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스쿨 특강] 선대인경제연구소 선대인 소장
주제 ② 부동산 문제와 언론 보도

“집 사두면 오른다? 이젠 옛 말이다”

“여러분 부모님은 집을 꼭 사라고 하시죠? 자신들이 살아보니 집값이든 땅값이든 언젠가는 꼭 오른다고 하시면서요.”

▲ 부동산 투자의 위험성을 짚으며 강의를 시작한 선대인 소장. ⓒ 배상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에서 ‘부동산 문제와 언론 보도’를 주제로 두 번째 강의를 시작한 선대인경제연구소 선대인 소장은 1986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을 포함한 전국의 아파트값이 꾸준히 올랐음을 보여주는 그래프를 보여주며 그 이유로 ‘인구 보너스’를 들었다. 그동안 일하고 돈 버는 생산가능인구(15~64세)와 주택수요인구(35~54세)가 늘어난 덕분이라는 것이다. 돈 벌고 쓰는 사람이 많아져 한국경제는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고 주택을 사려는 사람도 계속 있으니 주택가격도 올랐다.

“그런데 앞으로도 그럴까요? 전 그렇지 않다고 봐요. 지난 2006년 이후 인구는 줄고 있고 주택수요인구도 지난해를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어요. 이제는 인구가 경제성장에 부담이 되는 ‘인구 오너스(onus)’ 시대예요.”

‘인구 오너스’는 ‘인구 보너스’와 반대로 인구가 줄고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 경제성장도 주춤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미 한국경제 성장 발판인 토건사업에 건설회사와 관련 공기업이 진 빚이 어마어마해서 앞으로는 정부에서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지원금도 줄어든다. ‘집 사두면 오른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는 게 선 소장의 주장이다. 그는 “이제 부동산 투자로 대박을 칠 수도 있지만 쪽박도 칠 수 있는 시대”라며 ”과거 패턴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광고와 엮인 언론 보도 믿기 어려워

선 소장은 앞서 보여준 집값 상승 그래프를 가리키며 ‘명목가격’과 ‘실질가격’을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명목가격은 물가가 상승하는 수준만큼 액면가격 그대로 표시된 가격인 반면 실질가격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가격이다. 10년간 과자 ‘새우깡’이 백원에서 천원으로 올랐다면 표시된 숫자 백원과 천원은 명목가격이지만 실제로 가격이 10배가 뛰었다고는 해석하기 어렵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지금의 1000원 가치가 10년 전 100원 가치보다 떨어졌을 수도 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실러 교수는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가격지수인 케이스 실러 지수를 창안한 사람 중 한 명이다. 1980년대부터 실질가격에 바탕을 두고 미국 주택가격 주기(cycle)를 설명하는데 10년에서 20년 주기마다 늘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띄고 있음을 발견했다. 알려진 것과 달리 주택가격이 계속 올랐던 적은 없었다. 선 소장은 우리 주택시장도 마찬가지라며 “실질가격으로 부동산시장을 바라봐야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늘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명목가격 그래프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 1986년 1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전국 및 서울의 아파트 명목가격(위)과 실질가격(아래)을 나타낸 그래프.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아래 그래프를 보면 아파트 가격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 선대인경제연구소

“부동산 업계에서는 실질가격에 바탕을 둔 그래프를 보여주지 않아요. 투자자에게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또 오를 것이라는 추측을 심어주기 위해서죠. 아마 우리나라 어디에도 제대로 보여주는 데는 없을 겁니다. 그건 언론도 마찬가지고요.”

선 소장은 그 이유를 높은 부동산 광고 수입에서 찾는다.

“지난 2003년 <동아일보> 매출 중 부동산 광고가 30%를 차지했어요. 분양이 잘되면 신문사 광고 수입이 올라가는 거죠. 이런 이해관계 속에서 제대로 된 정보가 나오기는 어렵습니다.”

지난 2009년부터 언론에서는 매년 집값이 바닥을 쳤다가 곧 탈출할 것을 의미하는 ‘집값 바닥론’을 거론한다. 연초 또는 정부가 대책을 발표할 때면 당장 집값이 떨어져 있다는 말을 하는 대신 상반기에는 집값이 떨어졌다가 하반기에는 집값이 오른다고 발표한다.

