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천재 뮤지션, 아내는 20세기 대표 사진작가다. 이 예술가 부부의 삶은 어땠을까? 하루하루가 화려했을 것만 같지만 일상은 여느 부부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 아내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이 서울 대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Linda McCartney Retrospective)>이란 주제처럼 폴이 무대 아래로 내려와 평범한 가장으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따뜻한 순간이 린다의 사진 안에 담겨있다. 35년의 사진작가 삶 중 25년을 채식주의자로 산 린다는 사진으로 육식의 잔인
누구나 원만한 관계를 맺는 건 아니며 누구나 별 일 없이 사는 건 아니다. 살다 보면 반추하기조차 싫은 기억도 갖게 된다. 다만 보통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눈 뜨고 밥 먹고 사람들을 만나며 그렇게 살아간다.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남자 주인공 팻(브래들리 쿠퍼)도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뒤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혼식장에서 울렸던 노래를 들을 때마다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되살아나 자신도 모르는 새 이성을 잃곤 한다.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남편과 사별한 티파니(제니퍼 로렌스)는 직장에서 만나는 모든 남성
지난 17일 밤 10시 30분쯤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검푸른 바다는 고요했고 바람은 차가웠다. 그 적막을 깨고, 창자를 쥐어짜는 듯한 남성들의 절규가 터져 나왔다.“00야, 00야! 00야 빨리 와! 00야! 빨리 와! 엄마 아빠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00야!”“보고 싶어! 내 새끼 어디 있는 거야! 아빠가 안아줄게. 보고 싶다!”바다를 향한 탁자에 아이들이 좋아하던 음식 등을 차려놓고 귀환을 기원하는 막사. 그 옆에 중년 남성 7명이 서 있고, 이 중 서너 명이 먼 바다를 향해 목 놓아 소리치고 있었다. 몇 걸음 뒤에서
드라마 <겨울연가>로 유명세를 탄 강원도 춘천 남이섬은 재활용섬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01년부터 섬에 있는 폐자재를 재활용하기 시작해 지금은 섬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70%이상을 다시 쓰고 있다. 지난 18일 북적이는 관광객들 사이로 남이섬 초목에 놓인 화장품 공병 나무가 눈에 띄었다. 이외에도 폐목을 활용한 안내 표지판, 빈병을 쌓아 올린 탑 등 친환경 조형물이 곳곳에 있었다. *이 기사가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불필요)
서점에 들르니 ‘실패 없는…’이란 제목의 책이 눈에 많이 띄었다. ‘실패 없는 다이어트’, ‘실패 없는 요리비법’, ‘실패 없는 인테리어’… 게다가 ‘처음부터 실패 없는 일본어 번역’ 이란 책도 있었다. 책 제목이 믿어지지 않을뿐더러 거부감마저 들었다. 일상의 소소한 부분에서마저 실패하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심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에디슨의 말은 귀가 아플 정도로 들어왔으면서도 막상 실패에 관대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일찍부터 학교에서 성적으로 서열화하는 데 익숙한 사회 분위기는 사람들 꿈마저 조각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고 있는 에너지의 양이 워낙 방대하여 한 시간 동안 지구에 내리쬐는 햇빛에 포함된 에너지는 전 세계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과 같다. 햇빛에 포함된 에너지를 붙잡아 사용하는 데 따르는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를 감안해도 단 7일간의 햇빛만 잘 활용하면 전 세계에서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7일 분 햇빛으로 지구의 1년 에너지소비 충당 가능환경운동가로 활약하고 있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저서 <우리의 선택>에서 햇빛에너지의 잠재력을 이렇게 강조했다. 세계 각국도 이런
“태양열 조리판을 이용해서 감자나 메추리알을 직접 구워먹을 수 있어요. 주민과 학생들이 환경 수업을 들으며 음식도 먹고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죠.” 서울 상계동 마들공원 안에 있는 노원에코센터 옥상에서 이진희 기획팀장은 샐러드접시처럼 오목한 태양열 조리판 2개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은빛 광택을 내는 조리판은 어른이 양팔을 벌린 정도의 너비인데 하나는 남쪽을, 하나는 서쪽으로 막 넘어가는 해를 향하고 있었다. 지는 해를 향한 조리판은 태양의 움직임을 자동으로 추적해 움직이는 시스템이고 다른 것은 고정식이라고 이 팀장은 설명했다.
