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소리뉴스] ㉒ 재활용 현황과 과제 (하)

 

콧구멍에 플라스틱 빨대를 낀 채 피 흘리는 코스타리카의 바다거북. 태국과 말레이시아 접경 바다에서 구조된 둥근 머리 돌고래 뱃속의 80여개 비닐봉지.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21개국 39개 브랜드 천일염 중 36개 제품에서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 인간이 함부로 버린 쓰레기가 바다를 오염시키고 해양생물을 해치고, 마침내 식탁에 올라 건강을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뉴스의 장면입니다. ‘플라스틱의 역습’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마구 버린 1회용품, 밥상 위 소금까지 오염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와 조지아주립대 공동연구팀이 2017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950년에서 2015년까지 66년 동안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 83억t 가운데 63억t이 쓰레기로 버려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폐기된 63억t 가운데 재활용된 것은 9%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중국, 필리핀 등 저개발지역으로 실려가 산과 강, 바다 등에 버려졌습니다.

중국은 2016년 기준 전 세계 재활용 쓰레기의 절반에 해당하는 730만t을 수입해 가공 처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쓰레기 처리지역의 환경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고, 중국 환경보호부는 2017년 7월 폐플라스틱, 폐금속 등 고체폐기물 24종의 수입을 금지했습니다. 2018년 4월 한국에서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던 것도 이 정책의 여파 때문입니다.

유럽연합(EU)은 중국의 폐기물 수입금지 이전부터 꾸준히 자원순환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2015년에는 ‘EU 순환경제 패키지’를 통해 2030년까지 폐기물의 생산·소비·관리 방식을 전면 개혁하는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오는 2025년부터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과 플라스틱의 매립을 전면 금지하고, 2030년까지 포장재 폐기물을 80% 감축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습니다.

영국 소매점 ‘공짜 비닐봉투’ 전면금지

특히 영국은 2015년부터 250명 이상을 고용한 대형유통업체들이 1회용 비닐봉지를 고객에게 무상제공하지 못하도록 조처했습니다. 비닐봉지가 필요한 고객은 5페니(약 70원)에 사도록 했습니다. 영국 환경부에 따르면 이 조처 전인 2014년에 1회용 비닐봉지가 76억 개 생산되고 소비된 데 비해, 2017년 4월부터 1년 동안은 10억 개로 86%나 줄었습니다. 영국 정부는 이런 성과에 힘입어 2018년 8월 1회용 비닐봉지 유상판매를 전체 소매점으로 확대하고 가격도 10페니로 인상하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1인당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이 2016년 기준 98.2㎏인 한국에 이어 97.7㎏으로 2위인 미국은 지방정부와 기업들이 자원순환 대책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는 2018년 8월 미국 주 가운데 처음으로 2019년부터 식당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카운티의 말리부시는 2018년 6월부터 플라스틱으로 만든 빨대와 포크, 칼, 숟가락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커피체인점 스타벅스는 2020년까지 전 세계 모든 점포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제거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월트디즈니 또한 2019년 중반까지 디즈니랜드 등 회사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모든 장소에서 플라스틱 빨대 제공을 중지했습니다. 세계적 금융회사인 골드만삭스도 사내에서 플라스틱 빨대 및 뚜껑, 종이컵을 전부 제거할 것이라고 2018년 10월 공표했습니다. 선진국 뿐 아니라 인도, 케냐 등 제3세계 국가들도 1회용품 규제에 적극 동참하고 있습니다.

장바구니 사용 등 생활 속 실천 필요

우리나라도 일회용 컵 규제 등 일부 영역에서는 모범 사례에 들어갑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과대포장 기준이나 1회용품에 대한 사용규제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규제강도가 오히려 센 편이지만 1회용품 제조업체 숫자가 많고 대부분 영세업체라 규제가 어렵습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1회용품 사용에 대한 대안모델과 문화가 풀뿌리에서 만들어져야 합니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국장은 2018년 12월 10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커피전문점 1회용품 퇴출 자율협약으로 테이크아웃잔이 몇 개월 만에 크게 줄어든 것을 들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소비자와 업계가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하면 1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것은 (소비자들이) 편리함을 추구하기 때문인데, 조금 불편하더라도 자기 컵과 장바구니 등을 써서 쓰레기를 안 만드는 게 최선입니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생활 속 실천’으로 1회용 나무젓가락 쓰지 않기, 커피전문점에서 1회용컵 대신 머그컵에 주문하기, 일회용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 쓰기, 포장이 간소한 제품 사기 등을 제안했습니다. 또 쓰레기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는 것도 좋은 실천이라고 강조했습니다.

‘1회용품 제로 가게’도 속속 등장

이런 취지에서 1회용품을 쓰지 않는 가게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서울 성수동 한적한 골목길에 있는 카페 겸 식품점 ‘더 피커’에서는 비닐봉지 등 1회용품을 찾을 수 없습니다. 콩, 현미 등 곡물과 견과류, 과일 등 20여 가지 식재료를 손님들이 가져 온 통에 담아줍니다. 통을 준비하지 못한 고객은 매장에서 생분해성분인 피엘에이(PLA) 용기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매장을 찾은 박상근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가게에 7~8번 정도 왔는데 오트 바나나와 블랙 오트밀을 자주 먹습니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일이 귀찮기는 하지만 미세 플라스틱 뉴스 등을 접한 터라 가능한 한 갖고 다니려 합니다.”

