폐기물을 감싸고 있던 차수막이 손상됐을 수 있다는 겁니다.

제천시는 지난해 11월 시의회 업무보고에서 원인을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상근 / 제천시 자원순환과 주무관]

“정확한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고 내년 우기까지는 좀 종결짓는 걸로 합의는 했는데 좀 늦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거는 저희가 단독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전문가들은 매립장 지하에 고여있을 침출수를 하수처리장으로 옮기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윤석표 / 세명대 환경에너지학과 교수]

“지금 벽체를 다시 땜질한다든가 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 제일 중요한 거는 침출수를 열심히 처리하는 거,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폐쇄 과정에서 설치한 침출수 처리시설은 2022년 말부터 지난해 10월까지 9개월 넘게 운영되지 않았습니다.

제천시가 예산을 마련하지 못했다면서 침출수 처리시설 운영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스탠딩]

이 시설이 바로 침출수를 처리하기 위해 설치된 겁니다. 제천시가 운영을 거부한 사이 침출수 수위가 오르자 한국환경공단이 다음 달까지 응급 가동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매립장 주변 지하수에서 독성물질이 계속 검출되는 상황에서 매립장을 관리할 재원 문제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천시는 민간사업자가 떠나버린 이 매립장을 30년 넘게 관리해야 합니다.

단비뉴스 조벼리입니다.

(편집 : 조벼리 기자 / 촬영 : 김창용 조벼리 기자 / 앵커 : 양혁규 기자)

제천시, “매립장 운영 예산 확보, 조례 제정” 밝혀

- 매립장 주변 독성물질 관련 대책과 원인 후속 취재 중

<단비뉴스> 보도 이후 제천시는 "지난해 11월 매립장 관리와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을 완료했고, 올해 침출수 처리시설 운영을 위한 예산 4억 원을 확보했다"고 밝혀왔다. 제천시는 “2017년 국민권익위원회 조정 결과에 따라 안전진단이 완료된 후 이상이 없을 시 매립장을 인수하겠다”고 덧붙였다. 단비뉴스는 앞으로 후속 보도를 통해 매립장 주변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되고 있는데도 정밀 안전진단이 왜 늦어지고 있는지, 침출수 유출과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 5년 동안 이뤄진 매립장 폐쇄 공사 과정에서 한계는 없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이 문제에 대한 제천시 등 관계기관의 입장도 자세히 취재해 보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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