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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넘어선 ‘업사이클링’ 인기
남이섬 녹색공방 등 전국 곳곳에 체험 공간 늘어
2014년 09월 05일 (금) 19:43:28 송두리 김선기 기자 duri@danbinews.com

“그건 병뚜껑으로 만든 거예요. 옆에 걸린 가방은 현수막으로 만든 거고요.”

지난 4월 18일 강원도 춘천 남이섬 메타세콰이어길 옆에 있는 남이섬 녹색공방. 실내 벽에 걸린 머리끈을 보고 있는 <단비뉴스> 취재진에게 공방을 운영하는 김준미 간사가 말했다. 그 옆으로 나란히 전시된 목걸이, 열쇠고리, 모빌, 인형도 자세히 보니 깨진 유리병, 자투리 천, 헌 양말 등을 이용해 만든 소품들이었다.

남이섬 녹색공방은 ‘업사이클링(up-cycling)’ 제품을 전시판매하고 소비자들이 직접 제작 체험도 해볼 수 있는 곳이다. 업사이클링이란 버릴 물건을 단순히 재활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디자인 요소 등을 가미해서 보다 가치 있는 소비재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세계적으로 업사이클링 열풍을 일으킨 것은 스위스브랜드 ‘프라이탁(Freitag)’이다. 1993년 스위스에 사는 프라이탁 형제가 트럭 방수천으로 만든 가방을 만든 게 시초가 됐고, 이후 여러 나라로 빠르게 확산했다.

업사이클링 제품은 중고 재료로 만든 가방이나 장신구에서 시계, 의류, 가구까지 다양하다. 국내에서도 남이섬 녹색공방과 서울 마포의 문화로놀이짱 등 제품 전시판매와 소비자 체험 공간을 겸하는 공방들이 늘어나고 있다.

   
▲ 업사이클링 제품들이 녹색공방 한쪽 벽면에 걸려있다. ⓒ 송두리

녹색공방을 방문한 <단비뉴스> 취재진 4명은 병뚜껑과 자투리 천으로 만드는 머리끈, 쓰다 남은 천을 활용한 모빌 인형과 손목 받침대, 폐현수막 가방, 버려진 벌집을 녹여 굳히는 밀랍초를 각각 만들어 보기로 했다.

자투리 천과 병뚜껑 등이 예쁜 머리끈과 인형으로 변신

“쓰다 버린 제품을 이용하는 공방이란 소문을 듣고 주변에서 쓰고 남은 천을 가져다주세요.”

조각 천과 병뚜껑으로 머리끈을 만들겠다고 나서자 김 간사는 겹겹이 포개놓은 알록달록한 천 조각들을 가져왔다. 모양은 제멋대로지만 단색부터 화려한 무늬까지 디자인이 다채로웠다. 음료수를 마신 뒤 버려진 병뚜껑들도 재료가 되어 컵에 얌전히 담겨 있었다.

머리끈을 만드는 법은 간단했다. 자투리 천을 골라 지름 10센티미터(cm)정도로 동그랗게 오리고 그 위에 그보다 작은 크기의 납작 솜을 동그랗게 덧댄다. 솜과 자투리 천을 고정시키기 위해 둥근 가장자리를 따라 실로 꿰맨다. 남은 실은 자르지 않고 그대로 두는데, 천 가운데 병뚜껑을 두고 실을 잡아당기면 천이 병뚜껑을 감싸면서 동그랗게 모인다. 울퉁불퉁 튀어나온 천을 바느질로 정리한 후 접착제인 글루건으로 고무줄이 달려 있는 고정핀을 붙이면 병뚜껑과 자투리 천을 이용한 머리고무줄이 완성된다.

   
▲ 인형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자투리 천. ⓒ 송두리

움직이는 모빌 인형과 손목 받침대 인형도 버려진 천으로 만들었다. 올해가 ‘청마의 해’라는 것을 감안해 이 공방에서는 말 모양 인형을 주로 만든다고 한다. 취재진도 하늘색 천을 골라 말 인형 만들기에 도전했다.

“말 모양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자른 천 두 장을 겹치고요. 가장자리를 박음질로 단단히 고정한 다음 솜을 채워 넣으면 돼요. 간단해서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어요.”

설명에 따라 솜을 넣어 폭신해진 인형의 얼굴에 단추를 붙여 눈을 만들고 리본으로 목을 장식했다. 귀여운 말 두 마리가 금방 완성됐다. 인형을 만든 조은주(32·여)씨는 “하나는 실을 달아 모빌로 만들어서 친구 딸에게 선물할 생각”이라며 “컴퓨터를 많이 사용해서 손목이 자주 아픈데 다른 하나는 손목 받침대로 이용하면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재질 튼튼한 폐현수막은 가방 소재로 탁월

