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소리뉴스] ⑳ 재활용 현황과 과제 (상)

2018년 12월 13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범계역 부근의 스타벅스 범계로데오점. 1, 2층 100석 규모 매장이 젊은 회사원과 대학생 등으로 거의 꽉 찬 가운데, 유리컵에 담긴 음료를 하얀 빨대로 마시는 사람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습니다. 2018년 11월 26일부터 국내 스타벅스 매장 1230여 곳에서 초록색 플라스틱 빨대를 밀어내고 등장한 종이 빨대입니다. 예전엔 용기 반환대에 플라스틱 빨대와 막대(스틱)가 한 다발씩 꽂혀 있었지만 이젠 사라졌고, 손님이 요청하면 개별 포장된 종이 빨대를 하나씩 나눠주고 있습니다.

연간 ‘지구 한 바퀴’ 분량 빨대, 종이 성분으로 교체

차가운 음료를 마시던 박진우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엔 종이가 닿는 느낌이 이상했지만 계속 먹다 보니 플라스틱과 큰 차이가 없고,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각하니, 다른 카페도 종이 빨대로 바꾸면 좋을 것 같아요."

국내 커피전문점 매출 1위인 스타벅스가 2017년 국내 매장에서 사용한 플라스틱 빨대는 약 1억 8000만 개로, 21㎝ 길이를 이어 붙이면 약 3만 7800km가 됩니다. 지구 한 바퀴(약 4만km) 길이와 거의 맞먹습니다. 하지만 이젠 자연 분해되는 종이를 원료로 써서, ‘썩지 않는 환경 골칫덩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그만큼 줄이게 됐습니다. 스타벅스는 또 얼음이 들어가는 음료를 빨대 없이 마실 수 있는 컵 뚜껑을 도입했고, 음료를 젓는 플라스틱 막대도 나무 재질로 바꿨습니다.

스타벅스 코리아 사회공헌팀 하지은 파트너는 2018년 12월 13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2018년 7월 ‘그리너(Greener) 스타벅스 코리아’ 캠페인을 시작한 후 개인 용기 음료 할인, 종이 대신 전자영수증 발급, 비닐 대신 친환경 포장재 도입, 커피 찌꺼기 퇴비 활용 등 친환경 노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10월 말부터 내놓던 크리스마스용 붉은 종이컵도 2018년부터는 재활용이 가능한 흰색 종이컵에 빨간 컵홀더를 끼우는 방식으로 바꿨다고 밝혔습니다.

쌀로 만든 빨대와 숟가락·포크에 관심 급증

석유화학 제품인 플라스틱, 비닐 등을 줄임으로써 기후변화 원인인 탄소배출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로 친환경 대체상품을 개발·사용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쌀 빨대’를 개발한 중소기업 연지곤지의 김광필 대표는 2018년 11월 10일 ‘서울 카페쇼’가 한창인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단비뉴스>와 만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해외에서 해조류로 컵을 만드는 것을 보고 ‘그럼 빨대도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제품 개발을 시작했고 약 1년 8개월 만에 완성했습니다. 현재 한 달 3억 5000개 정도의 쌀 빨대를 만들어 호텔과 카페 등에 납품하고 있는데 2019년 초까지 월 10억 개 이상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플라스틱 빨대가 개당 5~15원인데 종이 빨대는 대략 3~5배, 쌀 빨대는 10배가량인 50원입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도 친환경 식품소재를 쓰겠다는 구매처가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쌀 빨대는 쌀 70%와 태국산 타피오카(식용녹말) 30%를 섞어 만듭니다. 밀봉 상태에서 보관하면 유통기한이 1년 정도지만 습기에 약하고 갈라지는 문제가 있어 1년 내내 고른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베트남에 공장을 두고 있습니다. 쌀 빨대의 장점은 약 2시간에서 10시간이면 자연 분해가 된다는 점입니다. 식품위생관리체제인 해썹(HACCP) 인증도 받았습니다. 김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앞으로 빨대 생산량을 늘리면서 컵, 숟가락, 포크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주식회사 하이그린도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피엘에이(PLA)를 주원료로 빨대와 숟가락 등을 만들어 오설록 카페, 닥터로빈 등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PLA는 1년 정도면 자연 분해가 됩니다. 김범래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얼마 전 플라스틱 빨대를 잔뜩 삼키고 고통당하던 거북이 모습이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변화를 도운 것 같습니다. 기업들도 소비자의 인식변화를 바탕으로 친환경 활동에 앞장서야 합니다.”

한국 연간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 세계 1위

“지난 60년간 플라스틱 사용량은 20배 증가했고 대한민국의 연간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은 세계 1위입니다. 플라스틱은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2018년 9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세플라스틱 관리 및 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자원순환사회연대 김미화 이사장은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132.7kg으로, 미국(93.8㎏), 프랑스(65.9kg), 일본(65.8㎏), 중국(57.9㎏) 등 주요국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이렇게 쓰고 버린 플라스틱을 수거해 중국으로 ‘수출’했던 국내 재활용업체들은 중국이 2018년 24종의 고체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자 2018년 4월 ‘수거 거부’를 선언했습니다. 그래서 일어난 것이 ‘재활용 쓰레기 대란’입니다. 이 사건은 1회용품 등을 ‘쉽게 쓰고 버리는’ 우리 현실에 대한 반성을 불렀습니다. 환경부 추정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연간 1회용 컵 사용량은 257억 개로 하루 약 7000만 개 수준입니다. 비닐봉지는 연간 약 216억 개입니다.

