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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기근이 내 탓이었네
[마음을 흔든 책]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2013년 09월 17일 (화) 20:54:20 송두리 기자 duri@danbinews.com

18세기에 일어난 산업혁명 이후 분홍빛 미래를 꿈꾸던 영국인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정치경제학자가 토머스 맬서스였다. 그는 인류가 인구과잉으로 빈곤과 굶주림에 시달리며 혼란을 맞이할 것이라 내다봤다. 인구는 25년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는 빈곤계층 확대를 막기 위해서는 사회지원을 중단해 자연적으로 산아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맬서스의 인구론은 백인 우월주의를 정당화한다. 자신들은 절대로 굶어 죽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부자들은 벵골이나 소말리아, 수단 등지에서 발생하는 식량난을 ‘자연이 고안해낸 지혜’로 여긴다. 인구론은 기득권층이 기근으로 사망하는 아이들을 외면하면서도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있는 이론을 제공했다.

가난한 이들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는 인류의 무자비함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가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다. 그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이 유전자 보존을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래밍된 기계에 불과하며 그 목적은 자기 생존에 있다고 주장했다.

   
▲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의 표지.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으로 활동한 장 지글러도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저서에서 기아의 원인을 식량을 자본화한 인류의 이기심에서 찾는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12년 10월 세계 기아인구는 8억7천만명에 이른다. 이 중 동아시아 기아인구는 1억7600만명,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는 2억3400만명으로 기아인구 대부분은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에 밀집돼 있다. 이들은 영양상태가 나빠 질병에도 취약하다. 트라코마에 감염돼 시력을 잃는 어린이는 1억4600만명이나 된다.

이런 불균형과 양극화는 세계가 야기한 현실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소 사육에 들어가는 옥수수는 잠비아에서 필요로 하는 식량보다 많지만 육식인구는 꾸준히 증가한다. 120억 인구가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하고도 시장가격을 높이기 위해 곡물을 폐기처분하는 경우도 있다.

세계 최대 식량생산국 미국은 어떤가?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10년간 경제봉쇄정책을 편 결과 굶주림으로 고통받은 이는 결국 국민들이었다. 세계 2위 식품회사 네슬레는 1970년 칠레 아옌데 대통령의 사회주의 개혁에 반대해 분유 판매를 중단했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 다국적 기업이 공급을 거부하면 일국의 국가정책이 무산될 지경이지만 세계의 각종 기구와 구호단체는 이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인류가 마땅히 누려야 할 생존권보다 시장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실은 인간이 가진 이기심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 안구 질환 트라코마에 감염돼 실명한 탄자니아 가족. 이들이 겪는 아픔에 대한 책임에서 우리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 하트하트 재단

기근과 인류의 무자비함을 맬서스나 다국적 곡물기업에만 돌려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는 기근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루 10만명이 굶어 죽는 세상에서 날씬해지기 위해 자신의 식사량만 고민하는 무심함이 세계 곡물시장에서 자행되는 횡포를 허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 지글러는 공동체 의식을 갖고 기아와 투쟁할 것을 촉구한다.

유전자 보존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이라면 이타심을 전제로 한 행동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그러나 도킨스의 학설이 ‘생물은 종의 이익을 위하여 또는 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행동하도록 진화한다’는 집단선택설에 근거한다는 데 주목한다면 해답은 있다. 개체의 이타적 희생은 알고 보면 집단 이익을 위한 이기적 행동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과학저널리스트 매트 리들리도 <이타적 유전자>에서 공통된 견해를 내세운다. 생존이 본질적으로 개인의 경쟁적 투쟁이라면 인간사회가 협동하며 발전한 역사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협동하는 조직은 살아남고 이기적인 조직은 도태되는 집단선택이 일어났기 때문에 협동의 역사가 발전해왔다. 이기심은 개인이 아닌 조직 차원에서도 일어난다. 개미와 벌꿀 사회를 이루는 협동체계는 인간이 추구하는 공동선이 실현된 사회가 아니던가?

결국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개인은 인간 사회를 이기적으로 만드는 촉매제다. 지글러가 주장하는 ‘연대’야말로 기아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연대’는 다른 사람을 돌아보는 관심과 공감에서 나온다. 지하철역에 누워있는 노숙자를 피해 다니지 않고, 부당함을 외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는 데서 ‘연대’가 시작되지 않을까?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이 책임을 가지고 행동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한 까닭이다.

‘소수가 누리는 자유와 복지의 대가로 다수가 절망하고 배고픈 세계는 희망과 의미가 없는 폭력적이고 불합리한 세계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유와 정의를 누리고 배고픔을 달랠 수 있기 전에는 지상에 진정한 평화와 자유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서로에 대해 책임을 다하지 않는 한 인간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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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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