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소리뉴스] ⑰ 국내 태양광 현황과 과제 (상)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용신로의 상록수체육관은 가을·겨울에 프로배구 경기가 열리고 평소에는 안산 주민들의 생활체육센터로 쓰이는 공간입니다. 파란 유리벽이 깔끔한 이 체육관은 동시에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의 ‘3호 발전소’이기도 합니다. 약 370평(1225m²) 넓이 옥상에 태양광 패널 600여 개가 줄지어 서 있습니다. 설비용량 200킬로와트(kW)가량인 이 햇빛발전소는 2017년 12월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공공건물 옥상과 유휴부지 등에 협동조합 발전소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안산시와 손잡고 2013년 5월 안산중앙도서관 옥상에 처음으로 태양광발전소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청소년수련관, 체육관, 생활폐기물중계처리시설 등 안산 시내 공공건물 옥상과 배수지 등 유휴부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습니다. 2018년 기준 모두 13개 햇빛발전소를 만들었고, 6개 신설을 추진 중이었습니다.

2013년 1월 출범한 안산햇빛조합은 안산환경재단, 안산환경운동연합, 금속노동조합 에스제이엠(SJM) 지회 등 14개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설립 당시 조합원은 20명에 불과했지만 4년여 만에 780여 명으로 늘었습니다. 가동 중인 13기 햇빛발전소의 설비용량은 1707kW에 이릅니다.

햇빛발전소 건립 비용은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출자금을 모아 충당했습니다. 창립 당시 출자금은 510만 원이었는데 2017년 약 10억 원으로 늘었습니다. 조합원들은 10만 원에서 200만 원까지 출자금을 내고 발전수익을 공유했습니다. 연 4퍼센트(%)의 이자를 지급하는 시민펀드에 가입해 이익을 얻는 사람도 있습니다. 시민펀드는 16억 원 정도 조성됐습니다. 2017년 안산햇빛조합이 태양광발전과 재생에너지 관련 지역사회공헌사업으로 올린 수익은 약 2억8천만 원입니다.

깨끗하고 경제적인 발전원, 에너지 자립에도 최적

이창수 안산햇빛조합 이사장은 2018년 11월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면 국민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협동조합을 통해 시민들이 직접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재생에너지 수용성을 높이는 좋은 방법입니다.”

전국 30여 개 햇빛발전조합이 모인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의 회장이기도 한 그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협동조합이 발전사업 외에 발전소 건설과 유지·관리 사업까지 한다면 지역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이 땅에 공짜로 내리쬐는 햇빛이 가장 유망한 에너지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태양광은 이산화탄소(CO2)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깨끗한 에너지여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있어서 (생산단가가 계속 떨어지기 때문에) 원전이나 화력발전보다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가 되고 있습니다. 또 (각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분산형 전원이기 때문에 송배전을 대폭 줄이고, 지역 에너지자립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만약 태양광과 풍력을 통해 에너지자립을 한다면 에너지 수입금액도 어마어마하게 줄일 수 있을 거예요. (기술발전으로) 아파트 베란다 유리에서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고, 고층빌딩 외벽에도 태양광 모듈을 붙일 수 있으니 앞으로 대도시도 충분히 에너지 자급을 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안산햇빛조합과 같은 태양광에너지협동조합이 92개 있습니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민간 협동조합 중 가장 큰데, 앞으로 협동조합에 기반한 중규모의 발전사업자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대규모 발전사업은 대기업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넘어서 협동조합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원전 하나 줄이기' 앞장선 성대골 사람들

경기도에 안산햇빛조합이 있다면 서울엔 성대골 에너지마을이 있습니다. 서울 동작구 상도3·4동을 아우르는 성대골마을은 기후변화를 걱정하던 주민들이 뜻을 모아 지난 2009년 발족한 에너지공동체입니다. 성대골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듬해인 2012년 서울시가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에너지자립 시범마을로 선정됐습니다. 처음엔 각 가정이 절전 성과를 겨루는 작은 운동으로 시작했는데, 시간이 가면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생산과 공동체 차원의 에너지전환 캠페인, 지역학교와 연계한 에너지교육 등 다양한 사업으로 확대했습니다.

성대골마을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지붕 혹은 옥상이 눈에 많이 띕니다. 주민 강필순 씨는 12평 넓이 옥상에 250W 태양광 패널 3개를 설치했습니다. 2015년 4월 태양광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한 후, 한 달에 1만 원 정도 전기요금이 줄었다는 강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태양이 떠 있을 때 그 전기로 반찬도 하고 보릿물도 끓입니다. 관리하는 데도 불편이 없습니다.”

각종 절전 상품 등을 팔며 에너지마을의 본부 역할을 하는 ‘에너지 슈퍼마켙’도 태양광 발전기로 전기를 만들어 씁니다. 에너지의 영문 첫 글자 ‘E’와 비슷하게 생긴 티읕(ㅌ)을 넣어 ‘켓’ 대신 ‘켙’을 쓴다는 이 가게 앞에는 태양광 전기로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는 ‘솔라트리’가 있습니다.

