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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지는 한반도, 치명적 질병 북상 중
[기후변화 감염병이 온다] ① 환자 발생 실태
2014년 11월 25일 (화) 10:39:52 조수진 송두리 이문예 기자 duri@danbinews.com
서아프리카발 에볼라의 확산이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가운데, 감염 경로는 다르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신종 질병도 세계 보건위생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감염병의 증가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보고되고 있으며, 앞으로 점점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낯선 질병들은 아직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치사율이 높지만 국가적 인식과 대응은 부실한 실정이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청년기자들이 그 실태를 취재하고 대응책을 모색했다.(편집자)   

“그 할머니는 여기(노인회관) 와서는 만날 우리한테 진드기 떼어달라고 그랬어. 그 날도 팔 안쪽이랑 무릎 안쪽에 진드기 물린 자국을 자랑하듯 보여줬지.”

경북 상주시 한 산골 동네에 살고 있는 김경화(75·여·가명)씨는 박희수(86·여·가명)씨가 마지막으로 산딸기 따던 날을 기억한다. 박씨는 매년 봄 산딸기가 열리는 꼬박 한 달 동안은 아침부터 동네 뒷산에 올라가 딸기를 따고 해질 무렵이 돼서야 내려왔다. 지난 6월 초, 평소보다 일찍 뒷산에서 내려와 마을 입구에 주저앉아있던 박씨는 다음날부터 “몸살이 난 것 같다”며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산딸기 따던 할머니 진드기 물린 뒤 사망

박씨의 몸살은 갈수록 심해졌지만 버스가 하루 세 번밖에 안 들어오는 마을에서 병원에 가기는 쉽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아들과 함께 살던 할머니가 죽 한 숟가락도 못 넘길 정도가 되자 서울 사는 딸이 내려와 상주시의 한 병원 응급실로 모셔갔다. 병원 관계자는 “할머니가 등 아래쪽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며 “감기 때문에 지병인 고혈압이 심해진 줄로만 알았지 진드기 질환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증상이 더 악화되자 박씨는 인천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일주일도 안 돼 숨졌다. 박씨의 몸살 원인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으로 밝혀졌다.

SFTS는 바이러스를 가진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렸을 때 감염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에 서식하는 작은소참진드기 중 0.5%정도가 SFTS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SFTS 환자는 36명이고 이 중 17명이 숨져 치사율이 약 47.2%나 됐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최희경 교수는 이렇게 치사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관련 환자가 지난해 처음 발생해 항바이러스제나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면역력이 약한 노인 환자들 가운데 조기진단을 못 받고 치료시기가 늦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치명적 감염병인 SFTS가 지구온난화 추세와 함께 앞으로 더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성균관대 의대 정해관 교수는 “단기적으로 진드기 생태가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요소는 기후 조건”이라며 “이상 고온이나 백신 개발 등의 외부 조건을 배제한다면 날씨가 따뜻해지는 기후 변화가 매개체 수를 증가시키고 관련 질병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 지리학과 공우석 교수는 “진드기 개체 수는 들판이나 산 등 서식지의 생태 조건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며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풀숲이 무성해지면 진드기 개체 수가 증가하고 이는 발생 환자 수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질병매개곤충과 박원일 연구원은 지난 6월 서울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기후변화연구 공동학술대회에서 “진드기 개체수가 증가하면 환자 역시 증가하는 패턴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 작은소참진드기의 모습. 크기는 약 3mm(밀리미터)이며 비흡혈상태(왼쪽)와 흡혈상태(오른쪽)의 몸집에 큰 차이가 난다. ⓒ 질병관리본부

SFTS에 감염되면 숨진 박씨의 경우처럼 4~15일간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 피로감, 두통, 근육통, 복통, 구토, 설사, 기침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혈소판과 백혈구의 감소 징후도 있다. 심하면 혈중 효소 농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몸 속 장기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다발성장기부전 등으로 목숨을 잃게 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 증후군은 지난 2009년 중국에서 최초로 보고됐고 일본에서는 지난해 1월 최초 사망사례가 발생해 역추적을 통해 추가 감염자를 확인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국내 SFTS 확진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역학 조사에 따르면 환자의 약 70%가 농·임업에 종사하고 있어 바이러스 매개체인 진드기에 노출되기 쉬운 상황이었다. 
 
