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제24기 예비언론인캠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주최 제24기 예비언론인캠프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사흘의 원격수업과 하루의 대면수업 등 나흘 일정으로 열렸다. 국내 유일의 실무중심 언론대학원이 학교 밖 언론인 지망생을 위해 무료로 마련한 이 캠프에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등 60여 명이 참가했다. 언론의 역할, 취재보도윤리, 탐사보도, 저널리즘글쓰기, 기획안 작성, 현직 선배와 함께 등 10여 개 강좌에 언론인 출신 교수진과 현직 언론인 등 10명이 나서 열정적으로 강의했다. 삼성언론재단이 캠프를 후원했다.

예비언론인의 꿈을 응원하는 시간

“우리는 지금 벌써 3년째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상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죠. 우크라이나에서는 지금 이 시간에도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요. 기후위기 탓에 유럽에서는 폭염, 아프리카에서는 식량난 등 온 세계가 난리입니다. 이런 재난과 전쟁, 불평등의 시기에 언론은 무엇을 해야 하고 언론인 지망생은 또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요.”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은 지난 29일 오전 줌(Zoom) 화상회의로 열린 개소식에서 이렇게 질문했다. 제 원장은 “우리는 이런 고민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며 “훗날 여러분이 이 캠프를 ‘절실한 질문을 던지고 필요한 답을 얻은 시간’으로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예비언론인캠프 개소식에서 교수진의 인사에 귀를 기울이는 수강생들과 첫 강의에서 언론의 역할을 설명하는 제정임 원장. ⓒ 현경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예비언론인캠프 개소식에서 교수진의 인사에 귀를 기울이는 수강생들과 첫 강의에서 언론의 역할을 설명하는 제정임 원장. ⓒ 현경아

<경향신문> <국민일보> 출신인 제 원장은 개소식에 이은 첫 강의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과 언론의 역할’에서 영국 <가디언> 편집국장을 지낸 앨런 러스브리저의 말을 인용했다. 러스브리저는 2020년 출판한 책 <뉴스 활용하기: 가짜뉴스 세상에서 무엇을 믿을 것인가>에서 “당신이 ‘어떤 정보를 믿을 것인가’ 하는 질문이 갑자기 삶과 죽음을 가르는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허위조작정보가 횡행해 불필요한 희생자가 나왔던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제 원장은 “언론이 정확히 검증된 사실을 전달하는 일은 사회 구성원의 바른 의사결정을 위해 중요하고, 민주주의 유지·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SBS> 보도본부장을 지낸 심석태 교수는 ‘진화하는 방송뉴스’ 강의에서 영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매체의 경계가 오래 전부터 허물어져 지금은 복합적인 형태로 뉴스가 생산되고 있다”며 “리포트, 현장 연결, 프레젠테이션 등을 함께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방송보도의 최신 경향은 ‘시청자 친화적’ 보도”라며 “뉴미디어에서 쓰는 기법을 여러 방송사 뉴스가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청자들에게 재미있는 뉴스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흐름이라는 뜻이다.

언론인은 인생·사회·세계의 본질에 가장 빨리 접근

예비언론인캠프 첫날 수업에서 열강 중인 심석태, 안수찬 교수와 박진홍 PD. ⓒ 현경아
예비언론인캠프 첫날 수업에서 열강 중인 심석태, 안수찬 교수와 박진홍 PD. ⓒ 현경아

‘시사교양PD의 세계’에서 박진홍 <SBS> PD는 시사교양PD를 ‘경계인’으로 표현했다. 장르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어 직무를 명확히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 PD는 제작 요소와 상황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지, 사실을 얼마나 가공하는지에 따라 보도, 예능과 시사교양 등의 장르가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자와 비교했을 때 시사교양PD는 “사실을 일정 부분 가공해 내러티브를 만들어내고 정서적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시사교양PD에게 스토리텔링 역량이 중요한 이유다. 박 PD는 참가자들에게도 ‘이야기 구조’에 관한 감각을 키울 것을 조언했다.

<한겨레> 출신 안수찬 교수는 ‘언론인의 일상과 일생’을 소개했다. 안 교수는 언론인은 입사 초기에 고된 훈련 기간을 거치며 상당한 내부 경쟁에 직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언론인의 삶은 인생, 사회, 세계의 본질에 가장 빠르고 긴박하게 밀착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기자·PD를 준비하는 과정의 핵심은 삶의 방식을 바꾸고 체현하는 데 있다”며 “언론사 입사를 시험처럼 대비하기보다 기자·PD처럼 살면서 근성·감성·지성을 기르라”고 조언했다.

