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소리뉴스] ⑯ 국내 풍력발전 현황과 과제 (하)

 

지난 2010년 이명박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태양광을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풍력을 제2의 조선산업으로 육성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태양광 패널은 ‘역전류 방지 기능 전자판’인 다이오드로 구성됩니다. 반도체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한국의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활용할 여지가 있다고 본 겁니다. 또한 풍력은 날개, 감속기, 발전기, 타워 등 주요 부품이 조선·해양 기자재와 상당 부분 일치합니다. 이런 점을 활용하면 태양광과 풍력을 각각 제2의 반도체산업, 제2의 조선업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세계 3대 해상풍력 강국’ 목표 세웠지만

전문가들은 특히 풍력발전 가운데서도 바다 위에 설치하는 해상풍력은 그야말로 제2의 조선업이라고 평가합니다. 선박검사기관인 한국선급 이상래 책임연구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해상풍력의 하부구조물에 쓰이는 바지(Barge)나 스파(Spar), 리그(Rig), 터빈의 샤프트(Shaft) 등은 기존 조선업에서 쓰이는 기술과 100% 동일합니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황태규 에너지환경센터장도 <단비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선박에 쓰이는 발전기,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같은 소재, 기어 등은 크기만 다를 뿐 풍력발전과 연관성이 있어요. 아직 한국 풍력산업이 세계적 추세에 밀리긴 하지만, 우리가 강점을 가진 조선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면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2의 조선업을 천명한 2010년 당시 정부는 이런 인식을 기반으로 2019년까지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조성에 9조 2천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현재 세계 3대 해상풍력 강국이 덴마크, 영국, 네덜란드인데 한국이 2020년에는 이 중 하나를 제치겠다는 야심만만한 목표였습니다.

구체적인 로드맵을 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전북 부안군과 전남 영광군 해상에 100메가와트(MW) 규모 국산 해상풍력발전기 실증단지를 건설하기로 했습니다. 이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900MW급 시범단지를 추가하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1천500MW(5MW급 300기)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건설해서 총 2천500MW 규모의 발전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 기준 상업용은 탐라풍력단지 하나

하지만 이 계획은 예정대로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2019년 말 기준 총 2500MW의 해상풍력단지가 완공되는 대신 전북 부안의 위도 실증단지에 3MW 풍력발전기 20기가 겨우 추가될 전망으로 바뀌었습니다. 당초 부안, 고창, 영광 앞바다에 3~7MW급 풍력발전기 500기를 세우려던 계획은 찬반 논란 등에 휘말려 지연됐습니다.

이 중 제주도 월정리 해상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두산중공업이 각각 2MW와 3MW 1기씩을 2011년에 연구용으로 설치한 것이 포함돼 있습니다. 2017년 1월 한국전력의 전력연구원이 전북 군산 앞바다에 설치한 3MW급 1기도 연구용입니다. 상업용으로는 두산중공업이 건설을 맡은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가 유일하게 가동 중이었습니다.

대규모로 추진되던 서남해 해상풍력사업이 지연된 것은 지역주민들과의 어업권 피해보상 등 민원 문제와 정부·지방자치단체 사이 발전기 설치 인허가 갈등이 겹쳤기 때문입니다. 사업추진이 늦어지면서 관심을 가졌던 기업들이 참여를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업은 지난 2016년에야 재개됐습니다.

이듬해인 2017년부터 시작된 1단계 사업은 2020년 1월 준공됐습니다. 이전까지 상업운전 중인 국내 해상풍력발전단지는 제주도에 있는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가 유일했습니다. 2단계는 2024년 첫 삽을 뜹니다. 3단계 사업까지 2028년 완료하고, 상업운전에 들어가는 게 목표입니다. 당초 목표보다 10년 가까이 늦어진 대신 목표 규모는 2.4기가와트(GW)로 전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나, 224만 가구에 전력공급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사업 주체는 한국전력 및 발전 6개 사가 출자해 2012년 설립한 한국해상풍력입니다.

삼면에서 부는 바닷바람, 정책 의지가 자원화 관건 

제주에너지공사 에너지효율처 김동주 박사는 해상풍력이 육상풍력보다 장점이 많지만, 현재로선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장점은 우선 땅이 아니기 때문에 토지 이해관계자가 없고, 입지 면적의 한계에 부닥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특히 해상에는 육지보다 바람이 훨씬 강하고 풍부하기 때문에 발전 조건이 유리합니다.

