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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건물이 ‘햇빛발전소’가 된다면
[청정에너지 현장을 가다] 태양광·태양열 ③ 에코센터 모델
2014년 02월 25일 (화) 15:38:06 송두리 기자 duri@danbinews.com

“태양열 조리판을 이용해서 감자나 메추리알을 직접 구워먹을 수 있어요. 주민과 학생들이 환경 수업을 들으며 음식도 먹고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죠.” 

서울 상계동 마들공원 안에 있는 노원에코센터 옥상에서 이진희 기획팀장은 샐러드접시처럼 오목한 태양열 조리판 2개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은빛 광택을 내는 조리판은 어른이 양팔을 벌린 정도의 너비인데 하나는 남쪽을, 하나는 서쪽으로 막 넘어가는 해를 향하고 있었다. 지는 해를 향한 조리판은 태양의 움직임을 자동으로 추적해 움직이는 시스템이고 다른 것은 고정식이라고 이 팀장은 설명했다.  

   
▲ 음식 조리가 가능한 태양열 조리기. 태양이 떠있는 방향을 향해 자동으로 움직인다. ⓒ 송두리

조리하고 난방하고 전기도 만드는 ‘만능 햇빛’

오목한 조리판 한 가운데 감자와 물이 담긴 냄비를 올려두면 햇빛으로 가열돼 물이 끓고 감자가 익는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원리는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 열을 내는 것과 같다. 조리시간이 40분에서 1시간 정도로 긴 편이지만 환경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감자, 고구마, 계란 등이 태양열로 익는 과정을 지켜보고 즉석에서 요기도 할 수 있다. 태양열 조리판 옆으로는 태양열 집열판과 태양광 패널도 설치돼, 햇빛으로 조리하고 난방도 하고 전기까지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한 자리에서 보여준다.  

이 센터는 지난 2012년 노원구가 서울시로부터 17억을 지원받아 수영장이 있던 건물을 개조해서 만들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3개층으로 이뤄진 건물의 맨 아래층은 ‘배움의 공간’으로, 태양광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인버터와 태양열을 모아두는 축열 탱크, 지열에너지 설비인 지열히트펌프가 설치돼 있다. 태양광, 태양열, 지열의 작동원리를 방문객들이 직접 보면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항상 개방해둔다. ‘열린 마루’로 불리는 지상 1층은 안내를 담당하는 에코가이드실과 휴식 공간으로 구성돼 있는데, 페달을 밟으면 전기가 생겨 휴대폰 충전을 할 수 있는 노란색 자전거 두 대가 놓여있다. 2층에는 환경 수업이 열리는 강의실과 주민 쉼터 구실을 하는 카페가 있다.  

이 건물은 태양광, 태양열, 지열에너지 등으로 소비 전력을 자급자족하는 ‘에너지 제로 하우스’다. 일단 냉난방은 태양열과 지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전기가 거의 쓰이지 않는다. 여기에 한국전력과 전력수급계약(PPA)을 맺고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 중 건물에서 쓰고 남는 것을 한전에 판매한다. 2013년 한 해 동안 한전에서 받은 판매대금은 약 60만원. 전력이 생산되지 않는 흐린 날이나 밤에는 한전에 돈을 내고 전기를 사용하는데 이 요금이 매달 2만~8만원 가량이라, 수입과 지출을 상쇄하면 에너지 비용이 제로(0)가 된다.  

   
▲ 태양광과 태양열, 지열로 자가발전하는 노원에코센터. ⓒ 송두리

“전기를 스스로 만들어 쓰는 것은 물론이고 에너지소비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건물을 리모델링 했어요. 건물의 외벽은 두께가 26센터미터(cm) 이상인 단열재를 사용해 열손실을 줄였어요. 자연채광을 받으려고 남쪽으로 창을 설치했고요. 실내등도 기존 조명보다 전력을 50% 이상 적게 쓰는 엘이디(LED)전구로 전부 바꿨죠.” 

천장도 철골 구조물이 드러나도록 개방식 설계를 해 열효율을 높였고, 폐열을 회수하는 환기장치를 통해 에너지 재활용과 쾌적한 공기 순환이 이뤄지도록 했다. 이 팀장은 “이런 설계로 건물 냉·난방에 필요한 에너지를 64% 절감했다”며 “밖으로 새나가는 에너지를 잡는 노력과 신재생에너지 사용이 맞물려야 100% 에너지 자급이 가능한 제로 하우스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에코센터는 또 대기전력 소비를 한 눈에 보여주는 측정판을 통해 무심코 가전제품의 코드를 꽂아 두었을 때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게 되는지 보여주고 있다. 딸과 함께 온 노원구 주민 박금숙(44)씨는 “가전제품 전력소비량을 눈으로 확인해보니 생각보다 많더라”며 “외출할 때는 전기코드를 꼭 뽑아야겠다”고 말했다. 이 센터는 주택이나 공공, 상업건물들이 태양광·태양열 등 탄소배출이 거의 없는 청정에너지원으로 전력을 자체 생산하면서 에너지 소비도 효율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태양광은 ‘에너지 민주주의’로 가는 분산 발전 기대주  

