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소리뉴스] ㉑ 재활용 현황과 과제 (중)

 

2018년 12월 14일 경기도 의왕시 오전동의 파리바게뜨 의왕오전점. 하루 평균 150여명이 찾아오는 중소 규모 가맹점입니다.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1시간가량 관찰한 결과, 고객 20여 명 중 한명도 일회용 비닐봉투를 쓰지 않고 가방에 상품을 넣거나 손에 들고 갔습니다. 그 중 세 명은 개당 100원에 파는 재생종이봉투를 사용했습니다.

초기엔 ‘공짜봉지 왜 안주나’ 욕하는 고객도

프랜차이즈 빵집 파리바게뜨에서 비닐봉투가 거의 사라진 것은 2018년 10월 1일부터 전 매장에서 벌인 1회용품 줄이기 캠페인 덕분입니다. 고객들에게 장바구니 사용을 권장하고 필요한 경우 재생종이봉투를 판매했습니다. 공짜로 주던 일회용 비닐봉투는 병에 든 잼 등 무거운 제품을 살 때에 한해 50원에 판매했습니다.

시행 초기에는 고객들의 반발도 있었습니다. 계산대 앞쪽에 봉투 유상판매 안내문을 붙여놨지만 어떤 사람은 막무가내였습니다. 점주 임성은 씨는 “욕하거나 상품을 집어 던지는 고객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환경오염에 관한 기사나 보도자료를 직접 보여주며 설명하기도 했죠. 지금은 고객들도 익숙해져서 장바구니 등에 직접 들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10년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작은 가게에서도 일회용품이 그렇게 많이 나오는 게 큰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돈을 벌고 안 벌고를 떠나 환경오염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정부가 지금보다 더욱 강력하게 친환경 정책을 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매장을 일주일에 3회 정도 이용한다는 주부 이지연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갑자기 봉툿값을 받는다고 하니 불만스러웠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장바구니를 챙겨요. 환경오염 해결에도 도움 된다니까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슈퍼마켓 비닐봉지 아예 사용금지

파리바게뜨는 환경부가 관련 업계와 협약을 통해 1회용품 사용을 줄이기로 한 정책에 따라 2018년 7월 자율협약을 맺었습니다. 2018년 말까지 비닐봉투 소비량을 90% 줄이는 내용이었습니다. 제과점 뚜레주르도 2019년 1월까지 비닐봉투 사용량을 80% 줄이는 내용의 자율협약을 맺었습니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 2000여 곳과 슈퍼마켓 1만1000여 곳은 그동안 비닐봉투를 유상 제공해 왔으나 2018년 11월부터는 아예 비닐봉지 사용 자체를 금지했습니다.

민관협력기구인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가 2016년 발표한 ‘온실가스 1인 1톤 줄이기 실천수칙 자료집’에 따르면 석유화학제품인 비닐봉투는 생산에서 폐기까지 1장당 47.5그램의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국내 주요 제과업체들은 연간 비닐봉투 2억 3천만 장을 쓴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를 줄이면 30년생 소나무 165만 그루를 심는 효과(온실가스 1만925톤 감축)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환경부는 2018년 5월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파스쿠찌 등 16개 커피전문점과 맥도날드, 버거킹, 롯데리아 등 5개 패스트푸드점과도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업체들은 1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페트(PET)와 폴리스티렌(PS)이 섞여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용기의 재질을 단일화할 것, 유색 종이컵을 단색으로 바꿔 재활용률을 높일 것 등을 약속했습니다.

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 1회용품 줄이기도 성과

이런 노력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자원순환사회연대가 2018년 8월 21일부터 이틀간 수도권 지역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1052개 매장을 모니터링한 결과 매장에서 사용된 1만 2847개 컵 중 머그잔 등 다회용컵이 81.4%였습니다. 특히 634개(60.1%) 매장에서는 다회용컵만 모두 사용됐습니다. 이에 앞서 6~7월 조사 때는 226개 매장 중 66개 매장만이 100% 다회용컵을 사용해 29.2%에 그쳤습니다. 1회용컵 수거업체의 수거량도 6월 대비 63%로 감소했습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부산에 거주하는 김근원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나오는 경우도 많은데 주문과 함께 마시고 갈지 결정을 해야 하니 난감할 때도 있어요. 그동안 쉽게 1회용 잔을 썼는데 카페에서 잘 안주니 불편함이 있죠.”

부산에 거주하는 이성민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익숙해지니 크게 상관없는 것 같아요. 다만 중국발 쓰레기 대란 이후로 급하게 진행되는 느낌이어서 기업이나 직원들은 좀 힘들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1회용컵 사용량은 260억 개였습니다. 일회용컵 1개를 만들고 폐기하는데 11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연간 사용량을 계산해보면 25만7400t의 이산화탄소가 나오는 셈입니다. 이를 줄이면 30년생 소나무 5380만 그루를 심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종이컵과 비닐, 페트병 등 1회용품 사용량이 세계 최고수준인 반면, 재활용률은 매우 낮습니다.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KPRC)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출고된 페트병 가운데 재활용이 용이한 1등급 판정을 받은 것은 연간 1.5%에 불과했습니다. 또 국내 종이컵 재활용률은 10%, 플라스틱은 34% 수준입니다. 재활용이 어려운 이유는 단일 재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반면 금속 캔, 유리병 등은 재활용이 비교적 쉽기 때문에, 전체 분리수거 재활용 비율은 70%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KPRC연구소 기술개발팀 권오준 대리는 2018년 11월 12일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2, 3등급 포장재의 경우 복합재질이라 재질별로 분류하는 등 추가공정을 거치는데 그러면 추가 비용이 듭니다. 금속 캔이나 유리병은 80~90% 정도가 애초에 1등급인데 페트병은 1등급 비율이 현저히 낮아 현재 여러 업체와 협력을 통해 1등급 비율을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죠.”

