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소리뉴스] ㉔ 효율화 현황과 과제 (중)

패시브하우스는 ‘단열공법으로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건축’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1988년 스웨덴 룬드대학의 보 아담슨(Bo Adamson) 교수와 독일 주거환경연구원 볼프강 페이스트(Wolfgang Feist) 박사가 만든 개념입니다. 이들은 실제 패시브하우스를 짓기도 했습니다. 1990년 독일 다름슈타트시에 지은 바닥면적 156m²의 3층짜리 주택입니다. 세계 최초로 지어진 이 패시브하우스에는 4가구가 입주했습니다. 이 건물은 헤센주의 지원을 받아 지어졌는데, 특수한 단열 설비 때문에 다른 건물보다 건축비가 40% 더 들었다고 합니다.

건축물 에너지효율화의 선두주자 독일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195개국이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각국은 2020년 이후 적용될 ‘신(新) 기후체제’를 위해 법과 제도를 손질하고 있습니다. 건축물 부문에서는 패시브하우스에 더해 태양광 등으로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해내는 액티브하우스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패시브하우스와 액티브하우스를 결합해서, 에너지 손실도 없는 데다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기까지 해 화석연료 소비는 전혀 하지 않는 ‘제로에너지하우스’를 만드는 방향으로까지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유럽 국가들은 파리기후협약 훨씬 이전부터 이미 건축물 에너지효율화에 앞장서 왔습니다. 독일이 가장 선구적입니다. 독일 정부는 국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40%를 건축물이 차지한다는 점을 중시했고, 일찌감치 패시브하우스 보급 확대 정책을 폈습니다. 2001년부터 건물을 개보수해 에너지를 효율화하면 리모델링 비용의 20~50%를 세액공제 하거나 보조금을 주는 등 다양한 혜택을 줬습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Frankfurt)시는 대규모 공공건물에 한해 첨단 단열공법을 적용했을 때만 건축허가를 내주는 ‘패시브하우스 기준법’을 2007년부터 시행했습니다. 2년 뒤인 2009년에는 주택을 포함한 모든 건축물로 확대했습니다. ‘친환경 도시’로 유명한 독일 남부 프라이부르크(Freiburg)시는 1996년 이후 신규주택 에너지소비량이 독일 주택 평균보다 대폭 낮아지도록 에너지효율화 건축을 의무화했습니다. 

독일 패시브하우스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독일 내 패시브하우스는 기존 건축비의 10% 정도 추가 비용으로 건축되며, 에너지 소비의 90% 이상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패시브하우스연구소는 앞서 설명한 페이스트 박사가 최초의 패시브하우스를 만든 뒤 6년 만에 설립했는데, 이 연구소를 통해 에너지효율화건물의 기준을 만들었고, 이 기준은 유럽을 넘어 전 세계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친환경 ‘텔레토비 마을’ 베드제드

영국에서는 환경 의식이 각별한 공익재단과 민간기업이 패시브하우스 건설에 앞장섰습니다. 런던 남쪽 써튼(Sutton) 자치구에 지난 2002년 들어선 영국 최초의 친환경주택단지 ‘베드제드’(BedZED)가 대표적입니다. 베드제드는 ‘베딩턴 화석연료 제로 개발’(Beddington Zero-fossil Energy Development)의 줄임말입니다. 서민을 위한 주택공급에 앞장서 온 공익재단 ‘피바디 트러스트’와 사회적기업 ‘바이오 리저널 디벨로프먼트’ 그룹, 친환경 건축사무소인 ‘빌 던스터’가 베딩턴의 오수처리장 부지를 싸게 사들여 지었습니다.

남쪽을 바라보며 지어진 이 단지는 닭벼슬처럼 생긴 색색의 환풍구들이 지붕 위에서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모습이 눈길을 끕니다. 어린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텔레토비가 사는 곳 같다며  ‘텔레토비 마을’이란 별명이 붙은 이유이기도 한데, 이 환풍구는 열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건물 내부에 신선한 공기를 순환시키는 기능을 합니다. 겨울에는 찬 공기를 어느 정도 데워 공급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베드제드는 주택의 외벽을 두껍게 하고 자연 채광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창문은 3중유리로 만들어 단열을 철저히 했습니다. 베란다와 지붕에는 식물을 키워 공기정화 효과도 높였습니다. 전등은 절전형 제품으로 설치했습니다. 화장실 변기와 세면대는 일반 제품보다 작게 만들었고 변기용 물은 빗물을 받아 재처리해 씁니다.

베드제드는 태양광 전기도 생산합니다. 건물 지붕과 창문에 태양광전지판을 설치해 주택에서 쓰는 전기의 상당 부분을 충당합니다. 베드제드는 일반주택과 비교해 전력 사용량은 절반, 도시가스 사용량은 20%, 상수도 사용량은 30~50%가량입니다. 유럽연합(EU)은 2021년부터 모든 신축건물의 제로에너지 건설을 의무화했습니다.