언론은 이를 받아쓰며 ‘집값 바닥론’을 내세운다. 4~5개월이 지나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빠져들면 정부가 대책을 충분히 내놓지 않았다거나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댄다. 그러고선 새로운 대책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이다. 선 소장은 “이 같은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에 ‘올해 1월 주택 거래량’이라고 치면 뉴스 제목들이 어떻게 나와있죠? ‘전년 대비 두 배 껑충’ ‘전년 1월 대비 117.4% 증가‘ 처럼 제목만 보면 엄청나게 늘어난 것 같이 보도되고 있어요. 하지만 전년 동월인 지난해 1월은 사실 주택 매매가 끊기는 ‘거래 절벽’이 온 시기죠.”

지난 2012년에 그해 말까지 취득세를 감면해주는 정책을 발표하자 주택을 사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렸다. 거래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몇 달간 살 주택을 한꺼번에 산 것에 불과해 곧 거래량이 끊겼다. 지난해 1월 ‘거래 절벽’이 온 배경이다.

다른 해 같은 달을 보아도 마찬가지다. 2012년 1월도 취득세 감면 혜택 탓에 거래바닥이 일어났다. 지난 2009년 1월은 금융위기 한파로 주택거래가 사상 최저 수준이었다. 어디에서도 이런 특수한 상황은 언급하지 않는다. 선 소장은 “올 1월 주택 거래량은 다른 해 평균 수준보다도 적고 지난해 9~11월 거래량보다 더 적다”고 꼬집었다.

집값 낮추기보다 빚 내서 집사기만 부추기는 정부

주택거래량은 지난 2000년 이후로 일시적으로 증가하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하락세를 보인다. 선 소장은 이를 두고 “구조적 침체기에 빠져있다”고 설명했다.

▲ 전국 아파트 거래량(2000~2014년). ⓒ 선대인경제연구소

"1998년 외환위기 직후에는 집값이 쌌어요. IT산업 등의 탄력을 받아 주가가 상승하면서 1999년에는 10% 이상 경제성장을 이뤘고요. 반면 외환위기 때 건설회사들은 타격을 받아 주택공급이 줄었는데 집값은 쌌고 소득이 늘어나니 주택시장의 거래는 매우 활발했습니다. 소득여력이 부족한 사람들도 빚을 내서 집을 구입했죠.”

이미 집을 살 사람들은 집을 다 사면서 주택 수요는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7년부터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하는데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하는 분위기는 이어졌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활황기를 맞이했던 노무현 정부 때 202조원 늘어났던 가계부채가 부동산 침체기이던 이명박 정부 때는 262조원이 더 늘었다.

선 소장은 “집값이 당장은 충격이 좀 있더라도 집값을 좀 떨어뜨려서 부동산 시장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도 억지로 빚내서 집 사라는 이야기만 반복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값 바닥론은 시기상조이며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계속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부동산정책

“선분양제도는 완성품이 아닌 분양 모델을 보고 계약을 하고 소비자에게 돈을 내도록 해요. 기업이 돈을 미리 받기 쉽도록 만든 구조입니다.”

선분양제도는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제도다. 건설회사에 자금 부담을 줄여 주택공급을 촉진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선 소장은 선분양제도에 대해 비판적이다. 우리나라 건설회사들이 빚이 쌓였고 이를 갚기 위해 분양에 열중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부동산 거품이 일었던 지난 2000년대에도 STX, 벽산건설과 같은 건설업체는 과도하게 사업을 벌였다가 이 빚을 갚지 못해 줄줄이 무너졌다.

