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소리뉴스] ⑱ 국내 태양광 현황과 과제 (중)

서울과 경기도 같은 도시 지역에선 시민 주도 햇빛발전소가 착실히 늘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농촌에서는 산지 등에 대규모 태양광발전시설이 들어서면서 환경훼손 논란과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재생에너지에 반대하는 측에서 중금속 오염을 비롯해 태양광 유해성에 관한 허위과장 정보까지 퍼뜨리면서 막연한 반감도 번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반발과 반감은 태양광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나무 베고 산 깎는 발전단지’ 주민 반발

충남 공주시 이인면 목동리 주민들로 구성된 ‘남월마을 태양광발전시설 반대 대책위원회’는 2018년 9월 21일부터 열흘간 공주시청 앞에서 ‘발전사업 허가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태양광 설비공사가 추진되고 있는 목동리 무수산 일대 약 8400평(2만7717㎡) 부지가 산사태 위험 1~2등급인 급경사여서 재난 위험이 크다는 이유였습니다. 환경부의 ‘육상태양광발전사업 환경성 평가 협의지침’에 따르면 산사태위험 1~2등급은 발전소 건설을 피해야 합니다. 하지만 공주시청은 개인사업자 7명이 신청한 발전사업 중 자진 취소하거나 보전관리지역에 포함된 것을 제외한 4건에 대해 지난 10월 허가를 내줬습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산지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한 사례는 2384건으로 2016년(917건)의 2.6배나 됐습니다. 태양광 시설이 들어선 산지 면적은 2017년 말 기준 1435헥타르(ha)로, 1년 만인 2018년 들어 900ha 이상 늘었습니다. 한 해 동안 축구장 약 1250면 규모의 태양광 시설이 산지에 들어선 것입니다.

2018년 8월 기준으로 태양광설비가 2799건 설치돼 이미 2017년 연간 수준인 2384건을 넘어섰습니다. 태양광발전 시설에 관심이 적었던 2012년만 해도 설치 건수는 모두 32건, 22ha 규모에 불과했습니다. 이렇게 산지 태양광발전소 건설이 늘면서 전북 정읍시 신태인읍 백산리 노량산마을에서 ‘외지인이 땅 투기 목적으로 발전소를 세운다’며 주민들이 반발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수상태양광 효율성 높지만 ‘경관 해친다’ 반대

한국수자원공사를 비롯한 기관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상태양광사업도 주민 반발에 부닥치고 있습니다. 2016년 2월 수자원공사가 충남 보령시 보령댐에 2메가와트(㎿) 규모 수상태양광발전소를 준공했습니다. 이후에도 경기도 안산시 시화호에 102.5MW 발전소 건설이 추진되는 등 전국에서 수상태양광사업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수지나 호수, 유수지 같은 유휴 수면에 설치하는 수상태양광은 육상태양광보다 전기 생산 효율이 높고, 녹조발생이 주는 등 환경개선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수상태양광이 댐과 저수지 등의 경관을 해치고 태양광 패널 중금속이 수질을 오염시키며, 전자파 피해도 초래한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화종합화학 등이 충남 당진시 석문면 삼화리 석문호(120만㎡)에 100MW 규모로 건설 예정인 수상태양광발전소가 대표적입니다. 이 발전소는 2020년 가동을 목표로 했으나 충남 당진 주민들이 수변 경관 악화 등을 이유로 반대했습니다. 충북 옥천, 충남 서산, 전북 부안 등에서도 주민들이 현수막을 내거는 등 수상태양광발전소 건설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전국의 저수지 등을 관할하는 농어촌공사는 이에 관해 국립전파연구원 측정 결과를 토대로 “수상태양광발전소 발생 전자파는 0.07밀리가우스(mG)로, 노트북(0.72mG) 등 생활전자제품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국내 태양광 모듈은 카드뮴 등 유해 중금속을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소량의 납 성분도 수도법 기준에 적합한 수준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도 수상태양광 주변 환경분석결과를 토대로 “생활환경 기준 항목에서 일반지역과 차이가 없고, 오염평가결과도 기준보다 낮다”며 “수상태양광 설치에 따른 환경영향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서울대공원 태양광 ‘중금속 위험’ 반발로 중단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패널의 중금속 등 유해성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에너지공사가 2018년 1월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태양광 패널의 유해성을 문제 삼은 과천 주민들의 반발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과천시 막계동 서울대공원 주차장 부지 16만제곱미터(㎡) 중 9만㎡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10MW 규모 발전설비를 갖추면 2019년부터 연간 3410가구가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사업 설명을 통해 “주차장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비와 눈을 피할 수 있고 그늘도 생겨 차량 이용자의 편의가 증진되며, 친환경에너지 생산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대공원은 서울시 소유인데, 서울에너지공사는 태양광 전기의 초과수익을 과천시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과천시의회와 주민들이 ‘경관을 해친다’거나 ‘중금속과 전자파 피해가 우려된다’며 강력히 반대해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립전파연구원과 세종시 행복청이 세종시의 자전거도로 태양광시설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는 주장과 다릅니다.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인 전기장 87미터당볼트(V/m), 자기장 62.5mG의 1000분의 1 가량을 보여 무해한 수준이었습니다. TV, 선풍기 같은 가전제품보다 전자파가 약하다는 결론이었습니다. 태양광 모듈(집광판)을 세척할 때 세척제와 모듈 속의 중금속 성분이 수질과 토양오염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빗물과 지하수, 수돗물로 세척하기 때문에 오염 위험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특히 태양광 패널에 중금속 카드뮴이 들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당국과 전문가들 모두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실리콘 태양광 패널은 해로운 중금속인 카드뮴을 쓰지 않는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은 2018년 11월 23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실리콘계 태양광 패널은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 50~60년 전 태양광을 처음 도입할 때부터 꾸준히 쓰였던 것이거든요. 교회, 학교, 주택 지붕같이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사용돼 왔지만 유해물질 관련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어요.