미국 일시적 ‘파리협약 탈퇴’에도 에너지효율화는 진행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선언’으로 전 세계의 공적이 됐던 미국도 건축물 등의 에너지효율화에 있어서는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공공건물의 제로에너지건설을 의무화하기로 했습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앞장서고 있는 미국의 지방정부들은 ‘액티브하우스’를 의무화하는 조처를 취하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너지위원회는 2020년부터 신축주택에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하는 ‘2019년 건물에너지 효율기준’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은 2009년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에 미와 모리 씨 설계로 일본 최초의 패시브하우스를 지었습니다. 2층짜리 목조주택인데 일본에서 잘 쓰지 않는 단열재와 건물밀폐 등으로 열손실을 최소화했고, 2010년 독일 패시브하우스 협회 인증을 받은 데 이어 국제 패시브하우스 디자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2011년 3월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탈원전’과 ‘에너지효율화’에 대한 각성을 일으키면서 일본의 제로에너지하우스 산업에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2018년 1월 기준 ‘제로에너지하우스 빌더’로 등록된 업체가 6300여 개나 될 정도입니다. 2016년 실적으로 약 3만 5000채가 제로에너지하우스 관련 주택으로 공급됐다는 집계도 있습니다. 물론 이 가운데 국제적으로 공인되는 기준에 부합하는 건물은 아직 소수입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4년 발표한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2020년까지 신축주택의 ‘표준’을 제로에너지하우스로, 2030년에는 신축주택의 ‘평균’을 제로에너지하우스로 실현하겠다고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2020년까지 신축주택의 과반수를, 2030년까지는 대부분을 제로에너지하우스로 건설한다는 뜻입니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주택 1채당 75만 엔, 약 700여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해 고성능 단열재와 주택용 축전기 보급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출연: 김지윤 박성동 기자

편집: 김지윤 기자

출처: <마지막 비상구> (제정임 엮음)

디지털 시대의 멀티미디어 실험에 앞장서는 <단비뉴스>가 ‘소리뉴스’를 시작합니다. 2020년 ‘올해의 환경책’으로 선정된 <마지막 비상구>를 환경부 기자들이 목소리로 전합니다. 이 책은 <단비뉴스>가 2017년 9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연재한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시리즈를 엮어낸 것입니다. 석탄·석유·원전 등 기후위기와 방사능재난을 부르는 ‘위험한 에너지’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할 길은 무엇인지 모색했습니다. 소리뉴스는 이 책 중 3부 ‘에너지 대전환은 가능하다’부터 시작합니다.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기후재난의 현장을 조명하고, 파국을 막을 대안을 모색하는 내용입니다. 탈원전 논란과 에너지정책을 다룬 1, 2부는 그다음에 이어집니다. 이 기사들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올해의 좋은보도상’과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의 ‘올해의 영데이터저널리스트상’을 받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을 포함, 더 많은 독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시작하는 단비 소리뉴스. 주 1회 <단비뉴스>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 실립니다. (편집자)

① ‘기후붕괴 시대’ 위협받는 삶의 현장

② ‘세계 4대 기후 악당’ 한국이 받는 벌

③ ‘트럼프의 훼방’에서 파리협정 살리기 

④ 달려가는 유럽, 끌려가는 한국

⑤ 화석연료 줄여도 경제는 쑥쑥 성장

⑥ ‘1달러 골리앗 크레인’ 탄식 뒤의 기적

⑦ 실업자 없는 에너지 자립촌 펠트하임

⑧ 재생에너지가 이끄는 유럽 최강 경제

⑨ 태양광·풍력으로 프랑스에 전기 수출

⑩ 석유파동 후 세계 1위 풍력기업 탄생

⑪ 거리엔 자전거 물결, 국민 건강은 '쑥쑥'

⑫ 태양열과 소금으로 밤에도 전기 생산

⑬ 금융위기에 흔들린 재생에너지 강국 스페인 

⑭ ‘바람은 모두의 것’ 제주의 실험

⑮ ‘주민 배제’가 ‘결사반대’ 낳았다

⑯ 해상풍력 잠재력, ‘조선업 이상’

⑰ '원전 줄이기' 시동 건 햇빛발전협동조합

⑱ 의도적 허위정보가 반감 조장

⑲ 옥상·주차장·도로 등 태양광 설치할 곳 수두룩

⑳ 무심코 쓴 일회용품이 기후재난 재촉한다

㉑ 플라스틱 등 자원 순환에 인공지능도 출동

㉒ 내가 버린 플라스틱, 내 식탁으로 돌아온다

㉓ 태양광 전기, 지열 냉난방으로 에너지 자립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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