이런 상황은 1994년의 일본 모습과 비슷하다. 일본은 지난 1991년 부동산 거품이 붕괴했는데 그 여파로 주택공급 물량이 줄어들었다. 정부가 1994년부터 우리나라처럼 ‘빚 내서 집사는 정책’을 실시하며 건설회사들에게 각종 혜택을 퍼줬고 공급물량은 늘어나기 시작했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한 일본인들이 빚을 내서 집을 샀지만 1997년 2차로 부동산 거품이 꺼졌다. 집값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시 집을 산 사람들은 결국 집을 가졌기에 가난하게 살아가는 ‘하우스 푸어’가 됐다. 선 소장은 “우리나라도 언제든 비슷한 상황에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거품이 커질수록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커지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주택담보대출에는 3년에서 5년 정도 거치기간이 있다. 처음에는 이자만 조금씩 내는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원리금 규모가 점점 커진다는 뜻에서 풍선식 상환대출이라고도 한다.

선 소장은 한 달에 100만원씩 이자만 내던 일반가게에서 월 300~400만원씩 내는 원금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면서 “주택담보대출은 당장의 충격만 줄일 수 있을 뿐 결국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2년과 비교할 때 2015년 이후 주택담보대출 비율은 2.5배 늘어난다. 가계부채부담을 떠안을 수 없는 상황이 오면 미국 서브프라임과 같은 상황이 올 수 있다. 

주택업자를 위한 선분양제 폐지해야

▲ 선 소장은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에서 정부가 임시방편으로 내놓는 부동산 정책을 강하게 비판한다.
선 소장은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장기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먼저 그는 정부가 펴는 부양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부양책인 연착륙(soft landing)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죠.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파이만 키우는 일입니다. 단계적 충격이 있더라도 중장기적인 충격을 최소화하고 부동산 거품을 빼는 견착륙 정책(firm landing)을 펴야 해요.”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 비율의 상한선을 풀어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정책은 연착륙 정책에 해당한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 비율은 지금도 수도권 50%, 지방 60%로 높은 수준이라 오히려 낮춰야 한다. 이와 달리 무리하게 분양을 해서 ‘하우스 푸어’를 만들어내는 건설업체를 구조조정 하는 등 위기관리 체계를 마련한다는 내용은 견착륙 정책에 해당한다.

그는 이어 선분양제를 다시 한번 언급했다. 공급자 위주의 선분양제를 폐지해서 열악해진 소비자의 지위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자본이 취약했던 60~80년대 수도권 집중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집을 짓기 위해 민간에서 십시일반 돈을 모아 집을 분양받았고 선분양제가 정착했죠. 이 과정에서 건설업체들이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정부에서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했고요. 지금 수도권은 포화된 상태고 민간업체들은 무너지려고 합니다. 시대가 변했는데 왜 선분양제도를 유지하려는지 의문입니다.”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을 내세우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그들은 선분양제도 폐지는 주장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배경이 되는 제도는 없애지 않으면서 분양가 상한가만 물고 늘어지는 건 건설업체들에게 유리한 시장구조로 바꾸려는 생각으로 본다.

“젊은 사람들이 집을 구하기 힘든 것도 집값이 비싸기 때문이에요. 집값이 4, 5억씩 하니 집을 살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일본은 일본주택공단이 1인 주택과 같은 단신세대를 위해 임대주택을 굉장히 많이 공급하는데 우리도 그런 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해요.”

장기 전세주택이나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짓는 것은 단순히 주택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저출산 고령화로 내수 위축이 우려되는 한국경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5억으로 남은 일생을 지내야 하는 사람이 1억5천만원 장기 전세주택에 들어가면 3억5천만원으로 노후 생활이 가능하다. 이들의 뒷받침해야 하는 사회복지지출 또한 줄어드는 셈이다.

이처럼 부동산정책에는 주택 문제뿐 아니라 여러 경제문제들이 얽혀 있다. 부동산정책이 정치의 이해관계에 맞물려서 관료들 배만 불리도록 짜여 있는 한 서민들의 삶은 결코 좋아질 리 없다. 선 소장이 부동산 정책을 시대에 맞게 고치고 개선해야 함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강의를 듣고 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 ⓒ 배상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학기 <저널리즘특강>은 조상호, 고승철, 김현대, 황호택, 이영돈, 선대인, 오연호, 박태균, 곽윤섭 선생님이 강연을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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