둘째 날 오전 제정임 원장의 ‘시사현안 집중토론’에서는 ‘기후위기와 ESG’를 주제로 토론식 강의가 진행됐다. 제 원장은 토론에 앞서 “언론인은 시사현안을 정확하고 깊게 이해해야 시의성 있는 문제제기와 현실적 대안제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설·칼럼 등 짧은 글로 단편적 지식을 쌓는 것보다 책과 논문 등을 통해 사안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공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원전은 기후위기의 대안인가’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제 원장은 강의를 마무리하며 “기후위기는 너무나 엄중해서 기후담당 기자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며 “모든 기자와 PD가 각자의 영역에서 필요한 기획을 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탐사보도에는 사명감·열정과 ‘데이터 역량’ 필요

<KBS> PD 출신으로 <EBS> 사장을 지낸 장해랑 교수는 ‘멀티플랫폼 시대의 기획안 작성’ 강의에서 “이제 저널리스트는 단지 프로그램 기획만 잘 해서는 안 된다”며 “멀티플랫폼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 역량도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디지털 역량을 키우는 방법으로 지금 언론산업에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방식을 분석해 볼 것을 참가자들에게 권했다. 그는 구체적인 공부법으로 ‘스크래핑을 통한 세상 읽기’ ‘집중 모니터링’ ‘본인 기획구성안 작성’ 등을 설명했다.

<KBS>에서 탐사전문기자로 일했던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세상을 바꾸는 힘 탐사보도’ 강의를 맡았다. 그는 제임스 어코인을 인용해 “탐사보도란 사회개혁을 위해 기자의 직접 조사로 누군가가 감추고자 하는 중요한 공공이슈에 대한 정보를 폭로하는 언론 행위”라고 정의했다. 그는 인사이드클라이밋뉴스(ICN), 프로퍼블리카(ProPublica) 등 ‘작지만 힘 있는 비영리 탐사매체’가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탐사보도 저널리스트에게 필요한 역량으로 사명감, 분노, 호기심, 인내, 열정, 전문성과 함께 ‘데이터를 다룰 줄 아는 기술’을 꼽았다.

예비언론인캠프 둘째 날 수업에서 진지하게 강의하고 있는 장해랑, 김용진 교수. ⓒ 유지인

둘째 날 마지막 순서는 저널리즘스쿨 교수진과 참가자들이 4개로 반을 나눠 질의답변하는 시간이었다. 언론사 입사를 위한 구체적 공부 방법, 언론계에 관한 궁금증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제정임 원장은 전공과 관련한 질문에 “언론계는 다양한 배경과 전공을 가진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며 “사회를 다각도로 바라본 입체적 보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석태 교수는 스펙(조건), 나이 등을 고민하는 참가자에게 “기자가 되기 위해선 스펙보다 세상을 깊이 있게 이해할 줄 아는 능력이나 경험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안수찬 교수는 “기자나 PD로서 감각을 체득했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지도교수별 분반 대화에서 공부, 진로 등에 관한 고민을 나누고 있는 교수진과 참가자들. ⓒ 유지인

예능·드라마도 불특정 다수가 받는 ‘메시지’ 고민해야

온라인 수업 마지막 날인 1일 강의는 안수찬 교수의 ‘저널리즘 글쓰기: 논술과 작문’으로 시작됐다. 안 교수는 논술과 작문에서 잘 쓴 글은 ‘어떻게 쓸 것인가’ 보다 ‘무엇을 쓸 것인가’를 고민한 글이라고 말했다. 그는 논술을 ‘언론인이 갖춰야 할 역량 중 근성과 지성을 필요로 하는 글’이라고 정의했다. 사회현안에 관해 실제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해 몰입하고 파고들어본 사람이 ‘근성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이다. 작문 또한 인생을 살았던 경험에서 자신이 감각하고 경험한 조각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안 교수는 말했다. 그는 “결국 글쓰기는 육체노동”이라고 말했다. 오래 고심하고 많이 써보는 반복 작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드라마·예능PD의 세계’ 강의에서 김민식 전 <MBC> PD는 “저널리스트(journalist)는 일기(journal)를 쓰는 사람”이라며 “예능PD든 드라마PD든 다 저널리스트로서 속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논스톱3’ ‘느낌표’ ‘내조의 여왕’ 등을 연출한 그는 “예능·드라마는 불특정 다수에 의해 소비되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하는 이야기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시청자들이 어떤 메시지를 받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PD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모든 사람은 다 특별하고 평범한 일상은 없다”며 “어떤 시선으로 들여다보느냐에 따라 평범한 일상이 특별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캠프 사흘째 수업에서 ‘예능·드라마PD의 세계’를 강의하는 김민식 전 MBC PD. ⓒ 이주연
캠프 사흘째 수업에서 ‘예능·드라마PD의 세계’를 강의하는 김민식 전 MBC PD. ⓒ 이주연

심석태 교수는 ‘언론인이 꼭 알아야 할 취재보도윤리’ 강의에서 ‘어떤 것이 나쁜 보도인가’를 질문했다. 자극성을 위해 과대 보도하는 경우, 유명인의 옷차림 등 무가치한 보도,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무책임한 보도 등의 사례가 나왔다. 그는 “단순히 인상비평을 넘어 나쁜 보도에 관한 원칙을 가져야 한다”며 “어떤 순간에도 나쁜 보도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정보 전달은 더 빠르고 쉬워졌지만,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해야 한다는 저널리즘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누군가 ‘좀 더 숨쉬기 편한 사회’가 될 수 있다면

