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소리뉴스] ⑲ 국내 태양광 현황과 과제 (하)

 


세종시에서 대전시 유성구 쪽으로 가는 8차선 도로 중앙에는 3.9m 폭의 자전거길이 있습니다. 도로 한복판에 자전거길이 있는 것도 특이하지만 약 8.8km 구간 중 4.6km에 지붕처럼 태양광 패널이 줄지어 선 것은 더 이채롭습니다. 바닥에서 3m 높이에 50~100cm 간격으로 설치된 총 7502개의 패널은 설비용량 1.9메가와트(MW)의 햇빛발전소를 이룹니다. 이 발전소는 연평균 2200메가와트시(MWh)의 전기를 ‘연료비(햇빛) 무료’에 ‘무공해’로 만들어 세종시내 가로등과 전광판 등에 보내고 있습니다.

자전거길·기차역 햇빛발전 등 ‘새로운 발상’ 활짝

세종시의 태양광 자전거도로처럼 전력의 주 소비처인 도시 안팎의 유휴공간에 햇빛발전소를 만드는 새로운 발상이 국내외에서 속속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태양광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돼 온 부지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소하는 흐름입니다.

영국 철도청은 증기기관 시대인 1886년 건설된 런던의 블랙프라이어스(Blackfriars) 철도역을 ‘솔라 브리지’(태양광 다리)로 만들었습니다. 템스강의 빅토리아 브리지 위에 있는 열차 플랫폼 지붕에 4400개의 태양광 모듈을 설치했습니다. 이 솔라 브리지는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봄에 완공됐습니다. 설비용량 1.1MW인 이 햇빛발전소에서 연 90만 킬로와트시(kWh)의 전기를 만들어 역에서 쓰는 전력의 절반을 충당합니다. 당시 영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재생에너지 활용의 생생한 교육사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이제는 외국 관광객들도 찾아가는 명물이 됐습니다.

길바닥을 패널로 덮는 태양광도로 속속 등장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시의 크롬메 지역에서는 길바닥에 패널을 설치한 ‘세계 최초의 태양광 자전거도로’가 2014년 11월 개통됐습니다. 노르트홀란트주 정부와 네덜란드융합연구소(TNO)등이 건설한 이 태양광도로는 2.5m×3.5m 크기 콘크리트 모듈에 태양광전지를 장착해 70m 길이 바닥에 줄지어 깔고, 그 위에 1cm 두께의 강화유리를 얹었습니다. 여기서 연간 9800kWh의 전력을 생산해 가로등과 신호등에 공급합니다.

프랑스의 태양에너지국립연구소(INES)는 콜라스그룹(Colas Group)과 함께 2016년 12월 노르망디의 오른(Orne) 지역에 세계 최초의 태양광 자동차도로인 ‘와트웨이’를 개통했습니다. 500만유로(약 65억원)를 들여 길이 1㎞, 2800㎡ 면적에 태양광 패널을 깔았습니다.

최근 들어 태양광도로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입니다. 2017년 12월 중국 산둥성 지난시의 순환고속도로 남단에 1120m 구간의 태양광도로가 설치됐습니다. 5875㎡(약 1777평) 규모의 태양광 패널이 연간 100만㎾h의 전력을 생산합니다. 약 8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양입니다. 태양광도로에서 생산된 전기는 도로에 쌓인 눈을 녹이는 데 쓰이거나 감시카메라, 터널 조명 등의 전력으로 사용합니다. 

고속도로 방음벽을 햇빛발전소로 만드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밀라노시와 베니스시 중간에 있는 이세라(Isera)시는 브레너 고속도로의 방음벽 1067m 구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습니다. 높이 5.6m인 이 방음벽 햇빛발전소의 전체면적은 약 5036㎡입니다. 총 3944개 태양광모듈이 연간 68만9000kWh의 전력을 생산합니다. 태양광 방음벽은 1989년 스위스 쿠어(Chur) 지역 고속도로에 세계 최초로 설치된 후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에 속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사옥·공장·매장을 거대한 햇빛발전소로

세계 정상급 기업들은 사옥과 공장, 매장 등을 태양광 생산기지로 만들고 있습니다. 미국의 정보기술(IT)기업 애플은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시에 완공한 사옥 ‘애플파크’의 지붕 약 21만평(약 69만㎡)을 태양광 패널로 덮어 17MW 설비용량의 햇빛발전소로 만들었습니다. 1만3000여 명이 일하는 이 건물의 전력공급은 햇빛발전소가 약 80%를 담당하고 나머지도 바이오가스,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4MW)로 충당합니다.

