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천재 뮤지션, 아내는 20세기 대표 사진작가다. 이 예술가 부부의 삶은 어땠을까? 하루하루가 화려했을 것만 같지만 일상은 여느 부부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 아내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이 서울 대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Linda McCartney Retrospective)>이란 주제처럼 폴이 무대 아래로 내려와 평범한 가장으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따뜻한 순간이 린다의 사진 안에 담겨있다.
35년의 사진작가 삶 중 25년을 채식주의자로 산 린다는 사진으로 육식의 잔인함을 알리려 했다. 저녁식사로 양고기 스테이크를 먹고 있던 어느 날 창밖으로 푸른 초원에서 뛰놀고 있는 하얀 양들을 본다. 순간 그녀는 살아있던 양이 식탁 위 고깃덩어리로 놓여있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고기를 먹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후에는 폴과 함께 동물권리보호 캠페인을 열고 자기 이름을 건 채식 요리책과 식품을 판매하며 환경운동가로 살아간다.
린다는 대중문화 잡지 <Rolling Stone(롤링 스톤)>의 커버 사진을 장식한 최초의 여성 사진작가다. 그녀가 실력을 인정받는 비결은 자연스러움이다. 상대의 자연스런 매력을 이끌기 위해 카메라를 무릎 위에 두고 대화를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짐 모리슨, 롤링스톤스, 사이먼 앤 가펑클 등 그녀가 작업한 유명 뮤지션 사진과 그들이 찍은 린다 사진을 포함해 총 2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사직 작가와 아티스트 관계를 넘어 친구로 서로를 바라본 편안함이 사진에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