정부 ‘자원순환기본계획’ 수립, 기업도 전환 시급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10개 부처는 2018년 9월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을 발표하며 ‘패러다임의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2016년 기준 국내총생산량(GDP) 10억 원 당 95.5t인 폐기물 발생량을 2027년까지 76.4t으로 20%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2018년 기준 70% 수준인 실질 재활용률을 82%까지 높이기로 했습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전완 행정사무관은 2018년 12월 10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계획은 자원의 효율적 이용, 폐기물의 발생 억제 및 순환이용 촉진에 대한 10년 단위(2018~2027)의 국가전략입니다.”

이 계획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생산단계에서 폐기물 자체를 원천적으로 줄이고 재활용이 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에 분담금을 더 물리고,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통해 자원순환형 소재나 디자인 개발을 지원하는 정책이 포함됐습니다.

이런 정책에 많은 기업들이 적극 호응하고 있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롯데칠성, 빙그레, 엘지(LG)생활건강, 씨제이(CJ)제일제당 등은 2018년 안에 자사의 일부 형광색 페트병 제품을 재활용이 가능한 무색으로 교체한다고 밝혔습니다. 코카콜라와 애경도 2019년까지 무색 제품으로 전환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2018년 10월 25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올해 안에 (유색 용기인) 마운틴듀, 트로피카나 용기를 무색으로 전환합니다.”

다만 자외선에 변질 우려가 있는 맥주 용기는 갈색을 유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친환경 제품 제조업체들은 정부 정책에 특히 반색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종이컵 생산업체 리페이퍼 손은혜 마케팅팀장은 2018년 10월 25일 <단비뉴스>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분리수거 대란 이전에는 친환경 제품에 대한 인식이 낮아 시장진입이 쉽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많은 식음료업체 및 포장재업체에서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반면 일회용 플라스틱 및 비닐 제조업계는 빠른 속도로 전환되는 정책에 당혹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 나근대 전무는 2018년 11월 2일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재 플라스틱에 대한 시장수요가 20~30% 정도 줄어 재고가 쌓이고, 영세한 플라스틱 생산업체들은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이에 대해 전완 환경부 사무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존 업계에서는 어려움도 있을 것이지만 10년의 장기적 방향을 제시한 것이므로 업체들이 잘 협조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존업체에 대비할 시간을 주지 않으면 관련 산업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고, 대부분의 일회용품 제조업체는 중소기업이라 기술력이 낮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필요합니다. 기업들 스스로도 친환경 제품 개발을 위해 적극적으로 기술력을 확보해야 하고, 친환경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출연: 안재훈 목은수 윤준호 김은송기자

영상편집: 안재훈 기자

출처: <마지막 비상구>(제정임 엮음)

디지털 시대의 멀티미디어 실험에 앞장서는 <단비뉴스>가 ‘소리뉴스’를 시작합니다. 2020년 ‘올해의 환경책’으로 선정된 <마지막 비상구>를 환경부 기자들이 목소리로 전합니다. 이 책은 <단비뉴스>가 2017년 9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연재한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시리즈를 엮어낸 것입니다. 석탄·석유·원전 등 기후위기와 방사능재난을 부르는 ‘위험한 에너지’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할 길은 무엇인지 모색했습니다. 소리뉴스는 이 책 중 3부 ‘에너지 대전환은 가능하다’부터 시작합니다.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기후재난의 현장을 조명하고, 파국을 막을 대안을 모색하는 내용입니다. 탈원전 논란과 에너지정책을 다룬 1, 2부는 그다음에 이어집니다. 이 기사들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올해의 좋은보도상’과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의 ‘올해의 영데이터저널리스트상’을 받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을 포함, 더 많은 독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시작하는 단비 소리뉴스. 주 1회 <단비뉴스>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 실립니다. (편집자)

① ‘기후붕괴 시대’ 위협받는 삶의 현장

② ‘세계 4대 기후 악당’ 한국이 받는 벌

③ ‘트럼프의 훼방’에서 파리협정 살리기 

④ 달려가는 유럽, 끌려가는 한국

⑤ 화석연료 줄여도 경제는 쑥쑥 성장

⑥ ‘1달러 골리앗 크레인’ 탄식 뒤의 기적

⑦ 실업자 없는 에너지 자립촌 펠트하임

⑧ 재생에너지가 이끄는 유럽 최강 경제

⑨ 태양광·풍력으로 프랑스에 전기 수출

⑩ 석유파동 후 세계 1위 풍력기업 탄생

⑪ 거리엔 자전거 물결, 국민 건강은 '쑥쑥'

⑫ 태양열과 소금으로 밤에도 전기 생산

⑬ 금융위기에 흔들린 재생에너지 강국 스페인 

⑭ ‘바람은 모두의 것’ 제주의 실험

⑮ ‘주민 배제’가 ‘결사반대’ 낳았다

⑯ 해상풍력 잠재력, ‘조선업 이상’

⑰ '원전 줄이기' 시동 건 햇빛발전협동조합

⑱ 의도적 허위정보가 반감 조장

⑲ 옥상·주차장·도로 등 태양광 설치할 곳 수두룩

관련기사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