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서는 장애인을 보기 어렵다. 동네, 식당, 교실, 사무실 어느 곳에서도 장애인을 일상적으로 마주하기 어렵다. 그들 가운데 상당수가 일상적 공간과 격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으로 보아, 약 2만 9000명의 장애인이 '시설'에서 살고 있다.<닷페이스>는 지난해 6월~8월에 걸쳐 '당신 곁에 내가 살 권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 안에 총 10편의 기사와 한 편의 영상을 담았다. 이야기의 중심은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에 있는 장애인거주시설 '향유의 집'이다. 한때 120명 넘는 장애인이 살았으나 운영자에
탐사보도는 이면의 사실을 드러낸다. 이를 위해 실증적인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취재를 벌인다. 탐사보도의 이론적 기초를 마련한 기자이자 정밀 저널리즘을 주창한 언론학자인 필립 마이어(Philip Meyer)는 1976년 미국 디트로이트 폭동의 원인을 분석한 기사로 유명하다. 폭동 이후 많은 언론은 교육 수준이 낮은 남부 출신들이 폭동을 일으켰다고 단정하는 보도를 내놨다. 마이어는 그 판단에 근거가 있는지 의구심을 품었다. 폭동 지역 흑인 거주자 437명을 무작위 표집 방식으로 추출했다. 교육 수준과 폭동 참여 여부, 출신지 등 조
그리움을 채우는 일의 형태는 기술 발전과 더불어 변모했다. 편지, 사진, 그리고 영상으로 그리움의 대상을 만났다. 이제 그리운 사람을 직접 보고 듣고 만지는 일이 가능해졌다.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난 이라 해도 말이다.
“겨울밤, 여자는 어쩌다 눈아이를 낳았다”겨울에 태어났기 때문일까. 눈을 닮은 아이는 품에 안으면 녹아 내렸다. 여자는 자신의 온기로 인하여 아이가 녹아 내릴까 두려웠다. 자신의 온기가 아이에게 닿지 않도록 아이와 여자 사이에 눈으로 만든 담을 쌓아 올렸다. 시간이 지나고 봄과 함께 초록이 다가왔다. 문틈 사이로 초록이 들어오자 아이가 녹아 내리기 시작했다. 여자는 문틈으로 밀려드는 온기를 막았다. 그때 ‘언제나 겨울 선착순 무료체험’이라 적힌 전단지가 왔다. 여자는 아이에게 ‘금방 돌아온다’는 말을 남긴 채 ‘언제나 겨울’이라는 것을 찾아 도시로 떠났다.
스물두 살 청년 강도영(가명)은 가난한 형편에도 불치병을 치료하려 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몰랐다. 그는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비싼 수술을 택했다. 이후 빚더미에 시달리는 신세가 됐다. 2천만 원의 병원비가 청구됐다. 3개월 치 월세와 전기료, 가스비, 인터넷 이용료 등이 연체됐다. 난방이 들어오지 않았고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었다. 간병인을 구할 돈이 없으니 간병도 직접했다. 두 시간마다 아버지를 돌아 눕혔다. 코에 호스를 직접 연결해 음식물을 넘겨줬다. 수시로 대소변이 묻은 기저귀를 갈았다. 그러느라 아르바이트도 할 수 없었다
‘인종, 종교 또는 정치적, 사상적 차이로 인한 박해를 피해 외국이나 다른 지방으로 탈출하는 사람들’. 난민의 사전적 정의다. 난민은 여전히 낯설다. 2018년 예멘 국적의 난민신청자 500명이 제주도로 입국하면서 한국에서도 난민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이뤄진 적이 있다. 그때도 난민이 떠나온 본국의 상황에 대한 관심보다는 편견에 기반한 여러 혐오 발언 등으로 논의의 폭은 ‘좋은 난민’과 ‘나쁜 난민’을 구분하는 폭력적 차원으로 줄어든 게 사실이다. 4년이 지난 지금, 난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달라졌을까. 난민이 우리 곁에 있음을
2014년 ‘지방 소멸’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다. 마스다 히로야 전 일본 총무대신은 자신의 책 <지방 소멸>에서 일본의 896개 지방자치단체가 소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스다 전 총무대신의 경고는 한국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의 수도권 인구 과밀현상은 일본보다 심각했다. 이후 지방 소멸이 한국 사회의 화두가 됐다. 2020년 KBS 창원 취재팀은...
질문은 그를 귀찮게 해/김동하/이담북스/16000원질문이 직업인 사람이 있다. 권력을 감시하고 공공의 알권리를 위해 질문하는 기자(記者)다. 기자들의 수많은 질문을 통해 기사가 세상에 나온다. 좋은 기사는 좋은 질문에서 비롯한다. 질문이 홍수처럼 범람하는 시대에 질문을 ‘잘’하는 것 또한 기자의 역할이다. 좋은 질문이 감춰진 실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질문해야 할까. 질문을 잘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책 <질문은 그를 귀찮게 해>는 위 질문에 대한 저자 나름의 해답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 김동하 <조선일보>
<컴온 컴온>은 삼촌과 조카, 오빠와 여동생, 저널리스트와 어린이가 주고받은 말을 기록한 영화다. 주인공 조니가 관계에 따라 삼촌, 오빠, 저널리스트 역할을 하면서 세 개 차원의 대화가 하나의 큰 이야기로 엮인다. 조니는 미국 도시를 다니며 아이들을 인터뷰하는 라디오 저널리스트다. 쇠락한 제조업 도시 디트로이트에서는 아이들이 어떤 미래를 그리며 사는지 듣고, 역사적으로 이민자가 많은 뉴욕의 아이들에게는 다른 나라에 사는 또래친구한테 미국이 어떤 나라라고 설명할 건지 묻는다.
