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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미·일·중 훨훨, 한국은 엉금엉금
[청정에너지 현장을 가다] 태양광·태양열 ④ 각국 투자현황
2014년 02월 28일 (금) 17:31:47 송두리 기자 duri@danbinews.com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고 있는 에너지의 양이 워낙 방대하여 한 시간 동안 지구에 내리쬐는 햇빛에 포함된 에너지는 전 세계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과 같다. 햇빛에 포함된 에너지를 붙잡아 사용하는 데 따르는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를 감안해도 단 7일간의 햇빛만 잘 활용하면 전 세계에서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 지난 13일 미국에서 가동하기 시작한 모하비 사막의 태양열 발전소. 태양광 반사경과 집열기 기능의 거울판 35만 개를 놓아 연간 총 392MW를 생산, 14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한다. ⓒ NRG 에너지

7일 분 햇빛으로 지구의 1년 에너지소비 충당 가능

환경운동가로 활약하고 있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저서 <우리의 선택>에서 햇빛에너지의 잠재력을 이렇게 강조했다. 세계 각국도 이런 햇빛에너지에 점점 뜨거운 관심을 쏟고 있다. 1970년대 2차례 석유위기를 겪으면서 반짝 일어났던 태양광·태양열 투자 열기는 이후 석유가격 하락과 상승에 따라 많은 기복을 겪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유가폭등에 대한 위기감 등이 맞물리면서 많은 나라들이 햇빛에너지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07년 2.7기가와트(GW:MW의 1000배)에 불과했던 태양광 신규설비용량은 2008년 6.6GW, 2009년 7.7GW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5.7GW나 됐다. 2012년 말까지 전 세계 태양광시장 규모가 약 100GW였는데 2013년에 약 35%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태양광 발전이 2030년까지 세계 에너지 발전량의 5%, 2050년에는 11%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세계 태양광 발전 누적 용량. ⓒ 녹색에너지 전략 연구소

태양광 기술이 점점 나아지고 고효율, 저비용의 소재가 개발되면서 발전원가는 하락하고 있다. 태양광산업협회와 동서발전 등에 따르면 태양광 평균 발전단가는 2013년 현재 1메가와트아워(MWh)당 150달러로 조력(861달러/MWh), 육상풍력(280달러/MWh), 연료전지(220달러/MWh)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원에 비해 낮은 편이고 석유(180달러/MWh), 석탄(80달러/MWh), 원자력(40~140달러/MWh)과 비교해서도 경쟁력이 있는 편이다. 전문가들은 2030년경에 태양광 발전단가가 64.2~86달러/MWh 수준을 밑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12년까지 세계 태양광 시장을 주도한 나라는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중국, 일본, 미국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분위기다. 에너지관련 시장조사 회사인 에쓰엔이(SNE)리서치에 따르면 이들 세 나라가 지난해 세계 태양광 신규 공급량(35.7GW)의 약 55%(19.5GW)를 차지했다. 유럽은 재정위기로 관련 보조금이 삭감되는 바람에 전반적으로 태양광 발전량이 줄었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지원정책을 강화하면서 지난해 4~5GW의 태양광 설비를 신규 설치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2011년 태양광 발전단가를 낮추기 위한 썬샷(SunShot) 프로그램을 발표했고, 2012년에는 발전사업자의 신재생에너지 공급비중 확대를 의무화하는 ‘클린에너지기준법’도 마련했다. 지난 13일에는 캘리포니아 주 모하비사막에서 서울 잠실운동장의 35배나 되는 430만평 규모, 세계 최대의 아이반파 태양열 발전소(ISEGS)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ISEGS가 들어서기 이전에도 모하비 사막에는 비슷한 규모의 태양열 발전시설이 1985년부터 가동되기 시작해 23만2천500가구가 1년 간 사용할 수 있는 354MW 전력을 생산해왔다. 2015년에도 미국 내 2.5GW의 태양에너지발전소가 추가 설치될 전망이며 2016년도 누적 설치 용량은 50GW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이 이끌던 시장, 중국 미국 일본 맹추격