애플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건물은 환기장치 등을 특수하게 설계해 1년 중 9개월은 냉난방이 필요 없습니다. 사원들은 거대한 숲을 둘러싼 반지 모양의 원형 건물에서 자전거를 주 이동수단으로 삼는 등 친환경 활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미국 최대 소매유통업체인 월마트(Walmart)와 대형할인매장 타겟(Target),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 등은 국내외 매장의 옥상에 태양광발전소를 조성, 매장의 전력수요를 충당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태양에너지산업협회(SEIA)의 2018년 통계를 보면 전 세계에서 자체 태양광발전량이 가장 많은 기업은 타겟으로, 2017년 기준 204MW를 국내외 매장 옥상 등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2위는 월마트로 미국 내외의 371개 매장에서 약 149MW를 발전합니다. 이케아는 71개 매장에서 약 45MW를 생산, 매장 전력수요의 90% 이상을 공급하며 가정용 태양광 패널과 각종 절전제품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구글, 애플, 지엠(GM), 이케아(IKEA) 등 154개 초대형 글로벌 기업들은 지난 2020년 사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 전량을 태양광, 풍력 등으로 충당하자는 내용의 ‘재생에너지 100% 운동’(RE100)을 약속했습니다. 이 운동은 다국적 비영리단체인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 주도로 지난 2014년 시작했습니다.

삼성 등 국내 기업도 재생에너지 활용 ‘기지개’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도 그린피스 등 국제환경단체의 압력과 권유를 받아들여 2018년 6월 “미국·유럽·중국 등 해외 사업장에서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수원, 화성 등 국내 사업장에도 옥상과 주차장 등에 6만3000㎡의 유휴 부지를 활용해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삼성은 그러나 ‘2018 지속가능보고서’에서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여건이 열악해 202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약속하기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미국 등 세계 70여 개 나라가 재생에너지 전기를 골라 구매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제도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12개 기업은 이와 관련, 국회 신재생에너지포럼과 환경운동연합 등 6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2018년 11월 ‘재생에너지 선택권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습니다. 이 모임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기를 석탄·원전 등 다른 발전원과 구분해서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입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진선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2018년 11월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현재 한국 전력시장은 송전·판매를 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어 전기의 에너지원을 구분할 수 없습니다. 재생에너지 생산전력을 구분해서, 발전사업자와 전력사용자가 직접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입니다.”

국내 건물 옥상만 모두 활용해도 44GW 설비용량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2018년 11월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태양광 시설을 확대하려면 환경파괴 논란이 있는 농촌보다 대도시 건물의 옥상과 도로, 주차장 등 유휴 부지를 1차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맞습니다. 지방자치단체나 공기업 등이 이런 부지를 찾기 위해 더 강하게 노력해야 해요. 건물 옥상 등 유휴 부지에 태양광시설을 설치하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더 주는 등 유인 장치가 이미 있지만 정부나 민간사업자 모두 넓은 땅에 대규모로 재생에너지사업을 하는 게 ‘쉽고 편하기’ 때문에 도시 유휴 부지를 찾으려는 노력이 소홀합니다.”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이사장은 2018년 11월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정부도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지붕형 태양광 설비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에너지공단, 산업단지공단,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참여한 ‘산업단지 협동조합형 태양광 사업’은 경남 김해 골든루트산업단지와 나전농공단지, 광주광역시 평동산업단지 등의 25개 입주기업 지붕에 2019년 상반기까지 7MW 규모 발전설비를 확충하기로 했습니다. 

이 이사장은 덧붙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택과 건물 지붕의 경우 2018년 7월부터 시행한 한국형 발전차액지원제도(FIT)등을 통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8년 7월 공장 지붕과 주차장 등 유휴 부지에 올해까지 3.2기가와트(GW)의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산자부에 따르면 국내 공장, 아파트, 사무용빌딩, 창고 등 활용 가능한 건물의 옥상에 모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원전 44기 규모에 해당하는 44GW의 설비용량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물론 태양광 발전은 해가 떠 있을 때만 가능하므로 전력생산량은 같은 설비용량의 원전보다 적습니다. 

이상훈 이사장은 정부가 새만금 지역에 조성하기로 한 2.8GW 규모의 태양광 단지도 유휴 부지 활용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는 새만금방조제 안쪽 일대(38.29㎢)에 2022년까지 태양광(2.8GW)과 풍력·연료전지(0.2GW) 발전시설을 세우고, 새만금방조제 바깥에는 2026년까지 해상풍력(1.0GW) 단지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이는 새만금 전체면적(409㎢)의 9.36%이며, 아직 매립되지 않은 공간에 수상태양광 등을 설치하는 것이어서 기존의 관광레저 및 상업시설 계획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산자부는 설명했습니다.