생활 속에 스며드는 에너지교육

성대골마을 사람들이 직접 제작한 에너지카 ‘해로’는 1톤(t) 트럭을 개조한 카페인데, 태양광 전기로 음료와 솜사탕 등을 만들어 팔고 자전거로 전기 생산하기 등 체험 기회도 제공합니다. 해로의 양쪽 날개에 달린 태양광 패널은 냉장고 5대 정도를 돌릴 수 있는 전기를 만듭니다. 견학 온 학생들은 태양광 전기로 가동하는 선풍기, 라디오, 보온병 등을 구경하고 자전거를 돌려 솜사탕을 만드는 등 전기 생산 체험도 해봅니다.

중학교 2학년 윤예찬 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석유와 같은 자원은 한정적이니 결국엔 고갈되는데, 저런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주변에 이런 태양광 시설들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동급생인 조서연 양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업을 통해 우리가 쉽게 쓰는 에너지가 (기후변화 등의)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걸 깨달았고 전기를 조금 더 소중하고 신중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시에 따르면 성대골마을과 같은 에너지자립 마을이 2018년 기준 서울에 100곳이 있습니다. 또 대기전력을 차단하고 엘이디(LED) 전등으로 조명을 교체하는 등 절전에 앞장서는 ‘착한 가게’가 200여 곳 지정돼 있습니다.

서울시는 에너지절약과 재생에너지 생산을 장려하는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에 2012년 4월부터 2017년 말까지 시민 약 387만 명이 참여했고 원전 2.35기 생산량에 해당하는 470만 석유환산톤(TOE)의 에너지가 절감됐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의 태양광 발전시설은 이 사업이 시행되기 전인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누적용량이 약 24메가와트(MW)에 불과했으나 2017년 말에는 약 145MW로 약 6배가 됐습니다.

이미 원전 7기 규모 태양광 설비, 2030년엔 36기 규모로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태양광발전 설비용량은 2016년 3716MW에서 2018년 9월 기준 7244MW로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 약 두 배가 됐습니다. 7244MW는 약 7.2기가와트(GW)로, 원전 7기에 해당하는 설비규모입니다. 정부는 태양광 발전설비를 오는 2030년까지 3만6500MW(36.5GW)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는 대략 원전 36기에 해당하는 설비규모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전기 비중을 20%로 올리겠다는 내용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17년 6.2%에서 2030년 20%로 높아지고 이중 태양광 비중은 1.1%에서 6.7%까지 커집니다.

이에 앞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녹색성장’ 등의 친환경 구호를 내세우고 재생에너지 육성을 공언했으나 실제론 원전 증설과 4대강 사업 등에 집중하느라 태양광, 풍력 등의 투자를 외면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최근까지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재생에너지 투자가 가장 뒤처지는 나라로 꼽혔습니다.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이명박 정부 당시 발전차액보상제(FIT) 폐지 등 일관성 없는 정책이 태양광 투자 기업에 타격을 입히고 기술발전을 지체시켰다고 비판했습니다.

출연: 이주연 강훈 이강원 이현이 기자

영상편집: 이주연 기자

출처: <마지막 비상구>(제정임 엮음)

디지털 시대의 멀티미디어 실험에 앞장서는 <단비뉴스>가 ‘소리뉴스’를 시작합니다. 2020년 ‘올해의 환경책’으로 선정된 <마지막 비상구>를 환경부 기자들이 목소리로 전합니다. 이 책은 <단비뉴스>가 2017년 9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연재한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시리즈를 엮어낸 것입니다. 석탄·석유·원전 등 기후위기와 방사능재난을 부르는 ‘위험한 에너지’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할 길은 무엇인지 모색했습니다. 소리뉴스는 이 책 중 3부 ‘에너지 대전환은 가능하다’부터 시작합니다.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기후재난의 현장을 조명하고, 파국을 막을 대안을 모색하는 내용입니다. 탈원전 논란과 에너지정책을 다룬 1, 2부는 그다음에 이어집니다. 이 기사들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올해의 좋은보도상’과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의 ‘올해의 영데이터저널리스트상’을 받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을 포함, 더 많은 독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시작하는 단비 소리뉴스. 주 1회 <단비뉴스>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 실립니다. (편집자)

① ‘기후붕괴 시대’ 위협받는 삶의 현장

② ‘세계 4대 기후 악당’ 한국이 받는 벌

③ ‘트럼프의 훼방’에서 파리협정 살리기 

④ 달려가는 유럽, 끌려가는 한국

⑤ 화석연료 줄여도 경제는 쑥쑥 성장

⑥ ‘1달러 골리앗 크레인’ 탄식 뒤의 기적

⑦ 실업자 없는 에너지 자립촌 펠트하임

⑧ 재생에너지가 이끄는 유럽 최강 경제

⑨ 태양광·풍력으로 프랑스에 전기 수출

⑩ 석유파동 후 세계 1위 풍력기업 탄생

⑪ 거리엔 자전거 물결, 국민 건강은 '쑥쑥'

⑫ 태양열과 소금으로 밤에도 전기 생산

⑬ 금융위기에 흔들린 재생에너지 강국 스페인 

⑭ ‘바람은 모두의 것’ 제주의 실험

⑮ ‘주민 배제’가 ‘결사반대’ 낳았다

⑯ 해상풍력 잠재력, ‘조선업 이상’

관련기사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