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에너지 현장을 가다] 태양광·태양열 ① 광주 신효천마을

석유, 천연가스 등 주요 에너지원을 대부분 수입해 쓰는 ‘자원빈국’이면서도 에너지소비 증가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한국.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후쿠시마 사고 같은 핵재난을 막으려면 화석연료와 원전 의존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현실은 아직 거북이 걸음이다. 반면 독일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햇빛, 바람, 지열 등 ‘토종 청정에너지원’을 이용한 전력생산이 이미 원전 비중을 넘어섰다. <단비뉴스>는 남보다 한발 앞서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한 국내의 현장들을 찾아 실태를 점검하면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와 대안을 함께 모색한다.(편집자)

번잡한 광주광역시 도심에서 버스를 타고 40분 남짓 남쪽 송암단지 방향으로 달리면 한적한 풍경 속에 효천역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도 차도 드문 역 앞에서 큰 길을 건너면 저층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신효천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마을회관을 포함한 65가구의 지붕 위에는 하나같이 네모난 태양광 패널이 늘어서 있다. 갈색 벽돌집들 위로 질서 있게 자리한 푸른빛 패널들은 햇빛을 받으면 반짝반짝 빛을 내는 듯 보인다.

▲ 태양광 시범마을 신효천 마을 전경. ⓒ 송두리

▲ 마을 전체의 태양광 발전 용량을 확인할 수 있는 태양광 전력계기판. 허름하기는 하지만 주민들에게는 자랑거리다. ⓒ 송두리
지난 10일 오전 11시 30분 <단비뉴스> 취재진이 신효천마을에 도착했을 때, 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서는 좁쌀눈이 떨어지고 주변은 어둑했다. 마을회관 앞으로 가자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 허름하게 서 있는 전력계기판이 눈에 띄었다.

‘현재발전량 398킬로와트아워(kWh), 누적발전량 1539메가와트아워(MWh), 누적 이산화탄소감축량 690톤(tons)’

현재발전량을 보니 흐릿한 겨울 햇살에도 태양광발전은 가동되고 있다는 얘기였다. 마을 태양광시스템을 총괄하는 이정렬(79·농업) 통장은 “맑은 날보다 생산량은 적지만 햇빛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태양광 발전은 돌아간다”고 말했다.

태양광 설비로 에너지 절감만 연간 3370만원

평범한 농촌이었던 신효천마을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된 건 2004년 6월의 일이다. 그 전해 10월, 본래 마을이 있던 자리에 광역쓰레기매립장이 들어서면서 주민들은 1.5킬로미터(km) 떨어진 지금의 위치로 집단이주했다. 효천역 부근이라 마을 이름도 향등마을에서 신효천으로 바꿨다. 그때 광주 남구청이 이주민들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태양광설비를 제안했다. 총 사업비 15억1000만원 중 광주시가 70%인 10억5000만원을 지원하고 주민들이 나머지 30%를 부담했다. 각 가정이 평균 708만원을 내고 2.1킬로와트(kW)를 생산하는 태양광시스템을 설치했다. 시공은 민간기업인 에스(S)에너지가 맡았다.

마을회관 옥상에는 발전용량이 5kW인 태양광 패널과 집열기 용량이 40제곱미터(㎡)인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했다. 태양광 패널은 전력생산, 태양열 집열판은 온수난방 등에 쓰인다. 이 마을은 2004년 12월부터 가동된 태양광 시스템으로 연간 총 193메가와트(MW)의 전력을 생산, 매년 약 3770만원의 에너지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신효천마을의 태양광사업은 당시 추진되고 있던 ‘태양광 10만호 보급사업’과 이를 2008년 이후 통합한 ‘그린홈 100만호 보급사업’의 일환이다. 그린홈 100만호 사업은 오는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주택 100만 가구를 보급하겠다는 목표 아래 정부가 각 가정의 태양광, 태양열, 지열, 소형풍력,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설비의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린홈 보조금 지원 혜택을 받은 가구는 2010년 약 3만 가구에서 2012년 5만4천여 가구로 해마다 늘고 있는데 2013년 정부보조금 단가는 3kW 기준 345만원(1kW당 115만원)이다. 각 가구는 이 지원금에 추가로 500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태양광 주택지원사업을 신청하는 경우 패널 설치에 필요한 23㎡ 이상의 면적을 확보해야 하며, 보조금을 지원 받을 수 있는 패널 규모는 가구당 3kW이하로 제한된다. 정부집계에 따르면 2012년 말까지 보급된 그린홈은 총 16만5393채다.