전력 송배전망 개선 등 체계적 대응 필요

한편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유휴 부지 활용과 함께 전력시스템 손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헌석 정책위원은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며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태양광을 확충하려면 송배전망 구축 등 전력시스템을 재생에너지시대에 맞게 개혁해야 합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규환 의원은 2018년 10월 한전 국정감사에서 “현재 2.4GW에 달하는 태양광설비가 한전의 인프라 미비로 송전계통에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며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이사도 2018년 12월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이렇게 역설했습니다. 

“실제로 전북 부안, 고창에 갔더니 이미 발전설비가 되어 있지만 계통 연결이 안 돼 대기 중인 용량이 엄청 많은 상태였습니다. 한전이 최근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진출하면서 계통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것은 이율배반적입니다. 변전소 설치 등 송배전망과 전력 계통 연결 문제에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을 내야 합니다.”

곽필목 한전 배전연계부 차장은 이와 관련, 2018년 12월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재 태양광발전 설비용량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한전의 송배전 용량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전력계통 접속이 쉽지 않습니다.” 

송배전 선로를 추가하고, 변압기와 변전소 등을 증설해 계통 접속을 원활하게 하려 노력 중이지만 빠르게 늘어나는 태양광 발전설비를 따라잡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상훈 이사장은 덧붙여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독일 등 에너지전환 선진국에서도 송배전망 문제가 있지만 우리처럼 이렇게 계통 접속이 지연되지는 않습니다. 송배전망 구축에 비용이 많이 들면 정부가 나서서 보전해주는 등 한전이 전향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유인하고 압박해야 합니다.”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2018년 12월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향후 원전과 석탄발전소 가동 정지 계획을 고려해 송배전계획을 종합적으로 짜야 한다고 주문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재생에너지는 단위 용량이 적고 환경에 미치는 요인이 작기 때문에, 건물 등에 소용량으로 분산해 설치하는 게 전력계통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국토 면적당 송전망이 세계 최고 수준이므로 풍력·태양광 건설을 소비지역 중심으로 제한하고, 앞으로 운용 정지하는 원자력이나 석탄발전소 인근에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해 송전망 건설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목소리 출연: 김은송 이주연 안재훈 정호원 기자

영상편집: 김은송 기자

출처: <마지막 비상구>(제정임 엮음)

디지털 시대의 멀티미디어 실험에 앞장서는 <단비뉴스>가 ‘소리뉴스’를 시작합니다. 2020년 ‘올해의 환경책’으로 선정된 <마지막 비상구>를 환경부 기자들이 목소리로 전합니다. 이 책은 <단비뉴스>가 2017년 9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연재한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시리즈를 엮어낸 것입니다. 석탄·석유·원전 등 기후위기와 방사능재난을 부르는 ‘위험한 에너지’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할 길은 무엇인지 모색했습니다. 소리뉴스는 이 책 중 3부 ‘에너지 대전환은 가능하다’부터 시작합니다.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기후재난의 현장을 조명하고, 파국을 막을 대안을 모색하는 내용입니다. 탈원전 논란과 에너지정책을 다룬 1, 2부는 그다음에 이어집니다. 이 기사들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올해의 좋은보도상’과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의 ‘올해의 영데이터저널리스트상’을 받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을 포함, 더 많은 독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시작하는 단비 소리뉴스. 주 1회 <단비뉴스>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 실립니다. (편집자)

① ‘기후붕괴 시대’ 위협받는 삶의 현장

② ‘세계 4대 기후 악당’ 한국이 받는 벌

③ ‘트럼프의 훼방’에서 파리협정 살리기 

④ 달려가는 유럽, 끌려가는 한국

⑤ 화석연료 줄여도 경제는 쑥쑥 성장

⑥ ‘1달러 골리앗 크레인’ 탄식 뒤의 기적

⑦ 실업자 없는 에너지 자립촌 펠트하임

⑧ 재생에너지가 이끄는 유럽 최강 경제

⑨ 태양광·풍력으로 프랑스에 전기 수출

⑩ 석유파동 후 세계 1위 풍력기업 탄생

⑪ 거리엔 자전거 물결, 국민 건강은 '쑥쑥'

⑫ 태양열과 소금으로 밤에도 전기 생산

⑬ 금융위기에 흔들린 재생에너지 강국 스페인 

⑭ ‘바람은 모두의 것’ 제주의 실험

⑮ ‘주민 배제’가 ‘결사반대’ 낳았다

⑯ 해상풍력 잠재력, ‘조선업 이상’

⑰ '원전 줄이기' 시동 건 햇빛발전협동조합

⑱ 의도적 허위정보가 반감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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