폐현수막은 가방을 만들기에 적합한데, 친환경가방이란 의미의 ‘에코백’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다. 지난 2012년 4월 제 19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전국에서 사용한 현수막은 약 1만 4천여장이고 지지대를 포함한 무게가 21톤(t)이나 됐다. 보통은 이런 폐기 현수막을 불에 태워 없앤다. 그 과정에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와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발생한다. 그러나 요즘은 업사이클링과 함께 폐현수막이 가치 있게 다시 쓰이고 있다. 서울 용산구청 도시디자인과의 김도원 주무관은 “지자체별로 폐현수막을 수거해 보관해 뒀다가 재활용 공방 같이 필요한 곳에 무료로 나눠주면서 재활용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과 안양, 서울시 광진구에 있는 전국녹색가게운동협의회 소속 ‘되돌림사업공방’은 지자체에서 모아둔 폐현수막으로 가방 모양을 재단한다. 남이섬 녹색공방은 부천 되살림 공방에서 현수막 가방을 한번에 약 300개씩 가져온다고 한다. 그러면 소비자들이 녹색공방에서 아무 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가방 위에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려 넣는다. 폐현수막은 뒤집어서 사용하는데, 글자색이 밖으로 비치기 때문에 글자가 그대로 가방 디자인이 되는 셈이다. 취재진은 초록색 글씨가 비치는 폐현수막 가방을 선택했다.

“폐현수막에 그림을 그릴 때는 섬유 전용 크레용이나 물감, 사인펜을 이용합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요. 섬유 물감과 사인펜은 사용 후 바로 마르는데, 섬유 크레용은 다림질을 해서 번지지 않도록 가방에 안착시켜야 해요.”

취재진은 파레트에 짜인 여러 색깔의 섬유 물감 중 초록색 물감을 붓에 찍어 큰 나뭇잎을 가방 앞부분에 그려 넣었다. 스케치북에 그리듯 번지지도 않고 매끄럽게 잘 그려졌다. 물감이 다 마른 뒤 물을 살짝 묻혀봤는데 번짐도 없다. 김 간사는 “재질이 튼튼해 찢어질 염려도 없다”고 설명했다.

달콤한 향 나는 밀랍초 건강에도 좋아

마지막으로 밀랍초를 만들었다. 밀랍은 꿀벌들이 벌집을 만들 때 생산하는 물질이다. 꿀을 채취한 벌집을 녹인 뒤 불순물을 걸러 얻는다. 김 간사는 “일반 양초는 석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찌꺼기인 파라핀을 모아서 만들지만 밀랍초는 천연제품이라 일반 양초보다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밀랍은 시중에서 황토 빛을 띠는 고체형태로 판매하는데, 초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고체 밀랍을 그릇에 담고 불로 데워 액체로 만든다. 양초 틀이 될 투명한 잔을 준비해 물감이나 사인펜으로 꾸미고 여기에 액체 밀랍을 붓는다. 이어 가운데 표면에 심지를 꽂은 후 굳히면 밀랍초가 완성된다. 여자친구에게 주려고 밀랍초를 만들었다는 김상헌(29)씨는 “달콤한 향이 나서 기분이 좋고, 양초틀을 정성스레 꾸몄기 때문에 여자친구가 더 좋아할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 양말로 만든 인형. ⓒ 송두리

이밖에도 녹색공방에서는 바다에 버려진 유리조각으로 목걸이를 만들거나 천을 접어 동전지갑을 만드는 등 다양한 체험작업이 이뤄졌다. 가지치기로 버려지는 나무를 모아 만드는 목걸이는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다. 헌 양말을 잘라 만드는 부엉이 핸드폰 고리를 하나씩 나눠가지는 남녀 커플들도 있다. 김 간사는 “업사이클링으로 큰 변화를 만들 순 없겠지만 어떤 것이든 다르게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며 “뭐든 버리기 전에 딱 한번만 더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버릴 물건 가치 높여서 쓰는 윤리적 소비

우리나라에 업사이클링이 들어온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전국 녹색가게운동협의회 김정지현 사무국장은 “프라이탁과 같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성장한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1990년대 ‘리폼(재생)’을 중시하던 단체들을 중심으로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생기면서 업사이클링이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5년 경기도 과천 와이엠씨에이(YMCA)를 주축으로 물건을 다시 쓰는 ‘되살림’ 운동이 일어났고 이듬해 아름다운가게에서 국내 최초로 리사이클링 상품 브랜드 ‘에코파티메아리’가 문을 열었다. 이후 2008년에는 재활용 전문기업 ‘터치포굿’, 2009년 ‘리블랭크’ 등 사회적 기업이 생기면서 업사이클링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이런 기업들의 노력에 힘입어 최근에는 공방 뿐 아니라 장터나 매장 등에서도 업사이클링을 체험하고 물건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고 있다. 서울 서교동에 있는 재활용매장 ‘object(오브젝트)‘에서는 헌 가죽으로 만든 지갑, 버려진 종이봉투로 만든 가방 등을 판매한다. 매주 일요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광화문 나눔장터나 매달 둘째, 넷째 토요일마다 열리는 인천 연수구 알뜰장터의 경우 시민들이 폐가구나 빈병과 같은 버려진 제품을 가져가면 디자이너와 함께 즉석에서 업사이클링 작업을 할 수 있다.

아름다운가게 하용만 홍보팀장은 “업사이클링을 모르는 사람들도 아직 많은데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을 환기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버릴 물건의 가치를 높여 다시 쓰는 윤리적 소비 확산을 위해 시민참여 확대와 환경교육 등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송두리 기자]
단비뉴스 편집부원, 환경팀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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