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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땅’ 햇빛발전, 돈 벌고 환경 살리고
[청정에너지 현장을 가다] 태양광·태양열 ② 세종시 등 공공부문
2014년 02월 17일 (월) 21:47:15 송두리 기자 duri@danbinews.com

세종시에서 대전시 유성구로 이어지는 1번 국도의 중앙분리대는 색다른 ‘지붕’을 머리에 인 자전거도로다. 폭 3.8미터(m), 길이 8.8킬로미터(km)의 도로 위로 터널처럼 이어진 태양광 패널(판)이 햇빛과 눈·비를 막아준다. 삼각형, 마름모꼴 등 구간에 따라 패널 모양이 다르고 기둥의 생김새도 다양해 구경하는 재미를 준다. 세종시의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녹색도시환경과 조근매 사무관은 “태양광 설비가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는데 이곳은 디자인까지 세밀히 신경 써서 만들었다”라며 “자전거 도로가 도시의 랜드마크(상징구조물) 역할을 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세종시 대평동 태양광 자전거 도로. ⓒ 송두리

디자인까지 신경 쓴 ‘자전거 터널’, 지역 명물 부상

입소문을 듣고 전국에서 바이커(자전거족)들이 이곳을 찾는다. 지난해 10월 7일 자전거를 타던 박정훈(31·대전)씨는 “태양광 패널 덕분에 비를 피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 감축도 가능하니 환경적인 면에서도 좋은 것 같다“며 ”다음엔 친구들과 함께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서 왔다는 최재원(22·경희대)씨는 “길이 차도 한가운데 있어 이용하기 불편한 점도 있지만 시도 자체가 기발하고 날씨에 민감한 바이커들이 자전거 타기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평했다.

이 자전거도로는 세종시와 한국서부발전이 국토해양부 소관 도로를 임대받아 6개월간 공사한 끝에 지난 2012년 6월 개통했다. 이에 앞서 세종시는 ‘오는 2020년까지 전력사용량의 15% 이상을 신재생에너지에서 얻는다’는 목표 아래 한국서부발전과 태양광발전 시범사업 추진 계약을 맺었다. 1차로 대평동의 자전거도로, 고운동의 하수종말처리장, 연기면의 쓰레기매립지 등 3곳을 태양광 발전부지로 개발했다. 현재 자전거도로에서는 하루 1만2000kWh 전력이 생산되고 하수종말처리장 내 녹지로 남아있던 2만4370제곱미터(㎡) 부지에도 태양광 패널을 설치, 하루 1만1000kWh의 전력을 생산한다. 또 지하에 조성된 쓰레기매립장의 지상부지 2만6861㎡에도 태양광발전시설을 만들어 하루에만 1만k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놀고 있는 땅’과 ‘공짜 햇빛’을 활용해서 발전소를 가동하는 것이다. 

   
▲ 연기면 쓰레기 매립장. 노는 땅이었던 지상 부지를 태양광 발전 공간으로 활용했다. ⓒ 송두리

이 세 곳의 태양광 발전량은 하루 최대 3300가구(가구당 10kWh/일, 년 3.6MWh/년)가 이용할 수 있는 규모다. 시행기관인 한국서부발전은 전기 판매로 연 25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태양광 발전의 효과는 이런 ‘돈 벌이’에만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구의 온도를 높여 심각한 환경생태변화를 유발하는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이 연간 3400톤(t)가량 줄었다. 에너지시민회의에 따르면 전력 1kWh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석탄으로 발전할 때가 991그램(g), 석유는 782g, 태양광은 32g으로 태양광발전의 탄소배출량은 석탄의 30분의 1, 석유의 25분의 1 수준이다.  

세종시가 태양광 사업에 적극 나선 것은 2012년부터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가 시행된 것과도 관련이 있다. RPS는 한국전력공사와 50만kW 이상 전력을 생산하는 한전발전자회사, 민간발전사업자, 공공기관이 매년 일정 비율 이상의 전력을 신재생에너지원으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세종시와 태양광발전 계약을 맺은 한국서부발전은 이 규정의 적용을 받는 한전자회사의 하나다.  

세종시는 태양광발전 1차 사업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2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솔동 첫마을 인근 호수공원의 주차장과 자전거도로 등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는 작업이 2015년에 끝나면 지금보다 10MW 이상의 전력이 추가 생산될 전망이다.

철도역과 주민센터 지붕 등 유휴 공간 활용 늘어  

   
▲ 주차장도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기에 좋은 장소다. 사진은 광주 서구 김대중 컨벤션 센터 주차장. ⓒ 송두리

태양광발전의 경제성과 환경친화성이 확인되면서 유휴 공간에 태양광패널을 설치하는 공공기관과 공기업들이 늘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해 2월 역사 승강장과 차량기지 지붕 63곳, 주차장, 못 쓰는 흙을 버리는 사토장 등 총 67곳을 태양광 발전부지로 임대하겠다고 발표했다. 2018년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한 해 6000가구가 이용 가능한 전력인 2만1000MWh가 생산되며 철도공단은 20년동안 임대료로 65억원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철도공단은 또 복선전철 개통으로 생긴 중앙선 폐선 부지 중 경기도 양평군 석불역과 양동역 사이 13.3km(34만3000㎡)구간에 태양광패널을 설치하기로 했다. 올해 말 공사가 완료되면 연간 3447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량 1만2410MWh가 생산되며, 이산화탄소 5261톤이 감축돼 소나무 190만 그루를 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철도공단측은 밝혔다.