이어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출신 언론인 3명을 초대한 ‘현직 선배와 함께’ 시간이 시작됐다. 양호근 <KBS> 영상감독, 박지영 <한겨레> 기자, 유재인 <조선일보> 기자가 각자 입사 준비과정을 설명하고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가장 최근에 입사한 유재인 기자는 “세저리(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모두 활용했다”며 “다독, 다작, 다상량을 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는 “준비과정이 길어서 고군분투했다”며 “아침 9시부터 6시까지 출퇴근하듯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엉덩이 힘’으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남들과 다른 근거를 채워가는 비판적 사고를 꾸준히 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기자, PD를 거쳐 영상제작을 하고 있는 양호근 감독은 “인상 깊었던 글이나, 재미있는 이야깃거리 등의 글감을 차곡차곡 모아서 어떤 주제가 나오든 쓸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수강생 김지영(24·경상국립대) 씨는 “현직자로서 언론인이 되어 세상을 더 좋게 바꾸는 일에 대한 효능감을 느끼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유재인 기자는 “최근 6.25 특집으로 여성 의용군 관련 기사를 썼는데, ‘써 줘서 고맙다’는 독자의 피드백이 왔을 때 다른 직업에서 느낄 수 없을 감동이 있었다”고 답했다. 박지영 기자는 “어떻게 노력하는가에 따라서 사회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누군가 조금 더 숨쉬기 편한 사회가 된다는 생각이 들 때, 이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현직선배와 함께’ 시간에 함께 한 양호근 영상감독, 박지영 기자, 유재인 기자. 유 기자는 지방출장을 위해 이동 중인 차 안에서 대화에 참여했다. ⓒ 이주연
‘현직선배와 함께’ 시간에 함께 한 양호근 영상감독, 박지영 기자, 유재인 기자. 유 기자는 지방출장을 위해 이동 중인 차 안에서 대화에 참여했다. ⓒ 이주연

'정의롭고 실력 있는 언론인'이 필요하다

캠프 나흘째에는 선택 프로그램인 대면 수업이 충북 제천 세명대 캠퍼스에서 열렸다. 수강생 19명이 2일 오후 1시 학술관에 모여 수료증을 받고 캠프에 참여한 소감을 나눴다. 박의진(24·단국대) 씨는 “꽤 오랜 시간 언론인의 꿈을 꿔왔는데 4학년이 되면서 방향성을 잃어가는 느낌이었다”며 “캠프 3일간 본질적인 고민을 할 수 있었고, (저널리즘스쿨 교수진을 만날) 너무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해 대면 캠프에 왔다”고 말했다. 이명신(24·단국대) 씨는 “꿈이 막연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고, 언론인으로서 가져야 할 마인드셋에 관해 본질적인 의문을 갖고 있었다”며 “캠프에서 답을 얻은 것 같아 굉장히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진 전체 진로상담 시간에 이선재(26·서강대) 씨는 교수진에게 “어떤 후배를 길러내고 싶은지” 질문했다. 안수찬 교수는 “기자시절 갈증을 느꼈던 내러티브 저널리즘과 탐사보도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고 싶다”고 답했다. 심석태 교수는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때,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스스로 납득하기 위해서 물어보는 사람, 기존의 작업 방식에 대해서 ‘왜’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 계속 새로운 궁금증을 갖고 도전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제정임 원장은 “실력만 있고 정의로움이 없으면 사악해질 수도 있는 게 언론인”이라며 “기획력, 취재력, 전달력 등의 ‘실력’과 함께 권력을 감시하고 부조리를 고발하고 약자의 목소리를 전하는 언론의 본분에 충실하고자 하는 ‘정의로움’을 갖춘 사람”이라고 답했다.

질의답변을 마친 참가자들은 교내 문화관으로 이동해 논술, 작문, 방송기사, 기획안 등 지도교수별 분반 수업에 참가했다. 수강생들은 소규모 강의와 1대 1 피드백을 통해 맞춤 지도를 받았다.

박진홍 PD와 대면수업 참가자들이 시사교양 프로그램 기획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현경아
박진홍 PD와 대면수업 참가자들이 시사교양 프로그램 기획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현경아

매년 한두 차례 예비언론인캠프를 열고 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은 2008년 개교 후 기자·PD 등 240여 명을 배출한 언론인의 산실로, 비영리 독립매체 <단비뉴스>를 운영하고 있다. 재학생 전원에게 기숙사 숙식을 무료 제공하며 기금장학금, 성적우수장학금 등 다양한 장학제도를 갖추고 있다. 오는 4일부터 15일까지 2022년 후기 신(편)입생을 모집한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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