국내 5대 편의점 업체는 이와 관련, 각사 로고가 새겨진 아이스컵 대신 민무늬 아이스컵을 도입했습니다. 2018년 6월 세븐일레븐이, 8월엔 업계 1위인 씨유(CU)가 아이스컵 도안을 바꿨습니다. 이어 10월에는 지에스(GS)25, 미니스탑, 이마트24도 동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되면 연간 4만 개의 편의점 아이스컵이 재활용될 수 있습니다.

순환자원 회수 로봇 ‘네프론’ 실험

1회용품을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과정에는 인공지능 로봇 등 기술이 접목됐습니다. 2015년 설립된 직원 13명의 벤처기업 수퍼빈은 ‘네프론’이라는 인공지능 자원순환 로봇을 개발, 서울 과천 구미 등 전국 36곳에서 가동했습니다. 기존 재활용 용기 회수장치는 모양이 찌그러지거나 바코드가 훼손되면 기계가 인식을 못한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반면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네프론은 3D 물체인식을 통해 재활용 용기를 감지, 분류하고 가격 환산과 적립도 척척 해낸다고 업체는 설명했습니다.

수퍼빈 도현탁 매니저는 2018년 12월 10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가 기기 설치에서부터 관리, 수거까지 총괄하고 있어 강점이 있습니다. 앞으로 전국 확장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네프론에서 수거된 캔, 페트병 등은 수도권에 2곳, 지방 2곳에 있는 수거업체에서 처리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숲박스’에 2017년 11월 설치된 네프론 기계는 자원순환에 관한 인식을 높이는 교육도구로 활용됐습니다. 이곳에서 네프론을 관리하는 수퍼빈 손서연 책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공원에 축제가 참 많은데 말 그대로 쓰레기가 넘쳐나요. 재활용이 더 즐겁고 일상적으로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네프론을 자주 이용하러 온다는 주민 박승순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동네마다 있으면 재활용을 독려하는 데 도움이 될 텐데 주변에 많이 없는 게 아쉬워요”

네프론 외에 공익법인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가 2015년 말부터 전국 대형마트 등 108곳에 무인회수기를 설치, 운영하고 있지만 기기점검과 운영비 등 부담으로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간연구소인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2018년 11월 5일 <단비뉴스> 이메일 인터뷰에서 환경부의 재활용 정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일관성 있게 마련된 만큼 전반적으로 긍정적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과거에 보여주기식 대책을 급조해서 무조건 높은 목표치를 제시하고 실제 집행을 하지 않는 악습도 많았던 만큼 언론이나 시민단체, 학계 등에서 환경부 정책에 집요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출연: 이정민 이현이 김은송 최은솔 현경아 기자 나종인 PD

영상편집: 이정민 이현이 기자 나종인 PD

출처: <마지막 비상구>(제정임 엮음)

디지털 시대의 멀티미디어 실험에 앞장서는 <단비뉴스>가 ‘소리뉴스’를 시작합니다. 2020년 ‘올해의 환경책’으로 선정된 <마지막 비상구>를 환경부 기자들이 목소리로 전합니다. 이 책은 <단비뉴스>가 2017년 9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연재한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시리즈를 엮어낸 것입니다. 석탄·석유·원전 등 기후위기와 방사능재난을 부르는 ‘위험한 에너지’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할 길은 무엇인지 모색했습니다. 소리뉴스는 이 책 중 3부 ‘에너지 대전환은 가능하다’부터 시작합니다.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기후재난의 현장을 조명하고, 파국을 막을 대안을 모색하는 내용입니다. 탈원전 논란과 에너지정책을 다룬 1, 2부는 그다음에 이어집니다. 이 기사들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올해의 좋은보도상’과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의 ‘올해의 영데이터저널리스트상’을 받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을 포함, 더 많은 독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시작하는 단비 소리뉴스. 주 1회 <단비뉴스>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 실립니다. (편집자)

① ‘기후붕괴 시대’ 위협받는 삶의 현장

② ‘세계 4대 기후 악당’ 한국이 받는 벌

③ ‘트럼프의 훼방’에서 파리협정 살리기 

④ 달려가는 유럽, 끌려가는 한국

⑤ 화석연료 줄여도 경제는 쑥쑥 성장

⑥ ‘1달러 골리앗 크레인’ 탄식 뒤의 기적

⑦ 실업자 없는 에너지 자립촌 펠트하임

⑧ 재생에너지가 이끄는 유럽 최강 경제

⑨ 태양광·풍력으로 프랑스에 전기 수출

⑩ 석유파동 후 세계 1위 풍력기업 탄생

⑪ 거리엔 자전거 물결, 국민 건강은 '쑥쑥'

⑫ 태양열과 소금으로 밤에도 전기 생산

⑬ 금융위기에 흔들린 재생에너지 강국 스페인 

⑭ ‘바람은 모두의 것’ 제주의 실험

⑮ ‘주민 배제’가 ‘결사반대’ 낳았다

⑯ 해상풍력 잠재력, ‘조선업 이상’

⑰ '원전 줄이기' 시동 건 햇빛발전협동조합

⑱ 의도적 허위정보가 반감 조장

⑲ 옥상·주차장·도로 등 태양광 설치할 곳 수두룩

⑳ 무심코 쓴 일회용품이 기후재난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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