   
▲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 중인 노원에코센터. ⓒ 송두리

이미 많은 사례에서 확인되고 있는 것처럼, 햇빛은 우리나라 자연조건에서 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은 청정에너지원이다. 특히 낙후지역에 대규모발전소를 짓고 장거리 송전탑을 통해 서울 등 도시로 전기를 보내는 원자력발전과 달리 태양광은 소규모 분산 발전을 통해 소비지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민주주의’를 증진한다고 볼 수 있다. 또 건물 옥상이나 주차장 지붕 등 유휴지를 이용해 비교적 손쉽게 시설을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제도적 지원만 뒷받침되면 빠른 속도로 설비용량이 늘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12년 서울의 전력자급률은 2.9%에 불과하지만 각급학교 옥상 등 건물의 유휴공간을 적극 활용하면 전력자급률을 점진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2012년 기준 서울 초중고 1290교 중 태양광 비설치 1167곳에 각각 50킬로와트(kW)규모의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면 설비용량은 58메가와트(MW)로 2012년 서울의 연간 전력생산량 5%에 해당하는 전기를 얻을 수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강병식 사무국장은 “학교는 대부분 남향으로 설계돼 있고 주변에 높은 건물들이 많지 않아 태양광 발전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학교 옥상에 태양광발전 시설이 들어서면 학생들이 체험적으로 친환경에너지의 가치와 에너지소비합리화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높은 임대료와 학교 관계자들의 인식 부족 등으로 시민이 중심이 된 에너지 협동조합들이 학교 옥상 햇빛발전소 설치에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학교 옥상에서 나아가 서울 등 도시의 모든 건물 옥상에 태양광패널을 설치해서 청정전력생산을 획기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온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미국 델라웨어대의 에너지 전문가 존 번 교수는 서울의 건물 옥상 면적 중 환경적 조건을 충족하는 40%에 태양광 발전소를 세울 경우 2012년 서울시 소비전력량(4만6903기가와트아워(GWh))의 25%에 해당하는 연간 1만GWh(약 280만명 사용량)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데는 장벽이 많다. 환경운동연합 안재훈 팀장은 “공공건물은 개인이나 협동조합이 접근하기에 제약이 많고 민간 건물도 건물주의 동의가 필요해 장소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태양광으로 단기간에 벌어들이는 수익이 많지 않고 세제혜택도 별로 없어 적극적으로 자신의 건물에 태양광설비를 하려는 건물주들이 없다는 것이다. 또 협동조합 등이 건물의 옥상을 빌릴 경우 임대료 문제, 일조권과 기술적 문제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 현재로선 설비확대가 어렵다. 따라서 생산된 전기의 안정적 판매를 보장하는 발전차액지원제(FIT), 태양광설비에 대한 금융지원, 태양광 시설을 도입하는 건물주에 대한 세제혜택 등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독일에서 주택 지붕과 건물 옥상의 태양광패널 등 개인 소유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것은 이 같은 정책적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원전 하나 규모의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2012년부터 ‘원전 하나 줄이기’ 에너지종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까지 태양광 설비를 공공부문에서 160MW, 민간에서 160MW 규모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주택태양광 설치 지원사업을 통해 3kW 이하 설비를 설치하는 민간주택에 kW당 110만원(최대 33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2013년의 경우 약 17억원의 예산을 단독 및 공동주택 소유자 533가구에 지원했다. 서울시 환경과 김현욱 주무관은 “최소 20㎡의 설치면적이 있고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일조권이 확보되는 주택인 경우 신청할 수 있다”며 “올해도 지난해처럼 4월쯤 신청자를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석유, 천연가스 등 주요 에너지원을 대부분 수입해 쓰는 ‘자원빈국’이면서도 에너지소비 증가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한국.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후쿠시마 사고 같은 핵재난을 막으려면 화석연료와 원전 의존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현실은 아직 거북이 걸음이다. 반면 독일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햇빛, 바람, 지열 등 ‘토종 청정에너지원’을 이용한 전력생산이 이미 원전 비중을 넘어섰다. <단비뉴스>는 남보다 한발 앞서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한 국내의 현장들을 찾아 실태를 점검하면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와 대안을 함께 모색한다.(편집자)

* 이 시리즈는 주한 영국대사관 기후변화 프로젝트의 취재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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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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