과학의 바탕에는 불확실성이 있다. 상관성이 있다고 해도 명백한 원인과 결과를 밝혀내기 쉽지 않다. 지난해 4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코로나 백신 부작용의 원인을 규명하기 힘든 이유를 설명했다. 하나는 백신이 아닌 다른 요인이 부작용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어 백신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힘들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임상시험 참가자가 적어 충분한 실험값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백신 부작용 사례가 전 세계에서 보고됐지만,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의 배경에 ‘과학적 불확실성’이 있는 것이다.
꿈이 사치가 되어버린 시대 오랜만에 모인 대학 동창모임에서 갑자기 한 친구가 공무원시험에 도전할 것이라 선포했다. 우리는 모두 어리둥절했다. 항상 작가가 되겠다고 말했던 친구였다. 놀기를 좋아하고 항상 새로운 도전을 즐겨하는 친구의 성격은 통상 생각하는 공무원의 모습과도 거리가 멀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그냥”이라 답했다. 문학을 전공했지만 취업자리가 마땅치 않았고, 남들 다 하는 시험 나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는 신림동 ‘고시촌’에 쪽방을 얻었고 한동안 연락이 끊겼다. 3년이 지난 후, 오랜만에
7월12일부터 보행자를 보호하는 교통규제가 강화된다. 그 핵심 가운데 하나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 주변에서는 보행자가 있건 없건 차량이 반드시 일시 정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량보다 어린이 보행자를 우선 고려하라는 취지다.제도 강화와 인식 전환을 이끌어내기까지 많은 언론보도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시사주간지 <시사인>의 ‘스쿨존 너머’ 기획이다. 이 기사는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한 현장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추적하고 분석했다. 사고 발생 지점을 직접 방문하며 어린이의 시점에서 걸어보고, 각 현장의 특성을 데이터
장애인이 요즘 드라마 한가운데 우뚝 섰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다운증후군을 가진 이영희(정은혜), 지난달 29일 처음 방영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박은빈)를 통해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드라마 속 주인공과 주요 인물이 되어 존재감을 빛내기 시작했다.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선 장애인 캐릭터넷플릭스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 영우가 세상이 그은 선을 넘어
중간착취의 지옥도/남보라·박주희·전혼잎 지음/ 글항아리/15000원간접고용은 사용자가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노동자를 간접고용하려는 사용자는 ‘아웃소싱’이라고 불리는 용역·파견업체와 계약을 맺는다. 아웃소싱 업체는 원청에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제공한다. 사용자와 노동자의 고용 관계에 ‘고용주(용역·파견업체)’라 불리는 중간인이 끼어드는 것이다. 노동자를 간접고용한 사용자는 노동에 대한 대가를 노동자가 아니라 고용주에게 지불한다. 고용주는 사용자로부터 받은 돈을 그대로 노동자에게 전하지 않고, 각종 명목을 달아 자신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인권신장에 힘을 보탠 보도에 1997년부터 매년 언론상을 시상해왔다. 제1회 언론상은 ‘나는 살인범이 아니다-사형수들의 절규’를 방송한 MBC 과 살인사건에 휘말려 경찰의 가혹행위로 허위자백을 한 택시 기사 이야기를 연속보도한 <광주매일신문>이 수상했다. 초기에는 권력기관에 의한 인권침해를 고발하는 기사가 수상작에 주로 선정됐다. 이후 여성과 성소수자, 난민과 이주민 등 그간 주목받지 못한 이들의 인권을 다룬 기사들로 수상작의 영역이 넓어졌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주최 제24기 예비언론인캠프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사흘의 원격수업과 하루의 대면수업 등 나흘 일정으로 열렸다. 국내 유일의 실무중심 언론대학원이 학교 밖 언론인 지망생을 위해 무료로 마련한 이 캠프에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등 60여 명이 참가했다. 언론의 역할, 취재보도윤리, 탐사보도, 저널리즘글쓰기, 기획안 작성, 현직 선배와 함께 등 10여 개 강좌에 언론인 출신 교수진과 현직 언론인 등 10명이 나서 열정적으로 강의했다. 삼성언론재단이 캠프를 후원했다.예비언론인의 꿈을 응원하는 시간“우리는
“그만해, 이러다 다 죽어!”김종술 기자가 외쳤다. 그때, 우리는 몰랐다. 2년 전, 나는 동료 PD와 함께 금강에서 자연 다큐멘터리 <물떼새, 날다>를 촬영하고 있었다. 현장 안내와 생태 자문은 금강 취재에 10여 년 세월을 바친 김종술 시민기자의 도움을 받았다. 우리는 모래톱에서 꼬마물떼새의 둥지를 발견하고, 꼬박 20여 일을 기다렸다. 그날, 마침내 새끼가 부화했다. 새끼들을 촬영할 골든타임은 깃털을 말리고 몸을 숨기기 전까지 단 몇 시간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무식하게 전진했다. 어미 물떼새가 경계음을 냈다. 그러다가 한쪽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