다만 거친 풍랑이 이는 바다에 발전기를 세우고 돌리는 것이 쉽지 않고, 아직은 해상풍력이 육상풍력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지며, 바다 생물 보호 문제도 있다고 김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그는 “정부가 계획입지 제도를 통해 이런 문제를 보완하고, 해상풍력 육성을 위해 일관된 정책을 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해상풍력발전소가 들어서기에 적합한 후보지는 수심 30미터(m) 이내(제주도는 50m 이내), 변전소로부터 거리가 30킬로미터(km) 이내인 지역입니다.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상 100m 높이에서 연평균풍속이 초속 7.1m인 지역이 바람직합니다. 군사작전지역과 같은 제한구역, 환경보전구역, 항로나 어장은 제외됩니다. 국내 해상풍력발전단지 유망 후보지들은 서해와 남해, 제주 해상에 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주 등에서 최근 해상풍력단지 사업이 잇달아 무산될 만큼 실질적인 추진은 쉽지 않습니다.

제주대 대학원 풍력공학부 허종철 교수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환경영향평가, 해역이용협의, 공유수면 점유 및 사용허가, 어업피해조사 등 풍력발전지구를 지정하는 과정에서 검토해야 할 사항과 개발사업 시행 승인 과정에서 인허가 사항이 중첩돼 지구 지정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육근형 부연구위원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존 어민과 갈등, 돌고래 등 보호종 출현 문제, 공공자원 배분 문제, 해안 경관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요. 정부 계획처럼 해상에서 풍력발전을 확대하려면 기술적인 문제를 고려하면서 바다를 이용하는 여러 이해관계자와 협의가 필요합니다.”

지역주민들은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 및 운영과정에서 생태계가 파괴되고 어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습니다.

풍력구조물이 인공어초 역할, 어획량 증가 효과도

그러나 제주대 대학원 김범석(풍력공학부) 교수는 한국의 경우 수심 50m 정도의 연약층을 타깃으로 하는 ‘재킷’(jacket) 방식의 하부구조물을 적용하기 때문에 공사소음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반박합니다. 그는 풍력발전기 때문에 어획량이 준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 덴마크의 호른스 레브(Horns Rev)와 니스테드(Nysted) 지역에서 해양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결과 부정적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히려 해상에 설치된 구조물이 인공어초의 역할을 해 어획량이 증가한다는 결론이 도출됐습니다.”

경제성을 따져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풍력이 아직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풍랑이 거칠게 이는 바다에 발전기를 세워야 하기 때문에 해상풍력은 육상풍력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집니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에너지원별 균등화 발전비용(LCOE:금융 등 직간접 비용을 모두 감안한 단가)은 메가와트시(MWh)당 풍력 99~155달러, 태양광 106~151달러, 액화천연가스(LNG)복합 89~96달러, 석탄 58~66달러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2018년 2월 에너지경제연구원이 한국전력거래소에 제출한 <발전원별 균등화 발전원가 산정에 관한 연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원전의 균등화발전비용은 MWh당 약 55~61달러입니다. 그러나 2018년 전 세계 평균 균등화발전비용(LCOE)은 MWh당 원전 99.1달러, 태양광 66.8달러, 육상풍력 52.2달러로 풍력, 태양광이 원전보다 저렴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풍력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거래에서 가중치를 합리적으로 산정하는 등 정책 의지를 보여준다면 해상풍력의 경제성도 빠르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실제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서 2022년의 발전원별 균등화 발전비용을 전망한 자료를 보면 MWh당 풍력이 52.2달러로 가스복합 56.5달러, 태양광 66.8달러, 원자력 99.1달러, 석탄 140달러 등 다른 발전원에 비해 가장 경제적입니다.

한국풍력에너지학회 <국내외 풍력발전 산업 및 기술개발 현황> 2018년 기술보고서는 “해상풍력 산업에 정부가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면 풍력의 기술습득 학습률이 태양광과 같은 10%대로 증가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10년 내 경제성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학습률이 10%라는 것은 누적설비용량이 2배가 될 때 가격은 10% 하락한다는 의미입니다.

