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허정윤 기자

▲ 허정윤 기자
방영 시작 전부터 시끄러웠던 드라마. 바로 MBC 일일 드라마 ‘오로라 공주’다. ‘막장 드라마 제조기’인 스타작가 임성한이 복잡한 개인사를 말끔히 해결하지 못한 채 2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들고 나온 작품이다. ‘오로라 공주’는 ‘막장 드라마의 3요소’를 완벽하게 갖춘 임성한 표 드라마다. 불륜, 비속어, 뜬금없는 전개와 설정이 난무한다.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에게는 분개할 요소들이 늘어간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임 작가와 MBC는 120부작인 드라마를 30회 더 연장했다. 시청률이 올라가자 임 작가는 ‘아직 할 이야기가 많다’는 이유로 50회 추가 연장을 신청했다. 결국, 시청자들이 아고라를 통해 연장 반대와 즉시 종영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펼치는 상황에 이르렀다.

MBC에 드라마 ‘오로라 공주’가 있다면 2013년 대한민국에는 드라마 같은 ‘댓글 정국’이 있다.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이 상황은 쉬이 끝날 것 같지 않다. ‘오로라 공주’야 연장해도 200회로 끝날 테지만 ‘댓글 정국’은 언제 끝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국정원 의혹으로 한정되어있던 이 사건은 10월 국정감사에서 ‘국군도 대선 관련 댓글을 달았다’는 추가 의혹이 제기돼 문제가 더 커졌다.

‘댓글 정국’과 ‘오로라 공주’ 사이에 평행이론이 존재한다. 먼저, 두 ‘드라마’에는 직접 출연하지는 않지만, 뒤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이 상황을 이끌고 가는 이가 있다. 임성한 작가는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줄곧 ‘막장’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드라마를 제작해 왔고, 막장 드라마에 대한 반발은 매번 가볍게 무시했다. 댓글과 관련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박근혜 대통령도 임 작가를 떠오르게 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정권의 일’이라고 잡아떼더니 국외순방 뒤에 뒤늦게 ‘의혹을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물을 것’이라며 두루뭉술하게 답변했다. 박 대통령이 자신에게 손해나는 사안은 모른 체하고 생색내는 장소에 화려한 옷을 입고 나선다 하여 ‘유신 공주’라고 비아냥대는 사람도 있다. 두 사람 모두 사건 중심에 있으면서도 나 몰라라 하는 점에서 닮았다.

‘오로라 공주’가 문제작으로 급부상한 이유는 임 작가의 눈 밖에 난 극중 인물들이 차례로 중도하차했기 때문이다. 임 작가는 사실무근이라고 했지만 정황상 ‘찍어내기’가 확실해 보인다. ‘댓글 사건’ 역시 수사를 지휘하던 채동욱 검찰총장이 사퇴하고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정직당하는 모습을 보면 ‘오로라 공주’의 데칼코마니나 다름없다. 임 작가 조카로 알려진 ‘백옥담’역 배우의 방송 분량이 늘어나는 상황은 수사 외압 의혹을 받은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무혐의 처분되는 것과 닮았다.

현재진행형인 두 상황을 평행이론을 들먹일 만큼 비슷할지라도 이를 대하는 태도마저 똑같으면 안 될 것이다. ‘오로라 공주’는 곧 끝날 드라마일 뿐이다. 마음에 안 들면 안 보면 그만이다. 그러나 ‘댓글 정국’은 민주주의적 기본질서, 나아가 우리의 삶 자체를 규정짓는 ‘리얼’이다. MBC는 ‘오로라 공주’에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더라도, 박 대통령은 ‘댓글 정국’ 수사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분명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불통 대통령’이니 ‘유신 공주’니 하는 항간의 오명을 듣지 않으려면 반대자들을 설득할 만한 카드를 내놔야 한다. 자신의 정통성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을 산하기관의 수사로 끝낸다면 국민들의 의구심은 끝내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싫지만 내놓아야 할 카드, 그게 바로 특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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