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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덕에 현대무용 팬 늘어 행복하죠”
[단비인터뷰] 무용팀 EDx2 안무가 이인수
2014년 01월 02일 (목) 18:17:46 허정윤 기자 sungruon@naver.com

지난해 10월 18일 저녁 7시 무렵, 서울 상일동 강동아트센터 대극장의 티켓 창구는 수백명의 인파로 붐볐다. 응원구호가 쓰인 손팻말을 든 여학생들, 큰 배낭을 멘 금발의 외국인 커플, 차분히 공연책자를 들여다보는 노신사까지, 각양각색의 관객이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개막 5분 전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로비에 울려 퍼지자 곧 객석 850개가 가득 찼다. 넓은 무대 위에는 의자 두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잠시 후 별다른 소개 없이 한 남자가 나와 의자에 털썩 앉았고, 또 다른 남자가 걸어 나와 바로 옆 의자에 턱을 괴고 앉았다. 그리고 곧 격정의 무대가 시작됐다.

   
▲ 안무가 이인수가 '이유'를 모티브로 구성한 <Because of Why>. ⓒ EDx2 Company

이디엑스투(EDx2)댄스컴퍼니의 창단공연이었던 이날 무대를 숨죽이며 지켜본 관객 중 대다수는 지난해 10월초 종영한 엠넷(Mnet)의 <댄싱9(나인)>에 출연했던 이인수(안무가 겸 무용수·31)와 류진욱(무용수·30)을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두 사람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춤 실력을 겨루는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에서 현대무용의 매력을 한껏 보여줬다. EDx2는 이날 극장을 메운 관객의 기대에 보답하듯 수준 높은 공연을 펼쳤다. 또 첫날(17일) 공연이 끝난 후 ‘안무가와의 대화’를 통해 관객과 현대무용 이야기를 주고받은 데 이어 이날 공연 후에는 ‘포토타임’을 마련해 관객들이 무용수들과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관객들은 공연이 끝나도 한참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은 채  무대의 여운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 EDx2 창단공연을 마치고 난 뒤 관객들이 '포터월 행사'(사진촬영 이벤트)를 기다리고 있다. ⓒ EDx2 Company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방송 출연 자청

“요즘 제일 행복합니다.”

공연 나흘 후인 22일 서울시 문정동의 EDx2 연습실에서 만난 이인수 EDx2 대표는 연말 공연 준비로 쉴 틈이 없지만 살맛이 난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파트너인 류진욱과 함께 나갔던 <댄싱9>에서 8개 관문을 거쳐 5주 동안 생방송 무대를 펼치는 과정 중 생방송 직전에 탈락했다. 그러나 류진욱은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아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이 과정에서 남성무용수의 매력을 한껏 보여준 이인수와 류진욱 모두에게 새로운 팬이 많이 생겼고 현대무용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놀랄 만큼 커졌다.

이인수는 대구 경북예고 출신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의 학사와 예술전문사(석사과정)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 국제안무대회 금메달(2011), 한국무용협회 최우수안무가상(2009)등으로 국내외의 인정을 받았다. 한예종과 대구 영남대 등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현대무용계의 아이돌’이라고 불릴 만큼 이 분야에서 주목을 받아 온 그가 <댄싱9>에 관심을 보이자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나갔다가 망신당하고 평판에 금이 갈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인수는 주저하지 않고 <댄싱9>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TV 앞에 앉아있는 관객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현대무용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 EDx2의 안무가 이인수와(왼쪽) 무용수 류진욱이(오른쪽) 댄싱9에서 '현대무용도 충분히 대중성이 있는 춤이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 <댄싱9>(Mnet) 화면 갈무리

주위의 걱정대로 프로그램 게시판과 인터넷 기사 등에는 ‘슈퍼스타K 춤 버전인가? 거품은 곧 빠진다’ ‘예술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 등 정통무용수들의 방송 참여를 비판하는 댓글들이 많이 달렸다. 그럼에도 그는 방송이 대중에게 현대무용을 친근하게 소개할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 창단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EDx2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대표로 총알을 맞는 대신, (대중의 시선) 중심에 EDx2가 놓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이인수의 기대는 헛되지 않았다. 방송이 진행되면서 현대무용에 대한 관심이 점점 뜨거워져 프로그램이 끝난 후 열린 <댄싱9갈라쇼> 티켓이 순식간에 매진될 정도였다. 안방에서 현대무용에 매료된 시청자들은 이제 팬이 되어 공연장을 찾았고, 여세를 몰아 EDx2 창단공연도 성황리에 이뤄질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안무가 이인수와(위) 무용수 류진욱이(아래) <댄싱9>에 참가해 준비한 안무의 마지막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 <댄싱9>(Mnet) 화면 갈무리