중국은 떠오르는 태양광 강국이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2012년까지 중국 태양광시장 누적 규모는 3.6GW로 중국 총에너지 발전량 1124GW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으나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332GW의 설비용량(총에너지발전량의 8%)을 갖춘다는 목표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12년 발표된 태양에너지발전계획에 따르면 2015년까지 태양광 산업에만 총 2500억 위안(약 44조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중앙 및 지방정부의 설치보조금, 발전차액지원제(FIT) 등에 힘입어 2014년 중국 태양광의 총 규모는 9.9~10.9GW, 2015년엔 20~35GW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은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태양광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태양광 시장의 총 규모는 10GW에 이르렀다. 일본 정부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태양광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태양광의 발전단가가 낮아지면서 발전차액 지급액은 가정용을 기준으로 2011년 48엔/킬로와트아워(kWh), 2012년 35엔/kWh, 2013년 4월 이후 20엔/kWh으로 감소한 반면 태양광 신규설치 용량은 2010년 약 1.0GW에서 2012년 2.0GW, 2013년 6.5GW로 늘었다. 특히 한국계 일본인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후쿠시마 사고 후 ‘탈핵’을 촉구하며 일본의 태양광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손 사장은 일본 전역의 휴경농지 중 20%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경우 원전 50기분의 발전용량을 확보할 수 있어 현재 54기인 일본의 원자로를 모두 폐기해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세계 태양광 시장을 주도해온 독일은 지난해 약 3GW의 신규 발전설비를 설치했다. 정부의 보조금액이 삭감됐지만 가정용 태양광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1kW 전력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원가와 원유 등 화석연료로 발전하는 원가가 동일해지는 시점인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했기 때문에 정부 보조금 없이도 태양광 등의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독일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2012년 말까지 독일의 누적 태양광 시장 규모는 약 32GW로 8백만 가구의 연간 전력소비량을 충당하는 수준이었다. 전체 발전 전력 중 태양광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이상이다. 한편 독일 도이체뱅크(Deutsche Bank)는 올해 새롭게 설치하는 태양광 규모를 독일 2.8GW, 영국 1.3GW, 프랑스 1.3GW 등으로 예측하며 유럽의 총 신규 태양광 설치 규모는 7~8GW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반도체·LCD기술 태양광 산업에 경쟁력  

   
▲ 국내 태양광산업 매출 및 수출 지표(제조분야 기준). ⓒ SNE 리서치

국내 태양광산업은 80년대 삼성, LG 등 대기업 위주로 시작됐으나 본격화한 것은 2007년 무렵이다. 신재생에너지원으로 만든 전기에 대해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 주는 발전차액지원제(FIT)가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게 이 때다. 그해 태양광 설비 신규설치 용량이 45MW였고 다음해 275MW가 새로 설치됐다. 우리나라는 태양광 모듈(태양전지결합체)과 인버터(전기전환장치)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반도체 기술과 액정표시장치(LCD)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태양광발전에 경쟁력이 있는 편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 태양광산업의 매출은 5조4000억원으로 2007년 4410억원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출은 약 16배, 고용도 약 6배로 늘었다.  

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2012년까지 국내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의 누적용량은 약 980MW다. 지난해 신규 설치용량 330MW을 합하면 지난해까지 누적 규모는 대략 1310MW로 고리원전 1호기(580MW)의 2배에 해당한다. 하지만 일본 태양광 규모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 국내 태양광 발전 연도별 신규 설치 규모. ⓒ 에너지관리공단

정부가 발전차액지원제(FIT)를 2011년 폐지한 후 2012년부터 도입한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는 대규모발전사업자들이 태양광 투자에 앞장서도록 만들었다. 연간 50만킬로와트(kW) 이상의 전력을 생산하는 전력공급자는 그 중 일정량을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해야하는 의무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2012년 총 공급량 중 신재생에너지 공급비중은 2.0%지만 2022년에는 10%로 올려야 한다. 태양광은 별도 할당량이 있는데, 2015년까지 발전목표량이 1500MW다.

주택보급사업(구 그린홈백만호사업)은 가정용 태양광발전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지난 2012년까지 에너지관리공단은 가정용 태양광발전 설치 시공비를 약 40% 지원했다가 지난해 설치용량별로 보조금을 책정하는 정액지원제로 변경했다. 설치용량 kW당 1백15만원을 지원하고 도서지역에는 1백38만원을 지원한다. 이외에도 1000제곱미터(㎡) 이상의 면적을 가진 공공건물에 신재생발전설치를 강제하는 공공건물 의무화제도와 지방자치단체가 신재생에너지 시스템 시공비의 일정비율을 지원하는 지방보급사업이 태양광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태양광을 포함한 국내 신재생에너지 보급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이 공동 발간한 ‘2012 신재생에너지 백서’에 따르면 국내 1차 에너지원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2.06%에서 2011년 2.75%로 8년간 0.67%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평균인 12.8%에 훨씬 못 미치는 최하위 수준이었다.