‘바람 안 불 땐 어쩌나’ 에너지저장장치로 해결

재생에너지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바람이 잘 불지 않을 땐 풍력발전기가 전기를 만들 수 없으므로 공급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러나 풍력업계에서는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이 문제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반박합니다. 제주대 대학원 풍력공학부 김범석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직은 에너지저장장치를 추가 설비할 때 초기 투자 비용이 상승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기술개발과 양산체제를 구축하면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겁니다.“

풍력이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원으로 만든 전기를 저장하는 장치는 미국의 테슬라와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앞서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삼성 에스디아이(SDI)도 2018년 캘리포니아 지역 전력공급망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역량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한국풍력산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 12월 기준 육상과 해상을 포함해 한국 전체에 설치된 풍력발전기는 총 573기, 설비용량은 약 1140MW입니다. 이 중 덴마크의 풍력터빈 제조사 ‘베스타스’가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 업체인 두산중공업(13%)과 유니슨(11%)은 각각 2위,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도 풍력터빈 시장에 도전했으나 조선업 불황 등의 업계 여건과 불확실한 수익성을 이유로 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2017년 국내기업 중 풍력발전 시장점유율 1위였던 두산중공업 커뮤니케이션팀의 이성민 과장은 국내 풍력산업이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말합니다. 그는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두산중공업도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국내 실적을 쌓고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회사 매출 중 풍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화력, 원자력 등 기존 에너지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입니다.”

두산중공업과 사업 규모가 비슷한 유니슨의 언론담당 권수진 과장도 2018년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내 풍력산업은 해외 업체에 비해 아직 실적이 부족하고 가격경쟁력도 약합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3020정책을 발표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많습니다. 민원 문제나  입지 규제, 산업부와 지자체 간 불협화음 등 쌓인 현안이 많죠. 과거에 삼성중공업이나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같은 굵직한 조선기업들이 풍력사업을 추진하다가 철수한 것도 이런 이유 아니겠어요? 앞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에너지전환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돼야 국내 풍력산업이 커지고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겁니다.”

출연: 김지윤 박성동 안재훈 이강원 박시몬 최태현 나종인 윤준호 이주연

영상편집: 김지윤 기자

출처: 마지막 비상구(제정임 엮음)


디지털 시대의 멀티미디어 실험에 앞장서는 <단비뉴스>가 ‘소리뉴스’를 시작합니다. 2020년 ‘올해의 환경책’으로 선정된 <마지막 비상구>를 환경부 기자들이 목소리로 전합니다. 이 책은 <단비뉴스>가 2017년 9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연재한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시리즈를 엮어낸 것입니다. 석탄·석유·원전 등 기후위기와 방사능재난을 부르는 ‘위험한 에너지’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할 길은 무엇인지 모색했습니다. 소리뉴스는 이 책 중 3부 ‘에너지 대전환은 가능하다’부터 시작합니다.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기후재난의 현장을 조명하고, 파국을 막을 대안을 모색하는 내용입니다. 탈원전 논란과 에너지정책을 다룬 1, 2부는 그다음에 이어집니다. 이 기사들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올해의 좋은보도상’과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의 ‘올해의 영데이터저널리스트상’을 받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을 포함, 더 많은 독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시작하는 단비 소리뉴스. 주 1회 <단비뉴스>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 실립니다. (편집자)

① ‘기후붕괴 시대’ 위협받는 삶의 현장

② ‘세계 4대 기후 악당’ 한국이 받는 벌

③ ‘트럼프의 훼방’에서 파리협정 살리기 

④ 달려가는 유럽, 끌려가는 한국

⑤ 화석연료 줄여도 경제는 쑥쑥 성장

⑥ ‘1달러 골리앗 크레인’ 탄식 뒤의 기적

⑦ 실업자 없는 에너지 자립촌 펠트하임

⑧ 재생에너지가 이끄는 유럽 최강 경제

⑨ 태양광·풍력으로 프랑스에 전기 수출

⑩ 석유파동 후 세계 1위 풍력기업 탄생

⑪ 거리엔 자전거 물결, 국민 건강은 '쑥쑥'

⑫ 태양열과 소금으로 밤에도 전기 생산

⑬ 금융위기에 흔들린 재생에너지 강국 스페인 

⑭ ‘주민 배제’가 ‘결사반대’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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