남쪽서 발생하던 쯔쯔가무시증, 강원까지 북상

충남 논산에 사는 이모(64)씨는 지난 2012년 8월 논에서 벼를 베다가 손목에 벌레물린 듯 따끔한 통증을 느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농사일을 계속했는데, 나흘째 되던 날 두통과 어지러움, 고열증상이 나타났다. 감기몸살과 비슷해서 참고 견뎌보려 했으나 몸에 열꽃이 피는 걸 보고 인근 병원으로 달려갔다가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털진드기가 물어 발생하는 쯔쯔가무시(つつがむし)증에 걸렸다는 것이다. 이씨는 일주일 넘게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전남 장흥군 부산면에 사는 유모(51)씨도 지난해 11월 27일 고추밭에서 대를 뽑는 작업을 한 후 허벅지 안쪽에 약간의 통증을 느꼈다. 처음엔 몸 상태가 평소와 다르지 않았는데 며칠이 지나자 몸살감기에 걸린 것처럼 으슬으슬 떨리면서 오한이 일었고 누구에게 맞은 듯 몸이 찌뿌둥했다. 동네 이비인후과의원에서 영양수액을 한 병 맞고 며칠을 버텼지만 12월 2일부터는 높은 열이 나면서 더욱 심한 근육통으로 몸을 가눌 수 없을 지경이 됐다. 종합병원을 찾은 유씨는 자신이 쯔쯔가무시증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됐고 4일 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씨와 유씨가 걸린 쯔쯔가무시증은 오리엔타리아 쯔쯔가무시균(Orientia tsutsugamushi)에 감염된 털진드기 유충에 물렸을 경우 발병한다. 쯔쯔가무시증은 지난해 처음 국내에서 발견된 SFTS와 달리 이전부터 국내에서 꾸준히 발견됐고 지난해 국내 환자 1만326명 가운데 사망자는 23명으로 치사율이 0.22%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해마다 환자수가 크게 늘고 있고,  최근 들어 발병지역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 학계와 의료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3 감염병 감시연보‘에 따르면 쯔쯔가무시 환자는 조사를 처음 시작한  1994년 238명에 불과했으나 2001년 2637명, 2008년 4995명, 2012년에는 8604명으로 증가했고 지난해는 1만365명으로 전년대비 20% 이상 급증했다.

   
▲ 쯔쯔가무시증 연도별 발생 환자 수. ⓒ 송두리 (자료출처:질병관리본부)

이렇게 환자 수가 급증한 것은 지구온난화로 털진드기 서식지가 확대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003년에는 관련 감염자가 전남과 경남 중심으로 나타났으나, 발생지가 점점 확대돼 지난해에는 북부지역인 강원(111건), 인천(99건)에서도 다수 발생했다. 연중 10도 이상의 기온을 유지하는 남쪽 지역에만 서식했던 활산털진드기가 기온 상승으로 북쪽까지 서식지를 넓힌 탓이라는 분석이다. 질병관리본부 질병매개곤충과 신이현 박사는 “털진드기와 작은소참진드기는 온열 기후 지역에서 서식하는 곤충”이라며 “기온상승이 진드기 서식지 영역을 확장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 쯔쯔가무시증 환자 발생지와 질병 매개 진드기인 활산털진드기 서식지를 표시한 지도. 서식지가 북상하면서 환자 발생 지역도 확대되고 감염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 ⓒ 질병관리본부

국립기상연구소에 따르면 1912년과 2009년 사이 한국의 평균 기온은 섭씨 1.7도 올랐다. 이 수치는 세계 평균 기온이 0.74도 상승한 것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장재연 교수는 지난 2010년에 발표한 ‘국내 기후변화 관련 감염병과 기상요인 간의 상관성’ 논문에서 “여름철 기온 상승은 털진드기 산란을 증진시켜 진드기 유충의 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계절주기의 변화 역시 환자 수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는 최근 겨울이 짧아지는 반면 봄은 앞당겨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기상청이 1981년부터 2010년까지 우리나라 10개 지점의 계절을 분석한 결과 2000년대 겨울의 평균 기간이 1980년대에 비해 적게는 3.9일에서 많게는 14일 짧아졌다. 질병관리본부 신이현 박사는 “겨울이 짧아지면 진드기의 활동 시기가 길어져 진드기 노출 빈도 역시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쯔쯔가무시증은 치사율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제때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해두면 패혈성 쇼크, 호흡부전, 신부전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진드기와 접촉 빈도가 높은 농촌지역의 노인층이 주로 피해를 입기 때문에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 이원철 역학조사관은 “농촌 지역  주민 수 대비 환자 비율이 도시 지역보다 10.5배 이상 많다”면서 “면역력이 떨어진 노인들은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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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KBS와 단비뉴스의 공동기획 '청년기자가 간다' 시리즈로 <KBS뉴스> 홈페이지와 <단비뉴스>에 동시 게재됩니다. 

[송두리 기자]
단비뉴스 편집부원, 환경팀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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