▲ 마을길에 들어서자 태양광 패널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 송두리

태양광 주택의 전기료 절감효과는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최수남(78·농업) 신효천마을회장은 “계기판이 거꾸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각 집에 있는 계량기는 전력이 소비되는 동안 오른쪽으로 도는데, 태양광으로 전력이 생산되면 왼쪽으로 돈다는 것이다. 취재진이 최 회장집 현관에 설치된 계량기를 봤더니 총 사용누적전력량 6450kWh로 표시된 숫자 아래 계기판 바퀴가 왼쪽으로 돌고 있었다. 

전기료 인상에도 끄떡없어, 잉여전력은 역(逆)송전

태양광 주택들은 낮 동안 생산한 전력 중 집에서 쓰고 남는 잉여분을 한국전력공사로 보낸다. 반면 야간이나 궂은 날 등 자가발전이 안 되는 날은 한전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데, 월말 전력요금은 한전에서 공급받은 전력량에서 송전한 잉여전력량을 뺀 차이만큼 부과된다. 주택용 전력은 누진제 적용을 받기 때문에 전기를 많이 쓰던 가정일수록 전기료 절감 효과가 크다. 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월 평균 전력사용량이 400kWh인 주택은 3kW 설비를 했을 때 연간 86만원, 500kWh인 주택의 경우 연간 13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

최 회장은 “우리가족 7명의 겨울 난방비가 한 달 7만원 가량이었는데, 태양광을 설치한 2004년 이후에는 월 2~3만원으로 줄었고 여름에는 1만원 안팎을 낸다”고 말했다. 주민 문옥순(64·여)씨는 “태양광 설치 당시 월 3천원 정도 나오던 전기료가 10년이 지난 지금은 요금인상 때문에 월 1만원으로 늘었지만 이 정도면 싼 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겨울철 전기요금이 월 11만원에서 7만원 정도로 줄었다는 박매래(87·여)씨는 ”국가적 전력난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 태양광인 것 같다“며 ”다른 지역도 태양광을 많이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독일보다 풍부한 일사량, 핵심은 지속적인 제도

태양광 발전은 햇빛을 전지가 받아들여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정원이나 가로등,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태양광 시스템처럼 낮에 태양광 에너지를 전력으로 바꿔 배터리에 저장해 두었다가 밤이 되면 엘이디(LED) 같은 광원의 빛으로 전환하는 독립운전형 발전이다. 또 하나는 생산한 전기를 한전에 보냈다가 다시 받아쓰는 계통연계형이다. 태양광 시스템은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전지와 직류-교류 변환장치인 인버터(PCS:Power Control System)로 구성된다. 또 남는 전력을 보관하기 위한 배터리장치도 필요하다. 우리가 흔히 보는 푸른빛의 태양광 패널은 태양전지를 이어 붙인 것이다. 태양전지의 발전용량은 6.4㎡(약 2평)당 약 1kW인데, 출력의 효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일사량, 즉 햇빛이 얼마나 많이 내리쬐는가 하는 것이다.