“스피치 학원 알아보려고.”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과 휴대전화를 붙잡고 수다를 떨다가 그녀가 던진 말이었다. 이유를 묻자 대학 졸업반인 그녀는 매번 기업 면접에서 낙방하는 이유가 자신의 부족한 말솜씨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최종면접은 물론이고 실무면접 프리젠테이션에서도 조리 있고 전달력 높은 말과 자세가 합격 여부를 좌우한다고 친구는 말했다. 꼼꼼하고 성실한 그녀가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한들 현란한 말솜씨로 무장한 경쟁자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어릴 때부터 수줍음이 많아 ‘당당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친구가 스피치 학원을
세종시에서 대전시 유성구로 이어지는 1번 국도의 중앙분리대는 색다른 ‘지붕’을 머리에 인 자전거도로다. 폭 3.8미터(m), 길이 8.8킬로미터(km)의 도로 위로 터널처럼 이어진 태양광 패널(판)이 햇빛과 눈·비를 막아준다. 삼각형, 마름모꼴 등 구간에 따라 패널 모양이 다르고 기둥의 생김새도 다양해 구경하는 재미를 준다. 세종시의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녹색도시환경과 조근매 사무관은 “태양광 설비가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는데 이곳은 디자인까지 세밀히 신경 써서 만들었다”라며 “자전거 도로가 도시
번잡한 광주광역시 도심에서 버스를 타고 40분 남짓 남쪽 송암단지 방향으로 달리면 한적한 풍경 속에 효천역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도 차도 드문 역 앞에서 큰 길을 건너면 저층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신효천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마을회관을 포함한 65가구의 지붕 위에는 하나같이 네모난 태양광 패널이 늘어서 있다. 갈색 벽돌집들 위로 질서 있게 자리한 푸른빛 패널들은 햇빛을 받으면 반짝반짝 빛을 내는 듯 보인다. 지난 10일 오전 11시 30분 <단비뉴스> 취재진이 신효천마을에 도착했을 때, 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서는 좁쌀눈
16세기 코페르니쿠스가 주장한 지동설은 당대 사람들을 설득하지는 못했다. 훗날 요하네스 케플러와 같은 천문학자들의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되며 19세기에 이르러서야 사실로 인정받는다. 여기서 새롭게 등장하는 과학적 주장과 근거들은 우리가 직접 보고 듣지 못하는 것들이다. 과학자들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주일우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인문교양특강 두 번째 강의에서 과학을 둘러싼 논쟁을 바라볼 때 세워야 하는 가치 판단의 기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믿을 만한 젠틀맨 찾기“영국의 젠틀맨(gentleman)
지난해 10월 18일 저녁 7시 무렵, 서울 상일동 강동아트센터 대극장의 티켓 창구는 수백명의 인파로 붐볐다. 응원구호가 쓰인 손팻말을 든 여학생들, 큰 배낭을 멘 금발의 외국인 커플, 차분히 공연책자를 들여다보는 노신사까지, 각양각색의 관객이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개막 5분 전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로비에 울려 퍼지자 곧 객석 850개가 가득 찼다. 넓은 무대 위에는 의자 두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잠시 후 별다른 소개 없이 한 남자가 나와 의자에 털썩 앉았고, 또 다른 남자가 걸어 나와 바로 옆 의
방영 시작 전부터 시끄러웠던 드라마. 바로 MBC 일일 드라마 ‘오로라 공주’다. ‘막장 드라마 제조기’인 스타작가 임성한이 복잡한 개인사를 말끔히 해결하지 못한 채 2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들고 나온 작품이다. ‘오로라 공주’는 ‘막장 드라마의 3요소’를 완벽하게 갖춘 임성한 표 드라마다. 불륜, 비속어, 뜬금없는 전개와 설정이 난무한다.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에게는 분개할 요소들이 늘어간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임 작가와 MBC는 120부작인 드라마를 30회 더 연장했다. 시청률이 올라가자 임 작가는 ‘아직 할 이야기
“바바바밥~ 바바바밥밥~” 수영선수 박태환이 춤을 춘다. 식탁에 앉더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한 숟갈 먹으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TV 광고에서 박태환은 ‘엄마가 지어주신 밥맛’이라며 복스럽게 먹는다. 실은 엄마가 지어준 밥이 아니라 전자레인지 버튼을 눌러 제조한 즉석밥이다.요즘, 밥솥이 아무리 좋아졌다 해도 3분 만에 뚝딱 밥을 만들어내는 전자레인지의 속도를 당할 수는 없다. 1990년대 말 등장한 즉석밥은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정신에 맞아떨어져 급속히 시장을 넓혀갔다. 바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한 현대인에게 일회용 용기
경기도 수원의 벼룩시장과 안양시 관양시장, 남양주시 나눔장터 등에는 전국의 장을 돌며 판을 벌이는 ‘예술장돌뱅이’들이 종종 나타난다. 손한샘(45)씨를 주축으로 지난 2008년 결성된 프로젝트 예술가팀 ‘겸손한 미술관’에 속한 화가 10여명이 그들이다. 이 예술장돌뱅이들은 시장에서 만난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 대화를 모티브로 그림 등 작품을 만들고 물물교환도 한다. 이 중 화가 김현승(34)씨는 지난 2012년부터 ‘감성우체국’이란 이름으로 손님과 함께 손글씨엽서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어떤 생각으로 예술가들이 장터로 나
18세기에 일어난 산업혁명 이후 분홍빛 미래를 꿈꾸던 영국인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정치경제학자가 토머스 맬서스였다. 그는 인류가 인구과잉으로 빈곤과 굶주림에 시달리며 혼란을 맞이할 것이라 내다봤다. 인구는 25년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는 빈곤계층 확대를 막기 위해서는 사회지원을 중단해 자연적으로 산아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맬서스의 인구론은 백인 우월주의를 정당화한다. 자신들은 절대로 굶어 죽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부자들은 벵골이나 소말리아, 수단 등지에서 발생하는 식량난을 ‘자
‘경제민주화’를 외치는 2010년대 한국 사회의 모습은 민주화한 자본주의 국가가 얼마나 비극적일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권위주의 국가에 저항해 시민의 이름으로 얻은 민간영역은 결국 자본의 운동장이 됐다. 이후 공룡처럼 커진 자본은 재벌의 이름으로 관료기구를 포획하고 시민까지 관리하기에 이르렀다. 이종현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사회교양특강’에서 신자유주의 도입 전후 상황을 설명하며, 우리나라 경제민주화 담론의 역사적 흐름을 재구성했다.“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은 그동안 시대가 바뀔 때 서구에서 여러 차례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