거리의 ‘힙합 보이’에서 정통 안무가가 되기까지

이인수는 힙합댄스를 통해 춤을 접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거리 무용단(스트리트 댄싱팀)을 만들어 각종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무용전공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정통 무용은 안 할 것’이라고 큰소리치며 비보잉(브레이크댄스)기술을 연습하는 데 시간을 쏟았다고 한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이 되자 자신이 가진 감정을 더 폭넓게 표현할 수 있는 춤 장르가 현대무용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한예종 무용원에 입학하는 길을 선택했다. 이후 한예종 무용원 출신이 주축을 이룬 LDP(엘디피) 무용단에서 2004년부터 무용수로 두각을 나타냈고 안무가로서도 역량도 발휘해 <현대식 감정>, <우리가 잃어버린 것> 등의 작품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 현대무용과 연극적 요소가 어우러진 안무 <The Perfect Reason> (완벽한 이유). ⓒ EDx2 Company

이인수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학교 후배이자 LDP무용단에서 함께 활동해 온 류진욱 등과 함께 EDx2를 창단했다. LDP가 강렬하고 멋진 남성적 무용을 추구했다면, EDx2는 사람의 감정에 주목하며 일상에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표현하는 무용단이라는 설명이다. 감정(Emotional), 드라마(Drama), 상상(imagine), 춤(Dance)을 이름에 함축하고 있고, 연극적 요소들을 안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무용단이다. 

EDx2의 안무에는 대사도 많이 들어가고 다양한 무대장치를 활용한 동작이 많다. ‘현대무용은 난해하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뮤지컬처럼 움직이는 계단을 세트로 쓰기도 하고, 연극처럼 무용수가 독백을 하며, 비디오아트처럼 미리 준비된 영상을 무용수들 사이로 비추기도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안무의 중심에는 ‘이야기’가 있어 작품을 보고 난 후에는 관객들이 무용수들과 대화를 나눈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일부 평론가들은 대사가 많고 서사적인 무대에 대해 ‘춤보다 연극에 가깝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현대무용 자체가 아무런 제약도 틀도 없는 장르이기에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것”이라며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 안무가 이인수와(오른쪽) 무용수 류진욱의(왼쪽) 실제 스토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 <현대식 감정> 도입부. ⓒ EDx2 Company

그의 작품 중 특히 <현대식 감정>은 16년 동안 희로애락을 함께한 이인수와 류진욱의 갈등과 협력을 표현한 것으로 독일 노발레 국제안무대회(2010) 동상과 중국 베이징 국제안무대회 금메달을 안겨주었다. 쉴 새 없이 다리를 떠는 동작으로 만남과 무관심을 표현하기도 하고, 두 무용수가 양쪽 무대 끝에서 달려와 부딪치는 모습을 통해 갈등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두 무용수의 땀과 거친 숨소리가 어떤 말보다 더 많은 의미를 관객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이인수는 EDx2의 대표작으로 망설임 없이 이 작품을 꼽았다.

진심을 담아야 대중과 소통할 수 있다

   
▲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현대무용으로 더 많은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는 EDx2 안무가 이인수. ⓒ 허정윤
그는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일상에서 느낀 자신의 감정들을 깊이 정리하면서 안무를 구상한다고 한다. 자신의 진심이 담긴 춤을 출 때 관객들과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현대무용을 하려는 제자들에게 ‘남의 잣대에 맞춰 성공하려고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좋은 대학을 가야한다’, ‘지도 교수의 눈에 들어야 한다’, ‘누구 보다 잘 해야 한다’ 는 따위의 외부 기준에 휘둘리면 힘만 들 뿐 죽을 때까지 자신의 춤을 출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리고 아직은 무용계의 환경이 전반적으로 열악하지만 ‘힘들더라도 버티자’며 단원들과 서로 격려한다고 한다.

“방송 이후 높아진 관심을 어떻게 유지할 거냐고요? 저는 전략적 방법 같은 건 잘 몰라요. 다만 지금처럼 공감과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한 길로만 갈 생각입니다.”

EDx2는 2013년 연말공연 <히스토리(History)>를 지난달 28일과 29일 서울 자양동 나루아트센터에서 성황리에 마쳤다. 아직 2014년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중과 소통하는 현대무용’을 위해 온 힘을 다해 달려갈 것이라고 그는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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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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