▲ 지난해 8월 방문한 광주 신효천 마을. 광주는 일사량이 좋다(3,648㎉/㎡)는 평가를 받고 있어 태양광 발전의 최적지로 손꼽힌다. ⓒ 송두리

우리나라 국토에 내리쬐는 햇빛의 양, 즉 수평면 전체 일사량을 연 평균치로 계산하면 하루 3,042제곱미터당칼로리(㎉/㎡) 정도다. 이는 일본(2,800㎉/㎡), 네덜란드(2,450㎉/㎡), 독일(2,170㎉/㎡) 등 신재생에너지 선도국들보다 많은 양이다. ‘우리나라는 일사량이 부족해 태양광 발전이 어렵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맞지 않는 얘기임을 알 수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해 11월 27일에 낸 ‘재생가능 에너지 현실화, 기로에 선 한국’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땅에 닿는 일사량이 많고 국토 전체에 태양광 설비 설치가 가능해 독일보다 태양광 발전 조건이 월등하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하루 평균 일사량이 우리보다 약 30% 부족한데도 이미 ‘2022년 탈핵’을 선언하고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전체에너지 중 35%까지 올리는 ’에너지 패키지‘를 발표했다. 독일은 지난 2011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20.3%)이 원전 발전 비중(17.7%)을 넘어섰다.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아직 3% 내외에 불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생산 증가는 1991년 발전차액지원제(FIT), 1998년 에너지세, 2000년 재생에너지법(EGG), 2008년 재생에너지난방법(EWG) 등 지속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관련 산업을 지원한 덕으로 분석되고 있다. 청정에너지를 확산시키는 데 자연조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회적 합의와 일관성 있는 정부 정책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설비관리는 주민 몫, 사후 관리 숙제로 남아

한편 태양열 발전은 태양에서 발생한 열을 모아 온수를 만들거나, 물을 끓여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전기 생산을 위해서는 태양광이, 온수 및 난방을 위해서는 태양열 발전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2012년에 생산된 국내 태양열 에너지량은 26만3천toe(석유환산톤)으로 신재생에너지 전체 공급량의 0.2%밖에 되지 않는다. 

▲ 국내 신재생에너지 보급 현황(산업자원통상부 제공). ⓒ 송두리

이는 태양열 발전 패널의 고장이 잦은 데다 업체들의 관리가 소홀해 소비자들이 외면하게 됐기 때문이다. 태양열 업체들도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개선의 노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17일 에너지관리공단 주최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에너지대전에서 태양열보일러 전문기업 코팩이티에스(kopacets)의 현준호 연구원은 “태양열 집열판 업체들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생겨, 고객과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태양열 뿐 아니라 태양광 설비도 관리 문제로 불만을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신효천마을의 이정렬 통장은 “관리는 마을 주민들의 몫이고 고장이 나면 자비가 드는 면이 부담된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는 지난 2008년 이후 인버터가 고장난 3가구와 낙뢰 등으로 수리가 필요했던 10여가구가 각각 자비 100만~400만원을 지출했다. 설비를 맡았던 S에너지는 더 이상 관리를 맡지 않고, 태양광 관리업체 신호엔지니어링이 수리를 담당하고 있다. 광주 남구청 박창인 에너지주무관은 “오래 사용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망가지는 가전제품과 마찬가지라 무상보증기간이 3년으로 제한돼 있다”며 고장수리는 주민들이 책임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태양광 주택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사후 관리가 좀 더 값싸고 편리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가 대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또 태양광 시설을 늘리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보조금 비중도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김광훈 사무국장은 “설치 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다거나 주민들에게 교육을 해서 시설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행정 차원에서 지원해야 했지만 그런 부분은 없었다”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70%지원을 받은 신효천 마을이 들어선 후에는 보조금 비율이 후퇴한 수준”이라며 “한국전력에서 독점하고 있는 전력구조를 재편하기 위해서라도 자생적 에너지 보급을 위해 국가에서 더 많은 지원을 해야한다“라고 지적했다.


* 이 시리즈는 주한 영국대사관 기후변화 프로젝트의 취재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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