서울 연희동의 한 아파트 단지 맞은편에 있는 카페 ‘보틀 팩토리’도 남다른 곳입니다. 포장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다 카페를 차렸다는 정다운 씨는 플라스틱, 종이컵, 빨대 등 1회용품을 전혀 쓰지 않습니다. 개인용기를 준비하지 못한 테이크아웃 고객에게는 가게 텀블러를 무료로 빌려줍니다. 향후엔 보증금 도입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카페에 온 손님들이 개인 용기를 씻을 수 있도록 개수대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정다운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작년에 쓰레기수거 차량을 따라 쓰레기장에 가본 적이 있는데, 넘쳐나는 쓰레기를 보고 많이 놀랐어요. 우리는 너무 쉽게 쓰레기를 만드는 문화 속에 있는데, 페트병 덜 쓰기부터 배달이나 배송 등 넘쳐나는 포장재에 대해 좀 더 심각성을 인식했으면 합니다.”

개인적 실천과 공동체 소비문화 개선 병행해야

그린피스 유지연 시민참여 캠페이너는 2018년 12월 12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개인뿐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지연 캠페이너는 카페에서 플라스틱컵 대신 머그컵을 쓰겠다는 분명한 의사를 보여주는 것 등 개인적 실천도 중요하고 사회적으로는 일회용품 쓰레기를 만드는 소비문화를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린피스는 이런 취지에서 미국의 대규모 할인판매기간인 ‘블랙 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기간의 과도한 소비에 대응하는 ‘메이크 썸씽 위크(Make Something Week)’ 행사를 2018년 12월 2일부터 10일까지 홍콩, 런던, 마드리드 등 여러 도시에서 벌였습니다. 각국 그린피스가 주관한 이 행사에서는 고장 난 제품 수리나 업사이클링(다른 용도로 재활용), 공유, DIY(직접 만들기), 재사용 등의 교육이 진행됐습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도 같은 해 12월 8일 ‘불(不)편의점’이란 이름의 행사를 서울 양평동 제이빌딩에서 열었습니다.

유지연 캠페이너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지금의 자본주의 시스템은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소비를 하게 만들고, 그 낭비가 결국 쓰레기 생산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의 마케팅에 의해 불필요한 소비를 하는 대신 지속가능한 소비를 하자는 취지에서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시민들이 물건을 살 때는 꼭 필요한 것인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선택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2018년 12월 8일 인터뷰)

출연: 강훈 이주연 이현이 조성우 기자

편집: 강훈 기자

출처: <마지막 비상구> (제정임 엮음)

디지털 시대의 멀티미디어 실험에 앞장서는 <단비뉴스>가 ‘소리뉴스’를 시작합니다. 2020년 ‘올해의 환경책’으로 선정된 <마지막 비상구>를 환경부 기자들이 목소리로 전합니다. 이 책은 <단비뉴스>가 2017년 9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연재한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시리즈를 엮어낸 것입니다. 석탄·석유·원전 등 기후위기와 방사능재난을 부르는 ‘위험한 에너지’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할 길은 무엇인지 모색했습니다. 소리뉴스는 이 책 중 3부 ‘에너지 대전환은 가능하다’부터 시작합니다.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기후재난의 현장을 조명하고, 파국을 막을 대안을 모색하는 내용입니다. 탈원전 논란과 에너지정책을 다룬 1, 2부는 그다음에 이어집니다. 이 기사들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올해의 좋은보도상’과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의 ‘올해의 영데이터저널리스트상’을 받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을 포함, 더 많은 독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시작하는 단비 소리뉴스. 주 1회 <단비뉴스>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 실립니다. (편집자)

① ‘기후붕괴 시대’ 위협받는 삶의 현장

② ‘세계 4대 기후 악당’ 한국이 받는 벌

③ ‘트럼프의 훼방’에서 파리협정 살리기 

④ 달려가는 유럽, 끌려가는 한국

⑤ 화석연료 줄여도 경제는 쑥쑥 성장

⑥ ‘1달러 골리앗 크레인’ 탄식 뒤의 기적

⑦ 실업자 없는 에너지 자립촌 펠트하임

⑧ 재생에너지가 이끄는 유럽 최강 경제

⑨ 태양광·풍력으로 프랑스에 전기 수출

⑩ 석유파동 후 세계 1위 풍력기업 탄생

⑪ 거리엔 자전거 물결, 국민 건강은 '쑥쑥'

⑫ 태양열과 소금으로 밤에도 전기 생산

⑬ 금융위기에 흔들린 재생에너지 강국 스페인 

⑭ ‘바람은 모두의 것’ 제주의 실험

⑮ ‘주민 배제’가 ‘결사반대’ 낳았다

⑯ 해상풍력 잠재력, ‘조선업 이상’

⑰ '원전 줄이기' 시동 건 햇빛발전협동조합

⑱ 의도적 허위정보가 반감 조장

⑲ 옥상·주차장·도로 등 태양광 설치할 곳 수두룩

⑳ 무심코 쓴 일회용품이 기후재난 재촉한다

㉑ 플라스틱 등 자원 순환에 인공지능도 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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