“친원전 세력이 의도적으로 태양광 유해 주장 유포”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2018년 12월 1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공신력 있는 정부기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태양광의 유해성에 대한 허위정보가 퍼지는 것은 친원전 세력이 의도적으로 유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내 태양광들은 대부분 실리콘 계열이고, 카드뮴을 이용한 태양광은 국내에서는 생산과 유통이 안 되고 있다고 정부에서도 수차례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국회의원과 친원전 홍보단체에서 이런 얘기를 하고 언론들이 계속 받아쓰면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핵발전을 옹호하기 위한 논리로 ‘태양광이 문제다’ ‘재생에너지는 하면 안 된다’는 논리를 확산시키는 것입니다.”

이 대표의 말은 친원전 세력이 사실상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어서 그는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국내 친원전 인사와 언론들이 ‘환경진보(Environmental Progress)’라는 미국 단체의 주장을 인용해 태양광 패널의 유해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이 단체는 핵발전 옹호활동을 하고 있고요, 인용된 글도 학술논문이 아닌 블로그 글이었습니다. 태양광 패널의 유해성은 전 세계적으로 논쟁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 대표는 다만 태양광 패널의 수명이 다해 폐기할 때 태양전지 등을 처리해야 하는 문제는 있기 때문에 세탁기, 냉장고, TV 등의 경우처럼 생산자가 책임지고 처리하는 제도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익공유’ 모델 만들고 농촌 태양광도 늘려야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같은 날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부지와 공사 과정의 문제를 이유로 태양광이나 풍력이 친환경이지 않다는 프레임을 만드는 것은 잘못입니다. 그건 원전과 석탄 세력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주기 싫어서 재생에너지를 공격하는 것입니다. 1헥타르의 소나무 숲과 태양광 발전을 비교하면 태양광 발전의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29배로 더 큽니다. 초지와 같은 생태 4등급 임야에는 적극적으로 태양광을 확대해야 합니다.”

“태양광 발전은 지붕에도, 밭에도, 논에도 할 수 있고 농사를 지으면서 태양광 발전을 같이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형태들이 제시되고 관련 규제와 예산 지원, 행정상의 지원이있어야 합니다. (임야 등에)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할 때 지역 주민이 지분 투자를 하거나 땅을 임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참여해 이익을 공유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목소리 출연: 유지인 정승현 최은솔 현경아 기자

영상편집: 유지인 기자

출처: <마지막 비상구>(제정임 엮음)

디지털 시대의 멀티미디어 실험에 앞장서는 <단비뉴스>가 ‘소리뉴스’를 시작합니다. 2020년 ‘올해의 환경책’으로 선정된 <마지막 비상구>를 환경부 기자들이 목소리로 전합니다. 이 책은 <단비뉴스>가 2017년 9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연재한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시리즈를 엮어낸 것입니다. 석탄·석유·원전 등 기후위기와 방사능재난을 부르는 ‘위험한 에너지’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할 길은 무엇인지 모색했습니다. 소리뉴스는 이 책 중 3부 ‘에너지 대전환은 가능하다’부터 시작합니다.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기후재난의 현장을 조명하고, 파국을 막을 대안을 모색하는 내용입니다. 탈원전 논란과 에너지정책을 다룬 1, 2부는 그다음에 이어집니다. 이 기사들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올해의 좋은보도상’과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의 ‘올해의 영데이터저널리스트상’을 받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을 포함, 더 많은 독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시작하는 단비 소리뉴스. 주 1회 <단비뉴스>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 실립니다. (편집자)

① ‘기후붕괴 시대’ 위협받는 삶의 현장

② ‘세계 4대 기후 악당’ 한국이 받는 벌

③ ‘트럼프의 훼방’에서 파리협정 살리기 

④ 달려가는 유럽, 끌려가는 한국

⑤ 화석연료 줄여도 경제는 쑥쑥 성장

⑥ ‘1달러 골리앗 크레인’ 탄식 뒤의 기적

⑦ 실업자 없는 에너지 자립촌 펠트하임

⑧ 재생에너지가 이끄는 유럽 최강 경제

⑨ 태양광·풍력으로 프랑스에 전기 수출

⑩ 석유파동 후 세계 1위 풍력기업 탄생

⑪ 거리엔 자전거 물결, 국민 건강은 '쑥쑥'

⑫ 태양열과 소금으로 밤에도 전기 생산

⑬ 금융위기에 흔들린 재생에너지 강국 스페인 

⑭ ‘바람은 모두의 것’ 제주의 실험

⑮ ‘주민 배제’가 ‘결사반대’ 낳았다

⑯ 해상풍력 잠재력, ‘조선업 이상’

⑰ ‘원전 줄이기’ 시동 건 햇빛발전협동조합

관련기사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