원전에 치중한 에너지 정책과 일관성 없는 지원제도가 문제

   
▲ 주부 김혜경씨는 지난해 12월 충남 공주 자택에 태양광 3kW를 설치했더니 겨울이면 30만원이 넘었던 전기요금이 올 1월에는 18만8000원으로 줄었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싼 초기비용 탓에 설치하기를 망설여하는 게 안타깝다"며 "전력을 적게 쓰는 가정에서는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 김혜경

태양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투자에서 우리나라가 이렇게 뒤떨어진 이유는 무엇보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핵발전, 즉 원자력에너지에 치우쳐왔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35년 원전비중 목표치는 29%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11%로 결정됐다. 2035년 원전 비중을 29%로 맞추기 위해서는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3기, 건설 중인 5기, 계획 확정된 6기 외에 7기 정도를 더 지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면 2035년 국내 원전은 총 41기로 늘어나고,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국토대비 원전밀집도가 더 높아진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은 ”(대량 공급을 통해) 전기를 무한정 쓸 수 있다고 전제하는 원전과 (에너지소비절감이 병행되어야 하는) 신재생에너지는 같이 성장할 수 없는 구조“라며 ”원전을 유지하거나 후퇴시키고 신재생에너지 보급량을 증가시키는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RPS로 대규모 사업자의 태양광 투자를 촉진하면서 개인과 소규모사업자에게 도움이 되는 FIT를 폐지한 것도 국내 태양광산업 발전에 장애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서재홍 부장은 “RPS가 도입된 후 태양광 시장이 커진 건 사실이지만 소규모 발전사업자의 진입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또 RPS 대상 발전 사업자에게 태양광 할당량을 별도 부여한 것이 오히려 태양광 공급량 확대에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은 “신재생에너지별로 부여된 할당량이 제약이 돼 태양광은 쿼터 이상으로 할 수 있는 데도 늘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은 인허가를 받기 쉽고 사업체를 설립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업체들의 할당량 이행률이 100%에 달하지만 풍력, 조력 등 비태양광 부문은 인허가 절차가 까다롭고 설치 시간도 오래 걸려 할당을 채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신재생에너지원의 할당량 미이행분을 태양광으로 채울 수 있게 하는 등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태양광 보급의 걸림돌 중에는 전기요금이 너무 싸다는 문제도 있다. 특히 발전원가에 못 미치는 산업용 전기료가 문제다. 서재홍 부장은 “우리나라 산업부문의 전기요금은 독일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이나 일본은 전기요금이 비싼 편이라 태양광설비의 상대적인 원가부담이 낮고 가격 경쟁력이 높다. 2011년 우리나라 산업부문 전력 단가는 98.9달러/MWh로 OECD 평균인 118.6달러/MWh보다 17%가량 싸다. 국민 1인당 연평균 전력 소비량은 4,617kWh로 OECD 평균인 2,445kWh의 두 배에 가깝다. 

안 소장은 “태양광을 설치하는 사람은 전기료 부담을 줄여 설비 설치 때 들었던 높은 초기 비용을 회수하는데, 지금처럼 전기요금이 낮으면 비용을 회수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부가 재원부족을 이유로 FIT를 폐지한 만큼 독일처럼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항목을 신설해 전기료에 부과한다면 낮은 전기료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방식으로 FIT를 되살려서 RPS와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석유, 천연가스 등 주요 에너지원을 대부분 수입해 쓰는 ‘자원빈국’이면서도 에너지소비 증가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한국.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후쿠시마 사고 같은 핵재난을 막으려면 화석연료와 원전 의존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현실은 아직 거북이 걸음이다. 반면 독일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햇빛, 바람, 지열 등 ‘토종 청정에너지원’을 이용한 전력생산이 이미 원전 비중을 넘어섰다. <단비뉴스>는 남보다 한발 앞서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한 국내의 현장들을 찾아 실태를 점검하면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와 대안을 함께 모색한다.(편집자)

* 이 시리즈는 주한 영국대사관 기후변화 프로젝트의 취재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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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리 기자]
단비뉴스 편집부원, 환경팀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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