강원도는 지난해 11월 태양광 발전사업자인 한화큐셀코리아(주) 등과 ‘햇빛나눔발전소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미사용 공공청사 및 옥상·폐도로를 한화큐셀에 제공하기로 했다. 한화큐셀은 이 공간에 300억원을 투자해 20MW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한다. 전라남도도 지난 2011년부터 올해까지 1천200억원을 투입해 관내 공공건물 옥상, 주차장, 상하수도 시설, 유휴부지 등에 설비용량 총 90MW 규모의 태양광발전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의 경우 2009년부터 13개 동 주민센터 옥상에 10kW 태양광발전시설을 각각 설치해 각 센터 전기 사용량의 11%를 대체하고 연간 2522만원의 전기료를 절약했다. 청주시는 올해 산남동, 복대1동 등 6개 동 주민센터에도 같은 규모의 태양광발전시설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 서울시 마포구청도 지난해 35kW 용량의 태양광 설비를 추가 설치해 현재 가동중이다. ⓒ 송두리

한국도로공사는 폐쇄된 도로에 태양광패널을 설치하는 ‘고속도로 태양광발전사업’을 벌이고 있다. 휘어진 고속도로를 직선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폐도는 그동안 흉물로 방치돼 있었다. 도로공사는 경남권, 호남권, 충청권 등의 폐도부지(50만㎡)에 최고발전용량이 25MW인 태양광 설비를 단계별로 설치하기로 하고 지난 2012년 3월 한국남동발전과 함께 특수목적법인(SPC)인 고속도로태양광발전(주)을 설립했다. 투자비용은 총 700억원. 같은 해 9월 남해고속도로 진주~마산 구간 확장공사로 생긴 9만3000㎡ 폐도 부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지난해 3월 경남 함안군 산인면 모곡리에서 1차 준공식을 가졌으며 총 4.6MW를 생산하는 진주, 함안 등 경남지역 5곳의 발전소가 첫 가동됐다. 현재 경남 8군데를 포함해 전국에서 11개 태양광 발전소를 가동 중이며 발전용량은 9.4MW까지 확대됐다. 태양광 발전 수익금은 고속도로 인근지역 저소득층 가구의 전기료로 쓰인다.

학교 옥상 이용한 ‘햇빛발전조합’ 등 민간 참여 기회 넓혀야

공공기관 중 국공립 초중고등학교는 건물 옥상을 태양광발전 부지로 임대해 민간 참여를 유도하기에 좋은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 강북구 삼각산 고등학교 옥상 112㎡에 19kW규모의 태양광패널이 설치됐다. 이 학교 교사, 학생 37명과 강북구민 등 총 230여 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한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이 만든 시민햇빛발전소다. 그동안 정부 주도로 학교에 태양광 설비를 한 사례는 있지만 민간협동조합 형식으로 만들어진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조합원들이 낸 출자금 6000만원 중 4840만원이 설비를 갖추는데 쓰였고 연간 6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인 2만6430kWh의 전력을 생산해 한전에 판매하고 있다.

   
▲ 우리동네협동조합이 만든 첫번째 시민햇빛발전소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 ⓒ 송두리

그러나 학교 옥상을 민간조합이 태양광발전시설로 활용하는 사업은 쉽지 않다. 태양광 설비를 위해 학교 옥상을 임대하려면 교육청의 허가를 받아야하는데, 교육사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허가를 쉽게 내주지 않는다. 임대료 측정을 위한 감정평가와 구조안전진단 등 거쳐야 할 과정이 많고 일조권에 대한 민원발생, 설비공사 때 발생하는 소음문제 등 골치 아픈 변수도 있어 학교관계자들이 비협조적이기 일쑤다. 공공기관과 학교를 중심으로 태양광 발전사업을 진행 중인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의 박규섭(31) 사무국장은 “학교를 중심으로 햇빛발전소를 지으려고 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며 “(민간조합이 추진하는 경우) 한 군데의 학교를 임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현재로선 옥상의 임대료가 비싸 발전사업의 채산성이 높지 않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환경단체들은 전국의 학교 옥상을 ‘햇빛발전소’로 활용할 경우 화석연료와 원전 수요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될 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응한 에너지절약과 자연에너지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교육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책을 마련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소규모 발전조합들에게 공공부지를 임대해 태양광발전을 지원하는 한편 학교 옥상을 이용한 발전 등에 대해서도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민햇빛발전조합은 서울시의 지원으로 관악소방서 옥상부지(260㎡)를 임대했다. 서울시는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생산자에게 일정수준의 차익을 보장해 주던 정부차원의 발전차액지원제(FIT)가 지난 2011년 폐지된 후 소규모 태양광사업들이 위기에 몰린 점을 감안, 지난해부터 자체적인 발전차액지원제를 도입했다. 발전용량 50kW이하(학교의 경우 100kW 이하)의 소규모 발전사업자에게 1kWh 당 50원을 5년간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내용이다. 경기도도 올해부터 발전용량 50kW미만 소규모 사업자를 위해 서울시와 비슷한 수준의 발전차액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소규모 민간발전조합이 활성화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석유, 천연가스 등 주요 에너지원을 대부분 수입해 쓰는 ‘자원빈국’이면서도 에너지소비 증가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한국.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후쿠시마 사고 같은 핵재난을 막으려면 화석연료와 원전 의존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현실은 아직 거북이 걸음이다. 반면 독일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햇빛, 바람, 지열 등 ‘토종 청정에너지원’을 이용한 전력생산이 이미 원전 비중을 넘어섰다. <단비뉴스>는 남보다 한발 앞서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한 국내의 현장들을 찾아 실태를 점검하면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와 대안을 함께 모색한다.(편집자)

* 이 시리즈는 주한 영국대사관 기후변화 프로젝트의 취재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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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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